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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감동산행기] 부부들이 함께 걸은 일본 오제국립공원

유권영·서울 강남구 대치동
  • 입력 2018.09.27 13:07
  • 수정 2018.12.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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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습원의 목도 옆에 위치한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회원들.
오제습원의 목도 옆에 위치한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회원들.

‘치유의 습원’ 또는 ‘구름 속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일본 오제국립공원을 오랫동안 매월 함께 산행하며 우의를 다진 스무 쌍의 부부(총 40명)가 다녀왔다. 산악회의 한 고문이 이번 여행을 제안하면서 “한국과 가까우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설명했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몇몇 회원들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다며 이번 여행에 반드시 동참을 하겠다고 해 여행공지를 한 지 단 하루 만에 마감됐다. 

오제습원은 약 1만 년 전에 화산폭발로 인해 흘러내린 용암이 다다미貝見川강을 막으면서 생겼다고 한다. 해발 1,400~1,600m 지역의 산허리를 따라 수많은 늪과 호수가 있다. 오제국립공원 지역은 군마, 후쿠시마, 니가타의 3개 현에 걸쳐 있으며, 광대한 습원인 오제가하라見晴(1,423m), 오제누마늪, 그리고 시부츠산과 히우치가다케산 등 일본의 대표적인 명봉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발한 첫째 날, 아이즈고원에 자리 잡은 온천호텔에 오후 늦게 도착했다. 1,000m 고지 숲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마치 설악산국립공원의 어느 멋진 산장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아담한 노천온천이 있었고, 호텔 건물 내부에 대욕장이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온천욕을 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둘째 날은 호텔에서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오제국립공원 내의 미이케御池로 갔다. 미이케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누마야마 토게 언덕의 트레킹 출발지에서 시계 방향으로 도는 코스(미이케~누마야마 토게 언덕~오오에 습원~아자미 습원~시라스나다시로~오제가하라 야시로 산장. 총 16.5Km, 6시간 소요)를 선택했다.

여유롭게 오제누마 호수 둘레길과 습지를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를 선택했던 탓에 일행 모두 편안하고 즐거웠다. 40명의 트레커들은 산행대장의 구령에 맞춰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실시하고 난 후 설레는 마음으로 오제가하라 습지를 향해 출발했다.

원시림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고, 나무판이 깔린 목도 주변으로는 희고 노랗고 붉은색의 야생화들이 곳곳에 피어 있었다. 개중에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다는 ‘나도수정초’ 같은 희귀한 품종들도 있어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도시를 잊게 하는 아름다운 색의 향연

누마야마 토게 언덕에서 20분 정도 걸으니 본격적인 습지의 입구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구름 위의 정원이었다. 습지의 여기저기에서 백白, 황黃, 적赤, 청靑색의 식물들이 피어 있었다. 맑고 파란 하늘, 하얀 뭉게구름과 자작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복잡하고 혼탁한 도시 생활에서 받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단숨에 잊어버리게 했다.

습원에 들어선 후 30분 정도를 걸으니 오제누마 방문객센터 겸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오제에 자생하는 동식물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진 등과 함께 오제 국립공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안내책자들이 마련되어 있다. 방문객 센터 주변에는 오제누마호수 건너편으로 히우치가다케산을 볼 수 있는 전망대 겸 휴식처도 마련돼 있고, 지은 지 200년 정도 된다는 장장소옥이라는 산장도 있어, 시간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누구든지 충분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습원을 보면서 호수 둘레길을 50분 정도 더 걸으니 또 다른 휴게소가 나왔다. 작은 연못 같은 습지에는 수련이 올망졸망 자라고 있었는데 물에 비친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냈다.

시라수나 타시로를 지나 숙박지인 야시로 고야산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미하라시 지역으로 야시로산장은 2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산장 도착 후에 지정해 준 2층 다다미방에 배낭만 벗어두고서 산장 앞으로 나 있는 목도를 따라 서쪽으로 시부츠산(2,228m)을 바라보면서 또 다른 습지, 시모타시로下田代를 걸었다.

습지나 갯벌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생명 부양의 생태계라고 한다. 무분별한 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오제국립공원을 다녀오라고 권유하고 싶었다. 오제 습지는 아름답고 환상적이어서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적 쉼터를 아낌없이 제공하는 거대한 자연친화적 습지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것들의 청정함과 아름다움을 지극히 자연친화적으로 지키고 관리하는 일본인들의 시스템과 품성이 참 많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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