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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여름 알프스 특집 | 융프라우] 안락함 속의 알프스 명풍경 조망 여행

월간산
  • 입력 2017.10.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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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요흐 투어~묀히산장 & 아이거 북벽 트레일 트레킹

알프스 트레킹은 설산과 초원, 숲길 잇기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다. 트레킹단이 아이거 북벽 트레킹을 마치고 알피글렌역으로 내려서고 있다.
알프스 트레킹은 설산과 초원, 숲길 잇기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다. 트레킹단이 아이거 북벽 트레킹을 마치고 알피글렌역으로 내려서고 있다.

주로 스위스 지역을 일컫는 중부 알프스는 베르너오벌란트Berner Oberland와 발리스알프스Walliser Alpen 2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발리스알프스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이룬 알프스 2위 고봉 몬테로자(4,609m)와 마터호른(4,478m)을 대표로 하는 명봉들이 솟아있는 산군이고, 베르너오벌란트는 융프라우Jungfrau(4,158m)와 아이거Eiger(3,970m)로 대표되는 산군이다.

그중 융프라우·아이거 일원은 알프스에서도 트레커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지역으로 이름나 있다. 국제공항이 들어선 취리히와 제네바에서 3시간 안팎이면 접근이 가능한 철길이 놓여 있다. 아이거 북벽과 묀히Monch(4,099m)를 관통하며 ‘세계의 지붕Top of Europe’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3,454m)를 비롯해 여러 명소로 이어지는 등산열차와 케이블카가 잘 조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브리엔츠와 툰 호수 사이 명품도시 인터라켄Interlaken(567m)과 산악마을 그린델발트Grindelwald(1,34m)를 비롯해 크고작은 산마을에 숙소와 식당, 장비점 등 관광 인프라가 잘 형성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융프라우 트레킹은 알프스 트레킹 일정의 마지막 여정이었다. 15명의 트레킹단이 샤모니에서 투르드몽블랑 트레일~쿠르마유르~브레우일 체르비니아~체르마트로 이어지는 트레킹을 마친 뒤 열차를 타고 인터라켄을 거쳐 그린델발트에 도착했을 때는 피곤함 대신 생기가 돌았다. 무엇보다 장비점과 기념품가게, 식당 등 여행객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고, 산마을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무거운 배낭을 지지 않은 채 3일간 트레킹한다는 게 마음 편하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린델발트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다운타운로지는 시즌 막바지여서 투숙객이 많지 않아 편안함에 자유로움이 더해졌다.

묀히산장을 오가는 트레커들. 묀히산장은 묀히를 비롯, 주변 산봉 등반을 위해 지어졌으나 이제는 트레커들에게 쉼터이자 조망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묀히산장을 오가는 트레커들. 묀히산장은 묀히를 비롯, 주변 산봉 등반을 위해 지어졌으나 이제는 트레커들에게 쉼터이자 조망 명소로 자리 잡았다.
초원길 따라 아이거 북벽 기슭으로 이어지는  트레일.
초원길 따라 아이거 북벽 기슭으로 이어지는 트레일.
설산 풍광과 즐거움 더해진 융프라우요흐 여행

숙소에 짐을 푼 일행은 모처럼 평소 익숙한 중화요리로 저녁식사를 하던 중 남은 3일 일정에 얘기를 나누었다. 결국 이튿날 하루 외에는 3일간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하이라이트인 융프라우요흐 트레킹으로 피날레를 장식하자는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튿날 고철준·김수영씨는 융프라우요흐에서 시작하는 묀히 등반을 위해 아침밥도 거른 채 서둘러 출발하고, 나머지 일행은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 8시경 그린델발트역에서 융프라우요흐로 향했다.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설산과 바위산이 이어진 알프스 산봉을 감상하는 것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만큼 편안한 여행이었다. 샤모니 도착 이후 처음 맞는 편안함이었고, 일행 대부분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누리려는 모습이었다. 특히 베르너 오벌란트의 명봉 트리오로 꼽히는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로 이어지는 설산 풍광은 일행 모두를 감탄스럽고 즐겁게 했다. 

