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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신준범 기자의 백패킹 스쿨ㅣ버너 선택] "가볍고, 화력 세고, 안전한 버너없나요?"

글 신준범 기자
  • 입력 2019.04.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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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인기는 바로 이것, 복사열 사용한 일체형 버너! 초경량 버너! 액출버너!

모르면 어려운 것이 버너다.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발전한 야영 장비가 버너다. 예전처럼 단순히 휘발유버너, 가스버너로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세분화되었다. 무게, 화력, 소음, 기능,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초보자가 멋모르고 샀다가 다시 사거나 추가로 구입하는 장비 1~2위에 버너가 포함된다.

버너의 바른 명칭은 쿠킹 스토브Cooking stove이며, 줄여서 스토브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버너Burner로 굳어졌다. 버너의 변천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휘발유버너는 점점 줄어들고, 가스버너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가스버너가 대세인 것은, 조작이 쉽고, 사용이 편리하며, 휘발유버너보다 연료인 가스를 구하기가 훨씬 쉽고, 가볍고 휴대도 간편하다. 가격도 휘발유버너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다. 또한 세심한 불 조절이 가능해 밥할 때도 코펠 바닥을 태울 가능성이 낮으며, 요리에 더 편리하다. 소음도 휘발유에 비해 적은 편이라 더 분위기 있는 식사와 대화가 가능하다. 

휘발유버너의 장점은 극명하다. 추위에 강하다는 것. 반면 가스버너의 치명적인 단점은 추위에 약하다는 것. 기온이 영하 5°C 아래로 떨어지면 가스는 화력이 떨어지거나 버너에 따라서 작동이 안 되는 것도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둥근 형태의 이소부탄가스를 구하기 쉬운 편이지만 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어렵거나 값이 상당히 비싼 경우도 많다. 

추위에 강한 가스버너

 최근 들어 비교적 추위에 강한 가스버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먼저 가스의 프로판 함량 비율에 따른 편차가 있다. 백패킹에 사용하는 둥근 이소부탄가스(가스 제품명을 따서 ‘알프스가스’라고도 부른다)의 경우 이소가스와 노멀 부탄가스를 혼합한 것인데, 법적으로 프로판가스를 최대 10%까지 넣을 수 있다. 프로판가스 함량이 높을수록 추위에 강하지만, 프로판은 압력이 높아 비율이 높아지면 위험할 수 있어 비율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스버너의 진화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액출버너’다. 액출버너는 가스 특유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이소부탄은 액화된 상태로 있다가 가스통을 빠져나오면서 기체로 변한다. 이를 ‘기화’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한다. 버너를 사용하면 기화되면서 가스통의 온도는 점점 낮아져 화력이 떨어지게 되고, 날씨가 추울 때는 아예 기화가 안 되기도 한다. 

액출버너는 ‘기화기’라는 관을 버너 화구 위로 지나도록 만들었다. 버너 호스와 화구가 연결되는 부분이 동으로 만든 관을 통해 화구를 돌고 나오도록 별도의 기화관을 만들어 놓았다. 가스통을 나온 액체가 기화관(예열관)을 지날 때 달궈지면서 안정적으로 기체로 변해 화력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때 가스통을 거꾸로 놓아야 한다. 

하지만 처음 불을 붙일 때부터 가스통을 거꾸로 두면 액화가스의 양이 순간적으로 늘어나 불꽃이 높게 일어 위험할 수 있다. 기화관이 적당히 예열된 후 가스통을 뒤집어 사용해야 한다. 일반 가스버너의 가스통을 뒤집어서 사용하면 불꽃이 높게 일어 예상치 못한 ‘불쇼’를 볼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액출버너는 가스를 빠르게 소모하므로,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겨울 최강자는 결국 휘발유버너

일반 가스버너라고 해서 영하 5°C 이하에서 무조건 사용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가스통에 핫팩을 둘러 따뜻하게 하거나, 미지근한 물을 담은 그릇에 가스통을 넣는 등의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도저도 다 귀찮다면 결국 겨울엔 휘발유버너를 쓰는 것이 속 편하다. 휘발유버너는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화이트가솔린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많다. 일반 가솔린(휘발유)을 사용하면 그을음이 잘 생기고 노즐이 막혀 고장 날 확률이 높아진다. 화이트가솔린을 구할 수 없는 나라로 원정을 갈 때는 일반 휘발유도 사용 가능한 버너를 준비해야 한다. 

