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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해외 등반|홍콩 암벽등반 가이드] 꿀맛 같은 등반여행, 암벽등반 하러 “홍콩 간다”

월간산
  • 입력 2018.02.21 10:41
  • 수정 2018.11.0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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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대표적인 자연암장 탕룽차오, 라이언록, 원숭이 버트레스 국내 최초 공개

홍콩의 대표적인 멀티피치 암장인 라이언록을 오르는 홍콩 클라이머 카렌 유Karen You. Gweilo루트 3피치(5.9).
홍콩의 대표적인 멀티피치 암장인 라이언록을 오르는 홍콩 클라이머 카렌 유Karen You. Gweilo루트 3피치(5.9).

홍콩의 이미지는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 숲과, 쇼핑 그리고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시일 것이다. 그러나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 산자락이나 바닷가에 들어서면 자연 그대로의 등반성 좋은 멋진 암장이 널려 있다.

홍콩은 크기가 서울의 1.8배이며 제주도보다 작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 가장 높은 산이 해발 560m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자연암장과 볼더가 있다. 아시아의 암벽등반 대상지로 태국, 라오스, 중국만 생각하는 국내 클라이머들에게는 홍콩의 암장이 가진 독특한 매력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홍콩의 등반지는 홍콩 본섬과 구룡반도Kowloon Peninsular, 신계New Territories, 텅룽차오의 섬, 라마 섬, 란타우 6개 지역에 60여 암장들이 있고 800개 이상의 등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또한 크게 4곳의 볼더링 지역에 300개 이상의 볼더링 루트가 있으며, Vb(5.7)부터 V10(5.14a)까지 다양한 난이도로 이뤄져 있다.

홍콩의 등반은 구룡반도의 림록Lim Rock에서 1956년의 최초로 시작된 기록이 있다. 이 최초의 등반에서 사고가 났으며, 이로 인해 등반팀이 퇴각한 아픈 역사도 가지고 있다. 2년 후 영국군 장교 2명이 등반한 ‘Wards Groove(6a, 5.10b)’가 최초의 완등 기록으로 전해진다.

홍콩이 가진 도시적인 이미지보다 훨씬 멋진 자연암장들을 소개한다.

텅룽차오섬의 테크월 Corner루트(5.11b)를 오르는 홍콩 클라이머 챈들러Chandler.
텅룽차오섬의 테크월 Corner루트(5.11b)를 오르는 홍콩 클라이머 챈들러Chandler.

최고 인기 암장, 텅룽차오

제일 먼저 소개할 암장은 주말이면 가장 많은 등반가들이 찾는 텅룽차오Tung Lung Chau섬에 있는 암장이다. 빅토리아항의 동쪽 입구에 위치한 작은 섬의 암장들은 홍콩 최고의 스포츠클라이밍 암장이다.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볼트가 설치된 루트)들이 집중되어 있고 난이도 5.6(5c)에서 5.13c(8a+)까지 다양하다.

이 섬에는 3개의 암장에 100여 개 이상의 루트들이 있고 1개의 볼더링 지역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시원한 바다 경치를 배경으로 자리한 테크월Technical Wall - 구글 GPS 좌표 : 22.254532, 114.297142이다.

약 37개의 루트가 있는 이곳 암장에서 필자는 첫 등반으로 코너(Conner 5.11c, 6c+)에 붙었는데 그 이후 펌핑이 풀리지 않아 이날 등반을 망쳐버렸을 정도로 첫 볼트 이후 모든 동작이 5.11c 난이도로 연속되며, 이것이 마지막 확보 앵커까지 이어졌다. 이곳의 루트는 대부분 난이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가진 특성이 있어 높이는 20m 이하로 높지 않지만 등반성이 뛰어나다.

앞레이차우Ap Lei Chau 옐로월Yellow Wall 암장을 등반하는 카렌유. Purple Fart루트(5.10c).
앞레이차우Ap Lei Chau 옐로월Yellow Wall 암장을 등반하는 카렌유. Purple Fart루트(5.10c).

암질은 우리나라 해벽과 비슷하지만 단단해 낙석이 거의 없다. 테크월 외에도 이 섬에는 Sea Gully Wall(22.254175, 114.295505)에 55개의 루트, Big Wall(Sea Gully 옆 암장)에 15개의 루트가 있다. 테크월의 인기 있는 루트는 줄을 서야 등반이 가능할 정도로 붐비지만 Sea Gully와 Big Wall은 비교적 한적하다. 능선 위쪽에는 쉽게 눈에 띄는 볼더인 Kite Rock(22.255228, 114.292131)이 있다.

텅룽차오섬으로 가려면 여객선(페리)을 타야 한다. 지하철MTR 사이완호역Sai Wan Ho에 내려 A출구를 나와 500여m 거리 약 7분을 걸으면 텅룽차오 여객터미널에 닿는다. 1일 5회(09:00, 10:30, 12:00, 15:15, 16:40) 출발하며 토·일요일만 운항하고 주중에는 운항하지 않는다. 소요 시간은 40분이며 왕복 승선료는 55홍콩달러(7,500원 정도)이다. 배가 나오는 시간은 도착 후 40분 정도 지나면 출항한다. 평일에는 배를 빌려 들어 갈 수 있지만 뱃삯이 엄청나다.

