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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맛 기행ㅣ울릉도의 맛 + 해남해안산책로]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울렁울렁, 울렁증 일으키는 울릉도의 맛"

월간산
  • 입력 2015.09.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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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9월부터 오징어 천국… 따개비, 홍합으로 짓는 밥 최고 인기
청정 무공해 산나물, 약초도 입맛 돋우는 별미

 “비바람이 내 인생에 휘몰아쳐도 걱정 없네 울릉도가 내겐 있으니 / 봄이 오면 나물 캐고 / 여름이면 고기 잡네 / 가을이면 별을 헤고 / 겨울이면 눈을 맞네”  -이장희 ‘울릉도는 나의 천국’ 中

육지 사람들에게 울릉도는 ‘신비의 섬’으로 불린다. 화산섬으로 태곳적의 절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울릉도엔 도둑·공해·뱀이 없고 향나무·바람·미인·물·돌이 많다고 해서 ‘3무5다(三無五多)’라고 한다. 온통 험준한 산악지대로 이루어져서 고작 며칠 머문다면 보는 것보다 못 보는 것이 더 많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섬과 바다 곳곳에서 얻은 재료로 무치고 버무리고 굽고 찐 별별 산해진미는 기어코 맛의 ‘결정 장애’를 일으킨다.

울릉도는 오징어의 섬이다. 울릉도 오징어는 당일 잡은 것을 자연바람으로 말려 특히 맛있다. 저동항에서 오징어를 걸어 말리는 풍광은 울릉도의 볼거리다.
울릉도는 오징어의 섬이다. 울릉도 오징어는 당일 잡은 것을 자연바람으로 말려 특히 맛있다. 저동항에서 오징어를 걸어 말리는 풍광은 울릉도의 볼거리다.
9월부터 울릉도는 오징어 천국

울릉도 하면 역시 오징어다. 오징어가 풍년이면 울릉도 아가씨가 육지로 시집을 간다는데, 요즘은 오징어 수확량이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북한 한류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오징어가 남쪽으로 내려가고, 최근에는 서해에 난류가 유입해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면서 동해보다 서해에서 더 많이 잡히는 판국이다. 게다가 중국 어선들이 불법조업을 하며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판에 울릉도 어민들은 더욱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렇다고 울릉도 오징어가 전국 제일의 자리를 내준 것은 아니다. ‘울릉도 오징어’라는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마음에 새겨진 맛’이 여전히 울릉도에 내리면 가장 먼저 오징어를 찾게 한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를 정말 쉽게 맛볼 수 있다.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마른 오징어요, 포구의 좌판에선 내장째 통으로 찐 통오징어찜이 소주를 부른다. 그뿐인가. 배가 고파 식당으로 가면 신선한 오징어회와 물회가 또 기다리고 있다.
울릉도에서 오징어는 그야말로 ‘버릴 것 하나 없는’ 재료다. 수많은 오징어 요리 중에서도 ‘오징어 내장탕’은 울릉도를 오징어 천국으로 각인시키는 ‘강추’ 음식이다. 오징어 내장은 쉽게 상하므로 오징어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물론 요즘은 급속 냉동해 사철 내장탕을 먹을 수 있지만 산 오징어의 내장을 쓴 것에 감히 비할 바 아니다.

곤이·심장·간 등 오징어의 내장을 넣고 무를 넣고 맑게 끓인 오징어 내장탕은 육지와의 왕래가 드물던 시절 영양분을 보충하는 보양식이자 술로 시름을 달래는 어부들의 해장국이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오징어 내장탕을 이르러 ‘울릉도 남정네들이 아낙네의 치마폭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음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장탕에는 주로 흰 내장을 쓰는데, 손질한 내장을 무와 함께 넣고 끓이다가 호박잎, 콩나물, 마늘, 청양고추 등을 썰어 넣어 한소끔 더 끓인다. 굳이 고춧가루 양념을 하지 않더라도 칼칼하고 담백한 맛이 외지인들의 입맛에도 안성맞춤이다. 잘 익은 흰 내장은 씹으면 고소한 맛이 우러나 술안주로 손색없다. 오징어의 누런 내장은 소금에 삭혀 된장에 버무려 우거지나 약초를 넣고 장으로 만들어 배춧잎에 밥과 함께 싸먹으면 별미다. 오징어내장탕은 울릉도 식당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다. 가격은 1만 원 정도다. 도동의 다애식당(054-791-1162), 동해식당(054-791-2820), 99식당(054-791-2287)이 유명하다.

