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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새 걷기길 ① 낙동강 강바람길] 옛 추억 떠올리고 새 추억 만드는 낭만의 길

월간산
  • 입력 2017.12.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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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대 후문길~MRF 투어로드~낙동강 강바람길 약 4km

옥주봉 전망대에서 낙동강 조망을 즐기는 상주시청산악회 회원들. 예천 풍양 방면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옥주봉 전망대에서 낙동강 조망을 즐기는 상주시청산악회 회원들. 예천 풍양 방면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지난봄 개통한 낙동강 강바람길이 인기다. 강바람길은 낙동강을 끼고 옥주봉, 경천대, 드라마 상도 촬영세트장, 카약체험장, 출렁다리, 조각공원 등을 연결해 낙동강의 아름다움과 명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걷기 길이다.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강변의 경천대擎天臺는 ‘경치가 아름다워 하늘처럼 떠받든다’는 의미의 이름을 지닌 ‘낙동강 제1경’이다.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1,300리 중 가장 경관이 아름답다는 이곳은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자천대自天臺’라고도 불린다. 경천대 일원은 198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고, 2003년 관광지로 변경 지정된 이후 상주시에서 관리하고 있다.

낙동강 강바람길은 경천대 북쪽 후문 갈림목에서 MRF 투어로드를 따르다가 강변으로 내려서기 전 데크길로 접어들면서 시작한다. 취재팀이 상주시청산악회 회원들과 만난 경천대관리사무소에서 시작하려면 우선 ‘경천대 후문길’을 따라야 한다. 관리소 옆 인공폭포를 끼고 왼쪽 방향으로 도로를 따르면 언덕마루에 올라선다. 언덕을 넘어서면 경천대로 내려서고, 왼쪽 계단길을 따르면 경천대 후문길이다.

상주에서 낙동강 제1경으로 꼽는 경천대.
상주에서 낙동강 제1경으로 꼽는 경천대.
경천대관리소에서 시작하는 강바람길

“에이, 남자들이나 해요~ 발 시려요.”

333계단 길을 따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맨발로 걸어가는 황토길’과 돌숲길이 나타난다. 약 70m 길이의 황토길에는 황토를 구워 만든 황토볼이 두툼하게 깔려 있다. 지압효과를 주는 길이다. 이날 동행한 상주시청산악회 남자 회원들은 한준호 기자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신발에 양말까지 벗어젖히고 황톳길을 걸었으나 여성 회원들은 ‘발 시리고 간지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강바람길 안내를 맡은 전병순(상주시 남원동장)씨가 경천대관리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직원들과 함께 쌓았다는 돌담길을 걷는 사이 경천대 길이 갈라지고 경천대 관광지 내 최고봉 무지산(159m) 정상에 올라섰다. 오전 10시가 채 안 된 시간인데 남녀노소 탐승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상주 전역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있어요. 동쪽으로 낙동강은 물론이고 서쪽으로는 시계방향으로 속리산부터 대야산, 주흘산, 운달산, 매악산, 소백산, 학가산… 상주·문경·예천·안동·명산들이 다 보여요.”

3층 조망대에 올라 전병순씨 설명을 들으며 파노라마를 감상한다. 산도 산이지만 압권은 역시 낙동강 풍광이다. 예천 쪽에서 남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주변 산야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강가 곳곳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 강 건너 널찍한 강변 벌판과 그 뒤로 슬그머니 솟아오른 산릉…, 사람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서정적인 가을 풍광을 고스란히 담은 수채화였다.

“낚시철에는 하루에 100명 넘는 꾼들이 강가에 진을 쳐요. 강 건너 덕암산은 봄이면 활공인들의 축제현장이나 다름없어요. 활공인들이 오색 패러를 펼친 채 날아오를 때는 정말 장관이에요”

전망대에서 경천대 후문으로 이어지는 보도블록 길은 노랗고 빨간 낙엽으로 예쁘게 단장하고 있다.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줄서듯 도열해 있다. 봄이면 벚꽃 날리는 낭만의 길이라고 한다.

