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 걷기<4>] 스틱은 지팡이가 아니다

[585호] 2018.07
  •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18.07.04 09:46 | 수정 2018.12.18 20:02

    [‘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 걷기<4>]
    마더스틱 교육 중인 윤치술 교장.

    1996년 설악산 공룡능선 사진을 본다. 스틱을 쥐고 내설악으로 외설악으로 운해 넘나드는 공룡의 등뼈에 올라 타, 먼 동해 바다 쪽을 바라보는 사진 속 나를 본다. 이전의 사진에서 스틱과 함께한 나는 없었다.

    스틱을 쓰게 되면서 체계적인 사용법을 찾아 헤맸으나, 세상 그 어디에도 답이 없음에 나는 미치도록 궁금했다. 어떻게 써야 몸에 이롭고 빛나는 산행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노인의 지팡이가 아닌 유비의 쌍고검雙股劍, 장비의 장팔사모丈八蛇矛나 관우의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처럼 아름답고 강한 도구로 쓸 수 없을까? 온통 스틱 생각으로 골똘했던 꽉 찬 마흔 그즈음이었다.

    그 당시 산에서 ‘노르딕워킹Nordic Walking’을 흉내 내는 몇몇 산악인들이 있었는데, 따라 해본 결과 어처구니없음을 단 한 번의 산행에서 알아버렸다. 이는 양팔을 번갈아 계속 뒤로 밀어 척추 등을 강화하는 운동으로서, 오르막에서 힘이 너무 들어가고 내리막에서는 위험한 동작이었다.

    [‘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 걷기<4>]
    등산용 스틱.

    최근 스틱에 관한 비과학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조악한 사용법들이 인터넷에 떠돌고 심지어 국민건강을 외치는 정부 산하기관 주도의 등산학교가 그 내용들을 가져다 부끄럼 없이 교육하고 있음은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여타 등산 교육기관들은 시급히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건강도 챙기는 스틱사용법을 정리해 교육하거나, 이미 검증되었고 한국인의 정서와 몸에 맞는 ‘마더스틱워킹’을 교육프로그램으로 선정해 2,000만 산행 애호가들에게 제시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학적 근거 없이 난무하는 스틱 사용법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골프를 해본 적 없는 사람도 공을 칠 수 있다. 하지만 힘으로만 하다 보니 허리, 어깨 등에 무리가 가는 것이다. 스틱도 마찬가지다. 손에 쥐어 주면 다 쓴다. 그러나 쓰면 쓸수록 고통이다. 시스템System 없이 마구잡이 되는 대로 휘두르다 보니 손목 등 관절이 아프고 내리막길에서는 걸리적거리는 바람에 위험해 배낭에 꽂고 다니는 상황에 이른다. 스틱이 무용지물을 넘어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사용자와 스틱, 둘의 힘의 나눔을 최상의 비율로 정리하면 몸의 움직임이 70~90%, 스틱은 보조 역할로서 10~30% 정도 씀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거꾸로 스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과도하게 힘을 가하면 몸이 망가지는 나쁜 결과를 낳는다. 요즘은 유행처럼 스틱을 구입한다. 남들은 있는데 나만 없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마음이거나 힘이 부치니 스틱의 도움을 받아볼까 하는 절박함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스틱의 소유’가 아니라 ‘스틱의 기술’이 아닐까?

    오늘날 스틱이 지팡이가 아닌 ‘도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숱한 산행에서의 경험과 탐구, 좋은 것은 함께 나눔이 ‘선善’이라는 지도자로서의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긴 시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마더스틱워킹Mother-Stick Walking’을 세상에 내 놓았다.

    2011년 월간<산>에 발표하기 전까지 약 3년간 마더스틱워킹과 유사한 동작이 있는지 관찰했다. 하지만 모두 노르딕워킹 흉내를 내거나 왼발 나갈 때 오른쪽 스틱, 오른발 나갈 때 왼쪽 스틱을 교차해서 썼다.

    마더스틱워킹은 스틱 두 자루를 앞으로 함께 던지는 동작인데 언제부터인가 많은 사람들이 마더스틱워킹과 유사한 동작을 실행하고 있음에 적잖이 놀랐다. 마더스틱워킹 교육을 받은 분들이 히말라야, 로키, 알프스 트레킹이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 때마다 나는 숙제를 준다. 스틱을 동시에 지속적으로 앞으로 던지는 외국인이 있으면 체크해 오라고. 그들의 답은 늘 같다. “없다”, “우리밖에 없었다.” 이것은 팩트fact다. 한국인의 스틱 사용은 마더스틱워킹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스틱 사용법으로 이름 붙여진 것은 노르딕워킹과 마더스틱워킹뿐인데 둘의 쓰임새와 추구하는 바는 확연히 다르다. 나는 경쟁적으로 빨리 가고 높이 가라고 마더스틱워킹을 창안한 것이 아니다. 더 너른 세상으로 나아가서 행복하라고 만든 것이다. 균형을 잡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편안함 속에서 자연과 폭 넓게 교감하고 산길 걷기가 도전이 아닌 힐링Healing과 테라피Therapy가 되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만든 것이다.

    마더스틱워킹은 배우고 익히기 쉬우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확장성’을 ‘그리움’으로 만들어 주는 ‘걷기의 혁명’이다. 스틱은 지팡이가 아니다. 스틱이 과학과 실용을 겸비한 도구로 거듭 나 자연과 함께할 때 튼실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 걷기<4>]

    윤치술 강사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교장/건누리병원고문/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사)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 교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 교장/월간산 대한민국 등산학교명강사 1호 선정 /EBS1 국내 최초 80분 등산 강의/KBSTV 9시 뉴스, 생로병사의 비밀, 영상앨범 산/KBS2TV 헬로우숲 고정리포터/KBS1 라디오주치의 고정출연 등

    윤치술 교장은 ‘강연으로 만나는 산’이라는 주제로 산을 풀어낸다. 독특하고 유익한 명강의로 정평이 나있으며 등산, 트레킹, 걷기의 독보적인 강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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