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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나 홀로 세계 일주 |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산은 물을 품고 물은 산을 껴안는다

글·사진 김영미 여행가
  • 입력 2018.01.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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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스위스, 바릴로체… 뾰족 성당 닮은 첨탑의 산군들

세로 로페즈에 오르면서 조망하는 나우엘우아피국립공원.
세로 로페즈에 오르면서 조망하는 나우엘우아피국립공원.

바릴로체는 안데스의 동쪽, 남미의 한가운데 위치한 도시다. 푸른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나우엘우아피호수와 카테드랄산을 비롯한 2,000~3,000m 높이 산들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정식명칭은 산카를로스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

바릴로체와 그 주변은 아르헨티나 최초의 국립공원인 나우엘우아피국립공원이다. 이 국립공원은 크고 작은 수십 개의 호수, 폭포, 울창한 원시림,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거칠고 기묘한 형상의 산들이 가득해서 산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다.

뾰족한 첨탑의 카테드랄산과 톤체크호수가 한 폭의 그림 같다.
뾰족한 첨탑의 카테드랄산과 톤체크호수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스위스를 떠나온 이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이 도시는 여행자들을 손짓해 부른다. 여름에는 하이킹, 승마, 래프팅 등 각종 액티비티를 즐기고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러 온 여행자들로 일년 내내 사람들로 북적인다. 스위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초콜릿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달콤하게 만든다. 활력이 샘솟는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가장 번화한 미트레Mitre 거리에는 초콜릿 가게와 아이스크림, 기념품 숍이 즐비하고, 센트로 비스코 주변의 잔디밭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여행객들이 한가로이 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각자의 여행담을 이야기하느라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낮보다 더욱 화려한 밤에는 세계 도처에서 몰려든 여행객들이 값싸고 질 좋은 아르헨티나의 와인과 아사도를 즐기면서 깊어가는 밤을 즐긴다.

놀라운 뷰가 펼쳐지는 오토산 트레일

채석장 같은 로페즈 산장가는 길에서 모처럼 편안한 길을 걷는다.
채석장 같은 로페즈 산장가는 길에서 모처럼 편안한 길을 걷는다.

텔레페리코라 부르는 케이블카의 유혹을 애써 뿌리치고 걸어서 올라간다. 예상 밖으로 몹시 가파르고 미끄럽다. 다행히 코스가 짧아 1시간 조금 넘게 올라 전망대에서 마을과 호수, 주변의 산들을 둘러보고 내려온다.

‘세로 오토Cerro Otto’는 산이라기보다는 언덕 정도인데 모두 오토산이라 한다. 서울의 남산이랑 비슷하다. 어쨌든 바릴로체에서 첫걸음은 오토산이다. 아침에 내리던 비도 오후가 되니 그쳤다. 비 개인 하늘은 화창한 가을날씨처럼 높고 파랗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내리면 케이블카 케이블 아래로 걸어갈 수 있는 등로가 있다. 케이블카의 경사도만큼이나 가파른 길은 미끄러운 사토길이다. 비올 때는 절대 와서는 안 될 것 같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흙 길을 온몸으로 헤치며 오른다.

조금 올라 하늘이 열린 곳에 도착해 뒤를 바라보니 펼쳐지는 뷰가 놀랍다. 바다처럼 바릴로체를 에워싸고 있는 나우엘우아피호수Lago Nauhel Huapi, 호수 뒤로는 안데스산맥이 겹겹 병풍으로 서 있다. 케이블카를 탔으면 잠깐 스쳐갔을 이 파노라마 뷰를 천천히 오르면서 줌으로 즐기는 행복감!

전망대 입구 도착. 티켓을 구입해야만 오를 수 있는 전망대는 패스하고 조금 뒤쪽으로 돌아가 한결 따사로운 빛으로 물들어가는 바릴로체의 산과 호수를 가슴 한가득 담는다.

카테드랄산 입구에 있는 프레이산장 안내판.
카테드랄산 입구에 있는 프레이산장 안내판.

하산길은 나우엘우아피호수를 바라보면서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를 따른다. 오를 때와 다른 길이니 또 다른 숨어 있는 즐거움을 기대해 본다. 도로에서 숲으로 난 하산길로 접어드니 숨어 있던 베르그오프산장Refugio Berghoff이 나를 반긴다. 전망대에서 쉬지 못했으니 이곳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한 잔하고 가야지.

