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에코 트레일ㅣ소백산 구간 생태] 골수 산꾼 닮은 꽃, 철쭉

  • 글 신준범 기자
  • 사진 C영상미디어
    입력 2019.06.12 11:05

    산철쭉을 철쭉으로, 진달래를 철쭉으로 잘못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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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 비로봉의 철쭉.
    예부터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참꽃’, 철쭉은 먹을 수 없는 ‘개꽃’이라 불렀다. 식물 이름에 ‘개’자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개犬자가 아니다. 여기서 ‘개’는 단어 앞에 붙는 접두사로 ‘변변치 못한 또는 야생의’라는 뜻으로 쓰인다. 
    약간 부족한 식물에게 ‘개’자를 붙이는 것이 사실이다. 개살구는 살구와 달리 맛이 없고, 식용으로 쓰이는 옻나무는 참옻이라 하고, 생김새만 비슷하고 먹지 못하는 나무를 개옻나무라 불렀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개’와 ‘참’을 나누는 기준은 식용 가능 여부에 달려 있었다. 배고픈 시절의 생존법이 식물 이름에도 남아 있는 셈이다.   
    철쭉을 단순히 못난 식물로 보긴 어렵다. 꽃만 놓고 보면 진달래보다 크고 초록 잎과 어우러져 피어 보기에 더 풍성하다. 철쭉은 산철쭉과 그냥 철쭉으로 나뉜다. 여기서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산’이다. 산철쭉이라 하면 소백산처럼 높은 산에서 피는 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산철쭉은 산기슭이나 낮은 산에서 자란다. 도시 화단의 철쭉은 대부분 산철쭉인 셈이다. 
    소백산 같은 고산능선의 자연 철쭉은 대부분 그냥 철쭉이다. 잎이 둥글고 꽃이 연분홍색이다. 산철쭉은 색이 훨씬 짙고 잎의 끝이 뾰족하다. 요즘은 능선에도 산철쭉이 늘었는데 지자체에서 인공으로 식재한 요인도 있다.
    철쭉은 높은 산의 능선에 피는 탓에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정확한 ‘철쭉’은 고산능선에 피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철쭉을 철쭉으로 오해하고 있다. 산철쭉이 짙게 화장한 서울 강남스타일의 미인이라면, 철쭉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산골 미인이다. 진달래보다 분홍빛이 더 연해, 연달래라고도 부른다.   
    철쭉의 원래 이름은 척촉, 두 글자 모두 ‘머뭇거리다’는 뜻을 담고 있다. 꽃이 아름다워 나그네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데서 유래한다. 옛 문헌에는 ‘양洋’자를 덧붙여 양척촉이라 썼다. 어린 양이 꽃을 따 먹으면 독성으로 죽는다고 하여 철쭉만 봐도 가까이가지 않고 머뭇거린다는 데서 유래한다. 
    철쭉은 등산인들 누구나 잘 아는 꽃이라 여기지만, 사실 식물 전공자들도 높은 산 능선의 산진달래와 털진달래를 철쭉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철쭉과 진달래는 누구나 아는 꽃이지만 의외로 구분이 쉽지 않다. 한라산 털진달래를 보고 온 뒤 철쭉을 봤다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다양한 원예종 철쭉이 많다. 일본은 철쭉 원예종만 100여 개가 넘는데 상당히 화려해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것인가 싶을 때도 있다. 꽃이 무슨 죄가 있을까. 생태계에 잘 어우러지고 아름다우면 그만이지만, 대간을 타는 산사람이 순수한 철쭉을 알아보는 최소한의 눈썰미가 있다면 산행이 더 풍요로울 것이다.
     
    분홍도 흰색도 아닌 여리여리한 빛깔의 연분홍 철쭉은 실로 수수한 꽃이다. 하지만 큰 산만 고집하는 산악인마냥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산철쭉과 털진달래, 일본산 원예종을 ‘철쭉’으로 오해하더라도, 산사람만큼은 진짜 ‘철쭉’을 알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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