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범 기자의 백패킹 스쿨ㅣ음식과 조리기구] “산에서 텐트 치고 뭐 먹죠?”

  • 글 신준범 기자
  •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19.06.07 14:45

    한국인 고기와 라면 선호, 간편한 동결건조식품과 비화식 음식도 인기

    “달그락 달그락”, 배낭 속에서 들리던 코펠 소리가 정겹던 시절이 있었다. 5명이 산에 가면 한 명이 5~6인용 코펠을 가져오고 나머지 사람은 시에라컵과 수저만 가져왔다. 겹겹이 냄비를 포갠 코펠은 걸을 때마다 배낭 속에서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전날 밤 흥겨웠던 식사가 생각나며 미소를 짓곤 했었다.
    요즘 백패킹은 5명이 산에 가면 각자 음식을 가져와 각자 조리해서 먹는다. 1.5인분 정도를 준비해 0.5인분을 일행과 나눠 먹는다. 배낭 속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듣기 어려운 백패킹 문화로 바뀌고 있다. 짐의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음식도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며, 자기 조리 기구는 스스로 준비하는 개인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MSR 리액터와 코베아 알파인마스터의 출현도 한몫한다. 전용 코펠을 사용해 열효율성을 높여, 별도의 코펠이 필요 없어졌다. 다만 리액터는 물을 빨리 끓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어, 조리할 수 있는 요리가 한정적이다. 라면을 끓이거나 뜨거운 물을 이용한 동결건조식품(전투식량)과는 궁합이 잘 맞다. 
    과거에는 라면 아니면 삼겹살이었다. 요즘은 백패킹 음식 문화가 다양해졌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은 산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걸 즐기지만, 기름이 많이 나오는 삼겹살보다는 목살이나, 햄, 고추장불고기, 떡갈비, 주꾸미볶음, 제육볶음, 곱창, 소고기, 오리고기, 닭볶음탕 등으로 다변화되었다. 
    인스턴트 음식이 다양해지면서 산행 음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포장을 뜯어서 프라이팬에 볶아만 주면 되는 냉동볶음밥, 냉동만두 등도 인기 있다. 면류의 인스턴트식품도 라면에서 벗어나 짜장면, 비빔면, 냉면, 스파게티 등으로 다양해졌다. 둥지냉면의 경우 화기가 없어도 찬 물 붓고 30분을 기다리면 면발이 바로 먹을 수 있게 탱글탱글해진다. 
    전투식량(동결건조식품)도 인기 있다. 무게가 가볍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완성이라, 조리가 간단하다. 전투식량도 야채비빔밥, 김치비빔밥, 짬뽕라면밥 등 종류가 다양해졌다. 
    동결건조식품인 알파미는 가격은 비싼편이지만 조리가 빠르고 부피가 작고 가벼워 인기 있다.
    또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해장국밥, 짬뽕밥, 스프, 불낙볶음밥 같은 인스턴트 식품도 있다. 국 종류도 된장국, 북어국, 미역국, 우거지국 등 다양한 즉석국을 햇반이나 알파미 같은 쌀밥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불을 예방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비화식 음식도 선택이 다양해졌다. 족발과 편육은 전통적으로 사랑 받았던 등산에 적합한 음식이며, 무거운 뼈를 제외한 살코기 부위만 진공포장해서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 없이 조리할 수 있는 발열도시락도 보편화되었다. 내용물을 열어 끈만 잡아당기면 발열팩이 열기를 발산해 음식을 데우는 원리다. 다만 발열팩이 500~800g으로 무게가 나가며, 가격도 5,000~8,000원으로 전투식량보다 훨씬 비싸다. 이밖에도 초콜릿류의 행동식을 제외한 빵, 치즈, 과일, 육포와 오트밀 등이 있다.
