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 & 걷기 <1>] 등산은 B급 문화다

[582호] 2018.04
  • 글·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18.04.16 13:12 | 수정 2018.12.18 20:02

    知之者不如好之者지지자불여호지자,

    好之者不如樂之者호지자불여락지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에 못 당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못 당한다.’ 학문의 경지를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 공자님 말씀이다.

    “한국인은 그저 산을 좋아만 하지 즐길 줄을 모른다.” 필자가 강연에서 꼭 하는 말이다.

    좋아하는 것과 즐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산을 찾는 적잖은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정상을 몇 시간 만에 갔느냐?’하는 것이다. 산길을 걸으면서 사색하고 명상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단순한 치기와 과시만을 내세우고 그것이 등산의 가치척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코 우리는 능선이 그리운 골짜기와 봉우리가 그리운 능선의 애틋함을 말하지 않는다. 산의 높이만을 탐하지 너름과 깊이를 탐구하지 않는다. 즐기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산을 도전과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게끔 세뇌시킨 히말라야 14좌 마케팅marketing과 더불어 산을 경쟁의 장場으로 부추긴 매스미디어mass media의 악영향이다.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은 고통과 패배감 속에 등산을 다닌다. 빨리 못 가면 남보다 뒤처지는 것이고, 배낭, 등산복, 등산화 등이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격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등산인구 2,000만 시대인 것이다.

    최근 정부는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내 지정지역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하기로 결정해 적발 시 과태료 부과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는 개인의 자유를 국가가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음주산행 사고가 빈번한 현실을 볼 때 오죽하면 이런 조치를 취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6년 산림청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 국토의 64%가 산지로서 우리들의 삶은 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산은 서울 강남역에 버금가는 특급 공공장소이다. 산에서 냄새나는 음식물과 눈살 찌푸리게 할 정도의 과한 식문화는 삼가고 꽃향기와 나무의 향기, 볼에 스치는 바람의 촉감과 새들의 노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이 진정한 산행의 의미이고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아닐까?

    위에서 열거한 사례를 보더라도 확실히 등산은 B급 문화다. 문제는 이 B급 문화를 다수가 즐기고 있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다. 물론 어떤 것이 수준 높은 문화인지 가늠키는 쉽지 않다. 하지만 격格있는 행위가 삶의 질을 높여 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할 것이다. 비싼 배낭이 그 사람의 격을 높여 주는 게 아니고, 바르게 메는 것이 격 있는 것이다. 그래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오래 즐길 수 있다. 등산화 끈도 풀려서 넘어지지 않도록 바로 매야 한다. 제대로 매지 않는 것은 자동차 앞바퀴의 너트를 꽉 조이지 않고 운행하는 것과 같다.

    걸음걸음마다 나를 발견하고 오름오름마다 나를 높여감이 필요한 때다. 이를 행할 때 산격山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산격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답은 배움이다. 배워야 느낄 수 있고, 느껴야 즐길 수 있다. 꼭 그래야만이 우리들의 삶은 자연과 더불어 향기롭고 건강하며 안전한 A급 문화로 거듭 날 수 있는 것이다.

    윤치술 강사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 / 마더스틱아카데미 교장 / 건누리병원 고문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 / 국립 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초빙강사 / 사)국민생활체육회_한국트레킹학교장 / 사)대한산악연맹_찾아가는 트레킹스쿨 교장 / 월간산_대한민국 등산학교 명강사 1호 선정 연재 / 동아일보_국내 최초 2000년 등산 고정칼럼 연재 / EBS_국내 최초 등산강의 2회 80분 출연 / KBS_9시뉴스, 생로병사의비밀, 영상앨범 산 등 다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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