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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화제 인물 | 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 교장] “대중을 위한 트레킹 강연에 인생을 걸었다!”

월간산
  • 입력 2018.01.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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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등산문화 정착 위해 30년 노력… 마더스틱워킹 개발해

 “수영과 헤엄의 차이는 단순합니다. 방법을 배우고 하면 수영이고, 그냥 하면 헤엄입니다. 물에 뜨는 것은 같지만, 헤엄은 오래 하면 힘들고 몸이 아픕니다. 하지만 수영은 하면 할수록 체력이 좋아지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자택의 서재에서 포즈를 취한 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 교장.
자택의 서재에서 포즈를 취한 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 교장.

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60) 교장의 강의를 수강한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사용하는 비유다. 그는 ‘배우지 않고 다니는 등산은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오랜 세월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등산인들이 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낚시 인구가 등산 인구를 추월했다는 보도가 나간 적이 있습니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서글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등산 시스템의 부실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기본적으로 산을 좋아하는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산에 다니며 여가 생활을 즐깁니다. 하지만 대부분 헤엄치듯 등산을 하다 지쳐 포기합니다. 제대로 배워서 수영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정적인 등산문화 발전에 일조

월간산과 함께한 마더스틱워킹 공개강좌.
월간산과 함께한 마더스틱워킹 공개강좌.

그는 등산교육도 우리 체질에 맞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산을 도전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등산문화는 서양의 것으로,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산은 우리나라 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산은 공부하고 도를 닦는 장소인 동시에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서양 사람과 우리들의 산에 대한 생각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껏 등산 관련 단체들은 외국의 등산문화를 거의 그대로 도입했습니다. 서양의 교안이 우리나라  사정에 맞는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배포되어 이제는 일반화됐습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에게 맞는 등산문화의 개념을 세우고 교육으로 승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가 ‘등산교육’을 인생의 목표로 잡게 된 것은 젊을 때의 경험이 배경이 됐다. 군대 가기 전인 1977년 즈음, 그는 차를 타고 가다 엄청나게 큰 배낭을 메고 제3한강교를 건너는 사람들을 본다. 나중에 알아보니 안나푸르나 원정을 위해 훈련하는 산악회원들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전문등반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산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게 된 것이다.

“제대한 뒤 전문산악회 소속 친구들과 어울려 한동안 등반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산에 너무 험하게 다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문등반 산악회는 군대식의 독특한 단체문화가 있었습니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힘들게 산을 올랐습니다. 하지만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닌 저는 그런 방식이 버거웠습니다.”

그가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산을 힐링과 테라피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산에서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도입하며 차츰 틀을 잡아갔다. 산노래를 만들고, 산악시 동호인의 모임 ‘시산’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유명한 산노래 ‘적막가’의 2절을 만들어 붙인 것도 윤 교장이었다. 이렇게 그는 30대까지 역동성이 주를 이루는 산악문화에 정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윤 교장은 스스로 ‘산악계의 야인’이라 말할 정도로 주요 산악단체와 인연을 길게 가져가지 못했다. 제도권이 추구하는 방향과 그의 생각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부터 3년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지원받아 일반인을 상대로 한 트레킹교육을 진행했다. 그 전에는 코오롱등산학교 강사로 활동했으며, 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 스쿨장도 지냈다. 하지만 결국 그는 트레킹 강연이라는 목표를 위해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위해 밖으로 나와 발로 뛰었습니다. 기업이나 기관의 힘을 빌려 상업적인 트레킹클럽을 제 뜻대로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1999년부터 3년간 진행한 고어텍스 아웃도어클럽입니다. 모객을 통해 운영하는 호구지책이긴 했지만, 새로운 산악문화의 시험장 역할도 톡톡히 했습니다.”

당시 그가 시도한 트레킹클럽의 새로운 시스템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정시 출발과 차량 내 음주금지, 산노래와 등산상식 교육 등을 클럽 운영원칙으로 세웠다. 차에서의 음주가 일상이고, 출발 시간이 들쑥날쑥 하는 등 무질서하고 혼돈스러운 그 시절의 산행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처방이었다. 보험회사와 협의해 만든 5,000만 원짜리 산행보험을 손님들에게 들어준 것도 그가 최초였다.