섬에는 식당이 있으며, 암장 가는 길에 캠핑장이 있어 일요일 마지막 배로 들어가 평일 동안 등반을 하다 토요일에 나오는 이들도 간혹 있다. 마트는 없으므로 캠핑을 계획한다면 식량은 시내에서 미리 구입해야 한다.

텅룽차오섬에 도착 후 배에서 내리는 수많은 클라이머들을 따라 캠핑장 중앙을 지나 바다가 쪽으로 가면 된다. 등산로가 하나뿐이며 15분만 걸으면 암장에 닿을 수 있고 찾기 쉬운 편이다. 등반 후 돌아오는 배에서는 관광 유람선을 탄 기분으로 홍콩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홍콩은 우리나라처럼 외국인들에게 친절하지는 않다. 지역 클라이머들의 텃세가 약간 심하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마찰 없이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확보 앵커의 훅이나 행거에 바로 톱로핑을 하지 않고 반드시 자기 카라비너를 사용한다. 우리와 달리 이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확보물은 철저히 보호한다.

비콘힐Beacon Hill 암장 Moon Night’s Snake루트(5.11a)를 오르는 캐빈 엔지Kevin Ng.
비콘힐Beacon Hill 암장 Moon Night’s Snake루트(5.11a)를 오르는 캐빈 엔지Kevin Ng.

멀티피치도 할 수 있는, 라이언록

두 번째 소개할 암장은 라이언록Lion Rock 암장(22.352294, 114.185230)이다. 구룡반도의 빌딩 숲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이 암장은 스포츠 멀티피치 루트들이 있다. 비록 100m도 안 되는 높이이지만 발아래 도시 경관을 내려다보며 등반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사자처럼 생긴 라이언 암장은 크게 서벽과 동벽으로 나뉜다.

서벽에 단 피치의 5개 루트가 있으며, 3~4피치로 이루어진 4개의 루트가 있다. 그러나 각 피치 중간에 변형 루트가 4~5개씩 복잡하게 연결되고 마지막 정상으로 가는 각각의 피치는 5개의 확보 앵커들로 이어진다. 각 피치의 크럭스는 5.10~5.11 초반의 난이도다.

하강은 정상 좌측에서 두 번째 앵커에서 하강하거나 걸어서 내려올 수 있다. 지역 클라이머들은 하강을 거의 하지 않고 정상에서 걸어서 내려온다. 동벽은 1피치짜리 3개 루트, 2피치짜리 2개 루트, 3피치짜리 1개가 5.7~5.10d 정도의 난이도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중간의 변형 루트들은 5.12c/d급도 있으니 루트 파인딩을 잘 하고 올라야 한다.

고전 등반으로 오를 수 있는 루트가 있으나 대부분의 홍콩 클라이머들은 볼트가 설치된 스포츠 루트를 등반한다. 암장 접근 방법은 지하철 룩푸역MTR Lok Fu -초록색 Kwun Tung line에 내려 택시로 ‘Lion Rock Country Park(Sze Tse San)’ 입구에 내린다. 15분 거리며, 30홍콩달러 정도 나온다.

공원 정문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30m 가면 오르막 등산로 직전에 잘 정비된 안내판이 나온다. 이 오르막을 계속 오르면 작은 대피소 건물이 나오고, 라이언 파크라는 안내판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가서 사자바위 하단 높이의 지점에 도달하면, 주 등산로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의 작은 흙길이 보인다. 이 길이 암장에 이르는 길. 산행시간은 40분 정도 걸린다.

완등을 눈앞에 두고 홀드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홍콩 클라이머 도로시Dorothy. 앞레이차우Ap Lei Chau의 프라우월The Prow Wall 암장 Bullet Tuff루트(5.10a).
완등을 눈앞에 두고 홀드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홍콩 클라이머 도로시Dorothy. 앞레이차우Ap Lei Chau의 프라우월The Prow Wall 암장 Bullet Tuff루트(5.10a).
텅룽차오섬 씨걸리Sea Gulley암장의 Epiphany루트(5.13a)를 오르는 샤이 힝Sai Hing.
텅룽차오섬 씨걸리Sea Gulley암장의 Epiphany루트(5.13a)를 오르는 샤이 힝Sai Hing.
가장 인기 있는 암장인 텅룽차오Tung Lung Chau섬의 테크월Tech Wall에서 주말 등반을 즐기고 있는 홍콩 클라이머들.
가장 인기 있는 암장인 텅룽차오Tung Lung Chau섬의 테크월Tech Wall에서 주말 등반을 즐기고 있는 홍콩 클라이머들.