아이거 북벽을 끼고 클라이네 샤이데크(2,061m)까지 오른 다음 열차를 갈아타고 아이거 글레처(2,320m)를 거쳐 아이거와 묀히를 관통하는 터널로 들어섰다. 착공 16년 만인 1912년 8월 개통한 9.34km 길이 터널은 암흑세계가 아니었다. 터널 중간역인 아이스미어Eismeer(3,160m)에서 유리창 너머로 눈에 들어온 아이거 북벽은 섬뜩하리만치 위압적인 반면, 초록빛의 그린델발트 일원은 알프스 전형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풍광으로 가슴 설레게 했다.

아이거 북벽 트레일 들머리에 있는 유명 등반가들의 사진과 핸드프린팅. 지난 봄 에베레스트에서 사고 당한 율리 스텍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속도 등반가였다.
아이거 북벽 트레일 들머리에 있는 유명 등반가들의 사진과 핸드프린팅. 지난 봄 에베레스트에서 사고 당한 율리 스텍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속도 등반가였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묀히산장으로 이어지는 눈길은 낭만 넘치는 트레일이다. 일행 뒤로 알프스 최장의 빙하인 알레치빙하가 뻗어 있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묀히산장으로 이어지는 눈길은 낭만 넘치는 트레일이다. 일행 뒤로 알프스 최장의 빙하인 알레치빙하가 뻗어 있다.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하자마자 굴을 빠져나가 묀히산장으로 향했다. 해발 3,650m 높이 묀히 동쪽 벼랑에 세워진 묀히산장은 묀히를 비롯해 주변 봉우리를 목표 삼은 등반객들을 위해 지어졌으나 이제는 트레커를 위한 조망 쉼터로 인기 높은 곳이다.

굴을 빠져나오자마자 묀히가 긴 능선을 이룬 채 솟아 있고, 뒤로는 이 지역 최고봉 융프라우가 웅장한 자태로 솟구쳐 있었다. 오른쪽으로 뻗어내린 장대한 빙하 또한 볼거리다. 묀히산장 가는 길은 1.7km 길이의 완경사 슬로프. 설상차가 수시로 설사면을 다져놓아 한낮에도 눈이 깊이 빠지지 않아 걷기에도 좋았다. 쾌청한 날씨는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아쉽네요. 저 빙하를 걸어봤어야 했는데….”

유동진씨와 최경자씨는 슬로프 오른쪽으로 아스라이 느껴질 만큼 길게 뻗어 내린 200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알프스 최장의 융프라우-알레치빙하를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23km 길이의 알레치빙하 트레킹은 융프라우요흐에서 빙하를 타고 한나절 거리인 콩코르디아산장까지 내려가 하룻밤 묵고 이튿날 퇴석빙하를 따라 내려가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산릉을 넘어 열차가 닿는 브리그까지 잇는 여정이다. 숨은 크레바스가 많아 가이드를 동행해야 하는 빙하 트레킹이다.

묀히를 오르는 등반객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이제 오전 10시밖에 안 됐는데 설릉을 따르는 클라이머들은 줄을 잇고, 이미 정상에 선 이들도 보였다. 고철준씨와 김수영씨는 설릉 아래 바위 능선을 오르며 묀히산장으로 향하는 우리를 보고는 손을 흔들어댄다.

융프라우요흐 터널 입구에 마련된 안락의자에서 순백의 알프스 정취에 흠뻑 취해 있는 유동진씨와 권경자씨.
융프라우요흐 터널 입구에 마련된 안락의자에서 순백의 알프스 정취에 흠뻑 취해 있는 유동진씨와 권경자씨.

