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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 전라도의 산ㅣ화학산 614m] 1년에 한 번 분홍빛으로 화장하는 비자나무 명산

글 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고문
  • 입력 2019.05.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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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산 화학산과 골산 천태산·개천산 잇는 10㎞ 당일산행

수직 암릉이라 경치가 시원하게 트인 천태산 정상. 우측으로 땅끝기맥 주능선이 뻗어 있다.
수직 암릉이라 경치가 시원하게 트인 천태산 정상. 우측으로 땅끝기맥 주능선이 뻗어 있다.

화순 화학산華鶴山과, 개천산開天山(497m), 천태산天台山(479m)은 한 개의 능선으로 연결된다. 화학산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밋밋하고 개성이 없다. 반면 천태산과 개천산은 짧지만 근육질의 골산骨山이다. 뿐만 아니라 천년고찰 개천사와 거북바위, 비자나무숲 등 볼거리가 많다.

산행은 개천산과 천태산을 중심으로 하되 산행을 길게 하기 위해 화학산을 끼어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1년에 딱 한 번 화학산을 들머리로 잡아도 좋을 때가 있다. 

화학산 정상은 철쭉 군락지다. 4월 말부터 5월 초 철쭉꽃이 피어,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개화한다. 보성 일림산이나 제암산 철쭉은 진분홍색을 띠지만 이곳은 선명한 연분홍빛이다. 

자생 면적이 그리 넓지는 않다. 철쭉은 집단으로 조밀하게 자라는 특성이 있지만 이곳 철쭉은 가로수처럼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나무 사이로 지날 수 있다. 또한 나무 둘레가 두 손으로 잡아야 할 정도로 굵다. 잎사귀는 둥글고 납작하다. 무엇보다 화학산 철쭉은 교통이 불편하고 유명하지 않아, 인파가 많지 않아서 좋다. 

들머리의 개천사는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천년도량이다. 천태산 계곡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절집의 터가 상당히 큰 규모지만 6·25전쟁 때 모두 소실되고 근래에 중수한 전각 3~4채만 남아 있다. 개천사 초입에 있는 5기의 부도는 17~18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내력이 있는 사찰이었음을 알게 한다. 특히 계곡 주변으로 1,00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300년 동안 큰 숲을 이루고 있어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483호로 지정되었다. 

개천사 뒤쪽 계곡 따라 울창한 비자나무숲이 이어진다.
개천사 뒤쪽 계곡 따라 울창한 비자나무숲이 이어진다.

대웅전 왼쪽으로 등산로 이정표가 있다. 돌계단을 올라서 물탱크를 지나면 곧장 비자나무숲으로 연결된다. 이정표는 ‘개천산 0.9㎞’를 가리킨다. 마른 계곡 주변에는 고목 수준의 아름드리 비자나무들이 울창하다. 조릿대길 따라 8분 정도 오른 곳에 도선국사가 수행했다는 거북바위가 있다.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산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거북바위가 있지만, 가장 사실적으로 닮은 것 같다. 갑골문양의 등, 머리, 다리 등 살아 있는 거북이 형상이다. 거북이가 개천산 봉우리에 오르면 명나라와 일본이 망한다는 설 때문에 거북의 머리를 잘랐다는 패배주의적인 전설이 적힌 안내문이 있지만, 우리의 자긍심을 세워 주는 스토리로 고쳐야 한다. 

10분 정도 오르면 홍굴재 갈림길이다. 우측으로 0.6㎞ 지점에 있는 천태산 정상을 찍고 왕복해야 할 지점이다. 다양한 야생화와 병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8분 정도 오르면 헬기장 안부다. 헬기장에서 천태산 정상까지 불과 200m 거리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거친 암릉지대다. 

타오르는 불꽃 형상의 바위들과 톱니처럼 돌출된 바위 사이에 안전로프가 있다. 인근 용암산과, 광주 광산구 용진산에 있는 바위처럼 석영암질이다. 날카롭게 쪼개지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천태산 정상은 깎아지른 수직 암봉이며, 10여 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터다. 동남쪽 방향으로 시원하게 트여 있다. 왼쪽으로 무등산, 모후산, 예성산, 용암산, 계당산을 비롯한 호남정맥 주능선이 막힘없이 보인다.

홍굴재에서 개천산까지는 0.6㎞ 거리다. 완만한 굴참나무길을 300여 m 지나면 피라미드처럼 급경사 오르막이다. 멀리서 보면 뾰족하게 보이는 탓에 인근 마을에서는 문필봉文筆峯이라 부른다. 비스듬하게 절개된 석벽 근처에는 ‘개천산 삼거리’ 이정표가 있고 ’화학산 4.7㎞‘를 가리킨다. 