포구의 포장마차 등에서는 통오징어찜이 별미다. 내장을 제거하고 찌는 육지의 것들과는 달리 내장째 푹 쪄내 순대처럼 썰어 먹는다. 담백한 오징어 육질과 짭짜름하고 고소하게 씹히는 내장이 기어코 술을 부르고 만다. 좌판에서 5마리에 2만 원 정도를 받는다. 5마리면 3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다. 

2 오징어 내장을 넣어 끓인 오징어 내장탕. 해장탕으로는 이만 한 것이 없다. 
3 오징어를 손질하는 울릉도 주민들. 9월부터 오징어 씨알이 굵어지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4 내장 째 찐 통오징어찜과 울릉도 호박막걸리.
2 오징어 내장을 넣어 끓인 오징어 내장탕. 해장탕으로는 이만 한 것이 없다. 3 오징어를 손질하는 울릉도 주민들. 9월부터 오징어 씨알이 굵어지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4 내장 째 찐 통오징어찜과 울릉도 호박막걸리.
작은 전복, 따개비도 울릉도에선 천하별미

따개비하면 갯바위에 붙어사는 작은 조개 정도로만 알고 이것을 먹는다는 것을 육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하지만 울릉도에선 따개비도 훌륭한 음식재료다. 따개비로 만드는 대표적인 음식이 따개비밥과 칼국수다.

따개비는 손질하는 데 손이 많이 간다. 껍데기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한 후 물에 넣어 네다섯 시간 끓이면 속살과 껍데기가 분리된다. 살을 발라내고 껍데기만 넣고 푹 끓여 육수를 만든다.

따개비밥은 불린 쌀에 따개비 속살을 넣고 지은 밥이다. 여기에 김 가루를 얹고 양념간장을 적당히 넣어 쓱쓱 비벼먹는다. 육지에서 먹는 콩나물밥과 맛이 거의 비슷하지만 꼬들꼬들한 따개비 속살이 씹혀 바다향이 입안에 퍼진다. 비슷한 방법으로 따개비 대신 홍합을 넣으면 홍합밥이 된다. 울릉도에서 먹는 홍합은 자연산으로 손바닥만큼이나 커서 속살을 잘라 넣는다. 물살이 센 동해바다에서 살던 것들이니 탱탱한 육질은 육지에서 먹는 보통의 것들과 비교불가다. 

따개비칼국수는 일반 해물칼국수와 비슷하지만 따개비가 들어가 있는 것이 다르다. 대개 멸치와 닭, 따개비 육수로 국물을 내 맛이 진하다. 식당에 따라 따개비 내장을 풀기도 한다. 울릉도에서 많이 나는 명이나물(산마늘) 장아찌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딱 맞다. 따개비밥, 홍합밥은 1만5,000원 선, 따개비칼국수는 9,000원 정도다. 저동항, 도동항 근처 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있다.

오리지널 쇠고기의 맛! 울릉도 약초 먹고 키운 약소

횡성한우, 안동 한우, 정읍 한우 등 전국에 걸쳐 다양한 한우가 있지만 울릉도의 약소는 이들과는 맥을 조금 달리 한다. 울릉도 약소는 이름 그대로 ‘약(藥)이 되는 소’다. 물론 고기 자체가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울릉도에 지천으로 자라는 약초며 풀을 뜯어 먹고 자라 ‘약소’라고 부른다. 기록에 따르면 1883년 처음으로 울릉도에 암수 한 쌍이 들어왔다고 한다.

육지에선 볏짚이나 배합사료를 먹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울릉도에는 벼농사를 짓지 않아 볏짚을 구할 수 없고, 육지에서 배합사료를 들여오는 것도 운송비가 비싸 자연히 섬바디 등 지천에서 자라는 풀과 약초를 먹이게 된 것이다. 요즘은 외지인의 입맛에 맞춰 일부러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배합사료를 조금씩 먹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약초를 채취하고 남은 부분을 말려 발효시켜 먹인다.

주로 풀을 먹이는 덕에 약소는 마블링보다 살코기의 비중이 높다. 때문에 육지 한우의 마블링 가득한 살살 녹는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질기고 맛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름기가 없어 소고기가 지닌 고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약소는 외지인들보다 현지인들이 더 즐기는 음식이기도 하다.

