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화제의 신간 | <해설 대동여지도>] <대동여지도>, 한글과 채색으로 다시 태어나다

월간산
  • 입력 2017.06.22 13: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땅의 지리와 역사를 지도와 함께 읽는 <해설 대동여지도> 출간

도편을 담당한 최선웅씨와 해설을 맡은 민병준씨가 3년 만에 출간되는 <해설 대동여지도>를 펼쳐든 채 진선북카페 앞마당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도편을 담당한 최선웅씨와 해설을 맡은 민병준씨가 3년 만에 출간되는 <해설 대동여지도>를 펼쳐든 채 진선북카페 앞마당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우수하고 가장 실용적인 지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 귀중한 지도가 <해설 대동여지도>(진선출판사)로 다시 태어난다.

1861년(철종 12) <동여도東輿圖>를 기반으로 제작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물줄기, 고을과 도로 등 자연과 인문 지리 정보가 모두 담겨 있어 전국의 지리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지도로 평가받고 있다. 기호 사용으로 지도 읽기에 편리하고, 방안표로 축척을 알 수 있으며, 도로 위에 10리 방점을 찍어 거리까지 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늘날의 지도와 유사하다.

총 120매에 이르는 도엽을 모두 이으면 3.8m×6.7m의 어마어마한 크기지만, 접으면 가로 19.8cm, 세로 29.8cm로 제책할 수 있어 휴대 또한 편리했다. 무엇보다 목판 인쇄본으로 제작해 널리 보급할 수 있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지도였다.

한국 사학계의 거두 고 이병도 선생은 “종래의 산천지도와 도리표를 참고해 좀더 간편하고 실용적이며 과학성을 집대성한 지도로, 실측지도가 나오기 전까지 이만큼 신뢰성과 실용적 가치를 지닌 지도는 없었다”고 <대동여지도>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고산자>(2009, 박범신 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2016, 이재운 저), <대동여지도>(2016, 임나영 저) 등 수십 권의 소설과 답사기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왔고, 차승원 주연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2016년, 원작 박범신의 <고산자>)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인들로서는 접하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설령 접한다 해도 산줄기와 물줄기, 도로와 기호 등이 모두 먹으로 표기돼 있어 구분이 쉽지 않았고, 지명이 한자 약자나 속자로 표기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자 · 한글 병기하고 색인 더한 컬러 지도

총 120매의 도엽을 이어붙인 대동여지도 전도 축소판과 6월 중순 출간되는 <해설 대동여지도>.
총 120매의 도엽을 이어붙인 대동여지도 전도 축소판과 6월 중순 출간되는 <해설 대동여지도>.
오는 6월 10일 발간 예정인 <해설 대동여지도>의 가장 큰 특징은 <대동여지도> 원본, 총 1만1,660여 개에 달하는 한자 지명에 모두 한글을 병기함으로써 누구든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한자 지명은 가능한 한 지도에 표기된 한자(약자 또는 속자) 그대로 수록했다.

또한 육지와 수부水部, 행정경계, 조선 10대 도로, 지도표 등을 채색해 구분이 쉽도록 했다. 특히 <대동여지도>에 미처 그려 넣지 못한 독도인 우산도于山島와 거문도인 삼도三島를 추가하고 오자와 탈자를 수정해 조선의 전국지도로서의 면모를 되살렸고, 지명을 찾아볼 수 있는 한글·한자 지명 색인을 부록에 실어 편리함을 더했다.

색인은 현대 지도와 같은 형식으로 한글명(한자명), 지도표 분류, 지도명 및 층-면수, 쪽수, 색인부호 순으로 기록해 찾아보기 쉽게 했다.

지도 오른쪽에 지명에 대한 지리적·역사적·문화적 해설을 곁들였다는 점 또한 이 책의 큰 특징이다. <대동여지도>는 고지도인 까닭에 한자 옆에 병기한 한글 지명만으로는 그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지명의 변화도 이해를 더 어렵게 했다.

조선 후기의 편집 지도라 지금의 실제 지형과는 차이가 있는 지역도 적지 않았다.

도편圖輯: 지도편집을 맡은 최선웅(73)씨는 평생을 지도 제작에 전념해 온 지도제작자이자 고지도 연구가. 1969년 국내 최초의 산악전문지이자 <월간 山>의 전신인 <등산>을 창간했으며, 1974년 지도 제작에 입문해 현재까지 ‘지도’라는 한 우물만 파온 지도제작 장인이다. ㈜매핑코리아 대표, <계간 고지도> 편집장을 거쳐 현재 한국지도학회 부회장, 한국고지도연구학회 이사, 한국지도제작연구소 대표로 활동 중이다.

지도 해설을 담당한 민병준(54)씨는 월간 <사람과 산>과 월간 <마운틴> 편집장에 이어 <월간 아웃도어> 편집주간을 역임했고, 3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직접 <대동여지도>를 들고 백두대간을 비롯해 이 땅의 산하에서 두루 발품을 팔며 산악, 향토문화, 길 관련 전문 작가 및 연구가로 활동해 왔다.

