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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새연재ㅣ김기환 산악전문기자의 ‘클라이밍 클리닉’ <1>] “체력 훈련은 실내암장, 등반 시스템은 등산학교에서~”

월간산
  • 입력 2018.06.20 10:17
  • 수정 2018.11.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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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 클라이머’에게 필요한 ‘등반 리뉴얼’ 로드맵

실내암장은 벽과 친해지고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암벽등반을 잘 하려면 지구력 위주의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내암장은 벽과 친해지고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암벽등반을 잘 하려면 지구력 위주의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때 등반에 대한 열정이 컸다. 주말마다 암벽을 오르며 세상을 모두 가진 듯 즐거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늘 머릿속에는 등반 생각뿐이었다. 휴일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고, 벽을 쉽게 오르려고 버스를 탈 때마다 손잡이에 매달려 힘을 길렀다. 남들의 시선 따윈 상관하지 않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 설악산 천화대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볼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먹으며 서서히 벽은 멀어졌다. 가끔 산에 가더라도 등반조에 끼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 있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등반의 세계에서 밀려나며 ‘왕년에 클라이머’가 됐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뜨거운 청춘이다. 벽을 오르고 싶은 열정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대를 불문하고,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최근 늦은 나이에 등반을 시작하거나 다시 배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운동 삼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예전에 산에 다니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암벽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무겁고 행동이 둔해 등반 배우기가 쉽지 않다. 부상의 위험도 크다. 그래서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등반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달에는 등반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왕년의 클라이머’에게 적합한 배움의 순서를 알아봤다.

만경대의 슬랩을 등반하고 있는 클라이머. 실내암장에서 어느 정도 체력을 기른 다음 자연암장에 도전하는 것이 적응이 쉽다.
만경대의 슬랩을 등반하고 있는 클라이머. 실내암장에서 어느 정도 체력을 기른 다음 자연암장에 도전하는 것이 적응이 쉽다.

스포츠클라이밍 짐에서 시작하자

실내암장에서 벽에 친해지며 체력 기르기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코알라 클라이밍짐(www.koalaclimbing.com) 임채연 센터장은 “실내암장에서 운동을 하는 나이가 지긋한 회원들 중에는 옛날에 암벽등반을 했던 경험자가 제법 많다”면서 “체력 관리를 위해 오는 분도 있지만, 다시 한 번 등반을 해보고 싶어서 실내암장을 찾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내암장에서 등반을 다시 배우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다. 특히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도 쉽게 된다.

임 센터장은 처음에는 한 달 정도 수업을 듣는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람 만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등반을 했던 분들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배우는 속도와 실력 향상이 빠릅니다. 50대도 20~30대 청년보다 훨씬 잘하는 경우를 쉽게 봅니다. 벽에 매달리다 보면 저절로 옛날 기억과 실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실내암장에서 운동할 때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다. 암장에 모두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편한 복장만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다. 신발과 초크, 클라이밍 테이프 등 필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구입도 가능하다. 초보자나 다시 배우는 ‘왕년의 클라이머’에게 발이 편한 암벽화를 권한다. 부드러운 신발을 신고 등반을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요즘에는 실내암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려 자연암장을 등반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시 등반을 시작하며 최신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필요한 장비는 시간을 가지고 하나 둘 마련하면 된다. 이런 단체 활동도 커뮤니티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예전처럼 인수봉을 오르고 싶다면 실내암장에서 지구력을 기르는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볼더링을 많이 하는데, 욕심을 내다 보면 몸에 무리가 가고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나이가 있는 분들은 무리가 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등반 경험이 있는 이들은 실내암장에서 2~3개월 꾸준히 훈련하면 5.10급에 근접하는 실력을 쌓을 수 있다. 그 이상을 바란다면 좀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사실 취미로 즐기려면 5.10급 정도면 충분하다. 다양한 루트에서 훈련을 반복  몸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등반을 즐길 수 있다.

“겁먹지 말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 만들어서 오겠다고 한 사람치고 다시 온 분이 없습니다. 다른 운동 할 생각하지 말고, 그 시간에 홀드 하나라도 더 잡는 것이 낫습니다.”

