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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식목의 달 특집Ⅰㅣ다시 식목이다! <2> 삶을 바꾸는 숲] 숲이 우울증 해소&스트레스 감소 시켜

글 박정원 편집장
  • 입력 2019.04.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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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 멸망원인 되기도…숲에 머물기만 해도 감정노동자 긍정감정 향상

전 세대 모든 직군이 숲 체험을 통해 부정적 감정 감소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대 모든 직군이 숲 체험을 통해 부정적 감정 감소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숲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바꿀까? 역사적으로 증명된 장면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칠레의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을 운반하기 위해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야자수를 남벌했다. 이로 인해 숲은 사라지고 섬은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주요 이동수단인 카누를 만들 나무조차 없어졌다. 땔감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산림과 공생공존하던 동물들도 하나둘씩 떠났다. 아니 멸종됐다. 식량자원도 사라졌다. 숲의 부재가 만든 부족한 식량자원은 급기야 평화를 유지하던 종족 간 식량쟁탈전쟁을 발발시켰다. 인구는 급격히 줄었다. 결국 섬을 탈출할 수도 없이 이스터섬의 인간들은 그 피해를 입는 결과를 낳았다.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운반하기 위해 나무를 훼손한 것은 결국 인간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결과를 낳았다.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운반하기 위해 나무를 훼손한 것은 결국 인간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결과를 낳았다.

#2 1930년대 미국 대공황.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공장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았고 실업자들이 쏟아졌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으로 경제재건을 실시했다. 일자리 창출이 절실했다. 청년실업자를 고용해서 미 대륙 곳곳에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대대적인 작업을 벌였다. 

이 나무들은 풍성한 산림자원이 됐고, 미국 경제를 일으키는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나무심기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경제림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3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 서부에 있는 아이티. 2016년 이곳에 대형 허리케인 ‘매튜’가 강타한다. 도로는 부서지고 집들이 날아가는 피해가 속출한다. 사망자가 1,000여 명이 훨씬 넘었다. 아이티는 17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사탕수수·커피·담배 등을 재배할 농경지 확보와 석탄을 채취하기 위해 무분별하고 광범위한 산림벌채가 이뤄졌다. 이미 산림은 황폐화됐고, 녹색댐 역할을 하던 숲은 사라졌다. 세계에서 가장 심한 산림파괴국가로 알려져 있었다. 바람과 파도를 막아줄 방패막이가 더 이상 없었다. 몰아치는 태풍에 속수무책 당할 뿐이었다. 완충지대가 없어졌으니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 몫이었다.  

#4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 동부에 있는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와 같은 해, 같은 태풍 매튜가 같은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을 지나간다. 거친 태풍을 숲들이 거뜬히 막아냈다. 도미니카공화국엔 절대적인 숲이 존재했다. 산림훼손 없이 잘 보존된 숲이었다. 태풍이 몰아쳤지만 끄떡없었다. 아이티가 똑 같은 태풍으로 1,000여 명 이상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을 때 이 나라는 단 4명만 희생됐다. 이러한 차이를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숲이다. 

유아들도 숲체험을 미리 경험하면 훨씬 사회성이 발달하고 적극성을 띠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아들도 숲체험을 미리 경험하면 훨씬 사회성이 발달하고 적극성을 띠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풍림으로 태풍 피해 줄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숲이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친 몇 가지 사례들이다. 이와 같이 숲은 인류를 멸망하게도, 융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숲은 역사적으로 인류문명의 흥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였다. 숲이 인류에게 영향을 끼친 거시적 관점으로 살펴봤다. 미시적 관점에서도 인간 개개인에 미친 긍정적인 사례도 많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면 정신질환이 늘어난다는 국내외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와 고려대 이종태 교수팀은 도시숲이 가장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의 우울증상 위험도가 도시숲이 가장 적은 지역 사람보다 평균 18.7% 낮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3월 6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7개 특·광역시에 거주하는 성인 6만5,128명을 대상으로 도시숲과 우울증상의 연관성을 평가한 결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에 대해 “시민은 도시숲에 머무는 자체만으로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환경연구와 공중보건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권진오 도시숲연구센터장은 “도시숲은 지역주민의 걷기 및 운동을 유발하고, 만남의 장소를 제공해 사회적 교류를 증대시킴으로써 거주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태 고려대 교수는 “도시숲은 미세먼지의 저감효과뿐만 아니라 도시 거주민의 건강을 증진시킴으로써 대기오염에 대한 신체적 저항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며 “도시숲 조성은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저감 및 적응 전략 중 하나로서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시숲만 있어도 사람들의 우울증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에 이어 교직원들이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체험한 결과 스트레스가 크게 감소됐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2018년 11월 전국 교직원 196명을 대상으로 ‘포레스트 에듀힐링’을 진행한 결과,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직원들의 우울·신체분노·근무관련 증상 등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 증상이 14%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긴장·분노·우울·피로·혼란 등 부정적 기분상태도 줄어들었으며, 긍정적 기분상태를 나타내는 활력은 향상돼, 전체 기분상태가 프로그램 참가 전에 비해 약 12%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숲체험은 전 세대 다양한 직업군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외국인들도 숲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
숲체험은 전 세대 다양한 직업군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외국인들도 숲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

다양한 직업군 모두 숲체험 긍정효과

숲치유 프로그램은 특히 고객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 감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국립산림치유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224명을 대상으로 산림치유캠프인 ‘힐링 솔루션Healing Solution’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우울·신체·분노증상 등 업무와 관련된 모든 스트레스 증상이 개선됐다. 