도심 속의 보석 같은 암장, 원숭이 버트레스

세 번째 암장은 찾아가기가 무척 쉽다. 텅룽차오 다음으로 인기 있는 홍콩 본섬의 원숭이 버트레스Monkey Buttress 22.282598, 114.197294 암장이다. 총 21개의 루트가 5.7(5a)에서 5.13b(8a)까지의 난이도로 이뤄져 있다. 작은 암장이지만 다양한 형태의 등반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곳이다. 홍콩 시내의 탁 트인 조망이 손에 닿을 듯 눈앞에 펼치지는 도심 속에 숨은 보석 같은 암장이며, 어프로치(암장에 이르는 산행)가 쉬워 많은 등반가들이 찾는 인기 등반지다.

접근 방법은 지하철 틴하우역Tin Hau, MTR 푸른색 Island line에서 택시를 타고 ‘Braemer Hill Road’ 끝까지 가면 된다. 20분 걸리며, 35홍콩달러. 또는 45번 버스로 ‘Braemer Hill Bus Terminal’ 종점에 내려 도로 끝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와서, 오른편 길 끝에서 냇가를 건너고, 작은 빈터가 나오는 곳까지 가면 빈터 오른쪽에 흙길 등산로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며 잡초가 무성한 곳을 주시하면 암장의 바위 꼭대기가 보인다. 산행시간은 10분 정도다.

원숭이 버트레스 암장은 비가 내려 수분이 많을 때는 바위가 약해지는 특성이 있어 날씨가 좋은 날을 택해야 한다. 월간<산>

독자들에게 소개한 이 세 곳의 암장 외에도 비콘힐Beacon Hill, 22.347013, 114.168998과 작은 해벽들이 산재해 있는 앞레이차우Ap Lei Chau, 22.234062, 114.159088 암장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일랜드의 ‘Giants Causeway’나 미국 와이오밍의 ‘Devil’s Tower’를 닮은 신계New Territories 지역의 하이아이슬랜드High Island 저수지 끝자락에 있는 고전등반 루트 대상지, 워터폴Waterfall: 22.355854, 114.374081암장이 꼭 등반하고 싶은 곳이었다.

앞레이차우의 오션월Ocean Wall을 오르는 카렌 유. 빌레이를 보는 이는 본지에 사진을 제공한 페이산 호Peishan Hoe.
앞레이차우의 오션월Ocean Wall을 오르는 카렌 유. 빌레이를 보는 이는 본지에 사진을 제공한 페이산 호Peishan Hoe.
라이언록 정상에 선 론 로이Ron Roy(오른쪽)와 대만 등반가 짐 알탄스Jim Althans. 홍콩 클라이머인 론은 월간<산></div>에 등반사진을 제공해 주었다.
라이언록 정상에 선 론 로이Ron Roy(오른쪽)와 대만 등반가 짐 알탄스Jim Althans. 홍콩 클라이머인 론은 월간<산>에 등반사진을 제공해 주었다.
텅룽차오섬에서 주말 등반을 끝내고 홍콩 본섬으로 돌아오는 여객선의 홍콩 클라이머들.
텅룽차오섬에서 주말 등반을 끝내고 홍콩 본섬으로 돌아오는 여객선의 홍콩 클라이머들.

홍콩 등반 여행 꿀팁

홍콩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공항의 지하철MTR역에서 옥터퍼스Octopus 八達通카드를 구입해야 여행이 편리하다. 이 교통카드(티머니교통카드와 같음)는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고 대부분의 상점에서 사용 가능하며, 나중에 남은 돈은 환불 받을 수 있다.

숙소는 홍콩 본섬 북쪽 도심지나 구룡반도의 중심 침사추이Tsim Sha Tsui 부근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다. 지하철MTR에서 가까운 장소에 숙소를 잡으면 여러 암장으로 이동하는 데 불편이 없다.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숙박비용과 기타 부대시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식사는 한국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숙박비에 비교하면 대중교통 비용은 무척 저렴하다. 하루만 적응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등반 적기는 10월에서 4월까지이며, 가장 좋은 시기인 1월에서 3월 사이는 보온 재킷을 준비해야 한다. 장비는 50~60m 로프 한 동과 퀵드로 12개 정도면 대부분의 루트를 등반할 수 있다.

쉬는 날은 쇼핑이나 관광뿐 아니라 당일로 마카오를 다녀오거나, 최신 인공외벽이 있는 중국의 심천까지 다녀올 수 있다. 심천의 외벽은 홍콩 국경에서 택시로 15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깝고 요금도 4,000원 정도다. 택시 기사에게 ‘Blue sky sports center’로 가자고 하면 된다(gps 좌표: 22.557104, 114.094126).

작은 단체나 등반 파트너끼리 짧은 일정으로 여행과 관광을 할 수 있어, 휴가를 보내는 기분으로 등반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필자는 홍콩 등반여행 마지막 날  ‘Verm city’라는 실내암장을 방문했는데, 시설이나 크기에 놀랐다. 특히 처음 보는 ‘Clip n Climb’이라는 오토 빌레이 벽의 인기는 대단했다.

홍콩 암벽등반의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hongkongclimbing.com에 각 루트 난이도와 등반에 관한 내용이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실려 있고 개념도도 PDF파일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참고로 GPS좌표를 구글맵 검색창에 복사하면 곧 바로 지도상에서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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