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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새연재 | 백두대간 에코 트레일 | 복원 나선 산림청] ‘한반도 생태축’ 백두대간 훼손지 복원 시급

글 월간산 박정원 편집장
  • 입력 2018.04.12 11:01
  • 수정 2018.12.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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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땐 경관 저해와 2차 산사태 우려… 산림 생태계 건강성 유지해야

백두대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한반도 중심생태축으로서의 기능이다. 불과 100년 전 조선 말까지만 하더라도 호랑이 수백 마리가 포효하던 이 땅에서 어찌 됐는지 한순간에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호랑이에 이어 반달곰·늑대·여우 등도 잇달아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제시대 해수구제害獸驅除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멸종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도 한반도의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 혹은 멸종위기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산림청이 백두대간 바람재를 복원하기 전과 후의 모습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 사진 산림청
산림청이 백두대간 바람재를 복원하기 전과 후의 모습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 사진 산림청

한반도 호랑이와 반달곰이 백두대간을 타고 남북을 오르내리며 시베리아까지 왕복함으로써 이종교배로 건강한 생태체계를 유지하는 그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물론 호랑이의 행동반경이 길어봤자 200km 내외, 반달곰은 100km도 채 안 되지만 모든 동식물이 백두대간의 생태통로로 한반도의 남북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상징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

한반도 백두대간과 동북아의 생태축이 원래 하나였다는 주장도 국제심포지엄에서 나왔다.

지난 2013년 8월 ‘백두대간과 동북아 보호지역 연계강화와 관리’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당시 산림청 강혜영 산림생태계복원팀장은 “남북관계 개선 등 여건이 성숙되면 백두대간 보호 관리를 남북협력사업의 가장 큰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사실 백두대간의 단절이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라도 백두대간은 연결돼야 한다. 생태계와 문화의 연결축으로서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 보호구역 연계로서의 백두대간을 연결시켜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강원도 자병산 석회석 채광지의 훼손된 모습을 보여 주며, ‘생태축으로서 백두대간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했다. 당시 백두대간 능선 좌우 2km가량 4,000ha가 심하게 훼손됐으나 법률 제정 이후 산림청의 복원으로 상당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백두대간 생태자원 조사결과 총 식물종의 30%에 해당하는 식물 121과 1,241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희귀식물 99종, 멸종위기식물 10종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동북아 생태축으로서 백두대간을 봐야

산 속에 있는 폐군사시설의 복원 전과 한창 복원 중인 모습(사진 가운데), 그리고 복원 후의 모습이 선명하게 차이난다. / 사진 산림청
산 속에 있는 폐군사시설의 복원 전과 한창 복원 중인 모습(사진 가운데), 그리고 복원 후의 모습이 선명하게 차이난다. / 사진 산림청

부산대 홍석환 교수도 ‘동북아시아 보호지역의 확대와 연계 필요성’이란 주제로 백두대간의 생태축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는 상황이 된 요즘, 이제는 동북아 전체 생태축으로서 백두대간을 봐야 한다. 아시아 대륙의 생태계 마지막 거점이 바로 한반도다. 하지만 북한이 생태계를 고립시킨 게 무엇보다 안타깝다. 결과적으로 남한이 생태섬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식물생태계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동물생태계는 대형 포유류가 멸종하는 등 심각한 실정에 있다. 하루 빨리 금강산과 설악산을 연결하는 생태이동통로를 만들자고 북한에 제안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요구하는 생태보전구역 17%가 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허학영 박사는 “한반도 평화와 생태계 온전성을 위해 DMZ생태평화공원이 꼭 필요하다”며 “그것은 한반도 남북생태축을 연결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독일의 피에르 이비쉬 리버스발트대학 교수는 세계 곳곳의 접경지역의 생태보존실태를 설명하면서 “남북의 생태보존을 위한 노력도 힘들고 어려운 협상과정을 거치겠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조언했다. 중국의 서기량 북경 임업대학 교수는 중국의 41개 국립공원과 인접 지역 간의 협력체제를 소개하면서 “한반도도 다른 나라 접경지역의 생태축을 어떻게 협력하며 보존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갤럽이 지난 2013년 백두대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일반 국민, 지역주민, 전문가 모두 ‘백두대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양한 생물종이 분포하는 생태축’으로 인식했다. 특히 전문가집단은 71.1%나 ‘생태축으로 인식한다’는 응답을 했다. 일반국민들은 ‘우리나라 전통 지리인식 체계의 정립’이라는 응답이 17.3%, ‘등산·여행 등 휴양 문화의 공간’이 14.3%가 나왔다. 반면 지역주민 23.1%는 ‘광물·산림자원 등 자연자원’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백두대간 보호관리 개선을 위해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의에는 ‘백두대간 훼손지의 복원’이라는 응답이 33.3%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백두대간 자원과 문화에 대한 조사연구 확대’(28.9%), ‘백두대간 현장관리 인력 확대’(13.3%), ‘생물권보전지역이나 세계유산 등재’(6.7%)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산림청은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와 국제심포지엄에서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할 백두대간 전담팀을 발족해서 생태축으로서의 핵심가치 실현과 백두대간 훼손지 복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아가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과 생물다양성협약 등 국제회의에서 산림황폐화 방지 및 훼손지 복원이 이슈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해결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산림단절은 로드킬 등으로 동식물 멸종 초래

