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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초점 | 등산인구 vs 낚시인구] 낚시인구가 등산인구를 넘어섰다고?

글 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 입력 2017.12.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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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성 없는 표본, 설문 신뢰에 의문, 보도자료도 왜곡 소지, 보도는 과장
오보 확대 재생산 전형 보여줘… 책임연구원 “뜻하지 않게 많이 왜곡됐다”

최근 낚시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낚시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취미생활 부동의 1위였던 등산인구가 만년 2위였던 낚시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를 본 많은 국민들은 의아해하며 “과연 그럴까” “설마” “그 조사가 잘못됐을 거야”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이제 등산열풍이 한풀 꺾여, 등산인구도 조금 줄어드나”고 했다. 하지만 가장 주류를 이루었던 반응은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조사를 담당했던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는 ‘취미생활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숙박여행의 목적에서 낚시가 등산을 앞질렀다. 2위였던 낚시는 2017년 2/4분기에 처음으로 등산을 앞지르며 1위에 올랐고, 3/4분기에는 그 차이를 더 늘렸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도하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조사결과를 왜곡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보도자료를 연구소가 배포한 데 이어, 이를 받은 각 언론사는 이미 왜곡된 내용을 받아 거두절미 하고 확대 보도하면서 오류를 더욱 재생산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보도자료, 언론보도 모두 심각하게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었다.

설문내용을 조사한 결과도 심각한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신력을 가진 연구기관과 대학 연구소가 어떻게 이런 어설픈 설문으로 편향성을 가지도록 설문내용을 구성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들 정도다. 설문내용부터 상당한 편향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개의 기관이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은 전국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한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이메일로 조사했다. 설문의 주요 내용은 ‘3개월 내 국내여행 계획이 있는지’를 물은 뒤 ‘있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여행에서 무엇을 하실 계획인지’를 모두 선택하라고 했다. ‘취미-운동 활동(등산, 낚시, 골프 등)’을 선택한 사람을 대상으로 또 구체적으로 ‘어떤 취미-운동활동을 계획하고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여기서 등산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1.1%, 낚시는 39.8%의 결과가 나왔다.

이를 도하 각 언론들은 ‘국민 취미생활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등산이 만년 2위였던 낚시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등산은 최근 급격한 퇴조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과연 이 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이 맞을까, 그리고 이 조사결과가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을까, 나아가 이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 설문 구성방식과 표본의 대표성에 심각한 편향성과 오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사결과의 해석을 그대로 신뢰할 수 없다. 표본의 대표성 오류는 해석의 왜곡, 곡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관광·휴양 목적 여행계획 있는 사람 대상으로 설문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민취미생활을 하는 등산인구나 낚시인구를 조사한 설문이 아니다. 관광·휴양 목적으로 3개월 내 여행계획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여행기간 동안 어떤 취미생활을 할 것인지 물었다. 여기서 이미 대표성이 왜곡되기 시작한다. 이를 통계학에서는 ‘바이아스가 개입됐다’고 말한다. 즉, 표본의 편향성으로 인해 표본오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관광·휴양 목적으로 여행계획이 있는 사람은 이미 등산을 취미로 삼는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취미생활 1위인 등산은 등산 그 자체를 여행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설문내용의 구성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여행계획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놀이/테마공원-온천 등 즐기기, 도시경관 감상(건축물·거리), 문화-예술 즐기기(미술관·공연 등), 쇼핑, 식도락(지역 특색/제철 음식), 역사-유적 감상(유적지·박물관 등), 자연 풍경 감상(산·바다 등), 취미-운동활동(등산·낚시·골프 등), 친지/친구/친척 만나기, 휴식, 기타 등으로 나눠 답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자연풍경 감상이 58.6%로 1위, 식도락이 56.3%로 2위, 휴식이 44.3%로 3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취미-운동활동(등산·낚시·골프 등)은 거의 꼴찌 수준인 10.3%만이 답했다. 애초 관광·휴양 목적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한테 질문한 설문이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다시 말해 ‘눈으로 보고 쉬는 여행을 하겠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육체적 활동을 동반해야 하는 등산을 하겠느냐” 라고 물으면 당연히 “안 한다”라고 하지 누가 한다고 대답하겠나. 여행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간다. 온천을 즐긴다든지, 유적감상, 문화예술 즐기기가 당연히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 설문구성의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조금은 억지나 자의적, 조악한 수준으로까지 보여진다.

그러한 상태에서 다시 ‘취미-운동 활동(등산, 낚시, 골프 등)’을 선택한, 불과 10.3%밖에 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구체적 항목을 질문하고 있다. 취미-운동활동을 계획한다면 골프, 낚시, 등산, 수영·수상스키·서핑 등 물놀이 및 해양스포츠, 스키·스노보드 등 겨울 레저스포츠, 기타 등을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러 단계에서 이미 등산을 선호하는 인구는 배제된 상태에서 다시 구체적 종목으로 들어가서 취미생활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설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설문을 작성한 사람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낚시 39.8%, 등산 31.1%, 수영·수상스키·서핑 등 물놀이 및 해양스포츠 28%, 골프 16.5%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해석으로 낚시인구가 등산인구를 앞질렀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관광·휴양으로 여행 가서 등산 간다고?

