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홍천강 피서 특집ㅣ팔봉산 르포] 홍천강의 진면목 보려면 팔봉산을 올라라!

월간산
  • 입력 2016.08.08 13: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봉부터 8봉까지 돌아보고 오는 데 3시간 소요

팔봉산 3봉에서 본 홍천강과 4봉의 모습.
팔봉산 3봉에서 본 홍천강과 4봉의 모습.

홍천강 바로 옆에 수석처럼 솟아오른 팔봉산(八峰山·327m)은 빼어난 자연미 덕에 전국의 등산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산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도 주말이면 수도권뿐 아니라 멀리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찾아온 등산객의 웃음소리가 주차장에 가득하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찾는 우리나라의 대표 명산이다.

팔봉산관광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면 산줄기를 따라 불쑥불쑥 튀어나온 암봉들이 눈길을 끈다.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들이 줄지어 능선을 이룬 전형적인 암릉 산행지다. 나지막한 산이지만 주능선의 바위로만 이뤄진 급경사와 절벽을 오르내리다 보면 만만치 않은 산세에 놀라게 된다. 또한 바위 전망대에서 굽이쳐 흐르는 홍천강을 조망하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더운 날에도 3시간 남짓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고, 하산길에 홍천강의 시원한 물로 더위를 식힐 수 있어 더욱 인기다.

수직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홍천강의 모습이 아름답다.
수직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홍천강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렇게 뜨거운 날 그늘 하나 없는 바위산을 오르는 것은 자살행위야.”

취재팀의 노장 산꾼 백은식씨 말대로, 사실 한여름 암릉 산행은 무척 힘들다. 팔봉산 주차장에 도착해 그늘 아래 앉아 있는데 이미 온몸이 땀에 젖어버렸다. 이대로 산에 올랐다가는 탈진할 것이 분명했다. 기온이 조금 떨어지는 오후 늦게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남은 시간 동안 다리 밑 그늘을 찾아 강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더위를 피했다.

오후 4시를 훌쩍 넘길 즈음 산행을 시작했다. 해가 긴 여름에는 조금 늦게 하산해도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위를 피해 힘들이지 않고 팔봉산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야간산행을 각오하고 헤드램프와 간식을 넉넉하게 준비해 팔봉산으로 이동했다.

팔봉산 3봉으로 이어진 긴 철계단.
팔봉산 3봉으로 이어진 긴 철계단.
주차장에서 나와 강 상류 방향으로 조금 이동한 뒤 팔봉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다. 홍천군에서 관광지로 관리하는 곳이라 청소비 명목의 입장료(성인 1,500원)를 받았다. 출입구를 통과해 내려서면 우거진 숲길이 시작된다. 비탈길을 따라 10분쯤 올라가니 창처럼 날카롭게 날이 선 기암이 나타났다. 본격적인 바윗길이 시작된 것이다.

바위 골짜기를 따라 오르니 아찔한 절벽 허리를 타고 길이 이어졌다. 팔봉산은 거칠지만 규모는 작아 제1봉(275m)에 올라서는 데 30분이면 충분했다. 그곳은 멋진 홍천강 조망대였다. 주변에 강원 내륙의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파도처럼 솟구쳐 있고, 소나무가 뿌리내린 그림 같은 절벽 아래로는 짙푸른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런 조망의 즐거움이야말로 힘들게 산을 오르는 목적이라 하겠다.

1봉에서 쇠난간을 잡고 작은 안부로 내려선 뒤, 바윗길을 따라 제2봉 정상에 올라서자 집 두 채가 보였다. 산신당(山神堂)과 이(李)·김(金)·홍(洪)씨 부인을 모시는 삼부인당(三婦人堂)이다. 이씨는 시어머니, 김씨는 딸, 홍씨는 며느리다. 사당에서는 420여 년 전인 조선 선조(1590년대) 때부터 전통적인 부락제인 당산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당산제는 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기 위해 치러졌는데, 근래에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뜻도 겸하고 있다.