산장 안으로 들어서니 손님이 한 사람도 없다. 아무도 없는 산장에 나 혼자 들어서니 마치 내가 귀빈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멋진 벽화와 벽난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산장. 나우엘 우아피호수를 바라보며 시원한 스프라이트를 와인처럼 우아하게 마신다. 탄산처럼 짜릿한 행복감이 온 몸에 퍼진다. 시내라면 한없이 머물러 있고픈 곳이지만 다음 트레일을 향해 문을 나선다.

베르그오프산장에서 차도를 향해 내려오는 길은 하나. 길을 따라 4km 정도 걷기만 하면 도로가 나온다.

트레일 경로 케이블카 입구 - 세로 오토 - 베르그오프 산장 - 미트레로드
트레일 거리 약 8km
트레일 시간 3시간

바릴로체 최고의 뷰, 캄파나리오 언덕

작은 순환길에서 트레커들이 적당한 그늘에 원시림처럼 우거진 나무숲길을 따라 걷고 있다.
작은 순환길에서 트레커들이 적당한 그늘에 원시림처럼 우거진 나무숲길을 따라 걷고 있다.

해발 1,052m로 나즈막한 산이지만 캄파나리오 언덕에 오르면 나우엘우아피호수를 비롯해 크고 작은 호수를 조망할 수 있다. 바릴로체 센트로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걸린다.

그리 높지 않은 캄파나리오 언덕Cerro Campanario은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트레커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등산로를 따라 걸어서 오르기로 한다. 언덕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나우엘 우아피호수를 품고 펼쳐진 안데스의 진풍경이 걸어서 오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품이다. 30분 정도 걸어서 전망대에 도착. 꼭대기에는 작은 전망대와 카페가 있다.

전망대에 서자 안데스산맥 끝자락의 크고 작은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샤오샤오반도, 로페즈산, 카테드랄산, 오토산 등 주변 풍경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트레일 경로 캄파나리오 케이블카 입구 - 캄파나리오 전망대
트레일 거리 약 4km
트레일 시간 왕복 50분

따스한 봄날의 산책, 작은 순환길

카테드랄산에서 산악마라톤을 즐기고 있는 동호회인들.
카테드랄산에서 산악마라톤을 즐기고 있는 동호회인들.

샤오샤오호텔을 출발점으로 바이아 로페즈Bahia Lopez까지 호숫가 숲속길을 따라 걷는 코스다. 샤오샤오호텔은 산 가운데 멋지게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남미가 아니라 알프스 같다.

작은 순환길Circuit Chico 들머리는 골프장 입구. 골프장을 따라 차도를 조금 걷다가 샤오샤오공원 입구에서 타쿨마을Villa Tacul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길을 찾기가 쉽다.

로페즈산장에 그려져 있는 로페즈세로 개념도.
로페즈산장에 그려져 있는 로페즈세로 개념도.

여기부터는 숲속 오솔길. 적당한 그늘에 원시림처럼 우거진 나무숲에서 쏟아지는 피톤치드에 몸과 마음이 한껏 여유로워진다. 눈을 지그시 감고 무념무상의 시간을 최대한 느껴본다. 내 여행에 쉼표를 찍는 시간.

햇살이 머리 위를 비추자 잠시 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길을 걷는다. 쉬고 있는 사이에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갔는지 저만치 한 가족의 웃음소리가 숲속으로 튕겨 흩어진다. 어떤 그림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숲속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호숫가. 호숫가를 걷다 보면 다시 숲길. 12km의 거리인데도 지루할 새도 없이 바이아 로페즈에 도착한다. 샤오샤오 언덕을 제외하곤 오르내림도 거의 없어 간단한 도시락을 가지고 나서는 소풍으로 안성맞춤인 코스이다.

트레일경로 샤오샤오호텔-샤오샤오 언덕 - 타쿨 마을 - 바이아 로페즈
트레일거리 약 12km
트레일시간 4시간

가우디의 성당을 연상케 하는 첨탑의 산군, 카테드랄산

작은 순환길 시작지점인 샤오샤오호텔.
작은 순환길 시작지점인 샤오샤오호텔.

들머리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카테드랄산Cerro Catedral 입구에 내렸다. 그런데, 버스를 내린 곳은 스키장 입구. 잠깐 ‘웬 스키장?’ 그럼 들머리는 어디에 있는 거지?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찾을 수 없다. 잠시 당혹스러웠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왼쪽 산언덕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이들을 놓칠세라 서둘러 따라가니 ‘Frey’라는 안내판이 있다. 잠시 긴장을 했던지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세로 로페즈 가는 길. 빙하에서 미끄럼을 타고 즐기고 있는 트레커들.
세로 로페즈 가는 길. 빙하에서 미끄럼을 타고 즐기고 있는 트레커들.

