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고속도로휴게소 주변 산 & 여행지ㅣ문경휴게소(창원 방향)ㅣ②황장산 가이드] 백두대간을 장식한 멋진 바위와 소나무를 보라!

월간산
  • 입력 2018.10.10 09:37
  • 수정 2018.11.26 17: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궐 짓던 ‘황장목’의 원조… 31년 만에 개방된 산

황장산 전망대에서 본 도락산과 소백산 방면의 장쾌한 풍광. 가을 하늘을 물들인 다채로운 구름이 아름답다.
황장산 전망대에서 본 도락산과 소백산 방면의 장쾌한 풍광. 가을 하늘을 물들인 다채로운 구름이 아름답다.

황장산黃腸山(1,077m)은 문경시 동로면 백두대간 위에 솟은 봉우리다. 옛날에 궁궐을 짓고 임금의 관을 만드는 등 국가 대사에만 쓰이는 황장목黃腸木이 많은 산이었다. 곧게 자라는 금강소나무 중에서도 수령이 오래돼 속이 누런색이고 목재로서 최고급인 것을 황장목이라 한다. 조선 숙종 때 황장목을 함부로 베거나 개간을 금지함을 알리는 봉산封山 표석을 이 산에 세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황장목이 남아 있지 않다.

월악산국립공원 구역에 자리한 황장산은 오랫동안 입산이 통제되던 곳이었다. 백두대간 상의 한 봉우리지만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금지된 산이 31년 만인 2016년 5월 개방되었다. 비록 황장산 정상만 허락되는 짧은 코스지만, 잊혀진 황장목의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

작은 차갓재에서 황장산 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키 큰 잣나무 숲.
작은 차갓재에서 황장산 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키 큰 잣나무 숲.

문경휴게소(창원 방향)에서 황장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점촌함창IC로 빠져나와 문경읍을 거쳐 산행 기점인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경새재IC를 이용하면 황장산 자락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 산행을 계획했다면 명소 답사 코스를 잘 구성해 이동거리를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

안생달 와인동굴 앞 주차장이 산행 들머리다. 와인동굴은 폐광산을 와인 저장 카페로 탈바꿈해 만든 곳이다. 원래 황장산 생달리 일대는 탄광촌이었으나 지금은 주민 대부분이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다. 한때 탄광으로 번성했던 이곳이 이제 연일 들어오는 산악회 버스와 등산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작은차갓재로 이어진 생달계곡 상류는 우만골이다. 완만하고 편안한 산길이 뻗어 있는 평범한 계곡이다. 도로를 벗어나 불과 700m를 오르자 백두대간 줄기인 작은차갓재에 도착한다. 많은 이들이 다닌 등산로는 넓고 뚜렷하게 나 있다.

데크가 설치되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황장산 묏등바위.
데크가 설치되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황장산 묏등바위.

작은차갓재의 나무 벤치가 놓여 있는 곳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너른 터와 그늘이 있어 쉼터로 제격이다. 능선 상의 헬기장을 지나자 키 큰 잣나무 숲이 펼쳐진다. 조밀하게 심어진 나무들이 햇빛을 선점하려고 경쟁적으로 하늘을 향해 자란 모습이 독특하다. 상쾌한 숲을 지나 서서히 고도를 올린다.

데크 계단을 올라서자 처음으로 전망이 트인다. 생달리 일대를 둘러싼 산마루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정상에 가까워 갈수록 험상궂은 바위가 늘어난다 싶더니, 데크 계단이 바위 위로 놓여 있다. 계단을 올라서자 황장산의 백미인 묏등바위다. 데크가 놓여 있어 스릴은 없으나 고도감이 남다른 곳이었다. 과거에는 고정 로프를 붙잡고 아슬아슬하게 넘던 곳인데, 지금은 편안하게 걸으며 사방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동쪽으로 도락산과 황장산처럼 걸출한 바위산들이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며 솟아 있다.

(왼쪽)황장산 자락은 온통 오미자 밭이다. 가을이면 잘 익은 오미자를 만날 수 있다. 
(오른쪽)황장산 산행기점인 안생달 마을 초입의 안내판.
(왼쪽)황장산 자락은 온통 오미자 밭이다. 가을이면 잘 익은 오미자를 만날 수 있다. (오른쪽)황장산 산행기점인 안생달 마을 초입의 안내판.

황장산 표지석이 세워진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널찍한 공터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간식을 즐기며 여유를 찾았다. 정상을 두고 잠시 내려서자 능선을 가로막는 철망이다. 대간길을 버리고 안생달로 꺾어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대간 불법종주를 막기 위해 능선에 철망을 쳐 놓았다. 주능선을 버리고 골짜기로 내려서자 나무를 발판 삼은 계단이 길게 이어진다. 한낮에도 그림자가 짙은 이 원시 계곡은 어리시골이다. 이곳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청정 계곡이라 원시숲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경사가 급한 계곡 곳곳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급사면이 끝나고 숲을 통과하면 오미자 밭이 보이며 시야가 순식간에 열린다. 산행은 이곳에서 끝난다.

황장산의 개방 등산로는 외길로 원점회귀 코스다. 산행 거리는 5.5km로 비교적 짧은 편이며,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들머리인 안생달마을에서 작은차갓재로 올라야 산행이 수월하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와인동굴에서 능선까지 비교적 완만한 길로 700m만 오르면 닿는다. 반면 어리시골은 가파르고 희미한 계곡길 2.1km 구간을 치고 올라야 해 제법 힘이 든다.

전체적으로 길 찾기는 쉽고 위험한 구간은 없으나, 어리시골로 하산할 때 계곡을 따르는 산길이 약간 희미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계곡만 따라 내려가면 안생달에 닿는다. 경치는 데크 전망대와 묏등바위가 가장 좋다.

/동아지도 제공
/동아지도 제공

교통

동로면사무소 소재지에서 안생달행 버스가 하루 5회(06:40, 10:40, 13:20, 14:25, 18:45) 운행한다. 20분 정도면 회차 지점인 안생달에 닿고, 다시 동로면으로 나간다.

문경 점촌에서 안생달행 버스가 하루 2회(06:10, 14:00) 운행한다. 점촌에서 동로행 버스는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문의 점촌택시(054-556-8585, 555-9988). 버스는 안생달 화장실까지만 운행 가능하다.

숙식(지역번호 054)

황장산 입구는 식당이나 숙소가 적은 편이다. 산모롱이황토민박(553-9267), 문경새재황토펜션(553-5790), 한옥기와집민박(010-3775-6124) 등이 있다. 문경온천과 문경새재도립공원이 있는 문경읍으로 나가면 편의시설과 업소가 많다. 문경새재 입구의 새재산장설악가든(572-1919)의 십전대보오리백숙과 조령산에서 캔 자연산 능이버섯전골이 별미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