약소는 숙성을 하지 않고 어떠한 양념도 하지 않은 생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다. 구울 때는 핏기가 가실 정도로만 살짝 익히는 것이 포인트다. 육지에선 상추 등에 싸먹지만 울릉도에선 명이나물 절임에 싸서 먹는 것이 정석이다.

경주식육식당(054-791-0113), 삼정식육식당(054-791-3536), 울릉약소마을(054-791-7001), 향우촌(054-791-8383) 등. 모듬구이 1인분(150g)에 2만~2만5,000원 선. 도동의 호랑약소플라자(054-791-1447)는 울릉도  칡소영농조합이 운영하며, 울릉도에서 키운 칡소를 맛볼 수 있다. 울릉칡소 역시 약소와 비슷한 약초를 먹고 자란다. 호랑약소스페셜 1인분(120g) 2만5,000원. 꽃등심 1인분(120g) 4만 원. 

울릉콘도를 운영하는 울릉산악회 사무국장 최희찬씨는 “울릉도는 봄에 와야 진짜배기 맛 투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 약소, 따개비밥, 호박엿 등 먹을거리가 지천이지만 누가 뭐래도 울릉도의 참 맛은 봄에 나는 산나물과 약초라는 뜻이다.

울릉도는 산나물과 약초 천국이다. 명이나물, 부지갱이, 삼나물, 전호, 미역취, 참고비, 산더덕 등 입맛을 돋우는 산나물과 약초가 지천에 깔렸다. 어느 식당을 가나 산나물이 반찬의 가짓수를 든든히 채우는 것은 물론이요, 그 맛과 향도 육지의 것들에 비해 월등하다.

겨울에도 땅을 뚫고 나와 자라 울릉도 주민들의 명(命)을 이어주었다는 명이나물은 부지갱이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나물이다. 주로 절임으로 만들어 먹는데, 육지의 것들에 비해 잎이 크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덜해 외지인들에게도 아주 인기가 좋다. 명이를 갈아 면을 뽑은 칼국수도 인기다. 요즘은 명이빵, 명이젤리 등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부지갱이는 섬쑥부쟁이라고도 부르는데, 울릉도에서는 어느 식당에서나 기본반찬으로 나오는 흔한 나물이다. 봄철 채취하는 부지갱이는 삶아서 냉동보관하며 사계절 내내 쓰는데, 참기름에 무치거나 절임, 또는 약소구이를 먹을 때 상추 대신 곁들여 먹기도 한다. 삼나물은 인삼, 버섯, 고기 세 가지 맛이 난다 해서 이름이 붙었다. 울릉도에서만 나는 나물이어서 가장 몸값이 비싸다.

1 울릉도의 풀과 약초를 먹고 자란 약소. 일반 한우보다 마블링이 적고 붉은 색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2 울릉도에선 구운 약소를 명이나물에 싸서 먹는 것이 정석이다. 3 따개비로 육수를 만들고 따개비 속살을 넣어 시원하게 끓인 따개비칼국수. 오랜 시간 배를 타고 와 허한 사람들의 속을 달래주는 별미다.
1 울릉도의 풀과 약초를 먹고 자란 약소. 일반 한우보다 마블링이 적고 붉은 색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2 울릉도에선 구운 약소를 명이나물에 싸서 먹는 것이 정석이다. 3 따개비로 육수를 만들고 따개비 속살을 넣어 시원하게 끓인 따개비칼국수. 오랜 시간 배를 타고 와 허한 사람들의 속을 달래주는 별미다.
 울릉도의 참 맛, 산나물과 약초

이 각양각색의 나물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산채비빔밥이다. 울릉도 곳곳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리분지의 식당에서 내는 산채비빔밥이 가장 인기 있다.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 칼데라화구가 함몰해 형성된 울릉도 유일의 평지로, 울릉도에서 산나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다.

나리분지 내에는 산마을식당(054-791-6326), 나리분지야영장식당(054-791-0773), 나리촌식당(054-791-6082) 등이 있다. 산채비빔밥 8,000원 선, 산채전 1만 원 선.