그런데 여기서 응답비율이 매우 들쭉날쭉하게 나타난다. 이는 표본의 대표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오류가 포함됐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게 통계학의 일반적 설명이다. 2016년도 1분기에는 등산이 50.4%에서 4분기에는 38.3%, 17년 1분기에 다시 43.3%에 이어 3분기에 31.1%로 나타난 것이다. 응답비율의 일관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낚시도 별로 다르지 않다. 16년 1분기에 29.8%, 4분기에 30.4%, 17년 1분기에 26.6%, 3분기에 39.8%로 응답했다. 응답비율이 일관적이지 않은 사실은 애초부터 표본의 대표성에 심각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마치 낚시인구가 등산인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해석하거나 보도하는 것은 마치 제비 한 마리 보고 봄이 왔다고 단정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상에 대한 자세한 분석까지 곁들이고 있다. 두 연구소에서 공동으로 낸 보도자료에 ‘등산의 감소는 예년보다 심했던 폭염과 긴 장마와 같은 변수에 대해, 더 긴 여행기간 등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그러나 날씨나 경제여건과 같은 외부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충분치 않다. 어떤 이유에서건 많은 사람이 등산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나 해외 등산객 대부분 여행 가서 등산 간다기보다 등산 가기 위해서 여행을 간다는 특징을 띤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통찰 없이 표본의 대표에 심각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응답으로 나타난 결과에 대해 엉터리 해석까지 붙여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이번 보도자료와 그에 따른 보도는 1차적으로 해당 연구소의 잘못된 설문, 2차적으로 왜곡될 소지의 보도자료를 배포, 3차적으로 왜곡된 보도자료를 완전 왜곡하면서 확대해석한 보도 등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다.

우리나라 실제 등산인구는 현재 1,300만~150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2015년 산림청에서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등산인구는 1,300만 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간다는 사람의 수치다. 참고로 설문내용을 보면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의 내용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한국갤럽의 설문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단순히 ‘귀하는 산에 얼마나 자주 가십니까?’로 물었다. 바이아스가 완전 배제된, 대표성을 띠면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설문으로 구성돼 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3개월 내 휴양·관광 목적’으로라는 전제가 달린 내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2015년 등산인구 조사결과는 2010년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간다는 1,800만 명에 비해 500만 명가량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2007년부터 지리산둘레길 붐이 인데 이어 2010년부터 북한산둘레길·제주올레길 등이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등산인구의 상당수가 걷기인구로 빠져 나갔다. 다시 말하면 정상·수직지향적 등산에서 수평지향적 트레킹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 전국의 걷기인구는 약 1,000만 명. 이를 등산인구와 합치면 2,000만 명을 훌쩍 넘는 수치다. 따라서 현재 등산·걷기인구는 2,300여만 명으로 추산한다.

등산인구는 걷기인구의 증가로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들이 즐기는 여가취미활동으로는 등산이 여전히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등산인구는 걷기인구의 증가로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들이 즐기는 여가취미활동으로는 등산이 여전히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등산인구 1,500만 명, 걷기인구 1,000만 명

가장 최근에 조사한 등산인구 관련 자료는 문체부에서 발표한 ‘2017년 국민생활체육 참여실태조사 보고서’다. 여기서 등산과 걷기인구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볼 수 있다. 문체부는 매년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하며, 올해 발표한 자료는 2016년 8월 말 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국민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여기서는 등산·걷기인구는 낚시와 아예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높다.

최근 1년간 한 번이라도 참여한 경험이 있는 체육활동을 묻는 질문에 걷기가 40.4%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등산이 24.7%, 보디빌딩 11.8%, 체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낚시는 아예 순위에도 없다. 규칙적 참여집단은 역시 걷기가 35.9%로 가장 많았으며, 등산이 17.2%, 보디빌딩 14.7%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등산의 비율이 2015년 대비 22.4%에서 17.2%로 다소 하락했다. 반면 걷기인구는 0.9% 늘어났다. 등산인구가 걷기인구로 일부 이동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참여빈도별 체육활동 종목 상위 3개 종목 중 월 3회 이하 참여는 등산이 40%로 압도적 1위로 나타났다. 이어 걷기 22.7%, 축구·풋살 8.5% 순이었다. 다만 주 1회 이상으로 물으면 등산이 걷기에 이어 2위로 밀려난다. 등산이 걷기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이동을 요구하는 사실을 반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낚시는 참여빈도 상위 10개 종목에서 월 3회 이하 참여 종목 중 등산(40.4%), 걷기(22.7%), 축구·풋살(8.5%), 자전거·사이클·산악자전거(6.1%)에 이어 5.3%로 5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당구·포켓볼, 배드민턴, 볼링, 체조, 줄넘기 등의 순이었다. < 표 참조>

이러한 상황에서 낚시인구가 등산인구를 앞질렀다는 보도는 한마디로 현실을 호도하는 어처구니없고 황당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컨슈머인사이트 김민화 책임연구원은 “전체 설문 내용 중 단 한 문항뿐이었는데, 다소 과장 왜곡되게 기사가 나갔다”며 “보도자료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작성해 오해가 없도록 하고 있으나 뜻하지 않게 왜곡이 많이 된 것 같다”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참고로 현재 낚시인구는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바다낚시를 즐긴 사람은 343만 명이고, 전체는 7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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