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해외 등반 | 몽블랑산군 등반정보] 알프스 최고봉을 향한 가장 아름다운 길

월간산
  • 입력 2016.09.23 10: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몽블랑 퓨트레이 인테그랄 & 에귀아르장티에

에귀 블랑쉬 드 퓨트레이 암릉 등반을 마치고 설릉으로 들어서기 직전 몽블랑을 바라보는 김지성.
에귀 블랑쉬 드 퓨트레이 암릉 등반을 마치고 설릉으로 들어서기 직전 몽블랑을 바라보는 김지성.

퓨트레이 인테그랄(Peuterey Integrale)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4,810m)을 오르는 여러 루트 중에서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우며 다양한 등반기술이 요구되는 루트다. 몽블랑 남쪽 발베니(Val veny)계곡에서 시작하는 이 루트는 크게 5개의 암괴 또는 산봉우리로 몽블랑 정상까지 이어지는 리지 코스로서, 등반거리가 약 4,500m에 이른다.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Aiguille Noire de Peuterey·3,772m)를 시작으로 에귀 블랑쉬 드 퓨트레이(Aiguilles Blanches de Peuterey·4,111m), 그랑 피에 뎅그레(Grand Pilier d'Angle·4,243m), 몬테 비앙코 쿠르마이어(Monte Bianco Courmayeur·4,748m), 그리고 마지막으로 쉽게 걸어서 오를 수 있는 몽블랑 순이다.

몽블랑 퓨트레이 인테그랄 루트

비쉬 정상 직전의 설벽, 이탈리아 쿠르마이어 일원이 내려다보인다.
비쉬 정상 직전의 설벽, 이탈리아 쿠르마이어 일원이 내려다보인다.
첫 번째 암괴인 수직높이 1,100m의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도 크고 작은 6개의 암봉으로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비피데(Pointe Bifides·3,069m), 웰젠바쉬(Pointe Welzenbach·3,355m), 브렌델(Pointe Brendel·3,497m), 오트(Pointe Ottoz·3,586m), 비쉬(Pointe Bich·3,753m) 5개 봉과 마지막으로 정상인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 순이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구간은 5.10 정도 난이도의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는 높이 약 100m의 네 번째 암벽인 오트 봉이다.

주봉인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 정상에 오르기까지 이 5개의 봉우리를 넘어서야 하지만 정작 하강은 세 번의 짧은 구간(약 25m)뿐이다. 하지만 주봉에서는 약 400m를 현수하강해야 한다. 필자는 세 번째 하강루트에서 길을 잘못 찾아 오래된 하강루트로 내려서게 되었고, 더욱이 로프길이(7.5mm×50m, 2동)가 짧아서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었으며, 게다가 낙석으로 인해 로프 외피가 심하게 벗겨지고 캠 2개를 손실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완경사 낙석지대에서는 엉킨 로프를 풀거나 낙석을 피해 가며 조심스럽게 하강해야 했으며, 로프를 회수할 때는 긴장을 조금도 늦출 수 없는 무려 열다섯 번의 힘들고 기나긴 하강시간이었다.

하강을 마친 후 크라베리(Craveri)비박산장으로 가려면 2개의 작은 암봉(Les Dames Anglaises, L'lsolee)을 더 넘어서야 하는데 등반거리에 비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 크라베리 비박산장. 2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 정상에서 하강. 우리 팀의 안전이 걱정됐는지 헬기가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1 크라베리 비박산장. 2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 정상에서 하강. 우리 팀의 안전이 걱정됐는지 헬기가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필자는 두 번째 봉이 어려워 보였다. 게다가 오후 늦은 시각이라서 등반이 불가할 것 같아 좌측 아래로 우회해서 크라베리 비박산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어둡지는 않았지만 밤 9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4명이 쉴 수 있는 작은 움막인 크라베리 비박산장은 척박한 곳에서 훌륭한 숙박지였다.