휘발유버너가 쇠퇴하게 된 건 불편해서다. 펌프질을 하여 공기를 넣어 이 압력으로 연료가 분출되도록 해야 한다. 버너가 예열되기 전까지는 불이 높게 솟구칠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보통 버너를 예열한 뒤 한 번 더 펌프질을 하면 제대로 화력이 나온다. 최근 출시된 버너들은 예열 시간이 짧아진 것이 많고, 제품에 따라 사용법 차이가 있으므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미리 확인하고 비교한 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휘발유버너는 일체형과 호스형이 있는데, 대표적인 일체형이 ‘콜맨 442’ 버너다. 초보자도 비교적 사용하기 쉽고 세밀한 불 조정이 가능하며, 바닥에 휘발유가 셀 염려도 적어 안전하게 쓸 수 있다. 단점은 무겁고 부피가 큰 것. 호스형은 휴대가 작고 화력이 강하지만 처음 불을 붙일 때 휘발유가 바닥에 흐를 수 있으므로 바닥의 나뭇잎을 치우는 등 산불 우려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휘발유버너를 텐트 안에서 쓰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휘발유와 가스 겸용 버너도 있다. 휘발유버너는 제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불 소음이 가스보다 시끄러운 편이다. 

버너의 혁명, 리액터

아웃도어 장비의 혁명으로 불리는 버너가 있다. 바로 코펠 일체형 가스버너인 MSR 리액터다. 복사열로 열을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이며, 열효율을 극대화한 형태의 코펠이 화구와 연결되어 있어 뛰어난 열효율을 자랑한다. 강풍이 부는 절벽이나 고산에서도 짧은 시간에 물을 끓일 수 있다. 

리액터의 복사열은 텐트 안에서 난로로도 쓸 수 있어 겨울 백패킹의 새로운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한국형 리액터로 코베아에서 만든 알파인마스터가 있다. 리액터와 같은 원리이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하며, 전용 코펠이 아닌 다른 코펠을 올려 사용하거나, 프라이팬을 쓸 수도 있어 인기가 높다. 

백패킹의 흐름이 그렇듯 버너도 경량백패킹BPL·BackPacking Light이 대세다. 무게가 100g이 되지 않는 작고 가벼운 버너가 인기다. 호스 없이 가스와 화구가 직접 연결된 형태가 대부분이다. 혼자 다니는 솔로 백패커의 경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230g의 이소부탄가스가 아닌, 110g을 사용하기도 한다. 100g 이하의 초경량 가스버너는 만약을 대비해 예비로 휴대하기도 한다. 

버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최근 상당수의 유명 브랜드들이 대부분 중국 공장에서 OEM으로 버너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흡수한 중국은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버너를 만들고 있다. 무게가 25g에 불과한 티타늄 버너, 해외직구 구입 시 2만 원대에 불과한 액출버너 등은 ‘대륙의 실수’라기보다 두려움을 느끼게 할 정도다. OEM의 반격이 버너 시장에도 불고 있다.     

겨울을 제외한 삼계절에 간편식으로 먹을 땐, 초경량 가스버너를 사용한다.
겨울을 제외한 삼계절에 간편식으로 먹을 땐, 초경량 가스버너를 사용한다.
액출버너. 화구 위로 기화관이 지난다.
액출버너. 화구 위로 기화관이 지난다.

액출버너 하나면 4계절 OK!


강사 BYE JUN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버너는 가스를 연결해 사용하는 가스버너와 가솔린, 등유, 파라핀유 등을 연료통에 채워 사용하는 버너, 나뭇가지 등을 태워 나오는 열로 사용하는 버너 등 여러 형태의 버너가 존재한다. 이 중 추천하는 버너는 가장 보편적으로 손쉽게 사용가능한 가스버너이다.

