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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한국의 캠핑명당을 찾아서ㅣ<2>황정산자연휴양림 캠핑장] 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캠핑장

월간산
  • 입력 2019.02.1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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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속 웅장한 바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해

모든 데크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한겨울에도 편하게 캠핑 할 수 있다.
모든 데크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한겨울에도 편하게 캠핑 할 수 있다.

추운 겨울에도 캠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텐트 속에서 호호 불며 먹는 뜨끈한 음식이 주는 희열만큼이나 더 훌륭한 겨울 선물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겨울 캠핑명당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아침부터 해가 잘 들고, 주변에 바람을 막아줄 산이나 언덕이 있고, 주변에 맛있는 것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명당이다. 거기에 캠핑데크에 전기가 들어오고, 샤워장에 온수까지 나온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충북 산골 깊숙한 곳에 자리한 황정산 자연휴양림은 여름에도 인기 있지만, 특히 겨울에 가보면 캠핑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이곳 캠핑장은 자리가 많지 않아 경쟁이 치열할 것 같지만, 겨울에는 한산한 편이고, 모든 데크에 전기가 공급되며, 화장실과 샤워장에 온수가 콸콸 나온다. 양지바른 것은 물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크게 바람 피해를 보지 않는다. 또한 인근에 단양 시장이 있어 특산물 쇼핑하기도 안성맞춤이다. 

휴양림 곳곳에 자리잡은 기암.
휴양림 곳곳에 자리잡은 기암.
겨울 캠핑을 즐기고 있는 가족.
겨울 캠핑을 즐기고 있는 가족.
캠핑장 입구 왼쪽이 캠핑장, 오른쪽이 샤워장과 화장실이다.
캠핑장 입구 왼쪽이 캠핑장, 오른쪽이 샤워장과 화장실이다.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캠핑장

황정산자연휴양림의 캠핑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늑함’ 이다. 8개 데크로 구성된 오토캠핑장과 15개 데크가 모여 있는 야영장이 계곡을 따라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모든 데크 자리가 길가에 위치해 있어 힘들여 짐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 무거운 겨울 캠핑짐 나르기 싫어하는 겨울 캠핑 마니아라면, 꼭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캠핑장 규모에 비해 큰 샤워장은 사철 온수를 사용할 수 있어 이곳 캠핑장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데크 아래 전기 공급 장치가 있어 사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충북 깊숙한 오지에 있지만 한겨울에도 이용객들이 꽤 많은 편이다. 

따뜻한 물로 목욕한 뒤 텐트에 가면 잠을 푹 잘 수 있다. 숙면을 마치고 아침에 일어나면 어느새 눈이 소복이 내려 있고, 침낭 속에서 보송보송해진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면 기분이 좋다. 오길 참 잘했구나. 눈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여름과 다르고, 파란 하늘 아래 지저귀는 새 소리도 그윽하다. 새 소리를 들으며 깊은 숲 속으로 난 길을 거닐어 보자.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된다. 

산책을 마치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단양 시장에서 사온 음식들을 꺼내 함께 온 사람들과 밥을 해먹어 보자. 조용하고 아늑하다. 콧물은 나지만 기분이 좋다. 올해도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나보다. 

낙엽이 내린 캠핑장. 겨울철에는 이 위에 눈이 덮일 것이다.
낙엽이 내린 캠핑장. 겨울철에는 이 위에 눈이 덮일 것이다.
누군가 기암 아래 돌탑을 쌓아 놓았다.
누군가 기암 아래 돌탑을 쌓아 놓았다.

바위 감상하며 휴양림 안에서 놀기 

황정산자연휴양림은 이름 그대로 황정산 아래에 있다. 황정黃庭은 옥황상제가 근무하는 광한루의 앞마당이란 뜻이다. 이승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라서 그런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이곳에 오면 우리나라 산에서 느끼지 못하는 색다른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모습이라면 집채만 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양림을 지을 때 아마도 큰 바위를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계시를 받았거나 마을 사람들의 조언을 잘 들은 것 같다. 큰 강가에서 새들의 군무를 감상하는 ‘버드와칭Bird-Watching’이란 취미가 있듯이 이곳에 오면 바위를 감상하는 맛이 참 좋다. 

길을 따라 건물을 따라 다양하고 신기한 큰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묘해질 정도. 큰 바위 사이로 흐르는 명경지수는 덤이다. 재미있는 것은 흡연실의 위치다. 이곳은 우리나라 자연휴양림 중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흡연실을 가지고 있다. 담배는 끊어야 하겠지만, 위치 감상은 꼭 한번 해보기 바란다. 