두 번째 암괴인 ‘에귀 블랑쉬 드 퓨트레이’는 남봉과 북봉이 있으며 크라베리 비박산장에서부터 등반이 시작되는데 가로막은 암벽을 좌측으로 길게 횡단해 우회한 후 암릉으로 올라서게 된다. 다시 글리어미나(Gugliermina)봉 아래 우측 사면을 길게 횡단해 암릉으로 올라선 후 크고 작은 암벽과 암릉 그리고 설릉과 설벽을 지나면 눈 덮인 남봉에 올라서게 된다. 정상인 북봉은 날카로운 설릉을 지나야 한다. 정상은 암벽으로만 형성되어 있고 이곳에서 4번의 현수하강으로 프레니(Freney)빙하에 내려서게 된다.

이곳 하강 또한 로프의 걸림과 낙석으로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고, 작은 빙하이지만 큰 크레바스도 위협적으로 형성된 프레니빙하를 지나야 세 번째 암괴인 그랑 피에 뎅그레를 오를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암괴인 그랑 피에 뎅그레는 프레니빙하를 바닥에 깔고 서있는 암빙설 혼합벽이다. 이번 등반은 시기적으로 조금 이른 까닭에 잔설과 빙벽이 잘 형성되어 있는 좌측 사면 쪽을 택해 올랐다. 설사면을 올라 설릉에 올라서면 몬테 비앙코 쿠르마이어의 설릉과 마지막 설벽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 산괴인 몬테 비앙코 쿠르마이어는 설릉과 설벽으로 길게 정상까지 형성되어 있었지만 빙벽이 구간 구간마다 짧게 나타나곤 했다. 설벽 끝에 형성된 눈처마를 넘어서면 정상능선에 올라서게 되며 이내 몽블랑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1 퓨트레이 인테그랄 루트. 2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 루트
1 퓨트레이 인테그랄 루트. 2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 루트
필자는 저녁안개로 거리를 짐작할 수 없어 체력소모가 더욱 가중되었던 곳이기도 했고, 오후 늦은 시각에서 인지 정상능선에서 만나 강풍으로 정상의 여유를 조금도 가질 수 없었다.

다섯 번째 산괴는 몽블랑 정상이다. 몬테 비앙코 쿠르마이어 정상에서 몽블랑 정상으로 이어진 설릉은 완만한 사면을 10여 분 내려선 후 다시 20여 분 길게 올라서는 쉬운 구간이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 강풍으로 몽블랑 정상에서의 여유도 잠시, 정상에서 40여 분 거리에 있는 무인대피소인 발로(Vallot·4,365m)산장으로 하산했고, 다음날 구테(Gouter·3,863m)산장을 경유해 처음 출발했던 샤모니로 무사히 내려오게 되었다.

샤모니를 출발해 등반기점인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 벽 아래 보레리(Borelli·2,310m)산장에서 1박, 브렌델봉에서 1박(비박) 그리고 에귀 누아르 드 퓨트레이 봉을 넘어 크라베리 비박산장에서 1박하며 몽블랑 정상까지 총 3일이 소요되었고, 하산은 몽블랑 넘어 발로산장에서 한 번 더 1박 후 숙소 알펜로제(Alpenrose)가 있는 샤모니로 내려올 수 있었다. 샤모니를 출발한 지 총 5일간의 등반이었다.

에귀 샤르도네(왼쪽) 와 에귀 아르장티에(오른쪽).
에귀 샤르도네(왼쪽) 와 에귀 아르장티에(오른쪽).
에귀 아르장티에 오리지널루트

샤모니 몽블랑산군에서 몽블랑에 올라본 후 몽블랑처럼 조금 여유 있게 올라볼 4,000m급 산이라면 에귀아르장티에(Aiguille D'Argentiere·3,901m)를 꼽을 수 있다. 위치적으로 몽블랑산군에서 몽블랑이 서쪽 끝이면, 에귀 아르장티에는 동쪽 끝이다. 따라서 샤모니 몽블랑산군 양쪽 끝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모두 볼 수 있다. 아르장티에 빙하 주변은 거대한 벽들이 많아서 클라이머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등반기점인 아르장티에산장은 샤모니에서 셔틀버스나 열차를 타고 아르장티에 시내에 접근한 다음 도보 접근하거나 또는 케이블카를 타고 로낭(Lognan·1,930m) 혹은 그랑몽테(Grands Montets·3,297m) 케이블카 정류장까지 간 다음 접근한다.