이밖에도 이에 붙지 않는 울릉도 호박엿, 쫄깃쫄깃 고소한 감자떡, 2월부터 4월까지 맛볼 수 있는 우산고로쇠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울릉도의 맛이다. 여기에 홍합이 듬뿍 들어간 홍합짬뽕(독도반점 054-791-2788), 오징어먹물과 각종 해물을 넣어 만든 피자(에띠앙피자 054-791-8484), 토종닭과 문어, 전복, 뿔소라, 해삼 등을 냄비 가득 쌓아올려 끓인 해계탕(신비섬식당 054-791-4460), 봄철 갓 잡은 꽁치를 회를 떠 고추장 육수에 말아먹는 꽁치물회, 울릉도 호박을 넣어 만든 호박막걸리(5,000원) 등 울릉도에 머무는 동안에는 눈만큼이나 입도 호사를 누린다.


울릉도 여행가이드 ㅣ 경상북도 울릉군

• 교통 •

육지에서 울릉도로 갈 수 곳은 강원도 강릉항과 동해 묵호항, 경북 포항항 모두 세 곳이다. 강릉항과 묵호항에서는 씨스포빌(seaspovill.co.kr, 1577-8665)이 운항한다. 요금은 강릉〜울릉 5만4,000원, 묵호〜울릉 5만5,500원, 포항항에서는 대저해운(daezer.com, 1899-8114)과 태성해운(tssc.co.kr, 1688-9565)이 배를 띄운다. 포항〜울릉 노선 대저해운 6만4,500원, 태성해운 6만8,500원. 강릉항에서는 2시간 40분, 포항항에서는 3시간~3시간 30분이 걸린다. 울릉도행 여객선의 시간은 계절이나 기상상태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울릉도 현지에서는 공용버스나 택시,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요즘엔 렌터카를 많이 이용한다. 울릉도에는 5개 정도의 렌터카 업체가 운영 중이다. 요금은 준중형차 1일 기준 월〜목요일 5만 원. 금〜일요일 9만 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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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잘 곳(지역번호 054)•

도동과 저동에 숙소가 몰려 있다. 울릉군 관광정보 사이트(www.ulleung.go.kr)에서 자세한 숙박업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동항 근처의 대아울릉리조트(791-8800, www.daearesort.com)는 모든 객실에서 바다와 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 회센터, 카페, 야외가든, 노래방, 사우나, 골프장 등 부대시설도 훌륭하다. 요금은 객실에 따라 14만 ~26만 원. 울릉도 토박이이자 울릉산악회 사무국장을 지내고 있는 최희찬씨가 운영하는 울릉콘도(971-1020, www.ulleungcondo.co.kr)는 산중턱에 위치해 좀더 조용하게 지내기를 원하는 손님에게 권할 만하다. 12인실(8인 기준) 주중 16만 원, 주말·공휴일 20만 원. 콘도에서는 MTB와 카약도 대여한다. 이용문의는 별도. 이밖에도 리조트라페루즈관광호텔(791-0114), 마리나관광호텔(791-0020), 울릉도패밀리호텔(791-2078) 등이 있다.

•볼거리•

1 성인봉 성인봉(986.7m)은 울릉도의 진산이다. 제봉, 미륵봉,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있으며 정상 부근의 원시림은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인봉 등산코스는 대원사 코스(약 6시간 소요), KBS중계소 코스(약 5시간 40분 소요), 안평전 코스(5시간 20분 소요), 나리분지 1·2·3 코스 등이 있다.

2 나리분지 성인봉이 폭발할 때 생겨난 화산 분화구로 울릉도에서 드문 평지지대다. 대부분 밭으로 개간되었으며 성인봉 등의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 옛 주민들이 살던 너와집과 투막집 등이 볼거리. 산채비빔밥을 잘하는 식당들도 이곳에 많다.

3 독도 전망대 도동의 독도박물관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망향봉(316m)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92km 떨어진 독도가 보인다. 케이블카 이용료 어른 왕복 7,500원. 편도 4,000원. 독도박물관 관람료 무료. 문의 독도박물관 054-790-6432~3, www.dokdomuseum.go.kr

4 안용복 기념관 2013년 개관. 조선 숙종 때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임을 알린 안용복 장군에 관한 전시물을 모아 놨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숙종실록과 안용복이 울릉도·독도가 조선 땅임을 밝힌 ‘원록구병자년 조선주착안일권지각서’ 등의 전시물을 볼 수 있다. 4D영상관을 갖춰 하루 3회(10:00, 14:00, 16:00) 안용복 장군에 관한 영상물을 상영한다. 관람료 무료. 문의 054-791-8871.

