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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창간 50주년 기념특집Ⅰㅣ<1> 총평 및 숫자로 본 월간山 50년] 취재 산행거리만 지구 두 바퀴

월간산
  • 입력 2019.06.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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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산악 잡지 월간<山>, 보도 기사 건수는 4만여 건
역대 최저 발행부수는 27부…50주년 창간호가 600호가 아닌 596호인 이유는?

창간 50년을 맞은 월간<山>의 역대 발행한 책을 전부 쌓으면 아파트 3층 높이인 약 7m에 이른다. 우리나라 등산과 알피니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 월간<山>의 역사가 얼마나 장중한지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수치다. 본 기사에서는 이처럼 5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축적된 월간<山>의 역사를 숫자로 살펴본다. 전체 통계를 구할 때는 5~10년 단위로 그룹을 나눈 뒤 무작위 표집을 통해 계산했다.

1, 23, 102번째

월간<山>은 우리나라 사상 최초(1)이자 최고最古의 산악 잡지다. 초대 편집장인 최선웅 한국지도학회 부회장에 따르면, 1969년 5월 창간 당시 최초의 산악 잡지라는 영광을 다른 잡지에 내줄 뻔했다고 한다. 같은 시기 사진작가인 김초영씨와 성우 출신 이우형씨가 <산수>라는 이름의 산악잡지를 발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정기간행물 등록번호로 따지면 월간<山>(당시 제호는 ‘등산’, 라-1158)보다 <산수>(라-1157)가 더 빨랐다. 그러나 <산수>는 광고를 맡기로 했던 김초영씨가 도중에 손을 떼는 바람에 6월호를 창간호로 내놓았다. 이에 따라 한 달 먼저 발행된 월간<山>이 우리나라 사상 최초의 산악잡지가 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범위를 시사종합지 포함 잡지 전체로 넓혀도 월간<山>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잡지가 드물다. 한국잡지협회에서 제공하는 발행 잡지 현황에 따르면 월간<山>은 전체 7,771개 잡지 중 23번째로 오래된 잡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山>보다 먼저 등록돼 현재까지 발행이 확인된 잡지는 주간지 2개, 월간지 10개, 격간지 3개, 계간지 6개, 연 2회간지 1개에 불과하다. 

월간<山>보다 먼저 창간돼 지금까지 계속 발행되는 잡지로 주간지는 <주간조선(1968년)>과 <주간한국(1964년)>이 있다. 월간지로는 <신동아(1964년)>, <여성동아(1967년)>, <주부생활(1965년)), <월간문학(1968년)>, <현대시학(1969년)>, <현대문학(1955년)>, <현대경영(1966년)>, <우표(1965년)> 등이 있으며 계간지는 <KRX Market(1967년)>, <관훈저널(1959년)> 등이다.

발행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일단 법률상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잡지로 범위를 확대하면 월간<山>은 102번째로 오래된 잡지가 된다. 발행 여부가 불투명한 까닭은 사보나 기관지 등 특정 단체 내부에서만 유통되는 간행물도 모두 포함했기 때문이다. 

월간<山>보다 먼저 등록된 101개 잡지들의 목록은 한국잡지협회의 발행 잡지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사단법인이나 단체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및 회보, 종교지, 대기업의 사보 등이었다. 이들을 빼고 순수 언론사나 출판사에서 일반 대중에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잡지는 <주간조선>, <신동아> 같은 시사지와 <주부생활>과 <여성동아> 등 여성지, <월간문학>, <현대시학>, <현대문학> 등의 문예지 정도만 확인됐다. 

따라서 월간<山>은 산악전문잡지로서는 한국 최초, 시사종합지 포함 전체 잡지로는 23번째로 오래된 잡지로, 명실상부 한국 최초이자 최대의 산악전문잡지로 꼽힌다. 

600호가 아니라 596호?

언뜻 생각해 보면 50주년 창간 기념호는 50년×12개월로 계산해서 600호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창간 50주년 기념호는 596호다. 왜 600호가 아니라 596호인 걸까? 이는 발행 도중에 합본호와 결호가 발생했고, 조선일보 인수 과정에서 창간 기념월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먼저, 창간호가 나왔던 1969년 5월부터 매달 월간<山>이 정상적으로 발행됐다면 2019년 6월호는 602호가 되어야 한다. 창간호가 1호이기 때문에 매년 5월호는 (12x+1)호가 되며, 6월호는 (12x+2)호기 때문이다. 창간 기념월이 바뀐 것은 조선일보사가 1980년 6월에 월간<山>을 인수한 것을 기념해 6월을 창간 기념월로 삼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 6권이 부족한 것이다. 과월호를 살펴본 결과 4권의 합본호와 2권의 결호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합본호는 1969년 6~7월호(2호), 1969년 11~12월호(6호), 1970년 6~7월호(12호), 1970년 10~11월호(15호) 총 4권이다. 창간 직후 극심한 경영난과 인력난에 시달려 매달 책을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호는 1980년 4월호와 5월호다. 아예 책을 내지 못했다. 산악문화사에서 조선일보사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인수 후 첫 발행호인 1980년 6월호 편집후기에는 ‘조선일보사가 산악문화사로부터 월간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두 달의 결호는 불가피했다. 이제 속간호이자 창간호 격인 <山>지를 서둘러 낸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일보 인수 이후에는 현재까지 단 한 권의 결호도 없다. 

