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백두대간 에코 트레일|백범영 교수의 산행 갤러리] 제9구간 갈령~속리산~문장대, 仙界의 작품?… 조물주의 진화?

글·그림 백범영 한국화가 용인대 회화과 교수
  • 입력 2018.12.12 09:30
  • 수정 2018.12.18 20: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기묘묘 빼어난 암봉 줄이어… 장쾌한 풍광이 발 아래 펼쳐져

세속을 떠난 속리산 주능선

도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였고,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떠난다. 속리산俗離山 국립공원은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를 이루며, 최고봉인 천왕봉天王峯을 필두로 높이 1,000m 안팎의 비로봉·입석대·신선대· 경업대·문수봉·관음봉·문장대 등 높은 봉우리들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속리산 능선, 73x142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극락정토 대원 품은 삼불봉

삼불三佛은 극락세계의 아미타불阿彌陀佛과 좌우에서 모시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을 이르는 말이다. 아미타불은 ‘무한한 수명’이라는 뜻을 가졌다. 모든 중생을 제도하려는 대원大願을 품은 부처로서, 사람들이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면 극락정토에서 다시 태어나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 속세를 떠난 산에서 아미타불을 떠올려보자!

삼불암, 47x60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문기文氣를 일깨우는 문장대

우러러 우주의 장대함을 보고 구부려 품류品類의 번성함을 살핀다. 해발 1,054m 봉우리에 거대한 암봉이 우뚝 솟아 신비로움을 더한다. 그 앞에 서면 높이에 압도를 당하고 오르면 구름 속에 머문 듯 황홀하다. 항상 구름 속에 어려 있어 운장대雲藏臺라고 했다가 세조世祖가 이곳에 올라 시를 지었다고 해서 문장대文藏臺라 부른다.

문장대文藏臺, 72x74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연화대좌 부처님 청법대 

“덕 높으신 스승님 사자좌에 오르사. 사자후를 합소서, 감로법을 주소서. 옛 인연을 이어서 새 인연을 맺도록, 대자비를 베푸사, 법을 설하옵소서!” 신선대 휴게소 맞은편 바위는 흡사 부처님 같다. 청법請法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라 청법대請法臺라 한다. 오늘도 많은 대중들은 법좌에 오르신 스님께 법을 청한다. “청정범행淸淨梵行의 법을 일러 주소서!”

청법대請法臺, 72x74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형제봉 하산길 밧줄

형제봉 정상에서 암벽을 내려오면 심한 비탈을 만난다. “아들아! 밧줄 잡아라!” 이 말을 하는 순간 아버지들은 울컥할 것이다. 아버지만 믿고 의지하던 아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아버지에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커간다. 산은 훌륭한 스승이자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아들에게 전해주고픈 힘없는 아버지들의 마음이다.

형제봉 밧줄, 74x48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자연의 조화 고릴라 부부

기암괴석이 많은 속리산에는 자연의 조화로 빚어낸 재미난 형상의 바위들이 많다. 천왕봉에서 문장대 방향으로 가다보면 고개에 어마어마하게 큰 고릴라가 웅크리고 앉아 지나가는 산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뒤에 한 마리가 더 서 있어 외롭지 않다. 고개를 넘어가 반대편에서 되돌아보면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 모습으로 바뀐다.

고릴라바위, 75x48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패이고 솟은 암봉들

속리산 국립공원의 지질은 화강암을 기반으로 하여 변성퇴적암이 군데군데 섞여 있다. 변성퇴적암은 깊게 패이고 화강암은 날카롭게 솟아올라 깊은 계곡과 높은 봉우리를 이룬다. 속리산 암봉들의 빼어난 기품에서 선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조물주의 조화를 엿볼 수 있다. 솟은 바위에 오르면 장쾌한 풍광이 발아래 놓인다.

속리산 암봉, 49x70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