    조리도구는 티타늄 소재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볍고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싸고 두께가 얇아 주의하지 않으면 음식이 잘 탄다. 술이나 커피를 마시는 컵은 알루미늄이 대세였지만 옛날 얘기다. 티타늄을 지나 실리콘 폴딩컵이 인기다. 고무 실리콘 소재라 압축되므로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BPA프리 안전제품이라 뜨거운 음료를 담아도 무해하다. 
    다용도 프라이팬도 인기다. 고기도 구울 수 있고 라면도 끓일 수 있는 전형적인 한국형 장비다. 최근 경향은 코펠의 개수는 줄이고 활용도는 높인, 효율적인 조리기구들이 계속 출현하고 있다는 것. 쾌적한 백패킹이란 큰 목표를 향해 발전하고 있다. 
    백패커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먹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우리나라에서 백패커 이미지가 안 좋은 것은, 술과 음식이 지나치기 때문이다. 결국 음식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게 된다. 기름과 국물은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모든 국물엔 소금기(나트륨)가 있어 식물을 고사하게 만든다. 
    백패커는 기본적으로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국물이 많지 않게 음식을 조리하고, 남은 국물은 페트병에 담아 가져가야 한다. 맛있는 음식은 백패킹의 큰 즐거움이지만, 나도 즐겁고, 자연도 즐거워야 한다. 
    조리 쉽고 가벼워야
    강사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백패킹 시 자신의 평소 식습관대로 아침을 먹고 산행 시작 전 화장실을 찾아 속을 조금 비우는 것이 좋다. 산행 중에는 중간 중간 행동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열량과 당분이 많은 초콜릿, 캐러멜, 사탕 등으로 영양분을 섭취한다. 해가 지기 전 야영지를 구축하면 좀 이른 저녁 식사를 권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전투식량과 조리가 필요 없는 육류를 김치와 함께 구워먹는 식사를 즐긴다. 음식을 선택할 때는 일단 조리가 쉽고 가벼워야 하며 부피도 작아야 한다. 맛도 어느 정도 보장되며 평소보다 운동량이 많았기에 육류를 선호한다. 무엇보다 먹고 난 후 쓰레기가 적게 나와야 한다. 그래서 일회용포장보단 도시락통에 음식을 준비한다.
    동행이 있어 함께 먹을 음식을 준비할 때는 볶음류를 양념에 재워 냉동시킨 후 국물이 새지 않는 도시락통에 담아 가져간다. 차갑게 얼어붙은 도시락통은 산행 중 냉매역할을 해 기타 음식의 부패를 막기도 한다.
    다음날 아침식사도 중요하다. 필자는 평소 아침을 잘 먹지 않지만 산행을 할 때는 위장에 무리가 없고 오랫동안 포만감을 줄 수 있는 떡, 빵, 누룽지처럼 최소한의 조리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굶고 산행을 할 경우 빨리 지치고 근육과 뇌의 활동이 느려진다. 
    조리 도구는 MSR 퀵스킬릿 프라이팬과 2.5리터 리액터포트를 주로 사용한다. 개인 식기는 시에라컵과 나무 수저를 쓴다. 커피 한 잔을 끓일 때는 티타늄컵을 화기에 바로 올려 사용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건조한 기후가 지속된다면 산불위험이 없도록 비화식 식사를 추천한다.
    아침은 가볍게, 저녁은 푸짐하게
    강사 홍희동
    코오롱등산학교 졸업, 응급처치 전문과정 이수, 2009년 아일랜드피크(6,189m) 등정, 2012년 대통령기 등산대회 2위, 2018년 인도 스톡캉그리(6,153m) 등정.
    백패킹은 무거운 짐을 메고 산행하는 상당히 격렬한 활동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적절한 영양 섭취를 못 할 경우 탈진하거나 악천후 시에는 생명에 직결될 만큼 위험하다.
