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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나의 산행패션 | 오지 자전거 여행가 이남석·이은실 부부] "대충 가져가면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발목 잡아요"

월간산
  • 입력 2017.12.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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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부피가 작은 장비 준비하고, 잠자리 편해야 피로 회복 가능

이남석(57) 성동공고 교사는 히말라야 자전거 여행 전문가다. 방학을 활용해 20년 전부터 세계 곳곳의 오지를 누볐으며, 10년 전부터 자전거 여행을 해왔다. 특히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말라야 오지 곳곳을 자전거로 누볐다. 2011년 파키스탄에서 중국에 이르는 카라코룸 하이웨이 1,000km 다녀왔으며, 2012년 인도 라다크 히말라야 1,000km, 2013년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 800km, 2014년 인도 라다크·카슈미르 1,000km, 2016년 인도 잔스카르 600km 등을 다녀왔다.

아내 이은실(53)씨 역시 여간한 남성 라이더는 어렵지 않게 제칠 정도로 자전거를 잘 탄다. 이은실씨는 된장 전문가로 맛좋은 유기농 된장을 선별해 판매하는 된장 전문 쇼핑몰 ‘된장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자전거 부부는 2014년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를 잇는 자전거 여행을 했으며, 2015년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에 이어 2016년에는 스페인~모로코 자전거 여행을 함께했다.

부부의 집은 살림살이가 아닌 자전거로 붐빈다. 모두 7대의 자전거가 있다. 출퇴근 시 타는 로드용, 산에서 타는 MTB, 속도 내기 위한 사이클, 오지 여행 때 타는 자전거를 부부가 각각 가지고 있다.

사진 속 자전거는 히말라야 여행 때 타는 오지 전용이다. 모두 이남석씨가 개별 부품을 구입해 조립했다. 그는 “요즘 나오는 완성된 여행용 자전거로는 히말라야에서 버티기 어렵다”며 “구동계가 고장 나고 계속 펑크 나고, 나사가 풀려서 부품이 빠진다”고 한다.

그가 조립한 자전거는 비포장임도에 최적화된 것으로 무거운 알루미늄 프레임을 썼다. 거친 환경이기에 튼튼함이 최우선이라 가벼울 필요가 없고, 스스로 수리하기에 편한 부속을 사용했다. 때문에 고가의 완성 자전거에 비해 저렴한 편이며 “가장 검증된 부품들로 튼튼하게 조립했다”고 한다.

브레이크는 유압 방식이 아닌 와이어 방식이다. 히말라야 오지에서 유압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고칠 방법이 없어, 튼튼하고 수리가 용이한 와이어 브레이크를 쓴다. 뒷바퀴에 짐을 거치하는 짐받이를 양쪽으로 설치했다. 토픽 제품으로 튼튼하고 가성비가 뛰어나다. 중요한 것은 방수가 되는 페니어 가방을 쓰는 것. 그가 쓰는 독일제 오트리브 페니어백은 전 세계 자전거 여행자들의 95%가 사용하는 검증된 장비다. 그는 “복장과 장비는 반드시 폭우 속에서도 달릴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핸들바에 거치하는 가방은 자주 꺼내야 하는 것을 수납하기 편리하다. 다만 핸들 조향이 불편해지지만, 자전거 뒤편에 짐을 많이 거치하므로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핸들바 백’을 앞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지여행가답게 이남석씨는 수도승 같은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다. 복장도 브랜드보다는 실용성을 중요시 여긴다. 부부가 입은 복장은 초겨울 라이딩 복장이며, 영하 5℃ 이하로 내려갈 경우 여기에 다운재킷을 껴입는다. 이남석씨의 재킷은 방수방풍용 자전거 전용 재킷으로 고가의 기능성 소재가 아니라서 막 입기 좋다. 안에 받쳐 입은 옷은 독일 브랜드인 콜라텍 겨울 방풍 저지(자전거 전용 재킷)이며 내피가 융이라 따뜻하다. 방풍 재킷과 방풍 저지, 기능성 내의 조합이면 초겨울 라이딩은 거뜬하다.

바지는 자전거 전용이 아닌 독일 바우데 클라이밍 바지다. 등산 바지임에도 폴라텍 소재를 기본으로 앞쪽에 방풍 소재가 덧대어 있어 자전거 탈 때 유리하다. 이은실씨 역시 같은 바지이며, 상의는 스웨덴 하그로프스 방수방풍 재킷을 입었다. 이은실씨가 쓴 독특한 헬멧은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스펀지 소재라 짐을 꾸릴 때 구겨서 넣기 좋고, 부피가 작고, 가벼워 해외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편리하다.