길은 좁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아서 조심스럽다. 오솔길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그런 길을 조금 걸으니 왼쪽에 구티에레즈 호수Lago Gutierrez가 나온다. 바람도 시원하고 시야도 시원하게 탁 트인다. 호수를 조망하고 잠시 여유롭게 쉬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많은 사람들이 뛰어온다. 산악마라톤 동호회인 듯하다.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인다. 좁은 산길 반대편에서 계속 사람들이 걸어오니 피해 주고 걷고 반복하다 보니 걷기를 게 피곤해진다. 그런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순환길을 걷다가 호수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작은 순환길을 걷다가 호수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사람들의 무리가 끝났는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계곡물 소리도 들리고 햇살에 유독 더 노란 황금빛을 발하는 들꽃 군락지까지. 한껏 꽃에 취한다. 거칠고 험한 길을 걸을 때는 이런 멋진 모습을 품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페드리타스Pedritas산장에 도착. 작은 대피소만 하나 있는 산장이다. 프레이산장까지 가기 전의 쉼터인 듯하다. 페드리타스 산장을 출발하니 경사도는 점점 심해지고 더욱 미끄럽다. 들고 있는 카메라가 다칠까봐 배낭에 넣는다. 카테드랄 정상을 두르고 있는 거칠고 뾰족한 바위산군들은 마치 성당의 첨탑들이 서 있는 듯 하다. 스페인서 보았던 가우디의 성당이 혹시 이곳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인간의 천재성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자연과 세월이 빚어낸 그것에 비길 수 있을까. 길이 험해질수록 산은 더욱 멋진 모습으로 다가오고 카메라를 꺼내는 횟수는 점점 늘어만 간다.

산장이 지척에 보이지만 가파른 바위구간이어서 속도는 나지 않는다.  산장 주변엔 알록달록한 텐트들이 장난감 집처럼 자리잡고 있다. 좌측에 있는 엄청나게 높은 암벽에도 몇몇의 사람들이 개미처럼 붙어 있다. 북한산 인수봉이 생각난다.  줄에 의지해 매달려 있는 아찔한 모습을 카메라 렌즈로 당겨서 보니 내 발끝이 찌릿찌릿하다.

프레이산장에 도착하니 이번 트레일 중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카테드랄산이 반겨준다.

기기묘묘한 수십 개의 뾰족 성당이 신을 향해 하늘 높이 손을 뻗고 있었다. 톤체크호수Laguna Tonchek의 투명한 물은 마치 거울처럼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산은 물을 품고 물은 산을 껴안는다. 사람도 그렇게 모든 이를 품고 껴안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트레일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다. 한동안 넋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올라올 때 흐른 땀이 식어서 추위가 느껴진다. 산장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숙박이 가능했다. 그런데 왜 하루 쉬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산장에서 투명한 글라스에 따라 마시는 시원한 탄산수 한잔의 행복. 청량함이 식도를 따라서 온몸에 퍼진다. 내 어깨에 천사의 날개가 펴진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다. 준비해간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에너지도 다시 충전된다. 카테드랄 정상으로 좀더 가까이 가보기 위해 산장 뒤쪽으로 조금 더 오른다.

오를수록 더욱 멋진 뷰가 펼쳐진다. 이 마음으론 정상까지도 그리 힘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 버스 시간 전에는 내려가야 하니 서둘러서 하산한다.

트레일 경로 카테드랄 입구 - 페드리타스산장 - 프레이산장(톤체크 호수)
트레일 거리 왕복 약 20km
트레일 시간 약 7시간

거대한 채석장, 세로 로페즈

어렵게 버스까지 잘 갈아타고 내리니 로페즈산장Refugio Ropez 진입로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다. 진입로를 찾아 오르니 시작부터 경사가 꽤 심하다. 사토가 어찌나 미끄러운지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려올 때가 걱정이 된다. 

오르지 얼마 되지 않아 산장이 눈에 들어온다. 많이 걷지는 않았지만 마치 채석장처럼 돌로 뒤덮인 길이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고 등로도 확인할 겸 산장으로 들어간다.