2봉 서쪽으로 날카롭게 솟은 3봉이 정면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잠시 내리막길을 따르면 널찍한 쉼터가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북쪽의 강변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갈려나간다. 체력이 달리는 사람들은 곧바로 홍천강으로 내려설 수 있는 샛길이다.

홍천강에 조성된 하산로를 따라 매표소로 돌아가고 있는 등산인들.
홍천강에 조성된 하산로를 따라 매표소로 돌아가고 있는 등산인들.
홍천강을 지르밟고 걷는 듯

긴 계단을 타고 3봉에 오르니 8봉까지의 암봉 모두가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 숲을 뚫고 올라온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동양화처럼 수려했다. 산정에 서니 홍천9경 가운데 팔봉산을 제1경으로 꼽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을 감싸며 돌아가는 홍천강을 발아래 두고 서 있으니, 한 마리 새가 되어 강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팔봉산은 어느 봉우리에서나 시원한 조망을 감상할 수 있어 산행이 즐겁다. 북으로는 홍천강 건너 춘천지맥상의 고깔봉이 솟아 있고, 북동으로는 연엽산과 구절산, 동으로는 금학산이 보인다. 남동쪽에는 매봉산이, 남으로는 두릉산 줄기 뒤로 한강기맥과 도일봉이 하늘금을 이루고 있다. 남서쪽의 용문산과 서쪽 장락산이 눈길을 끈다.

“늦은 오후가 되니 햇볕이 부드러워져서 이제 견딜 만하군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던 염동우씨도 한결 홀가분해진 표정이다. 기온이 떨어지며 걷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서쪽 하늘을 보니 하루 종일 열을 내뿜던 태양이 서서히 힘을 잃고 있었다. 하늘이 황금빛으로 변하며 환상적인 팔봉산의 실루엣이 펼쳐졌다. 정말 멋진 광경이었다.

팔봉산 3봉 정상석.
팔봉산 3봉 정상석.
완전히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조금 서둘러 주능선을 탔다. 4봉을 거쳐 5봉과 6봉, 7봉으로 이어진 산길은 기복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봉우리 중간에 다리를 놓은 곳도 있어 한결 수월하게 능선 산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7봉과 8봉 사이의 안부는 제법 깊어서 한참을 내려서야 했다.

마지막 봉우리로 오르는 길목에는 관리사무소 측에서 ‘초심자와 노약자는 8봉으로 오르지 말고, 이곳에서 강변으로 하산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경고판을 세워 놓았다. 지친 이들은 이곳에서 계곡길을 따라 강으로 내려선 뒤 매표소로 돌아가면 된다.

취재팀은 이미 어두워진 하늘을 보고 마지막 봉우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계곡을 따라 잠시 내려서니 시원한 홍천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행가이드

팔봉산은 해발 327m 높이의 작은 산이지만 줄곧 암봉을 넘어야 하기에 제법 힘들고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 2봉과 3봉, 5봉과 6봉, 7봉과 8봉 사이에 하산로가 나 있어 체력이나 시간에 따라 산행거리를 선택할 수 있다. 하산길은 정비가 잘되어 있어 어려움이 없다. 주능선은 험한 구간에 우회로가 나 있고, 바위 구간은  철다리나 철봉 난간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다. 팔봉산은 등산로가 외가닥인 데다 찾는 이들이 많아 1봉에서 8봉 방향으로만 산행이 가능하다. 1~8봉 코스(2.6km)는 3시간 정도 걸리며, 8봉을 생략할 경우 30분쯤 덜 걸린다. 팔봉산은 바위길과 안전시설물이 미끄러워 폭우 직후 산행을 금지한다. 장마철 홍천강 물이 불어나도 하산로가 잠기기 때문에 입산이 통제된다. 입장료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문의 관리소 033-434-0813.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