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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화제|나무고아원 숲 체험 교육] 버려진 나무 돌보는 나무고아원에서 자연을 배워요!

글·사진 월간산 김기환 차장
  • 입력 2018.10.1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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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숲 체험 프로그램 현장

비닐 위에 물을 뿌리고 필요한 식물들에게 보내는 체험 놀이를 하고 있다.
비닐 위에 물을 뿌리고 필요한 식물들에게 보내는 체험 놀이를 하고 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에게 ‘숲 체험’ 교육은 매우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숲이 주는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며 최근 초등학생들의 숲 체험 활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숲 체험 교육은 학교와 가까운 공원이나 마을 숲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버려진 나무를 돌보는 ‘하남 나무고아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 있어 화제다.

지난 8월 25일, 산림청(한국산림복지진흥원)과 복권위원회의 후원으로 동북아산림포럼(대표 최현섭)이 진행하는 ‘생명이 가득한 숲 체험교실’이 ‘하남 나무고아원’에서 열렸다. 이날 ‘나무와 친해지기’ 교육을 받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성남 한솔초등학교 1학년 학생 30명. 아이들은 동북아산림포럼 소속 숲 해설사의 지도하에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학생들 외에 진행을 맡은 숲 해설사와 인솔교사, 자원봉사자 등 많은 조력자들과 함께했다.

하남시 미사리 선동에 위치한 나무고아원은 갈 곳 없는 나무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곳은 1999년 ‘국제환경박람회’를 계기로 하남을 환경도시로 만든다는 뜻을 담아 조성됐다. 당시 꽃가루로 민원 대상이었던 하남 시가지의 버즘나무를 이팝나무로 교체하며 이곳으로 옮겨 심게 된 것이 하남 나무고아원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후 한강변에 도로가 개설되면서 베어버릴 소나무 159그루와 도로확장 지역에서 상처 입은 은행나무 300여 그루, 느티나무 1,000여 그루, 메타세쿼이아 1,700그루, 홍단풍 450그루 등 수도권에서 폐기될 위기에 처한 수목들을 옮겨 숲이 조성되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나무의 표피를 관찰하는 아이들.
심각한 표정으로 나무의 표피를 관찰하는 아이들.
칡넝쿨을 이용해 나무 설치 미술을 체험하고 있다.
칡넝쿨을 이용해 나무 설치 미술을 체험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는 숲에서 놀기

학생들은 숲 체험 교육을 시작하며 나무고아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의미에 대해 배웠다. 그 다음, 나무와 친해지기 위해 수목의 건강상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나무를 정해 허리둘레를 재고 주변 나무들과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무의 잎과 수피를 관찰해 얼마나 건강한 상태인지 알아보기도 했다. 돋보기를 들고 나무를 관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도 진지했다.

이날 진행된 숲 체험 교육은 ‘나무 건강 상태 살펴보기’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무에 설치 미술을 체험하는 ‘자연 모빌’과 비닐에 그림을 그리고 물을 뿌리는 ‘물이 필요한 생물 그리기’는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밖에 시설물을 이용하는 줄타기와 줄사다리 올라가기, 해먹에서 휴식하기, 바람개비 날리기 등의 놀이가 점심때까지 계속 진행됐다. 반나절 동안 나무고아원의 숲에서 뛰어놀며 자연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날 나무고아원 숲 체험 교육에 참가했던 한솔초등학교 1학년 5반 박채경 학생은 “오늘 했던 놀이 중에는 보물찾기가 가장 재미있었다”면서 “선생님 말씀 중에 수컷 매미가 짝을 찾기 위해 운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지만 숲 체험을 통해 뭔가 배우겠다는 자세가 느껴져 대견했다.

김미리 숲 해설사는 “하남 나무고아원은 오갈 데 없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자연스럽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장소입니다. 그러나 나무 한 그루에도 소중한 생명이 깃들어 있음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숲 체험 활동을 통해 나무와 친해져 어려서부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자연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줄을 타는 놀이는 언제나 즐겁다.
줄을 타는 놀이는 언제나 즐겁다.
해먹에 누워 숲 속의 휴식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
해먹에 누워 숲 속의 휴식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이 비닐에 물이 필요한 식물들을 그리고 있다.
아이들이 비닐에 물이 필요한 식물들을 그리고 있다.

나무와 친해지기 좋은 곳, 나무고아원

그녀의 말대로 나무고아원은 자연스러운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는 곳이다. 부러지고 다쳐서 건강이 좋지 않은 나무도 적지 않다. 나무고아원의 입구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수양버들은 이곳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나무다. 40년 된 이 나무는 병들어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 4월 나무줄기 절반 가까이 썩어 있던 부분을 도려내고 인공수피를 붙이는 노력을 통해 소생해, 지금은 나무고아원의 입구를 지키는 대표나무가 되었다.

사실 나무고아원 부지는 원래 버려진 땅이었다. 그런 곳이 환경자원의 재활용 공간이 되어, 시민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하고 숲 체험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산책과 휴식공간으로도 훌륭한 환경을 자랑한다. 나무고아원을 둘러싸고 한강이 흐르고 있으며, 드라이브나 자전거 코스도 멋지다. 현재 수로를 만드는 등 추가 조성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규모를 키우고 토끼, 오리, 기러기 등 야생동물을 방사해서 체험 교육장의 면모를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하남 나무고아원은 우리가 몰랐던 흥미로운 숲 체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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