묀히산장에 닿자 더욱 멋들어진 풍광이 반겨준다. 정면으로는 피셔호른Fischerhorn(4,049m)이 날카로운 설릉을 이룬 채 솟아 있고, 왼쪽으로 새하얀 도화지 같은 설원으로는 아이거로 이어지는 족적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우리만 즐거운 게 아니었다. 세계 각국에서 산장을 찾은 이들 모두 알프스의 찬란하리만치 아름답고 신비감 넘치는 풍광을 숨죽이며, 또 감탄하며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그런 풍광을 즐긴 뒤 산장에 들어선 탓인지 모두 표정이 즐겁다. 차를,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발랄한 여종업원들과 기념촬영도 하며 얘기꽃, 웃음꽃을 활짝 피운다. 예서는 스무 살짜리 대학 프레시맨이나 70대 초반 노인도 천진스런 어린아이가 되고 말았다.

점심때가 되자 융프라우요흐로 이어지는 눈길은 장터를 연상케 할 만큼 많은 여행객들로 붐볐고, 눈썰매와 같은 설상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일행도 덩달아 들떴다. 특히 젊은이들이 기념 촬영하는 곳이면 슬며시 다가가 그들의 익살스런 포즈를 흉내 내가며 사진을 찍곤 했다.

융프라우요흐 터널을 따라 아이거 터널 공사 당시 사진과 채굴장비 등을 전시한 알파인 센세이션, 알레치빙하를 뚫고 깎아 만든 얼음궁전, 융프라우요흐 전망대, ‘린트 스위스 초콜릿 천국’ 등을 둘러보고, 점심식사 후 조망대에서 다시 한 번 융프라우 일원의 설산 조망을 즐긴 일행은 하행 열차를 타고 아이거글레처로 이동했다.

아이거 북벽 트레일 도중에 만나는 무명폭포. 아이거 북벽에서 눈 녹은 물이 힘차게 흘러내린다. 폭포 왼쪽은 알프스 등반사에 등장하는 베터호른.
아이거 북벽 트레일 도중에 만나는 무명폭포. 아이거 북벽에서 눈 녹은 물이 힘차게 흘러내린다. 폭포 왼쪽은 알프스 등반사에 등장하는 베터호른.
알피글렌 레스토랑. 아이거 북벽을 등진 채 융프라우 일원의 아름다운 풍광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알피글렌 레스토랑. 아이거 북벽을 등진 채 융프라우 일원의 아름다운 풍광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북벽 위용과 알프스 풍광 겸비한 ‘아이거 트레일’

아이거글레처역에 내리자 역 직원은 우리가 아이거 워크를 걷겠다는 얘기에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열차 이용을 권했다. 하지만 하늘의 구름은 적어도 서너 시간은 참아줄 듯싶었다.

역에서 계단길 따라 언덕에 올라서자 스키리프트 터미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2012년 아이거 북벽 등반 전날 그 아래에 텐트를 치고 잘 때 텐트 안으로 들어와 빙벽화를 물고 나가려다 실패하자 두어 시간 뒤 코펠을 물고 굴로 도망간 절름발이 여우가 생각나 혼자 웃음 지었다.

산 아래로는 산중 호수가 보인다. 2012년 융프라우요흐 터널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인공호수로, 아이거 북벽을 오르다 사고 당한 이들의 추모비가 호숫가를 따라 놓여 있다.

스키리프트 건물을 지나자 아이거 북벽에서 기록적인 등반을 해낸 클라이머들의 사진과 기록, 핸드프린트가 암벽에 조성돼 있었다. 율리 스텍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아이거 북벽을 2시간대에 등반하고, 안나푸르나 남벽을 당일에 해내는 등, 스위스가 자랑하는 속도 등반가였다. 그는 지난 봄 에베레스트 서릉~남동릉 단독 횡단 등반에 앞서 고소 적응을 위해 시도한 눕체 등반 도중 추락사했다.