산림청이 충북 영동에서 대규모 복원 사업을 하기 전과 후의 모습. / 사진 산림청
산림청이 충북 영동에서 대규모 복원 사업을 하기 전과 후의 모습. / 사진 산림청

백두대간 생태축의 단절은 야생동물의 멸종을 초래하는 직접 원인이며, 그 1차 결과는 로드킬Road Kill(야생동물이나 곤충 등이 도로로 나왔다가 치어 죽는 사고)로 나타난다. 한국도로공사가 2015년 집계한 로드킬 건수는 총 2,360건이었다. 야생동물이 고속도로에서 하루 평균 6.5마리꼴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0년 2,069마리에서 2013년 2,307마리, 2015년 2,360마리였다. 4년 사이 14.1%나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라니의 희생이 두드러졌다. 2010년에 고속도로에서 희생된 고라니가 1,739마리였지만 2013년 1,914마리, 2015년에는 1,996마리였다.

국도에서 로드킬 발생은 고속도로와 별로 다르지 않다. 충주국토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관할 국도에서 발생한 로드킬 1,006건 중 고라니 피해가 250마리나 됐다. 또 홍천국토관리사무소에서도 지난해 접수된 내륙지역 로드킬 건수는 총 90건이었다. 하루 평균 0.25마리꼴이다. 결론적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를 포함한 도로에서만 하루 평균 10마리 가까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전국의 생태축 훼손단절지점이 총 987개소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국토의 파편화, 서식지 단절 등은 넓은 활동공간을 필요로 하는 포유류의 멸종과 연간 신고건수가 5,7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빈번한 야생동물 로드킬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백두대간 이화령이 도로로 인해 단절된 상태와 생태다리를 조성한 뒤의 모습. 야생동물 생태다리가 놓인 뒤의 모습이 훨씬 안정적이다.  / 사진 산림청
백두대간 이화령이 도로로 인해 단절된 상태와 생태다리를 조성한 뒤의 모습. 야생동물 생태다리가 놓인 뒤의 모습이 훨씬 안정적이다. / 사진 산림청

‘로드킬’ 유관부서인 환경부국토교통부산림청 3개 부처는 합동으로 ‘한반도 핵심 생태축 연결복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내용은 각종 개발사업과 도로건설 등으로 인해 단절되거나 훼손된 백두대간을 비롯한 주요 생태축에 2017년까지 생태통로 50개를 설치하고, 보호지역 내 훼손된 지역을 복원하는 것 등이다.

복합 단절지역은 경부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철도 등으로 동서 생태계가 단절된 추풍령구간, 88고속도로와 지방도로 인해 단절된 지리산~덕유산 구간에 대한 생태통로 연결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리산~덕유산 구간에 생태통로가 설치될 경우 현재 지리산에만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인 반달곰이 덕유산까지 이동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산림청은 독자적으로 백두대간 마루금 단절지역과 훼손지 실태파악에 나섰다. 일제시대 도로개설과 산업화 이후 개발 등으로 백두대간 총 63개 구간이 단절된 상태였다. (표1 백두대간 마루금을 관통하는 도로 참조) 산림청은 이후 백두대간 마루금 생태축 복원사업에 적극 나섰다. 2012년 이화령 생태통로를 완공한 데 이어 2013년엔 육십령벌재를 이었고, 비재도 뒤이어 성공적으로 연결했다.

벌재 생태축이 연결된 이후 야생동물들이 생태 이동통로를 활용하는 사례가 속속 CCTV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 고라니와 너구리 등이 생태통로로 이동하면서 배설물로 자신의 영역으로 표시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경북 문경과 충북 단양을 잇는 백두대간 벌재는 일제 강점기인 1930년 도로가 개설되면서 마루금이 단절됐다가 83년 만에 복원된 구간이다.

산림청과 문경시는 총 42억 원의 예산을 들여 벌재를 복원, 생태축으로서 기능을 살렸다. 주변에는 자생하는 식물을 식재해 빠른 시간에 고유 생태계로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생태통로가 연결된 이화령의 경우, 고라니들이 잇달아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벌재는 고라니뿐만 아니라 너구리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통로로 이용했다. 산림청은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환경에 가깝게 식생이 회복되면 삵, 담비 등 보호종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산림청은 나아가 백두대간뿐만 아니라 DMZ 일원에 자연적인위적으로 훼손된 산림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해 산림 고유기능 유지 및 산림생태계 건강성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매년 ha당 1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복원에 나설 계획이다. 주요 대상지는 한반도 핵심생태축인 민북지역과 백두대간 내 산림훼손지역, 정맥 및 도서해안지역 훼손산림, 그 외 생활권 주변, 재해 피해지 등이다. (표2 사업추진 실적 참조)

산림청은 앞으로 재해예방과 단편적인 식생복원 위주에서 벗어나 생태계 전반을 고려하고 향후 예상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복원방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물리적 훼손지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생육여건 및 활력도가 떨어진 지역에 대해서도 생태복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아가 산림복원에 대한 법령과 현장 매뉴얼 등을 마련하고, 복원공법, 소재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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