경천대 후문길은 후문 갈림목을 지나면서 MRF 낙동강 투어로드(자전거길)로 이름을 바꾸어 강 쪽으로 내려선다. MRF는 ‘산Mountain, 강River, 들Field’을 일컫는 말. 전병순씨가 2009년부터 조성하며 이름짓고 스토리텔링 한 걷기 길로, 제1코스 ‘낙동강길’부터 15코스 ‘너추리길’에 이르기까지 15개 코스로 총 170km에 이른다.

“명품4길을 포함하면 상주에 총 19개 걷기 길이 있습니다. 전설이나 유래와 연관된 이야기가 있고 낭만이 넘치는 길들입니다. 그중 지금 우리가 걷는 낙동강 강바람길을 최고 걷기 길 중 한 가닥으로 꼽을 수 있어요. 낙동강 오리알섬(경천섬)을 잇는 현수교가 완성되면 또 더욱 멋질 거예요.”

MRF 낙동강 투어로드를 따라 강 쪽으로 내려서다가 강을 마주할 즈음 오른쪽 데크로 올라선다. 이제 낙동강 강바람길이 시작된다.

낙동강 강바람길은 한쪽은 조망이 터져 있고, 반대쪽은 산사면을 끼고 이어진다. 바위 사면 곳곳에 거북손이 잔뜩 붙어 있을 만큼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길이다. 전병순씨는 “지질변동 때 융기된 산줄기라서 강돌이 곳곳에 박혀 있다”며 “길이 호젓해 오히려 비오는 날 찾는 사람이 많다”고 강바람길 특징에 대해 얘기한다.

강바람길은 사면을 끼고 나아가다가 숲속으로 들어섰다가 골짜기로 내려서고 다시 사면을 거슬러 올라 옥주봉 전망대로 이어진다. 옥주봉玉珠峰은 조선 인조 때 학자 우담 채득기雩潭 蔡得沂(1605~1646)가 경천대에 은거하며 지낼 때 낚시하고 시를 짓곤 했다는 곳으로, 경천대에서 용암龍岩으로 이어지는 강가 풍광뿐 아니라 낙동강 일원이 한눈에 드는 곳이다.

강바람길은 옥주봉 전망대에서 숲을 가르며 조성된 데크길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다가 경천대 후문길로 이어지고 무지산 전망대 방향으로 130m쯤 가다가 갈림목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또다시 강바람길이다.

(사진 위)경천대 후문길 초입의 ‘맨발로 걸어가는 황토길’. (아래 사진)경천대 돌확. 임진왜란
때 명장 정기룡 장군과 우담 채득기 선생의 얘기가 전한다. 무우정이 내려다 보인다.
(사진 위)경천대 후문길 초입의 ‘맨발로 걸어가는 황토길’. (아래 사진)경천대 돌확. 임진왜란 때 명장 정기룡 장군과 우담 채득기 선생의 얘기가 전한다. 무우정이 내려다 보인다.
“예전에 경천대가 한눈에 드는 뷰포인트였는데 소나무가 높이 자라 잘 안 보이네요.”

사진촬영명소를 거쳐 강가로 내려서는 사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경천대를 찾은 단체 관광객들이 떠드는 소리다. 경천대는 낙동강가 숲속에 감춰진 보석 같은 명소였다. 봉긋 솟은 기암은 보기만 해도 신비감 넘치고 기암 위에 올라서자 용암으로 이어지는 강가 풍광이 시원스럽게 바라보인다. 강 건너 회상 들판 또한 전형적인 늦가을 풍광을 보여 주고 있다. 예전에 기품 있는 모습으로 있었다는 천년송千年松 자리에는 ‘1999년 4월 5일생’이라 표지판이 붙은 새끼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지만 그래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어우러진 멋진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리라 싶다.