 1 코베아 2인용 텐트. 설치가 쉽고 전실이 있어 편하다. 
 2 오트리브 페니어백. 수납성과 방수성이 우수하다. 
 3 아쿠아팩. 방수 가방으로 침낭을 수납한다. 
 4 파타고니아 방수 바지. 
 5 페츨·블랙다이아몬드 헤드랜턴. 
 6 크록스 샌들. 
 7 발포 매트리스. 
 8 MSR 리액터 1.5리터 용기. 
 9 MSR 위스퍼라이트 인터내셔널 버너. 등유·휘발유 겸용이라 편리하다. 
 10 비니, 담요, 음식용 가위. 
 11 양념 조리통. 
 12 코베아 듀얼프레임 호스 버너. 비상용 버너로 사용. 
 13 티타늄 수저와 시에라컵. 
 14 달걀 보관통. 장기간 여행 고른 영양분 섭취를 위해 필요. 
 15 MSR 프라이팬 등 식기류. 
 16 보온병. 
 17 대용량 선크림. 
 18 수낭. 
 19 도마와 식칼. 
 20 나침반. 
 21 예비 변속기를 비롯한 각종 나사와 장비, 수리 도구. 
 22 휴대용 에어 펌프. 
 23 자전거 헬멧. 
 24 루디 고글.
1 코베아 2인용 텐트. 설치가 쉽고 전실이 있어 편하다. 2 오트리브 페니어백. 수납성과 방수성이 우수하다. 3 아쿠아팩. 방수 가방으로 침낭을 수납한다. 4 파타고니아 방수 바지. 5 페츨·블랙다이아몬드 헤드랜턴. 6 크록스 샌들. 7 발포 매트리스. 8 MSR 리액터 1.5리터 용기. 9 MSR 위스퍼라이트 인터내셔널 버너. 등유·휘발유 겸용이라 편리하다. 10 비니, 담요, 음식용 가위. 11 양념 조리통. 12 코베아 듀얼프레임 호스 버너. 비상용 버너로 사용. 13 티타늄 수저와 시에라컵. 14 달걀 보관통. 장기간 여행 고른 영양분 섭취를 위해 필요. 15 MSR 프라이팬 등 식기류. 16 보온병. 17 대용량 선크림. 18 수낭. 19 도마와 식칼. 20 나침반. 21 예비 변속기를 비롯한 각종 나사와 장비, 수리 도구. 22 휴대용 에어 펌프. 23 자전거 헬멧. 24 루디 고글.

두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비 중 하나는 고글이다. 바람, 먼지, 벌레, 자외선을 막아 주는 안전장구이기에 중요하고 날이 어두워지거나 터널 안에서도 잘 볼 수 있어야 하기에 변색렌즈를 사용한다. 루디 제품이다.

신발은 일본 시마노 클릿 신발이다. 자전거 페달에 체결할 수 있다. 자전거 전용 클릿 신발이 중요한 것은 오르막에서 힘 전달의 효율이 높아 장거리 주행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고어텍스 소재와 비브람창을 적용해 방수 성능이 뛰어나고 일반 등산화와 가격이 비슷하다.

이남석씨는 일정의 90% 이상이 야영이다. 해발 4,000~5,000m에 이르는 고산의 강풍이 휘몰아치는 열악한 곳에서 빙하 녹은 물을 구해 야영하는, 생존 캠핑 전문가다. 야영과 자전거 여행에 관해선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한 셈이다.

그는 “여행 중에는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식재료를 구하기 쉽고 몸에도 잘 받는다”고 한다. 버너는 등유와 휘발유 겸용을 쓴다. 히말라야에서는 가스를 구하기가 어렵고, 유럽에서도 시골에선 가스 구하기가 어렵다. 구한다 해도 가격이 우리나라에 비해 몇 배나 비싸 효율이 떨어진다.

특이하게도 휘발유 버너에 리액터 전용 용기를 쓰는데, 용기의 열효율이 뛰어나 빨리 끓는다. 그는 스스로 ‘코베아 마니아’라고 한다. 지금 사용하는 코베아 텐트는 13년 된 것으로 “세계 곳곳을 누빈 텐트”라고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치고 걷기가 편해 혹독한 환경에서 유용하며, 전실이 있어 배낭이나 취사도구를 두기 편하며, 모기장 문이 양쪽으로 있어 겨울용이지만 여름에도 쓸 수 있다.

그는 “코베아에서 정말 잘 만들었다”며 “한 번도 찢어지거나 이상 있었던 적이 없다”고 한다.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세탁해 방수액을 뿌리며 관리했다. 이밖에도 버너와 코펠 등 코베아 장비를 많이 사용해 왔다.

매트리스는 에어매트리스보다 발포(스펀지 소재) 소재를 선호한다. 점심 식사할 때도 아무데나 막 깔 수 있고, 비행기에 싣기 위해 자전거를 분리해 포장할 때 완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은박을 칠한 매트리스는 체온을 반사해 냉기가 덜하고 습기를 막아준다.

그가 강조하는 또 다른 지론은 잠자리가 편해야 힘든 라이딩이 수월하다는 것. 때문에 침낭은 항상 현지 날씨보다 더 두꺼운 것을 준비하고 방수에 신경을 써야 악천후에도 뽀송뽀송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래 사용한 침낭은 겉에 방수액을 뿌리거나 침낭 커버를 사용하는 것이 결로에 의한 습기 침투도 막고, 보온력도 높여 주는 노하우다. 아쿠아팩 가방에 침낭을 보관하는데 방수력은 기본이며 밸브를 통해 진공압축이 가능해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좋다.

이은실씨는 냄비나 그릇은 현지에서 제일 싼 것을 구입해 쓴 뒤 돌아올 때 현지인에게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칼도 너무 작은 것은 효용성이 떨어져, 이유식용 칼을 쓰는데 가볍고 칼집이 있어 안전하다. 크록스 샌들은 가볍고 편해 야영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신발부터 갈아 신는다. 여성을 위한 장비로 담요가 필수품. 라이딩할 때는 옷을 얇게 입기에 “멈추면 추우니까 여자들은 허리에 치마처럼 담요부터 둘러야 한다”고 일러 준다. 

부부는 자전거 여행을 하려는 이들에게 조언한다.

“장비는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은 것이 좋고, 잠자리가 편해야 하기에 침낭과 텐트가 중요하며, 버너는 잔고장이 없어야 하고, 무게를 줄이더라도 엉뚱한 데서 줄이면 안 됩니다.”

또 자전거 자가 수리 능력은 기본이라 말한다. 열악한 비포장길을 달려야 하기에 아침마다 닦고 기름 치고 나사 조이기를 반복해야 하며, 여간한 수리는 다 할 수 있어야 하고, 공구도 꼼꼼히 챙겨야한다. 그는 “대충 가져가면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발목을 잡는다”며 신중히 준비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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