캠핑에티켓


1. 휴양림에 올 때 작은 마을을 몇 개 지난다. 속도를 줄여 운전해야 한다. 

2. 데크와 데크 사이가 매우 가깝다. 밤늦게 도착하면 먼저 온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3. 데크 뒤가 바로 청정 계곡이다. 자칫 음식물을 계곡에 휙 던져버리기 쉽다. 조심해야 한다.  

4. 화장실과 샤워장이 매우 좋다. 우리나라 자연휴양림캠핑장 중 최고다. 온수가 나온다. 

5. 입구에 슈퍼나 마트가 없다. 단양 읍내나 대강면 소재지에서 장을 보고 와야 한다.

tip. 2, 캠핑장의 눈과 낙엽 조심해야 

가을엔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 오면 그 위로 눈이 덮인다. 대부분의 캠핑장들이 낙엽을 쓸거나 눈을 치우기는 하지만, 워낙 넓은 땅을 관리하다 보니 미처 손이 못 가는 부분도 많다. 

사진을 찍거나, 날아간 모자나 소지품을 줍기 위해 길 아닌 곳이나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곳을 다니다 이런 눈과 낙엽에 미끄러지기 쉽다. 이때는 등산용 스틱을 이용하면 좋다. 나무와 눈을 헤치고 다니면 되기 때문이다. 

휴양림 밖에서 놀기


사인암

황정산휴양림 입구 마을에는 사인암이라는 절벽과 아담한 암자가 있다. 평범해 보여도 역사가 꽤 깊은 곳이다. 여름이라면, 푸르디푸른 물빛에 반사된 하얀 암벽을 감상하겠지만, 겨울에는 작은 강 위에 쌓인 눈을 감상할 수 있다. 길지 않은 길을 따라 분위기 만점인 커피숍들이 들어서 있다. 추운 겨울에도 이곳에 오면 시골의 정취를 커피와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민물매운탕 집도 있고, 전통 찻집도 많으니, 휴양림 안에만 있기가 답답하면 한 번 들러보자.

단양시장과 마늘 

단양은 예로부터 마늘이 유명하다. 단양 ‘육쪽 마늘’은 한국 명품마늘의 대명사가 되었다. 향토 시장인 ‘단양 구경시장’은 현지인들보다 외지인들이 넘쳐 나는 관광 명소다. 마늘순대, 마늘치킨, 마늘만두 등 마늘을 주제로 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정리 정돈이 잘되어 있어 우리나라 시골 5일장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남한강이 바라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시장이 있어, 국밥 한 그릇 배불리 먹고 나와 머리를 식힐 수 있다.  생마늘을 사와 요리해 먹어도 좋고, 마늘 도넛 같은 달달한 군것질 거리를 사와 캠핑장에서 오손도손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마늘 갈비찜 

마늘이 주인공인 요리는 흔치 않지만, 마늘은 어느 요리에서나 신스틸러Scene Stealer 역할을 충분히 한다. 

갈비는 간이 세지 않게 재어 한 시간 정도 약한 불에 푹 익힌다. 마늘은 미리 갈아 준비하고 따로 프라이팬에 버터를 충분히 두르고 볶아 준다. 먹기 직전 갈비찜 한편에 수북이 담아낸다. 두 가지 맛이 서로 참 잘 어울린다. 소화도 잘되고, 마늘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다. 마늘의 향과 버터의 풍미, 그리고 소갈비의 질감과 맛이 겨울 추위를 녹이고 남는다.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도 일품인 요리다. 

버터 마늘 스테이크 

단양은 도시 어디를 가든지 마늘 이야기가 넘친다. 소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스테이크를 만들고, 약간의 레스팅resting을 하는 동안 버터에 통마늘을 볶아 보자. 스테이크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두께로 준비하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센 불로 금방 익히는 게 좋다. 한쪽을 3분 정도 익히고, 반대쪽은 2분 30초 정도 익히면 적당하게 먹을 수 있다. 스테이크를 잠시 덜어 놓고, 팬에 버터를 두른 뒤 통마늘을 2분 정도 굴려 보자.  마늘과 소고기만큼 궁합이 잘 맞는 요리는 없다. 여러 가지 재료를 준비하기보다 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끼기 좋은 요리다. 


tip. 마늘은 미리 손질해 준비해야 한다. 요리한 뒤 코펠에 물 한 컵을 부은 다음에 약한 불에 데워 준다. 모든 식기가 뜨거운 증기를 만나면 기름때나 눌어붙은 찌꺼기가 거짓말처럼 떨어진다. 끓인 물은 화장실 변기에 버려 물을 내리고 키친타월로 한두 번 닦아 내면 된다. 위생적으로도 좋고, 뒤처리도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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