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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신간리뷰] 동물 안의 인간 외

글 서현우 기자
  • 입력 2019.04.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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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안의 인간>

노르베르트 작서 지음. 장윤경 옮김. 문학사상. 336쪽. 1만 5,000원.


도살장으로 끌려 들어가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소, 집에 들어오면 반갑다고 몸을 비비는 고양이, “앉아!”라고 하면 몸을 내리까는 강아지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에 접어들어 애완의 대상이던 동물이 반려의 존재로 격상되면서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가 변하고 있다. 동물이 고통 받거나 학대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공분에 휩싸인다. 개고기 식용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두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논쟁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동물들은 생각할 수 있을까?’ ‘동물도 감정이 있을까?’ ‘동물도 성격이 있을까?’ 등이다. 

이 책은 동물행동학을 통해 이런 질문들에 대한 최신의 답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동물 안에서 수많은 인간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동물도 사람처럼 성격과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례 연구로 이를 뒷받침한다. 새끼 때 사회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동종의 개체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연구, 사회적 환경과 스트레스, 그리고 행동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얼마나 흡사한지 밝혀냈다. ‘인간은 이성을 따르고 동물은 본능을 따른다’는 말을 옛말로 만든 책이다.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지음. 시공사. 336쪽. 1만 4,800원. 

귀농·귀촌 열풍이 정년퇴임 인구를 넘어 젊은 세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회가 팍팍해지면서 자연주의적 삶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 까닭이다.

이 책 역시 귀농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그 위치가 특이하다. 스페인 해발 1,200m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Vistabella다. 20대 중반 네팔 여행 중 스페인 사람인 남편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2004년 봄, 남편의 제안으로 비스타베야의 신혼집을 본 순간 목석처럼 굳어버렸다고 한다. 지붕은 무너진 지 오래였고, 창문 하나가 전부인 집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려 200년이나 된 낡은 집을 단 돈 600만 원에 구입하면서 신혼 생활이 시작된다. 

집을 수리하는 데 7년이 걸렸지만 소박한 삶에는 행복이 깃들었다. 자연재해를 통해 겸손을, 가까운 동물들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깊이를, 온갖 동식물을 마주하며 삶의 이치를 절로 배우는 순간이었다. 세 딸과 열여덟 마리의 암탉·수탉, 칠면조 암수 두 마리, 그리고 수시로 드나드는 고양이들과 함께 가꾸는 일상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깨알 같은 생활 정보도 읽을거리다. 한국과 스페인의 문화 차이, 유기농 요리법과 청소법, 스페인 남자들에 대한 얘기와 인종차별에 이르기까지 흥미를 돋우는 정보들이다. 한국의 농촌과 다르면서 비슷한 낯선 이국의 농촌 생활을 산뜻하게 담아냈다.  

<문화유산, 알면 보이는 것들 - 서울편>


박혜진 지음. 프로방스. 416쪽. 1만 7,800원.

젊은이들 사이에는 ‘아만보’라는 신조어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의 줄임말로, 흔히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에게 일침을 가할 때 사용한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아는 만큼 보이고 또 그만큼 느껴져서 담긴다고 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역사를 입시교육으로 공부하고, 성인이 되고 나선 자연스레 관심을 놓게 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단순히 외우는 역사가 아니라 느끼는 역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책은 단순히 과거 역사지식을 지리멸렬하게 읊기보다 역사 속의 배경과 사건을 저자의 경험이나 추억, 혹은 시사 문제와 엮어서 풀어낸다. 올림픽공원과 몽촌토성, 팔만대장경과 시리아 내전,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냉전과 저자와 배우자 간의 냉전을 오가며 역사 기행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재치를 더했다.

책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의 모든 역사를 담았다. 암사동 선사유적지부터 아차산 보루의 고구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의 백제,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의 신라, 국립중앙박물관의 발해와 통일신라, 경복궁의 조선, 서대문형무소의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현대사까지 서울 곳곳에 녹아 있는 역사를 고스란히 녹여 냈다. 여러 지식들을 너무 길지도, 또 너무 짧지도 않게 ‘아는 척’할 만큼만 담았다. 