하지만 바위 한쪽 비석에 새겨진 ‘大明天地 崇禎日月’ 글에 대한 전병순씨의 해석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중국은 명이 망하고 청나라 오랑캐가 차지하고 있으니, 이제는 대명大明=중국의 땅天地은 여기 조선이고, 명나라 의종황제인 숭정의 해와 달이니 뜨니 여기가 중화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즉, 임진란 때 조선을 도운 명나라와의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경천대는 임진란 때 명장 정기룡鄭起龍 장군이 젊은 시절 용마와 함께 수련을 쌓았다 전하는 곳이기도 하고, 병자호란으로 인해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끌려갈 때 따라가 함께 고생했던 우담 채득기 선생이 훗날 관직을 버리고 은거했다는 곳이다. 그래서 경천대 기암 오르막에 있는 움푹 파인 바위 확 세 개를 두고 정기룡 장군과 채득기 선생이 사용하던 세면대와 목욕통과 말죽통이란 얘기가 전하기도 한다.

전병순씨는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낚시 좋아하는 채득기 선생이 옥주봉에서 낚시로 잡은 물고기 비늘을 긁어내고 회를 치던 곳이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꾼다운 해석을 내놓았다.

아무튼 경천대 일원은 기암의 멋들어진 풍광과 조망, 그리고 기암 앞 채득기 선생이 충절과 북벌의 의지로 학문에 열중하고 기우제를 지냈다는 무우정舞雩亭을 보기 위한 탐승객들의 발길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갔다. 무우정 정자 안의 시문詩文과 정자 밖의 봉산곡鳳山曲(일명 天臺別曲)은 채득기 선생이 경천대의 아름다움과 충절의 뜻을 기렸다는 글들이다.

“낙동강 강바람길은 옛날 것만 전하는 게 아니에요. 드라마세트장 같은 볼거리와 카누 같은 즐길거리도 있어요.”

볼거리에 다양한 즐길거리도 갖춰

경천대를 지나 계곡에 걸친 다리를 건너자 초가집이 눈에 들어온다. 2001년 MBC 창사 4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상도’ 촬영세트장이다. 초가집, 대장간, 방앗간 등을 갖춘 드라마세트장 역시 여행객들에게는 볼거리이자 기념촬영장소였다. 전국 각지에서 찾은 가을 여행객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멋들어진 포즈를 취하며 화려한 가을을 즐겼다.

경천대에 다다를 때까지 조용히 걷던 황갑주(경천대관리소장)씨가 일행을 강가로 안내했다. 카누체험장이었다. 기다란 카누는 노를 저으며 용바위 기슭 등 경천대 일원의 낙동강을 탐승하는 뱃놀이 수단이었다. 상주시청산악회원 몇 사람은 사진촬영을 위해 카누에 올라탔다는 사실을 잊었는지 강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만 혀~, 다리 무너진단 말이야.”

드라마세트장 뒷문을 빠져나와 숲 우거진 사면길로 들어서자 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골짜기를 가로질러 설치된 출렁다리에서 40~50대 여성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였다. 몇몇 여성 여행객들은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충격 주지 말고 조심스럽게 건너라’ 표시된 출렁다리에서 펄쩍펄쩍 뛰어대고 이에 겁먹은 또다른 여성들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강바람길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출렁다리를 등지고 숲길 따르다가 송신철탑에서 방향을 우측을 틀어 달마·포대화상 등 20여 개 조각작품이 전시돼 있는 이색조각공원을 내려다보며 도로로 내려서자 경천대 후문길 들머리 부근. 정오의 햇살이 내리쬐는 가을 숲은 화려하고 영롱한 빛이다.

그 가을빛 아래 울긋불긋 옷차림의 탐승객들은 화사한 미소 지으며 경천대로 향하고, 반대 방향을 나아가자 경천대관리소 옆 인공폭포는 가을빛을 그대로 전해주려는 듯 은빛 폭포수를 쏟아져 내렸다.