가스버너는 가스를 직접 연결하는 직결식 버너와 호스를 통해 연결하는 호스버너가 있다. BPL을 선호하는 백패커들은 대부분 가볍고 작은 직결식 버너를 사용한다. 하지만 불이 나오는 화구가 작아 화력이 약하고, 코펠을 올리는 삼발이가 작아 조리 시 불안함이 따른다. 또 추운 곳에서는 제대로 화력 발휘되지 않는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호스식 가스버너가 액출버너이다. 무게와 부피가 조금 큰 반면 추운 겨울에도 가스 잔량이 남지 않을 때까지 최대 화력으로 사용 가능하다. 액출 방식은 가스통을 뒤집어 사용 가능한 버너로 가스통의 압력으로 좀더 많은 액체 상태의 가스가 기화관을 통해 데워져 화구로 전달된다. 이로 인해 기화식 가스버너 특유의 단점인 기화열이 없어 화력이 떨어지거나 불이 꺼지는 현상이 적다. 액출버너는 화구에 기화관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초 사용 시에는 가스를 바로 세워 점화하고, 기화관이 데워진 후 가스통을 뒤집어 사용한다. 

화구에 작은 관이 있는, 즉 기화관보다 작은 관이 화구 주변을 살짝 지나도록 된 버너는 액출 사용이 가능한 버너가 아닌, 일시적으로 가스의 잔량을 소진할 때 가스를 뒤집어 사용 가능한 버너다.  백패킹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버너는 기화관이 붙어 있는 호스식 액출버너다. 

소토 윈드마스터 사진 양수열 기자
소토 윈드마스터 사진 양수열 기자

버너, 가벼운 것이 대세!


강사 OUSIDER MIN 민미정

네팔 EBC 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백패킹 종주. 

LP가스는 액체화된 가스로 외부 온도의 저하 시 화력이 떨어져 동계에는 불편할 수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용이함과 편리함 때문에 많이 사용된다.

화이트 가솔린은 가솔린을 정제한 것으로 휘발성이 높아, 강한 화력을 얻을 수 있다. 오래 전부터 고산원정에 사용된 화이트 가솔린 버너는 탱크 안을 펌핑해 압력을 높여 가솔린을 기화시킨다. 따라서 외부 온도에 상관없이 화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연료도 저렴해 가성비가 높다. 

호스식 버너는 비교적 사용이 편리하고, 가스와 거리를 두기 때문에 큰 코펠을 사용할 때 안정적이다. 그러나 호스형은 압력을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이 있다. 가스 호스가 겨울에 잘 터지는 이유는 기화 이상, 영하 기온 노출, 호스 꺾임·눌림 등으로 얼었던 부분이 내부 압력을 못 이겨 파손되기 때문에 삼계절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직결식 버너는 50~120g 초경량 제품이 많다. 대표적인 제품 몇 가지를 살펴보자.

소토 윈드마스터 

출력 2,800kcal/h, 무게 67g. 마이크로 레큘레이터가 탑재되어 외부 온도에 좌우되지 않고 안정적인 화력을 발휘해 바람이나 강추위에 사용하기 좋다. 발열량이 다른 버너에 비해 약간 낮지만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열량을 발휘하기에 발열성이 빠르다. 

스노우피크 마이크로 맥스 울트라라이트 

출력 2,800kcal/h, 무게 56g. 완벽한 경량화 모델로 BPL을 추구하는 백패커들에게 최적의 제품이다. 제품의 경량화를 위해 착화 장치가 없어서 라이터나 파이어스틸을 사용해야 한다. 필자가 세계여행 중 실제 사용한 버너.

콜맨 F-1 파워스토브 

출력 3,700kcal/h, 무게 146g. 장점은 무엇보다 화력이 강해 물 1리터를 끓이는 데 단 2분 30초 걸린다. 휴대가 편리하지만, BPL을 추구하는 백패커에겐 메리트가 부족하다. 