상담사들의 긍정감정은 향상되고, 부정감정은 감소해 산림치유프로그램이 심신건강 증진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프로그램은 ▲일상에서 벗어나 숲길산책 및 체조, 수중명상 ▲와식·소리명상, 소도구 운동 ▲ 아로마 마사지, 포토스토리 등으로 진행됐다. 

국립산림치유원은 이외에도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숲치유 효과를 검증했다. 민원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산림치유프로그램의 효과 분석 결과, 참가자 34명 전원 심리적 스트레스, 체성분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신경활성도도 크게 개선됐다. 

처참한 재난현장을 수습하거나 장기간 교대근무로 신체리듬 불균형 등으로 심신이 지쳐 있는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숲체험 결과도 긍정적으로 나왔다. 체험 참가자 모두 외상후스트레스 및 긴장·분노·우울·피로·혼란 등 부정적 감정요소가 모두 긍정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 및 가족의 스트레스도 숲체험을 통해 개선됐고, 노인 대상 숲체험에서도 인지기능 중 치매척도 점수와 기호잇기 등이 모두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전 세대와 모든 직업군을 통해 숲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을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감정을 향상시키고, 부정감정을 감소시키고, 심신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숲이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개인 삶의 부분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조사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열악한 환경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숲체험을 통해 부정감정이 긍정감정으로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환경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숲체험을 통해 부정감정이 긍정감정으로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원·녹지 주변 주택 인기

요즘은 역세권이 아닌 ‘숲세권 시대’라고 한다. 도시숲이 인간에 미치는 긍정영향을 확인한 이상, 숲이 있는 아파트나 주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주택 선택 시 숲·공원 등이 주요 결정요인이 되고, 자연과 여가를 즐기는 세컨하우스의 인기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삶의 질과 일상 속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수요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희망 라이프스타일 1위가 자연친화형(37%), 2위가 실속형(31%)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그 결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 도심 속에서 느린 삶을 추구하는 ‘슬로컬리제이션Slowcalization’이 최신 트렌드로 대두하고 있다.  

산림청도 이러한 사회 트렌드에 맞춰 도시숲 가꾸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9㎡ 남짓 되는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은 2027년까지 15㎡로 늘릴 계획이다. 남한 전체 도시숲은 현재 4,516㏊에서 2027년까지 7,000㏊로, 명상숲은 현재 1,659개소에서 2,659개소로, 가로수는 4만2,552㎞에서 5만㎞로 확대 조성할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확 끌어올릴 예정이다. 

도시숲은 앞에서 살펴봤듯이 미세먼지 저감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는 세계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악의 미세먼지를 겪은 중국은 국가임업국에 도시숲연구센터를 설치해서 북경임업대학과 미세먼지와 숲의 관계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 및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도시숲 기반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성화돼 있다. 뉴욕시의 경우 도시숲을 통한 초미세먼지 저감으로 사망률 감소, 병원비 절감 등으로 한 해 약 6,000만 달러(한화 약 69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고 있다고 미국 산림청이 발표했다. 미국 전역에 약 38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구조적 자산 가치는 약 2조 4,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재생사업과 시민들의 참여로 도시공동체성 회복에 도시숲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산림치유원 주치마을 전경.
국립산림치유원 주치마을 전경.

유럽도 국가별로 다양한 도심숲을 확대하면서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환경개선을 하고 있다. 도시 외곽 산줄기와 도시숲의 징검다리 연결로 도심에 찬바람을 공급하고, 도심공간의 지하화로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있다. 

영국의 그라운드워크 트러스트 운동이나 덴마크의 핑거 플랜Finger Plan,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Green-U프로젝트 정책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덴마크가 전쟁 패배 후 나무심기를 통해 황무지를 옥토로 바꿔 국가부흥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유명하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숲과 조화로운 교류를 하던 생활에 맞춰져 있다. 현대인들이 겪는 갈등과 스트레스는 도시 생활에 부적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학자가 하버드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이론이다. 바이오필리아는 녹색갈증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생명체의 본질적이고 유전적인 소양이라고 말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진화를 거치면서 최적의 생태적 공간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스테판 카플란Stephen Kaplan은 자연이 주는 효과를 ‘주의 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 ART’으로 발표했다.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주의를 회복시켜서 더 나은 집중력으로 이끈다는 내용이다. 

숲은 결국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수만 년을 통해 형성된 유전적 본질이 불과 몇 백 년간의 도시생활로 인해 숲과 떨어져 있으면서 인간은 온갖 육체적 질병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게 됐다. 도시를 떠날 수 없다면 도시에 숲을 조성해야 한다. 그 숲으로 인간을 안정시켜야 한다. 굳이 바이오필리아나 주의 회복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 숲이 바로 숲 속의 한반도이고, 새산새숲 가꾸기 사업이다. 그 숲이 바로 인간의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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