낙동강 강바람길

가족단위 여행에 적합한 걷기 길

경천대관광지 내 카누체험. 옥주봉으로 이어지는 강변이 바라보인다.
경천대관광지 내 카누체험. 옥주봉으로 이어지는 강변이 바라보인다.

경천대 후문길~MRF 투어로드~낙동강 강바람길을 잇는 코스는 가벼운 걷기길이다. 굴곡이 심하지 않은 데다 볼거리가 많고 즐길거리까지 겸해 남녀노소 혹은 가족 단위로 찾기 적합하다.

시작은 경천대관리사무소에서 한다. 사무소 주변에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주차장에서 유래비~무주산 전망대~MRF 투어로드 삼거리~옥주봉~뷰포인트(사진찍기명소)~경천대~상도 촬영세트장~출렁다리~주차장을 잇는 코스는 약 4km로 2시간 정도 걸린다.

MRF 투어로드 삼거리를 지나면 강쪽으로 내려서다가 길이 왼쪽을 휘는 지점에서 오른쪽 데크 길로 올라선다. 이 길은 옥주봉 전망대를 지나 오르막길을 따르다가 경천대 후문길과 합쳐졌다가 130m쯤 진행한 다음 갈림목에서 다시 강바람길(왼쪽 길)로 이어진다.

걷기 길 도중에 휴게소 같은 시설이 없으므로 식수와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

교통·숙식 밀리터리 테마파크 문의 경천대관리사무소 054-536-7040.

1 경천대관리소 뒤편에 위치한 밀리터리테마파크. 추억의 전쟁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다.  2  자전거박물관의 전시기획실. 자전거 발달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1 경천대관리소 뒤편에 위치한 밀리터리테마파크. 추억의 전쟁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다. 2 자전거박물관의 전시기획실. 자전거 발달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명소

자전거박물관

상주는 낙동강을 끼고 형성된 드넓은 충적평야와 야트막한 구릉이 발달한  풍요로운 지역으로 자전거 타기에 더할 나위없는 곳이다. 자전거 보급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일제 때인 1925년 상주역 개설 기념 전국 자전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금도 가구당 2개꼴로 보유하고,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이 2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상주시는 이러한 자전거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2002년 10월 26일 경천대 남쪽 경천교 서쪽에 상주자전거박물관을 개관했다. 전시기획실에는 나무 축으로 두 개의 바퀴를 연결해 만든 자전거 원조 셀레리페르(1790년산)에서부터 페달을 처음 부착한 미쇼형 자전거 벨로시페드(1861년산), 그리고 현대식 자전거의 시작으로 알려진 세이프 자전거(1885년산) 등이 전시돼 자전거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이밖에 자전거 체험실, 도로체험자전거, 4D영상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박물관 주변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길 수 있도록 2인승, 미니벨로, 르보아자전거, MTB 등을 무료로 빌려준다. 단, 박물관 내에서 타야 한다. 관람료 성인 1,000원, 청소년 500원.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경북 상주시 용마로 415(경천대관리사무소에서 상주시내 방향 첫 번째 삼거리에서 좌회전 약 2㎞). 문의 054-534-4973.

교통(지역번호 054)

상주시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6회(06:30, 09:10, 11:00, 12:25, 14:40, 17:20) 출발하는 경천대행(또는 매호행) 상주여객 이용. 경천대주차장에서는 1일 6회(07:05, 09:45, 11:35, 13:00, 15:15, 17:55) 출발. 약 25분, 요금 1,700원. 문의 상주여객 534-8250. 상주콜택시 533-7777, 상신개인콜택시 536-2255.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30분 간격(06:00~20:30) 상주행 고속버스 운행. 2시간30분, 우등 1만7,600원, 심야(23:00) 1만9,400원. 문의 ARS 1688-5979, www.ti21.co.kr

대구북부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50~20:40)으로 상주행 노선버스 운행. 약 1시간, 5,900원. 문의 ARS 1666-1851,   www.gob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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