5 태하 향목 관광모노레일 태하 향목 정상으로 올라가는 관광 모노레일이다. 총연장 304m의 레일에 20인승 모노레일 2대가 동시 운행한다. 정상까지 6분 정도 걸리며, 정상에서 500m 정도 걸으면 태하등대와 천연기념물 제49호로 지정된 대풍감(待風嶺) 향나무 자생지, 대풍감 해안절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갈 수 있다. 이용요금 어른 왕복 4,000원. 편도 2,200원.


 울릉도 걷기길 가이드│행남해안산책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화산섬의 속살을 친구 삼아 걷는 환상적인 해안 산책로”
도동항~행남마을~저동항 2.6km 해안길

먹을 것 많고 둘러볼 곳 많은 울릉도엔 걸어볼 만한 곳도 많다. 해안선을 따라 73.5km의 울릉도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고, 곳곳에 산책을 즐길 만한 옛길과 해안길이 있다. 그중에서도 딱 한 곳만 걸으라면 단연 행남해안산책로를 추천한다.

행남해안산책로는 도동항과 저동항 사이 해안길을 걷는 2.6km 구간으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울릉도의 속살과 함께 끝없이 펼쳐지는 동해안의 풍광을 옆에 두고 걸을 수 있다. 울릉도를 가장 ‘짧고 굵게’ 둘러볼 수 있는 길인 셈이다.

산책로 들머리는 도동항 울릉여객선터미널 옥상이다. 바다 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해안길에 닿는다. 이제부터는 줄곧 오른쪽엔 에메랄드빛 바다를, 왼쪽으로는 화산섬의 기기묘묘한 지층을 두고 걷게 된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해안동굴. 거대한 콧구멍처럼 생긴 작은 동굴이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동굴 안엔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를 두었는데 더운 날씨 탓인지 몇몇 관광객들은 드러누워 단잠에 빠졌다.

행남해안산책로의 소라계단과 구름다리. 화산섬의 독특한 지형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동시에 즐기며 걸을 수 있다.
행남해안산책로의 소라계단과 구름다리. 화산섬의 독특한 지형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동시에 즐기며 걸을 수 있다.

 

화산섬의 지질을 바로 옆에서 관찰

이 산책로에서는 구간에 따라 울릉도의 각기 다른 지층을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해식동굴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움푹 팬 형태로 만들어진 해식동굴은 동굴의 크기도 대단하지만 그 아래로 드나드는 바다물빛에 더욱 감탄하게 된다. 특이한 지형 옆에는 지형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산책로에는 곳곳에 철다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구멍 사이로 아래가 훤히 보여 스릴을 느낄 수 있다. 길에서는 성게며 소라 등을 파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는데, 주문을 받으면 바로 스노클링 장비를 차고 바다로 들어가 재료를 따오는 모습이 또 하나의 구경거리다. 그렇게 따온 해산물은 즉석에서 손질해 접시에 담아 손님에게 낸다.

산책로의 기암괴석은 예측 불가다. 배게용암과 타포니, 재퇴적쇄절암, 이그넘브라이트 등 교과서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화산섬의 지형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다. 아치를 이루고 있는 동굴 아래를 지나가는 길에선 파도소리가 바위에 부딪혀 증폭되어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동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울릉도의 바다를 직접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횟집을 만난다. ‘용궁’이란 이름의 이 횟집은 앞마당처럼 쓰는 공터에 파라솔을 펴놓고 각종 해산물을 팔고 있다. 횟집 주인장은 “도동에서 출발한 관광객들이 여기에서 회 한 점에, 술 한 잔 마시다가 산책로를 포기하고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자연산 해산물을 안주삼아 마시는 술은 쉬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용궁을 지나면 잠시 계단을 오른다. 산책길 아래 갯바위에선 강태공들이 한창 낚시를 즐기고 있다. 워낙 물이 맑으니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훤히 다 보일 지경이다. 산책로를 거닐며 적당한 장소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도 울릉도의 낭만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파도가 거칠 때는 절대로 바위로 내려가선 안 되겠다.