“산행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건에는 가격이 있고 사람은 인격이 있듯, 산을 다니는 것도 ‘산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손님을 빼앗긴 안내산행 산악회에서 반발이 있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안내산행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스틱 사용법, ‘마더스틱워킹’ 개발

윤 교장이 건누리병원 트레킹팀과 함께하며 실전 강의를 펼치고 있다.
윤 교장이 건누리병원 트레킹팀과 함께하며 실전 강의를 펼치고 있다.

그는 정부 지원으로 진행한 ‘대국민 트레킹 교육’을 위해 한국트레킹학교를 설립한 이후 본격적으로 등산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에게 맞는 매뉴얼을 만들어 정기적인 강연과 교육도 실시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대중을 위한 트레킹 전문 강사’가 됐다.

“도시화가 심화되고 사회가 복잡해지며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가 재충전하고 위로받기를 원합니다. 도전과 극복을 강조한 외국의 등산문화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거기에 맞는 매뉴얼과 교육은 분명 따로 있습니다. 사실 트레킹 교육은 간단합니다. 꼭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만 익히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껏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이 거의 없었습니다.”

자신의 공방에서 옛날 신발을 보여 주고 있는 윤 교장.
자신의 공방에서 옛날 신발을 보여 주고 있는 윤 교장.

그가 한국식 등산교육법을 찾다가 개발한 것 중 하나가 등산용 스틱을 이용한 산길 보행법 ‘마더스틱워킹’이다. 이 보행법의 핵심은 두 개의 스틱을 동시에 던져 체중을 싣고 걷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체력 소모를 줄이고 신체에 걸리는 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경쟁적으로 빨리 가기 위한 스틱 사용법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장수시대에는 사람들이 자연을 벗 삼아 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아서 등산이 야외활동의 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내리막에서 척추나 관절이 고장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걷는 데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그것을 제대로 알려 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올바른 걷기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걷기클럽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제대로 된 걷기 방법을 알려 주는 곳은 거의 없다. 노르딕워킹과 같은 서양의 매뉴얼을 가르치고 있지만, 나이든 사람이 배우기는 힘든 기술이다. 체력과 유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더스틱워킹은 나이든 분들도 안전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게 고안한 걷기 테크닉입니다. 제가 고문으로 있는 척추관절 전문 건누리병원 환자분들도 마더스틱워킹을 배워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산을 더 높이 빨리가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걸으며 자연을 즐기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2008년 그가 고안한 ‘마더스틱워킹’이 주요 언론과 인터넷에 노출되며 10년 사이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그런 영향으로 최근 산에서 사람들이 스틱 두 개를 동시에 던지며 걷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마더스틱워킹’의 아류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골프를 쳐본 적이 없는 사람도 클럽과 공을 주면 스윙을 합니다. 배우지 않았지만 듣고 본 것만으로도 흉내는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허리에 무리가 갑니다. 등산용 스틱도 마찬가집니다. 마더스틱워킹을 흉내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몸에 무리가 가고 스틱도 고장 나기 쉽습니다. 강좌 수강을 통해 정확하게 배우고 사용해야 도움이 됩니다.”

열정적인 강연으로 인기

최근 그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트레킹 강연’이다. 그는 산에 다니는 지도자로서(2010년 문화체육부 장관상 ‘최우수지도자상’ 수상) 항상 사람들과 함께하며 산에 대한 시각을 바꿔주는 데 평생을 바쳤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며 건강하게 산행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물음을 던졌다. 강연을 택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동안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컬리지의 외래교수로 재직하며 학부생을 대상으로 ‘마더스틱워킹’ 강좌를 개설했고, 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로 ‘트레킹 강의’를 진행했다. 국립강원대학교에서 성공적으로 ‘트레킹 지도사’ 과정을 이끌기도 했다. 최근까지 KBS1 라디오의 간판프로그램 ‘라디오주치의’에 출연했고, EBS 방송의 90분 특강을 진행하는 등 대중을 상대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강연을 시도해 왔다.

“60대가 되면서 트레킹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계몽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 됐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멋진 방법, 그리고 중장년 이후의 사람들이 원활하게 산행할 수 있도록 마더스틱워킹을 널리 교육 보급하고 싶습니다. 강연을 원하는 자리가 있다면 어디든 좋습니다.”

현재 그는 한국트레킹학교 정규강좌 외에도 기업체, 관공서, 산악회, 주부대학, 시군아카데미, 문화센터, 연수원 등 여러 단체에서 많은 강연 요청을 받고 있다. 수강자 만족도가 높은 강의로 평가 받아 앙코르 강연으로 초청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그의 강의는 열정적이고 유익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트레킹 강연 분야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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