산장 안에서 보는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산장의 넓은 통유리 창으로 바라보는 모레노호수는 환상적이다. 주인장의 정성으로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진 산장은 너무나 훌륭한 레스토랑이다. 화장실 세면대 앞의 벽은 산장 뒷마당을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만들어서 자연채광이 되어 한층 멋스러웠다. 새롭게 발견한 보물이었다. 잠시 숨 좀 고르고 간다는 것이 너무나 오랫동안 머물렀다.

주인장에게 내려가는 길에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나누고 로페즈산장을 향한다. 길은 여전히 미끄럽다. 일반인이 오르기에는 너무나 미끄럽고 험해서 혹여 다른 경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길에서 등산용 스틱으로 쓸 만한 나무를 찾았다. 두 다리보다는 세 다리가 한결 수월하다.

드디어 로페즈산장에 도착~. 이젠 모레노호수뿐 아니라 샤오샤오국립공원부터 바릴로체 전체가 시원스럽게 조망되었다. 바람도 시원하고 햇살도 적당히 따사롭다. 몇몇 사람은 누워서 햇살을 즐기고 책도 읽는다. 이런 여유로움을 즐기는 이들이 참으로 부럽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여기에서 하산한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로페즈 세로까지 가는 등로를 확인하고 출발한다.

‘거대한 채석장’에 서 있는 로페즈산장.
‘거대한 채석장’에 서 있는 로페즈산장.

한 시간 반 정도면 주봉에 오를 거란 말에 자신 있게 출발했는데 아뿔싸! 오르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등로를 표시하기 위해 바위에 그려져 있던 화살표가 사라졌다.

방향으로 길을 찾아 오르지만 온통 바윗덩어리와 미끄러운 사토만이 있는 길. 뒤를 돌아보니 로페즈산장은 발아래 저 멀리 조그만 장난감 집이다. 쉬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작은 인형들이다. 잠시 현기증이 난다. 이곳은 바릴로체 최고의 뷰포인트이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뒤따름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다. 

호수가 나오고 언덕에는 아직 빙하가 남아 있다. 호수를 지나니 길은 너무나 험해져서 두 발 두 손으로 기어올라야 만한다. 카메라와 소지품 가방도 배낭에 넣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오른다. 내려갈 길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 주봉을 향해 오르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정상을 불과 50m나 남겼을까? 정말로 길이 보이지 않는다. 발 디딜 적당한 곳조차 없는 곳에서 잠시 쉬면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내려가는 것은 오르는 것보다 더욱 어려워 보인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 하산 길로 돌아섰다.

발을 디디면 우수수 돌이 미끄러진다. 무섭다. 주저앉았다. 긴장감이 날 에워싼다. 발에만 집중을 하고 손으로는 흔들거리지 않는 바위를 붙잡고 엉덩이는 땅에서 떼지 않고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호수가 눈앞에 보인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호수 주변의 빙하에서 열댓 명의 사람들이 미끄럼을 타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호수까지만 왔어도 될 것을 조금 욕심낸 것이 잠시 후회가 된다. 그나마 위험하다고 느낀 순간 더 욕심 내지 않고 내려온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

로페즈산장으로 돌아오니 긴장도 풀리고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로카 네그라Roca Negra까지 쉬지 않고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한다.

트레일 경로 로페즈산장 진입로 - 로카 네그라 - 로페즈산장
트레일거리 왕복 약 10km
트레일시간 약 7시간

트레커라 더 행복했던 바릴로체

인간이 살기에 가장 좋다는 고도 770m에 자리잡은 바릴로체. 적당한 구름, 적당한 바람, 적당한 햇살과 함께 걸었던 길의 모습이 한 편의 영화 예고편처럼 스쳐지나간다.

깊은 산에 들지 않아도 원시의 자연에서 숨쉬고,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안데스를 병풍삼아 나우엘우아피호수에 안겨 있는 한 장의 그림엽서 같은 모습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는 곳. 남미의 스위스, 바릴로체이다. 그 길에 남겨진 발자국이 벌써 그리워진다.

mini info

1004호스텔에서 바라본 바릴로체 전경.
1004호스텔에서 바라본 바릴로체 전경.

█  세계에서 가장 멋진 전망을 가진 호스텔, Penthhouse 1004

아파트 10층 높이에 있는 ‘Penthhouse 1004’의 테라스에서는 환상적인 뷰를 즐길 수 있다.

█  초콜릿 박물관Museo del Chocolate

Av. Exequiel Bustillo 1200, San Carlos de Bariloche, Río Negro
가이드투어를 이용하면 초콜릿 역사와 제작과정을 설명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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