산책로를 계속 잇는다. 같은 섬인데도 왼쪽으로 따르는 지형은 놀랍도록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그 지형 속에 작은 약수터가 있다. 여느 약수터처럼 졸졸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바위틈에서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다. 빨간 고무대야를 받쳐 물을 모아두었는데, 작은 바가지로 떠 마실 수 있게 해놓았다.

약수터를 지나면 행남마을에 닿는다. 왼쪽으로는 TV 프로그램 ‘1박2일’ 팀의 얼굴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1박2일’ 울릉도 편을 찍으면서 이 행남해안산책로도 더 유명해졌다. 행남마을의 몽돌해변엔 지나간 사람들이 쌓은 돌탑이 볼거리다. 

‘행남(杏南)’이라는 마을이름은 마을의 위치에 기인한다. 행남마을은 울릉도에서 가장 동쪽에 있다. 덕분에 볕이 잘 들어 따뜻했고, 마을 아귀에 큰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하여 그리 불렀다 한다. 행남마을은 울릉도에서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행남등대로 간다. 등대까지는 약 640m, 저동항 촛대바위까지는 1.6km 정도 남은 지점이다. 잠시 오르막길을 오르다 오른쪽으로 난 조릿대 터널로 들어서면 300m 정도 오르막을 올라 행남등대에 닿는다.

행남등대는 1954년 12월 무인등대로 시작해 1979년부터는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등대 자체는 그다지 볼거리가 아니지만 전망대에서 저동항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저동항으로 가는 또 다른 해안길과 방파제로 이어진 촛대바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동항을 오가는 배들은 허연 포말을 뒤로 남긴다. 마치 파란 도화지에 붓으로 획을 긋는 것 같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독도도 어렴풋이 보인다고 한다.

산책로 명물 아찔한 소라계단

행남등대를 나와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숲길이 이어지고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만난다. 이 구간은 57m의 소라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계단을 소라 모양처럼 빙글빙글 돌아 내려가기에 이름 붙은 것이다. 절벽이 많은 울릉도에선 곳곳에 이같은 소라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색다른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내려가는 동안 층마다 작은 난간이 있어 바다를 전망할 수 있다. 발아래가 까마득해 아찔한 기분이 든다.

소라계단을 내려오면 또 다시 해안길이 이어진다. 이 구간은 주로 철제 구름다리로 이어지는데 이제까지의 다리보다 길면서도 바닥에 구멍이 나있어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을 질끈 감고 걸을 정도로 스릴이 만만치 않다. 두세 군데 정도 흔들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연인들이 잠깐 쉬어가기에 좋다.

해안길을 지나면 저동항에 닿는다. 방파제 중간에 있는 바위는 촛대바위다. 촛대바위에는 아버지를 바다로 보낸 딸이 며칠째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그대로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저동항에는 먹을 곳이 지천이다. 어느 곳을 들어가도 기본은 하는 식당들이다. 하지만 걷기의 마무리는 어판장으로 가서 회 한 접시나 통오징어찜을 시켜 호박막걸리로 하길 권한다. 이제까지 걸었던 길을 되새기며 막걸리 한 잔 마시는 것이 포구와 포구를 잇는 행남해안산책로의 ‘화룡점정’이다.


바다를 시원하게 가르는 배와 해안절벽이 어우러진 산책로 풍광.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해안 식당 ‘용궁’이다.
바다를 시원하게 가르는 배와 해안절벽이 어우러진 산책로 풍광.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해안 식당 ‘용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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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바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산책로.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절벽의 바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산책로.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행남해안산책로 2.6km /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항~저동항

• 걷기 가이드• 

행남해안산책로는 울릉도 도동항여객선터미널 옥상에서부터 바로 시작된다. 옥상에 철계단이 바로 이어져 있고 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해안길로 합류한다. 특별한 갈림길이 없어 길만 따라가면 된다. 산책로인 만큼 걷기에 힘들지 않다. 행남등대 올라가는 숲길에서 조금 오르막이 있다. 기상상황에 따라 해안길이 통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전에 잘 확인해야 한다.

저동항에 도착하면 도동항까지는 약 1시간마다 운행하는 공용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된다. 버스보다는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행남산책로 거리 2.6km, 약 2시간 소요. 도동항~(0.6km)  행남쉼터~(0.5km)행남등대~(0.4km)
소라계단~(1.1km)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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