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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부처님 오신 날 특집ㅣ한국의 오대 적멸보궁 <3> ③ 함백산 정암사] 자장이 말년에 보낸 절로 알려져

월간산
  • 입력 2019.05.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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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가 통도사 사리 가져와 봉안說도…원래 갈래사로 불려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돼있다는 수마노탑.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돼있다는 수마노탑.

<삼국유사>권4 의해 자장정률조에 함백산 정암사와 자장의 관계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자장은) 만년에 명주溟州 수다사水多寺를 창건하고 살았다. 꿈에 이상한 스님이 “태백산 갈반지葛蟠地에서 만나자”고 했다. 자장은 태백산에서 큰 구렁이가 나무 아래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을 보고 “이곳이 갈반지”라고 말하고, 정암사를 창건한 뒤 문수대성이 내려올 것을 기다렸다.’ 

정암사의 원래 이름은 갈래사葛來寺였다. 자장율사가 정암사 근처에 중국에서 가져온 불사리탑을 세우려 했으나 세울 때마다 계속 쓰러졌다고 한다. 이에 자장이 간절히 기도를 올리니 동지섣달 혹한 속에서도 하룻밤 사이에 칡 세 줄기가 눈 위로 올라와 멈춰 섰다. 그곳이 각각 지금의 수마노탑, 적멸보궁, 사찰 터라고 한다. 그런 연유로,  원래 정암사의 명칭이 칡넝쿨에서 온 절이라고 해서 ‘갈래사葛來寺’라고 불렀다. 언제 어떻게 정암사라고 바뀌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유래는 없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는 수마노탑水瑪瑙塔에 대한 유래도 각별하다. 마노석으로 쌓았다고 해서 수마노탑이라 불렀다고 한다. 마노석은 보석의 하나로, 원석의 모양이 말의 뇌수를 닮았다고 해서 ‘마노’라 불린다. 이는 수정류와 같은 석영 광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은·유리·파리·산호·마노·진주’를 예로부터 일곱 개의 보석, 즉 칠보七寶라고 해왔다. 

수마노탑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가지고 온 마노석으로 만든 탑이라 하여 마노탑이라고 한다. 마노 앞에 ‘수水’자는 자장의 불심에 감화된 서해 용왕이 마노석을 동해 울진포를 지나 이곳까지 무사히 실어다 주었기에 ‘물길을 따라온 돌’이라고 해서 덧붙여진 것이라고 전한다. 지금도 고한에는 갈래초등학교가 있고, 상갈래·하갈래라는 지명이 있어 갈래사가 상당한 기간 동안 존속했음을 알 수 있다. 

정암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지만 자장율사가 일생을 마친 곳이기도 하다. 적멸궁 입구에 ‘자장율사주장자’라고 쓰인 고목이 있다. 자장율사가 짚고 다니던 주목 지팡이를 꽂아놓은 것이 자랐다고 전한다. 

정암사 일주문 위 산 쪽으로 조그만 탑이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탑돌이를 하고, 그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그 탑이 바로 보물 제41호 수마노탑이다. 일주문을 지나 오른편으로 들어서면 적멸보궁이 있다. 항상 독경이 울려 퍼진다. 

정암사 적멸보궁에도 역시 불상은 없다. 다만 부처님이 앉아 계신 것을 상징하는 붉은색 방석이 수미단 위에 놓여 있다. 사리가 모셔진 빈 방석 너머 장방형으로 난 창문 밖 산 위로 수마노탑이 있다. 적멸보궁 뒤편 급경사를 따라 100m 남짓 올라가야 한다. 가파른 오솔길로 올라가면 높이 9m가량의 7층석탑이 나온다. 그곳에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다고 전한다. 좁은 탑 주변에 겨우 한두 사람 종대로 설 수 있을 정도다. 평일에도 기도를 올리거나 탑돌이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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