임 센터장은 초반에 지구력 훈련 위주로 강습을 진행한다. 홀드를 많이 잡고 벽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힘을 기른 뒤에 조금 어려운 문제에 도전한다. 아무리 근력이 없는 사람도 한 달 정도 실내암장에서 훈련하면 일반인 수준의 힘을 기를 수 있다. 그 뒤 욕심을 가지고 목표로 잡은 난이도에 도전할 때 등반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

1 실내암벽에 설치되어 있는 여러 가지 홀드.
2 홀드를 잡고 등반 훈련 중인 클라이머.
3 실내암벽 훈련은 많은 장비가 필요 없다. 편한 옷과 암벽화면 충분하다.
4 초크를 사용하면 홀드를 잡을 때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1 실내암벽에 설치되어 있는 여러 가지 홀드. 2 홀드를 잡고 등반 훈련 중인 클라이머. 3 실내암벽 훈련은 많은 장비가 필요 없다. 편한 옷과 암벽화면 충분하다. 4 초크를 사용하면 홀드를 잡을 때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등산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자

정규반서 새로운 장비, 등반 시스템 익히기

예전에 인수봉이나 도봉산을 오르내렸던 ‘왕년의 클라이머들’은 실내암장에서 하는 운동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당연히 옛날처럼 자연암장에서 자유롭게 바위를 타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흘러간 세월만큼 세상도 변했다. 등반장비도 크게 바뀌고 시스템도 달라졌다. 새롭게 등반에 도전하려면 제대로 된 시스템을 정확하게 배워야 한다. 그 루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등산학교 정규반이다.

대한산악연맹 등산연수원 김성기 연수부장은 “연세 드신 분들 중 다시 등반을 하고 싶다는 분을 종종 만날 수 있다”면서 “달라진 장비와 기술을 새롭게 배우려면 등산학교를 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등반은 기본적으로 안전시스템입니다. 그것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은 잘못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확하게 배우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다시 적극적으로 등반활동을 펼칠 수 있습니다.”

그가 ‘왕년에 클라이머’에게 권하는 등산학교 과정은 정규반이다. 기초부터 배우면서 예전과 달라진 부분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강사가 교육을 진행하는 전문 등산학교는 많은 이들의 의견을 취합해 만든 가장 객관적인 기술과 시스템을 가르친다. 가장 널리 통용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취하면 된다.

“등반을 다시 시작하는 분들은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을 목표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등산학교를 통해 함께 등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고난도 루트를 선등하려면 높은 수준의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부상을 당하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조심해서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그는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은 스포츠클라이밍 훈련이 필수”라면서 “트레이닝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실내암장에 다니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실제로 암벽에 붙어보면 스포츠클라이밍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은 눈에 띄게 실력 차이가 난다. 실내암장에서는 별 볼일 없는 실력일지 몰라도, 벽에 많이 매달려 본 사람은 실전에서 훨씬 강한 법이다.

1 피치등반을 할 때 필요한 여러 가지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클라이머.
2 자일은 외벽이나 자연암벽을 오를 때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3 캠은 바위틈에 끼워넣어 사용하는 확보물이다. 
4 안전벨트.
5 확물과 자일을 연결하는 등반장비 퀵드로.
1 피치등반을 할 때 필요한 여러 가지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클라이머. 2 자일은 외벽이나 자연암벽을 오를 때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3 캠은 바위틈에 끼워넣어 사용하는 확보물이다. 4 안전벨트. 5 확물과 자일을 연결하는 등반장비 퀵드로.

“골프를 잘하려면 필드에 자주 나가야 하고, 수영을 잘하려면 바다나 강에 가야 합니다. 암벽등반 역시 바위를 많이 한 사람이 유리합니다. 단 일주일에 3회 이상을 할 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실내 골프장이나 수영장을 가는 것입니다. 실내암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체내 지방이 늘어난 사람은 워킹을 많이 해서 감량을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실내암장 훈련을 병행해 근력을 키우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집에서 하는 기본 훈련으로는 턱걸이가 좋다. 풀업밴드를 이용해 단계별로 난이도를 올려 가면서 운동 강도를 높이면 등반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암벽등반이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합니다. 등반은 실제로 굉장히 과격한 운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전혀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등반할 때마다 고통스럽습니다. 평소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현장에서 즐거움만 추구하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을 바꿔 미리 몸을 만들고 트레이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촬영 협조 코알라 클라밍짐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070-7733-4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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