로낭에서는 4시간 정도 올라가야 하고, 그랑몽테에서는 1시간 정도 내려가야 한다. 필자는 처음부터 걸어서 올랐다. 흙길, 숲길, 눈길, 돌길, 빙하를 차례로 지나며 알프스의 정취를 탐닉할 수 있는 길로, 6시간 남짓 걸려 아르장티에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르장티에 정상에서 필자, 에귀 베르트와 드로와트 그리고 더 멀리 몽블랑(맨왼쪽)이 보인다.
아르장티에 정상에서 필자, 에귀 베르트와 드로와트 그리고 더 멀리 몽블랑(맨왼쪽)이 보인다.
산장 맞은편 아르장티에빙하 위에는 에귀 베르트(Aiguille Verte · 4,201m), 드로와트(Les Droites · 4,000m), 쿠르트(Les Courtes · 3,856m), 에귀 뒤 트리오렛(Aiguille de Triolet · 3,870m)과 같은 명봉우리들이 연봉을 이루며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에귀아르장티에 쪽 산장 뒤편에도 암릉 길은 물론 화강암 암벽과 암봉들이 즐비하고 크랙도 잘 발달되어 있다. 암벽등반 루트가 많다는 사실을 저녁식사 시간에 영국 클라이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르장티에산장은 저녁·아침식사와 숙박비를 포함해서 이용료를 받는다. 프랑스산악회원이면 52유로, 회원이 아니면 67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회원은 숙박비만 할인받는다. 산장 안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도 되지만 저녁식사만큼은 맛있는 산장 음식을 사먹는 게 바람직하다. 필자는 다음날 등반을 위해 아침식사(오전 4시)도 예약했다. 아침 메뉴는 빵, 플레이크, 주스, 우유, 커피 정도이다.

1 정상 능선. 2 아르장티에빙하와 산장.
1 정상 능선. 2 아르장티에빙하와 산장.
에귀 아르장티에 등반은 대개 미유(Milieu)빙하를 따라 오르는 쉬운 설사면과 설벽을 오르는 오리지널 루트를 따른다. 마지막 약 300m 설벽과 짧은 설릉을 지나면 정상에 오르는데, 군데군데 크레바스가 있어 등반자 간 안자일렌이 필요하며, 마지막 설벽 구간을 안전하게 오르려면 2자루의 피켈이 필요하다.

필자는 오전 5시에 산장을 떠나서 3시간이 조금 지나 정상에 도착했다. 하산은 올랐던 루트로 다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나, 정상 능선 상의 설릉과 암릉을 돌아서 오른쪽 아미티세(Amethystes)빙하로 내려서는 원점회귀 루트도 흥미로워 보였다. 정상에선 에귀 베르트 연봉과 즐비한 벽들, 그 뒤로 몽블랑과 그랑드조라스 연봉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1 미유빙하, 뒤로 에귀 베르트. 2 산장에서 본 쿠르트 봉과 드로와트 봉.
1 미유빙하, 뒤로 에귀 베르트. 2 산장에서 본 쿠르트 봉과 드로와트 봉.
하지만 이 루트는 좁은 협곡을 이루어 군데군데 눈사태 위험이 있다. 특히 마지막 정상 사면이 눈사태 위험이 커 보였다. 실제 몇 년 전 눈사태 사고도 있었던 곳이다. 폭설 직후나 기온이 높을 때에는 등반을 피하고, 되도록 이른 시간에 등반을 시작해 오전 중에 등반을 마쳐야 하는 곳이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키워드

#유럽/알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