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기 전, 서울은 111년 만의 기록적인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비행기로 2시간 만에 도착한 도쿄는 가마솥 더위였다. 우리나라보다 공기가 깨끗하니 햇볕이 더 강하고 뜨겁게 느껴졌다. 하네다공항에서 모노레일, 전철과 신칸센을 차례로 바꿔 타고 후쿠시마현福島縣 코오리야마君山로 이동했다. 공항을 출발한 지 2시간 30분 만에 코오리야마시에 도착했다.
장쾌한 산정호수 비경 만끽!
‘하늘로 닿는 다리’라는 의미를 지닌 일본의 백명산인 반다이산(1,819m)은 아사히반다이국립공원 지역의 남쪽에 위치한, 일본에서 4번째로 큰 이나와시로호수의 북쪽 넓은 평야 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반다이산의 북쪽에는 히바라호수와 아키모토호수가 있다. 지명 또한 이나와시로호수를 중심으로 광활한 평야가 있는 남쪽 지역은 ‘오모테반다이’라고 칭한다. 이나와시로호수는 후쿠시마현의 중앙에 위치하며 현을 대표하는 행락지로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거리가 있는 곳이다. 이나와시로 반다이 지역에는 7개의 스키장이 있으며, 다양한 경사면이나 형태의 코스가 구비되어 있다. 100여 개의 호수와 크고 작은 소와 늪이 있는 북쪽 지역은 ‘우라반다이’라고 칭한다.
아사히반다이 지역의 자연은 호수, 산, 그리고 숲과 소沼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호수를 중심으로 수상 스포츠 및 레저 활동을 할 수 있고, 반다이산을 중심으로 등산을 포함한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와 휴양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곳곳에 산재한 온천에서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히바라고槍原湖, 오노카와고小野川湖, 고시키누마五色沼 등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은 호수들은 가족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은 장소다.
특히 접근하기 쉬운 ‘오색소’는 1888년 7월 15일, 화산 폭발 때 호수로 녹아든 분출물들이 가라앉아 초록, 빨강, 파랑, 노랑, 검정 등으로 굳어져서 맑은 호수의 빛깔이 다채롭고도 신비롭게 보인다. 호수에는 비단잉어가 살고 있으며 배 부분에 하트(♥) 모양의 무늬가 있는 잉어를 보면 평생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반다이산 정상을 오르는 등산로는 총 6개가 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남쪽의 오기나지마 등산로와 이나와시로 등산로, 동쪽의 시부다니 등산로, 북동쪽의 가와가미 등산로와 북쪽의 우라반다이 등산로, 서쪽의 하포우다이 등산로 이다. 우리 일행은 이 중에서 가장 조망이 뛰어나고 화산 폭발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우라반다이 등산로를 선택했다. 겨울에 사용되는 스키리프트가 출발하는 지점(해발 900m)까지 버스로 이동해 천천히 걸어 오르면 3시간 3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코스다.
출발 전에 가이드의 간략한 설명이 있었다. 반다이산은 주봉인 오오반다이大磐梯, 쿠시가미네, 아카하니야마의 세 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우라반다이는 화산폭발로 인해 생긴 반다이 고원이다. 1888년의 폭발로 ‘고반다이산小磐梯’은 아예 없어졌고, 현재 반다이산의 높이도 665m나 낮아졌다고 한다. 게다가 50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사망했다고 하니 폭발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짐작이 간다. 이곳에 있는 반다이산 분화기념관에서 지역의 역사, 문화, 지리정보, 동식물 분포 등을 자세히 알아 볼 수 있다.
야생화와 호수 보는 즐거움 큰 코스
숲길로 들어서기 전의 등산로는 7월의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는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지역이라 산중 어디에도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아서, 일본인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등산용 기저귀를 구입해 볼 일을 보고 처리한 후 배낭에 넣고 내려온다고 한다. 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매우 불편한 산행지이겠다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니 자연이 온전하고 깨끗하게 보존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엔 스키 슬로프로 사용되는 넓은 길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니 숲길이 나타났다. 900m가 넘는 고도 탓인지 숲속은 비교적 시원했다. 1km 정도의 완만한 숲길을 타고 오르면 사방이 훤해지면서 황무지 같은 넓은 개활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은 화산폭발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화산폭발로 인해 무너져 내린 산의 사면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개활지에서 올려다보는 산의 경사면은 매우 가팔라 오르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우리나라의 가파른 등산로보다 완만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산길 곳곳에 여러 종류의 여름철 야생화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데다 발아래 펼쳐진 둘레 32km의 커다란 히바라호수의 아스라한 풍광으로 인해 그리 힘든 줄 몰랐다.
출발지점에서 1시간 30분 정도 오르면 조망이 시원하게 뚫린다. 작은 종 모양의 보랏빛 꽃들과 분홍빛 패랭이꽃 종류인 ‘다카네나데시코(고산패랭이꽃)’가 바람에 흔들리며 등산객들을 반긴다. 아름다운 야생화와 화산 폭발이 빚어낸 오묘한 풍광에 취한 산객들이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고 있을 정도이다. 조망이 툭 터진 능선 오름길 곳곳에 야생화 꽃밭과 맑고 시원한 물이 떨어지는 샘터가 있어 지루하거나 힘든 줄 모르고 오를 수 있다. 게다가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 주니 7월의 뜨거운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