개천산 정상은 석봉이다. 산불감시탑이 있고 북쪽으로만 트여 있어 시야가 좋은 편은 아니다. 개천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화학산을 가려면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가서 ‘개천산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꺾으면 된다. 개천사 원점회귀 코스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한다. 굴참나무와 철쭉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계속 급경사 내리막이다. 승학골 이정표에서 임도와 마주하지만 숲길로 진행해야 한다. 5분 거리에 있는 등봉재는 개천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소나무숲과 굴참나무가 번갈아 나오면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거대한 편백나무숲을 지나면서부터는 메마른 느낌의 풍경이 지속된다. 좌우로 굴참나무에 가려서 시야는 막혀 있다. ‘헬기장 삼거리’ 이정표에서 조망이 잠시 터진다. 멀리 보이는 화학산 능선은 말등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접팔재 1.1㎞’ 방향으로 진행한다. 다시 한 번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갔다가 5분 정도 경사면을 치고 오르면 접팔재다. 

접팔재에서 화학산으로 가는 길은 평지나 다름없는 편안한 길이다.
접팔재에서 화학산으로 가는 길은 평지나 다름없는 편안한 길이다.
화학산 정상의 전망대. 높이에 비해 조망은 최고다.
화학산 정상의 전망대. 높이에 비해 조망은 최고다.

예성산~화학산 잇는 코스도 추천

예성산과 화학산, 천태산 갈림길이다. 함께한 산 친구 조송훈(58)씨의 의견은 예성산(9.0㎞)에서 출발해 화학산(2.4㎞)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해도 좋겠다는 의견이다. 접팔재에서 화학산 가는 길은 자동차도로나 다름없다. 이정표 곳곳에 ‘남도오백리 제6공구’라고 쓰여 있다. 남도오백리 역사숲길 조성사업은 지리산 자락에서 출발해서 구례·곡성·화순·영암·강진·해남으로 이어지는 총 338.8㎞의 걷기길이다. 기존 옛길과 임도를 최대한 활용한 길이다.  

접팔재에서 15분 정도면 임도가 지나는 쉼터(모정)를 만난다. 화학산은 언덕에 난 계단으로 직진한다. 정상까지 1.5㎞ 거리는 도로처럼 넓고 평지나 다름없다. 나무그늘이 없어 땡볕을 감수해야 한다. ‘각수바위 갈림길’ 이정표부터 고도가 슬그머니 올라가면서 10분 정도 급경사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철쭉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 터널을 방불케 한다. 

정상 직전 우측에 있는 헬기장 방향을 따라가면 땅끝기맥이 분기되는 바람재를 만나고 제2철쭉군락지가 있다. 화학산 정상에는 무인산불감시탑 아래에 묘3기가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풍수지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화학산은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화학귀소형’ 터라고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만큼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좌우로 쭉 뻗은 능선 따라 서쪽으로 나주 금성산, 남으로 영암 원출산, 동으로 보성 천봉산, 북으로 무등산, 담양 병풍산까지 보인다. 화학산 철쭉은 특이하게 북서 방향 경사면에만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산길 주변에 자라고 있는 철쭉들의 우람한 자태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15분 정도 내려가면 쉼터와 운동시설이 있고 그 옆에 버들약수터가 있다.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구불구불한 길 따라 10분 거리에 ‘무명용사 충혼위령비’가 있다. 6·25전쟁 전후 대대적인 빨치산 토벌작전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상흔이다. 10분이면 화학산 등산 개념도가 있는 대촌마을이다. 

화학산 정상 주변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학산 정상 주변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학산 등산지도.
화학산 등산지도.

산행길잡이 

■ 개천사~거북바위~홍굴재~천태산~홍굴재~개천산~접팔재~쉼터~화학산~약수터~ 대촌~청용리 <10.4㎞, 5시간 30분 소요>

■ 개천사~거북바위~홍굴재~천태산~ 홍굴재~개천산~개천사 <5㎞, 2시간 50분 소요>

교통

광주 광천터미널 앞에서 매일 오전 9시5분, 소태역에서 9시25분에 변천리행 218번 화순군내버스가 운행된다. 1시간 소요되며 요금은 3,450원. 춘양면 변천리에서 하차한다. 개천사 입구까지 2.5㎞를 걸어야 한다. 문의 화순 이양택시(061-372-3100)

볼거리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가 멀지않다. 운주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불회사는 400년 된 느티나무 연리지와 돌벅수(석장승), 종이로 만든 불상인 지불로 유명하다. 초의선사가 출가한 운흥사, 칠천리 칠불 등 인근에는 불교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남도 반가의 건축양식을 보여 주는 도래마을도 꼭 들러 볼 곳이다.  

맛집(지역번호 061)  

화순읍에 있는 춘양 돌정식당(373-5222)은 25년 역사의 맛집이다. 메기탕 1만 원, 벌집삼겹살 200g에 1만 원을 받는 알뜰식당이다. 

화순은 양탕(흑염소)요리의 원조격인 약산흑염소가든(373-9292)과, 토박이들이 많이 찾는 일송정식당(371-6060)이 유명하다. 1인분 1만3,000원 든든한 보양식으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진하고 얼큰한 국물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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