산악계 선후배 관계이기도 한 두 저자는 2005년경 <대동여지도>의 대중화를 위해 해설서를 내자고 의기투합했으나, 실제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15년.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후 저자 두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쌓아 온 노하우와 열정을 바탕으로 지도를 편집하고 집필에 매달렸으나 출간하기까지 꼬박 3년간의 공이 들었다.

최선웅씨는 1만1,660여 개에 달하는 한자로 된 지명을 일일이 한글로 번역해 입력하는 과정을 해냈고, 지도의 가로 세로에 색인 티크를 넣어 지명 하나하나의 위치를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 지도의 도엽 위치도와 행정구역 색인도를 지도 좌우 상단에 배치해 지도 읽기의 편리함을 극대화했다.

최선웅씨는 “이제는 시대적으로 대동여지도를 제대로 짚어줘야 할 때다 싶어 해설 대동여지도 지도편찬에 뛰어들었는데, 도편 작업을 하는 사이 김정호의 고뇌와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며 “대동여지도에서 미처 그려 넣지 못한 우산도와 삼도를 추가해 명실상부한 조선 전국지도로서의 면모를 되살렸다는 게 큰 보람”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고지도에 맞춰가며 지명을 찾아내고, 오자를 발견해 바로잡고, 지명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은 감격스럽기도 했다”며 제작 과정에 대해 얘기했다.

<해설 대동여지도> ‘백두산편’. 고지도의  한자 지명에 한글 지명이 덧붙여져 있고, 자세한 해설이 옆에 실려 있다.
<해설 대동여지도> ‘백두산편’. 고지도의 한자 지명에 한글 지명이 덧붙여져 있고, 자세한 해설이 옆에 실려 있다.
최씨는 “김정호의 시대는 새문명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전국지도가 드문 시절이라 시대적으로 대동여지도 같은 지도의 필요성이 절실했을 것”이라며 “대동여지도는 무엇보다 비변사에서 군사 목적으로 제작을 의뢰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김정호의 원작 <대동여지도> 제작 배경에 대해 추측했다.

지명 해설을 맡은 민병준씨는 “수십 년간 취재 답사를 다닌 남한 지역은 큰 문제 없었지만, 북한 땅은 20여 년 전 백두산 산행을 할 때 천지를 굽어보며 5호 경계비를 만져본 게 전부인 데다 자료가 턱 없이 부족해 무척 애를 먹었다”며 “그래도 대동여지도 속 우리 산하에 새겨진 오솔길을 걷고, 강을 건너고, 산에 오르다 보면 어느덧 ‘조선의 나그네’가 된 나를 발견하곤 했다”고 했다.

민씨는 “이순신 장군의 첫 근무지인 함경도 삼수의 동구비보童仇非堡, 이순신 장군이 처음 백의종군을 했던 녹둔도 등에 대해 서술할 때는 가벼운 흥분에 몸을 떨기도 했다”고 했다.

지도 제작에는 최선웅씨의 맏딸과 셋째 딸도 큰 역할을 해냈다. 맏딸 지혜(38)씨는 지도 디자인을 담당했고, 남편이 살고 있는 미국행을 3년이나 미루고 작업에 매달린 셋째 딸 지선(36)씨는 편집을 담당했다.

최선웅씨는 “남북통일을 앞두고 한반도의 북쪽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며 “그에 앞서 우리 국토에 대해 관심 많은 등산인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리 역사 교사들에게도 좋은 교육 자료로 사용될 수 있으리라 여긴다”고 했다.
민병준씨는 또한 “<해설 대동여지도>는 이 땅의 역사와 지리에 관심 있는 일반인부터 관련 분야의 모든 전문가까지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이자 충실한 연구 자료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제 지도 제작을 위해 한평생 치열하게 살아온 김정호의 삶에 대한 글을 쓸 차례”라고 <해설 대동여지도>에 이은 집필 주제에 대해 슬며시 얘기하기도 했다.

출판업계 최악의 불황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제작비용이 들어가는 고지도 번역서 출간을 결심한 진선출판사 허진 사장은 “‘냉철한 지도쟁이’ 부녀와 ‘낭만주의 답사가’가 수년간 힘을 합쳐 만든 역작”이라며, “다양한 지질을 이용해 가제본을 다섯 번이나 만들었을 만큼 정성을 기울인 지도책이니 만큼 우리나라의 지리 역사에 대해 당연히 관심 가져야 할 등산인들께서도 이 책을 사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제작 배경과 과정
여러 자료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동여도> 기반

19세기 조선은 내부적으로 세도 정치와 민란으로 정치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고,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서양의 배들이 조선의 해안가에 출몰해 통상을 요구해 와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고 전쟁에 활용 가능한 군사 지도가 절실해졌다.

또한 상업과 유통의 발달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전국이 자세히 표시되고 이용과 휴대가 편리한 지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모두 반영하면서도 정확하고 상세한 전국지도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그림과 조각 등에 재주가 많고 지리학에 열정이 깊었던 김정호는 1834년(순조 34년) <청구도>를 제작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김정호는 최한기, 최성환, 신헌 등 당대 지식인들과 교류하면서 지리 관련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했고, 1857년(철종 8)에는 여러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전국지도인 <동여도>를 만든 데 이어 마침내 1861년(철종 12)  <동여도>를 기반으로 한 목판본  <대동여지도>를 완성했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