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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백두대간 에코 트레일 | 백범영 교수의 산행 갤러리] 산이 사람을 부른다, 짙어가는 신록… 발길 붙잡는 야생화…

글·그림 백범영 한국화가·용인대 회화과 교수
  • 입력 2018.06.18 10:19
  • 수정 2018.12.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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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구간 봉화산~백운산

화사한 매봉의 철쭉 군락

사라진 옛 봉수왕국 전북가야의 영광의 흔적이련가. 매봉에 오르면 도처에 깔린 철쭉이 봄의 색깔로 대간꾼들을 반긴다. 마치 넓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화사한 능선 사이로 울긋불긋 점들이 움직인다. 서둘러 가던 대간길도 철쭉터널에서는 지체되기 마련이다.

매봉의 철쭉, 35x46cm, 숙선지에 수묵담채, 2018

봉화산에서 바라보는 무명봉의 산세

봉화산에 올라서면 키 큰 나무가 없어 가야 할 대간길이 무명봉까지 뚜렷이 보인다.

완만한 고도에 겹겹이 굽이치는 근육질의 산세에 크게 휘어지는 대간길 좌우로 임도가 호위하듯 휘어 감고 있다.

봉화산에서 본 무명봉, 35x46cm, 숙선지에 수묵담채, 2018

무명봉에서 되돌아본 봉화산 

업다운이 적은 완만한 능선은 휘적휘적 걷기 편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문득 되돌아본 봉화산 자락이 생각보다 길게 뻗어 내리고 산허리는 매우 가파르다. 대간길을 따라오던 임도를 봉화산쉼터고개에서 넘겨 보내고 대간꾼은 갈 길을 재촉한다.

무명봉에서 본 봉화산, 35x46cm, 숙선지에 수묵담채, 2018

암릉지대의 신록

능선을 이루는 굳건한 암반이 낭떠러지를 만든다. 죽 이어진 암릉 좌우로 신록이 무성하다. 활엽수가 보드라운 털처럼 감싸고 있는 삼각뿔의 작은 봉우리가 겹쳐 있는 아스라한 중경의 모습이 그지없이 예쁘다.

암릉지대, 35x46cm, 숙선지에 수묵담채, 2018


1 화사한 연분홍 철쭉 일부 지방에서는 함박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함박꽃은 함지박처럼 크고 탐스러운 꽃을 두루 지칭하는 말로 목련과 산목련, 모란과 작약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환한 연분홍 꽃잎과 여린 연두색 햇잎에 햇빛이 투과되면 그 순수한 이미지와 밝고 생기 넘치는 색감이 미치도록 아름답다.

철쭉, 14x18cm, 종이에 펜, 수채, 2018

2 깜찍한 연보라 각시붓꽃 꽃봉오리가 붓을 닮아 붓꽃이라 부른다. 붓꽃과의 각시붓꽃은 의남宜男, 노총蘆蔥, 산란초山蘭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은 것에는 으레 애, 개, 돌, 졸 등의 접두어가 붙지만 예쁠 때에는 각시가 따라 붙는다. 여름에는 하고夏枯현상으로 각시붓꽃을 보기 어렵다.

각시붓꽃, 14x18cm, 종이에 펜, 수채, 2018

3 우아한 치마를 두른 은방울꽃 백합과의 은방울꽃은 오월화五月花, 향수화香水花, 영란鈴蘭, 초옥령草玉鈴이라고도 한다. 앙증맞은 방울 모양의 하얀 꽃이 피며 향기가 매우 좋다. 잎의 모양이 우아한 치마를 드리운 것 같아 꽃말처럼 순결이 연상된다. 잎은 독성이 강하므로 먹으면 안 된다.

은방울꽃, 14x18cm, 종이에 펜, 수채, 2018

4 솜털이 많은 솜나물 잎의 뒷면에 빽빽이 난 흰 섬모들이 솜털 같다고 해서 솜나물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서서히 섬모가 없어진다. 열매를 부싯돌에 얹어 담뱃불을 붙이기도 하여 부싯깃나무라고도 한다. 대정초, 솜나무, 까치취라고도 부른다. 약효도 독도 없으므로 봄에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솜나물, 14x18cm, 종이에 펜, 수채, 2018

5 함초롬히 이슬 머금은 제비꽃 이른 봄에 피는 제비꽃은 봄의 전령사로 종류가 많다. 제비가 날아올 때쯤 핀다고 해서 제비꽃이다. 제비꽃이 필 때쯤 춘궁기에는 항상 오랑캐들이 약탈을 하러 와서 오랑캐꽃이라고도 한다. 동양에서는 구부러진 대궁이 효자손을 닮아서 여의초如意草라고 부른다.

제비꽃, 14x18cm, 종이에 펜, 수채, 2018

6 애기똥 색깔의 애기똥풀 양귀비과의 애기똥풀은 까치다리, 젖풀, 씨아똥이라고도 한다. 줄기를 꺾으면 노란 액체가 나오는데 꼭 애기똥 같아서 애기똥풀이다. 꽃의 색이나 모양도 귀여워서 이름에 공감을 더한다. 잔체를 약용으로 쓰는데 독성이 강하므로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애기똥풀, 14x18cm, 종이에 펜, 수채, 2018

서설이 내린 노송 

봉화산을 향하는 길목에 선 노송. 여러 갈래로 경쟁하듯 뻗어 오르는 줄기가 하늘로 치솟고, 햇빛을 차지하려는 가지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풍우에 부러진 줄기와 가시마냥 붙어 있는 삭정이들이 강한 야성을 드러낸다. 서설이 내려 그 상처를 보듬는다. 

강서降瑞, 137x70cm, 숙선지에 수묵,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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