<식물 생태 데이터북>


정연숙, 이경은 지음. 자연과생태. 311쪽. 3만 3,000원.

지금껏 다양한 식물 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도감 형식으로 담아낸 책들은 숱하게 많았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조사 결과를 데이터북으로 엮었다. 식물의 군락과 자생지를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를 객관화된 통계 데이터로 정리했다.

이 책은 한반도 중부지방을 대표하는 냉온대 낙엽활엽수림 447개 지점을 조사해 숲을 13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곳에 자생하는 나무와 풀 272종의 생태를 설명했다. 종별로 사는 곳(생육지)과 사회(군집), 동반 종의 정보를 정량적인 데이터로 나타냈다. 이와 더불어 식물 연구, 교육, 보전, 복원, 조성, 조경,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표로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중부지방 숲을 구성하는 대표 군집이 무엇인지, 어떤 환경에 어떤 종이 분포하고 우점하는지, 동반 출현하는 종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개체 및 군집 연구에 꼭 필요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식물 종과 숲 보전, 복원, 조성, 조경,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 적지적수, 적합 식물 종 및 생태적지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다. 고사리, 소나무, 잔대, 졸참나무 등 책에서 조사한 종은 희귀종이나 보호종이 아니라 흔히 자생하는 보편종이다.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우리 숲의 참 주인이다. 향후 숲 관리 및 보전을 위한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책이다.

<숲>


자부리 가줄 지음. 김명주 옮김. 교유서가. 232쪽. 1만 3,800원. 

숲은 나무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화장실, 거실처럼 그저 한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숲을 대할 때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의미적 공간으로 확장시켜 인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각종 개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의 숲을 지켜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숲의 의미론과 문화사부터 숲의 자연사,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숲에 관한 모든 지식을 한 권의 얇은 책에 담아 냈다. 기원전 2600년경 신수메르 왕조 때 쓰인 인류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거대한 삼나무 숲은 괴물 파수군 훔바바가 사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지극한 아름다움과 위안을 장소이며 신들이 사는 곳이었다. 이처럼 자연과 초자연, 피난처와 매복지, 순수와 더러움, 선과 악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로 구성된 숲에 대한 서양의 문화적 태도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문화사와 더불어 자연사도 돌아본다. 3억8,500만 년 전에 형성된 최초의 숲부터 진화와 지질 및 기후 변화의 상호작용이 빚어낸 지구 곳곳에 있는 숲들의 변천사를 담아 냈다. 또한, 경제적 자원으로서의 숲도 조명했다. 목재를 포함해 숲이 제공해 주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산림 파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제시했다. 숲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인간관계편>


이케가야 유지 지음.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360쪽. 1만7,000원. 

다음 질문을 읽고 천천히 대답해 보자.  

문제 1 : 상품 A와 B는 총 1,100원. A는 B보다 1,000원 비싸다. B는 얼마일까?

문제 2 : 제조 장치 5대를 5분간 가동하면 제품 5개가 만들어진다. 100대로 100개의 제품을 만들려면 몇 분이 걸릴까?

문제 3 : 하루에 2배로 증식하는 부초가 호수 전면을 뒤덮으려면 48일이 걸린다. 호수 절반을 덮으려면 며칠이 걸릴까?

 먼저 답을 공개하자면 ‘50원’, ‘5분’, ‘47일’이다. 직감적으로 답을 떠올렸다면 아마도 ‘100원’, ‘100분’, ‘24일’이라고 했을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직감적으로 대답한 사람은 종교를 가질 경우 돈독한 신앙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저자는 이처럼 흥미로운 심리실험 61가지를 전 세계에서 엄선해 책으로 묶었다. 공평함을 추구할수록 세상이 점점 더 불공평해지는 원인, 인간이 자기 자신을 점점 더 높이 평가하는 이유 등을 기발하게 풀어낸 실험들의 핵심을 담았다.

인간은 지구상 생물 중 거의 유일하게 뇌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한 존재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인간의 사회성 때문이다. 책에 담긴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접하면 인간의 사회성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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