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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등산 주치의’ 서범석의 건강한 산행] 반복된 무리한 산행은 발과 발목 손상의 원인

글·서범석 건누리병원 원장
  • 입력 2018.12.12 09:30
  • 수정 2018.12.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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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손상, 피로골절, 족저근막 부상 위험 높아져… 등산화 선택이 중요

트레킹은 산길에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뛰어 내리거나 미끄러짐 등의 다양한 환경에 처할 수 있으므로, 발목 부위의 급성 손상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산행을 자주하는 경우 큰 손상은 없더라도 위의 상황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작은 손상이 반복될 수 있다.

급성 손상 후 회복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다시 충격이 가해진다면, 손상의 정도는 약하더라도 발목 부위에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트레킹 산행을 할 때 만성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발목·발의 문제점 몇 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발목의 반복적인 미세 손상은 관절 주변의 뼈, 인대, 연골, 신경 등의 구조물에 손상 가능성을 야기할 수 있으며, 만성적인 발목관절의 염좌나 불안정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 발목 부분의 인대조직 충돌 증후군, 관절뼈에 생기는 골극(뼈가시), 연골손상, 관절 공간 내의 유리체 등의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무리한 산행을 반복하면 발과 발목에 손상이 발생한다. / 조선일보DB
무리한 산행을 반복하면 발과 발목에 손상이 발생한다. / 조선일보DB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 진찰이나 엑스선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워, 주의 깊은 진찰 및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한 후 전문적인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치료 후에도 적절한 안정기간 후 재활치료, 운동치료, 행동치료 등을 통해 발목 관절을 단련시키고 반복 또는 추가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 

둘째, 피로골절은 지속적인 과다사용, 반복된 산행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발목이나 발에 골절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즉, 뼈가 감당할 수 없는 부하(하중)를 받으면 뼈의 연속성이 파괴되는 것이 골절이다. 골절의 파괴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부하라 해도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응력이 집중되는 부위가 견디다 못해 균열이나 골절로 이어지게 된다.

피로골절은 훈련의 강도가 높은 군인이나 운동선수, 발레 등 무용가와 같은 특정 직업과 관련되어 발생하며, 최근에는 일반 스포츠 인구의 증가로 반복되는 하지 활동이나 강도 높은 훈련프로그램을 하는 일반인에게도 발생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엑스선이나 CT 등의 검사로 진단되며, 6~8주 동안 활동 제한 및 체중부하를 제한하는 부츠나 보조기, 석고고정 등을 착용해 치료한다.

셋째, 발바닥에는 족저근막이라는 구조물이 있어 발바닥의 정상적인 아치Arch를 정적으로 지지해 주고 동적인 충격을 흡수한다. 즉, 정상적인 보행이나 달리기 시에는 족부를 안정시키고, 족저 인대와 신경 구조물의 긴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족저근막의 과다사용으로 근막 콜라겐 조직의 미세손상이 발생해 불편감, 통증이 생기는데, 아킬레스건 병변, 과도한 달리기, 딱딱한 바닥의 신발, 평발 등의 위험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통증은 발뒤꿈치 안쪽 부분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아침에 심하고 활동함에 따라 감소하다가 활동 후 다시 통증이 발생한다. 치료는 안정과 휴식, 신발패드, 자가 마사지, 근력운동, 행동 수정과 충격파 치료 필요 시 약물, 주사치료가 더해진다. 직업이나 평소의 활동 정도를 파악해 족저근막의 긴장을 증가시키는 행동을 할 경우 통증이 심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산행, 골프, 달리기, 빠르게 걷기 같은 운동 시 체중 부하 활동을 줄여야 한다. 대신 족저근막에 가해지는 긴장 정도가 최소인 비체중 부하 운동을 해야 한다. 실내 고정식 자전거나 수영 등이 해당된다.

넷째, 발바닥 피부의 과도한 압박으로 피부세포의 비후를 야기해 굳은살이나 티눈이 생길 수 있다. 즉, 발바닥의 불균등한 체중 분포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잘 맞지 않은 신발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꽉 끼는 등산화나 신발을 오래 신으면 내향성 발톱이나 발톱주위염이 발생할 수 있다.

다섯째, 당뇨 치료 시 걷기 운동을 통한 야외활동은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지만, 당뇨가 진행되면 발 부분에 신경병증, 혈액순환장애가 생겨 감각이 무뎌지고 피가 잘 안 통하게 되어 사소한 손상에도 상처가 커질 위험성이 높아지는 ‘당뇨발’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다하게 발을 사용하거나 잘 맞지 않는 등산화를 신고 오래 산행하게 되면, 발에 손상이 생겨 잘 낫지 않거나 염증이나 괴사가 진행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시작점이 등산화이다. 등산화는 구입 시 신고 걸어보고 착용감이 좋은 것을 우선적으로 고른다. 이때 좌우 모두 신고 끈을 맨 상태에서 걸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화는 5~15mm 정도, 즉 손가락 하나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남도록 여유 있게 고른다.

등산화 신기의 마무리는 끈이 풀리지 않도록 이중 매듭을 지은 후 남은 부분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 이 남은 부분을 예쁘게 매듭지어 처리하면 보기에는 좋으나, 산행 중 저절로 혹은 나뭇가지 등에 걸려 풀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매듭 후, 남은 끈은 바깥쪽 복사뼈 앞부분과 등산화 사이의 남은 공간으로 밀어 넣으면 풀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산행 중 등산화 끈이 풀려 걷다가 끈을 밟고 넘어져 목을 다쳐 사지마비가 온 환자를 수술한 적이 있다. 그만큼 끈의 매듭을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범석 병원장

인제대학교 서울 백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임의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석사
현)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임상자문의
현) 건누리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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