융프라우 트레킹 기점인 그린델발트, 다양한 숙소와 식당뿐 아니라 등산열차 환승역이 있는 곳이다.
융프라우 트레킹 기점인 그린델발트, 다양한 숙소와 식당뿐 아니라 등산열차 환승역이 있는 곳이다.
아이거글레처와 클라이네사이데크 사이의 인공호수. 융프라우 터널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인공호수로, 호숫가를 따라 북벽 등반중 사고 당한 클라이머들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아이거글레처와 클라이네사이데크 사이의 인공호수. 융프라우 터널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인공호수로, 호숫가를 따라 북벽 등반중 사고 당한 클라이머들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가파른 트레일을 따라 조망 쉼터가 마련된 언덕에 올라서자 수직고 1,800m 높이 아이거 북벽이 위용을 드러냈다. 우리 일행뿐 아니라 외국 트레커들도 조망대 안내판에 그려진 등반로와 아이거 북벽을 번갈아 살펴보며 북벽의 웅대함에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망대에서 그린델발트로 이어지는 트레일은 아름다운 알프스 풍광을 맘껏 누릴 수 있는 낭만의 트레일이었다. 간간이 아이거 북벽에서 낙석이 떨어져 놀라게도 했지만 아름다운 풍광이 발아래 펼쳐지고 커다란 방울을 매단 소들이 풀을 뜯거나 잔디밭에 주저앉아 있는 모습은 감흥을 돋워 주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일행은 융프라우요흐 관광, 묀히산장 트레일~아이거 북벽 트레일로 이어지는 편안한 트레킹 여행을 즐겼음에도 알피글렌역으로 내려서기 전 야외식당이 눈에 들어오자 너나할 것 없이 의자에 앉았다.

그곳에서의 저녁식사 시간은 모두에게 또 다른 감흥을 주었다. 식당 건물 뒤편에는 아이거 북벽이 든든하게 솟아 있고, 앞에는 멋들어진 알프스가 펼쳐진 멋진 성찬이었다. 두어 시간의 식사시간이 끝날 즈음 하늘은 먹구름이 꽉 찼다. 그런데도 서두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 모두 알프스 풍경화 속의 산객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인터라켄의 지붕’ 하더 쿨룸. 급경사를 휘니쿨러로 올라 주변 호수와 산봉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인터라켄의 지붕’ 하더 쿨룸. 급경사를 휘니쿨러로 올라 주변 호수와 산봉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린델발트 피르스트의 클리프워커.
그린델발트 피르스트의 클리프워커.
융프라우 즐기기

융프라우요흐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다. 융프라우철도는 융프라우요흐 외에 5개 노선과 1개 제휴 노선이 있다. 총길이 90km, 경유역이 37개에 이르러 취향에 따라 다양한 트레킹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트레일은 아이거글레처에서 알피글렌Alpiglen으로 이어지는 아이거 트레일(5.7km, 2시간30분)이며, ‘비밀의 화원’ 슈니케플라테’~‘액티비티 천국’ 피르스트를 잇는 능선은 베터호른에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등, 파노라마로 펼쳐진 베르너 오벌란트의 명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피르스트에서는 짚라인, 마운틴 카트, 트로티 바이크 등 재미있는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고, 절벽에 설치해 놓은 클리프워크를 걸으며 긴장감과 함께 아이거 북벽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클라이네샤이데크~아이거 글레처 아이거 워크, 맨리헨~클라이네샤이데크 트레일, 알프스 청정 자연의 구름 속 마을 뮤렌 여행, 인터라켄 호수 투어 등 다양한 여행거리가 많은 곳이다. 여행 중 클라이네샤이데크 역 카페거리와 알피글렌 식당에서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꼭 갖도록 한다. 느긋함 속에서 또다른 알프스 풍광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융프라우요흐 일원에서 다양한 풍광을 즐기는 트레킹과 액티비티를 즐기려면 적어도 3일 이상 잡아야 하며, 융프라우열차 패스를 이용해야 한다. 융프라우 VIP 패스를 구입하면 아이거 글레처~융프라우요흐의 1회 왕복과 인터라켄 동역~라우터브룬넨, 그린델발트, 벵엔, 뮈렌 등의 무제한 탑승, 융프라우요흐에서 컵라면 무료 제공, 피르스트 플라이어(29CHF) 무료(여름시즌은 50% 할인) 혜택 등이 주어진다.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에서 발행하는 할인쿠폰을 이용하면 현지에서 할인요금으로 패스를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2-756-7560, www.jungfra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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