27부 vs 2만9,000부

최선웅 전 초대 편집장이 소장하고 있는 편집 연혁에 따르면 월간<山> 창간호는 3,000부가 발행됐다고 한다. 이후 1969년 8월호(3호)부터 2,000부로 줄여 발행하다가 1970년 8월호(13호)부터는 1,500부까지 줄어든다. 신우회에서 경영에 관여한 이후인 1971년 1월호(17호)부터 다시 3,000부로 증가한다. 이후 경영이 호전되면서 점차 발행부수가 증가해 현재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최저발행부수와 최고발행부수는 얼마일까? 먼저 최저발행부수는 단 27부에 불과하다. 1969년 11~12월호 합본호인 6호다. 전체 페이지도 단 52쪽이다. 27권만 생산한 이유는 폐간을 모면하기 위해 납본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월간지는 1년에 두 번 이상 결호가 생기면 정기간행물 규정에 의해 잡지 등록이 취소됐다. 6호는 시중에 배포되지 않아 영원한 결호가 되고 말았다. 한편 30년 이상 장기구독자도 27명이다. 

최대 발행부수는 2만9,000부다. 등산 붐이 본격화된 2007년 12월이다. 아웃도어 시장도 매년 성장을 거듭했고, 한국의 알피니스트들은 매년 혁혁한 등반 성과를 거뒀던 때다. 이 시기 월간<山>은 매달 2만 부 이상 발행됐으며, 창간 기념호는 매년 평균적으로 수천 부 정도 더 발행됐다. 이외에도 다양한 별책부록이나 지도첩 등을 제작 및 배포했다.

4만 개의 기사, 8만 km의 산행

월간<山>을 50년 동안 만들어온 사람들의 정열을 가늠해 보기 위해 50년 동안 보도한 기사의 총 건수와 산행 거리를 구해 보았다. 596권을 일일이 세어 보기는 어려워 표집을 통해 환산했다. 1969년 5월~1975년, 1976~1980년,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도 이후의 다섯 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 내 무작위로 표집한 책들의 평균값을 해당 년도에 발행된 전체 호수를 곱해 계산했다.

먼저 총 보도 기사 건수는 4만여 건에 이른다. 1969년 5월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는 약 30건 남짓한 기사가 실렸다. 전체 지면도 100쪽 정도였다. 1970년대 후반에는 약 40건으로 기사가 증가하며 페이지도 130쪽 정도로 늘어났다. 기사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건 조선일보사가 인수한 1980년대부터다. 조선일보 인수 후 속간호인 1980년 6월호의 경우 총 기사 건수는 43건으로 1970년대와 비슷하지만 전체 페이지는 182쪽으로 크게 늘어났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약 65건에 240쪽으로 증가하며 1990년대까지 유지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90여 건의 기사가 300페이지 이상으로 실렸다. 

월간<山>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산행 거리는 약 8만 km로 지구 두 바퀴에 달한다. 1970년대 초중반까지는 기자들의 산행 르포 기사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신 각계각층의 외부 필자들이 보내온 외국의 산서와 등반 기술 번역본과 알피니즘에 대한 고찰 등이 풍부하게 실렸다. 

본격적인 산행 기사는 1980년 이후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지금에 비해 장거리 산행 기사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1990년 8월호를 예로 들면 소백산 대산골 30km를 1박2일로 산행한 르포가 메인 기사다. 현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당시에는 다양한 장거리 산행을 기획할 수 있었다. 평균 5명의 기자들이 여러 번에 걸쳐 약 30km씩 걸었다. 

또한, 이 시기의 기사들은 산행거리를 대략적인 어림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당시 GPS 등의 장비가 제대로 구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기사 속에서 길잡이가 될 만한 표지물에 대한 설명을 꼼꼼하게 했다. 

2000년대 들어서 장비가 발달하면서 정확한 산행 거리와 소요시간, 정교한 지도상의 등산로 설명이 가능해졌다. 취재 형식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한 개의 산을 장거리 산행으로 주파하는 기사가 많았던 반면, 산 하나에 있는 여러 당일산행 코스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평균 5명의 기자들이 20km 정도 걸었다.

이와 같은 수치는 월간<山>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과소평가한 값이다. 객관성을 견지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산행 외에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취재했고, 장기 해외 출장도 자주 했기 때문에 이를 모두 포함하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외부 기고자들의 히말라야 고산등반 및 PCT 등 해외 장거리 트레일까지 더해지면 몇 배는 더 많아진다. 월간<山> 50년 역사 속에는 이처럼 무수한 걸음과 땀이 녹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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