버너 사용 시 주의사항

1 바람이 많이 부는 장소라면, 버너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윈드 스크린(바람막이)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2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어 밀폐된 텐트 안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

3 텐트 스킨이나 가연성 소재 가까이에 놓고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윗줄 왼쪽부터 MSR 포켓로켓, 1994년에 구입한 코베아 버너, 프리머스 스파이더, 아래쪽 휘발유 가스 겸용인 프리머스 옴니퓨얼.
윗줄 왼쪽부터 MSR 포켓로켓, 1994년에 구입한 코베아 버너, 프리머스 스파이더, 아래쪽 휘발유 가스 겸용인 프리머스 옴니퓨얼.
암벽등반 할 땐 리액터, 알파인마스터 추천!


강사 홍희동 클럽8848

코오롱등산학교 졸업, 응급처치 전문과정 이수, 2009년 아일랜드피크(6,189m) 등정, 2012년 대통령기 등산대회 2위, 2018년 인도 스톡캉그리(6,153m) 등정. 

버너의 주된 사용 연료는 가솔린, 등유, 가스 등이 있다. 주로 예열이 필요 없는 가솔린과 가스가 주로 쓰인다. 예전엔 가솔린 버너를 일반적으로 사용했으나, 요즘은 가스가 사용 편의성과 열효율이 높아져 대부분 가스버너를 많이 쓴다.

가솔린버너는 일체형과 호스형이 있다. 일체형은 사용이 쉽고 안전하지만 부피가 크고 무겁다. 호스형은 작고 화력이 강한 반면, 사용 방법 어렵고 휘발유가 바닥에 흐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가스버너는 직결식과 호스식이 있다. 직결식은 작고 가볍지만 조리 도구를 올려놓았을 때 불안정한 단점이 있다. 호스식은 안정적이지만 조금 무겁고 호스가 압력을 버티는 한계가 있어 고장의 우려가 있다. 

코펠과 버너 일체형도 있다. 바람이 불고 일기가 고르지 않은 야외에서 단시간에 조리할 수 있어 편리한 반면, 값이 비싸고 전용 조리도구만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백패킹 시 겨울을 제외한 삼계절에는 가스버너를 쓰고, 겨울에는 가솔린버너를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자신의 산행 스타일을 따르는 것이 좋다. 장거리 산행에 무게를 줄일 필요가 있다면 작은 직결식 버너가 유용하고, 미니멀 캠핑에는 호스식이 편하다. 

하나만 구입해야 한다면 호스식 가스버너를 추천한다. 안정적이고 사용이 편하며, 겨울철에도 가스통을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핫팩을 주위에 두거나, 불 가까이 두는 방법으로 열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가스통을 직접 가열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합이 맞는 제품은 암벽등반 시 바람이 많이 불고 기상이 안 좋을 때가 많아서 코펠과 버너 일체형인 리액터와 젯보일을 쓴다. 코베아 알파인마스터도 가성비 높은 일체형 국산 버너다. 도보여행 시에는 부탄가스를 쓸 수 있어 연료 구입이 편한 소토 G스토브를 주로 사용한다. 백패킹 시에는 삼계절은 가볍고 열효율이 좋은 프리머스 스파이더와 MSR 포켓로켓을 쓰고, 겨울에는 안정적이고 열효율이 좋고 관리가 편한 프리머스 옴니퓨엘을 사용한다. 

버너 사용 시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선 바람막이를 써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텐트 안에서 쓸 경우 충분한 환기를 해야 하며 취침 시에는 사용해선 안 된다. 텐트 안에서 불붙기 쉬운 물건과 거리를 둬야 하며 버너 바닥에 방열판이나 개인 식탁 위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윗줄 왼쪽부터 젯보일 0.5리터, MSR 리액터 2.5리터, 소토 G스토브. 아래쪽 둥근 철제는 바르고 알코올스토브이며 우측 철제는 바르고 티타늄 우드스토브
윗줄 왼쪽부터 젯보일 0.5리터, MSR 리액터 2.5리터, 소토 G스토브. 아래쪽 둥근 철제는 바르고 알코올스토브이며 우측 철제는 바르고 티타늄 우드스토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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