    필자는 어떤 산행을 하느냐에 따라서 음식 준비가 달라진다. 당일산행은 도시락, 종주산행은 행동식 비중을 높이고, 1박 산행 시에는 트란지아의 툰드라 코펠을 활용해 요리한다. 암벽등반 시 가볍고 열량이 높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걸 준비하고, 암벽등반 시 야영을 할 땐 코펠과 버너 일체형인 코베아의 알파인마스터나 MSR 리액터를 사용해 요리한다. 
    여기서는 미니멀캠핑과 야영지를 구축하고 머물 때의 음식을 소개하겠다. 야영지에서 만드는 음식이 식당에서 파는 맛을 낼 수는 없지만 일단 분위기가 한몫하니 비슷하게만 맛을 낸다면 성공이다. 점심은 파스타, 야키소바, 팟타이, 냉모밀 등 국수 종류를 준비한다. 면을 삶을 때는 코베아의 7~8인용 코펠을 준비한다. 국수류 소스는 파우치 형태로 나온 걸 준비하고, 야채나 고기 등 식재료는 미리 손질해서 준비한다. 식재료를 프라이팬에 볶는 동안 면을 삶는다. 장점은 라면 만드는 시간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분위기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저녁엔 닭백숙이나 밀푀유나베, 어묵탕 등 국물요리를 먹는다. 냄비는 유니프레임 라이스쿠커를 이용하는데 코팅되어 있어서 뒷정리가 편하다. 저녁시간의 뜨끈한 국물요리는 술잔을 기울이기 좋다.
    아침엔 프라이팬 하나로 요리하는 식사를 선호한다. 국산 브랜드인 백마에서 만든 프라이팬을 이용해서 요리한다. 달걀프라이에 베이컨 조금 굽고 식빵에 잼, 드립커피 정도로 준비한다. 드립커피는 유니프레임에서 나온 커피바넷을 사용한다. 
    특식으로 여름엔 팥빙수를 준비하고, 겨울엔 호빵을 준비한다. 빙수는 2리터 사각 생수병을 준비해서 우유에 연유를 섞어서 얼린다. 팥을 준비하고 후르츠 칵테일은 얼린다. 먹을 때는 사각 생수병 윗부분을 칼로 자르고 반은 팥을, 반은 후르츠 칵테일을 올린다. 여름철 야영지에서 텐트를 친 후 먹는 차가운 빙수는 꿀맛이다.
    식재료 준비 시 겉포장은 미리 제거해 불필요한 무게와 쓰레기를 줄인다. 식재료는 미리 손질하고 야채 종류는 씻어서 준비해 둔다. 쌀은 미리 씻어서 말려서 준비하지만, 야영을 자주 간다면 씻어 나온 쌀을 사는 것도 좋다. 식단을 짜는 기본 원칙은 아침은 가볍게, 점심은 행동식으로, 저녁은 푸짐하게다.
    간단한 비화식 음식 추천
    강사 민미정
    네팔 EBC 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백패킹 종주.
    필자가 즐기는 백패킹 음식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일단 국내에서는 허가된 캠핑장 이외에는 화기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가능하면 간단한 음식을 선호한다. 겨울철 추위로 인해 부득이하게 화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간단한 조리 음식 준비하고, 비화식 음식을 준비한다. 국내 산행 시 준비하는 음식으로는 조리 없이 그대로 먹을 수 연어 샐러드나, 카프레제, 아보카도와 토마토를 이용한 과카몰리 등이다.
    세계 여행을 할 때는 고산등반을 하거나 5일 이상의 트레킹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배낭 무게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스 연료를 아낄 수 있는 간편식을 준비했다. 라면이나 스프 같은 가볍고 간단한 가공 조리 식품이나 빵·견과류 혹은 사과나 아보카도, 참치캔 등 장시간 보관해도 상하지 않으면서 기본적인 영양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음식으로 준비했다. 
    알프스나 안데스 등 고산에서는 식욕이 떨어지기 때문에 음식을 최소한으로 하는 대신 체력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에너지바나 육포 같은 고열량 간식을 준비한다. 조리 기구는 일반 코펠보다는 주로 물을 데울 때 사용하기 좋은 리액터를 사용한다. 

    코펠의 종류

    코펠의 종류는 많지만, 백패킹에서는 주로 무게가 가벼운 연질, 경질, 티타늄 코펠을 사용한다. 
    ·연질 코펠 알루미늄에 얇게 피막 코팅해 음식이 잘 눌어 붙고, 강도가 약하지만, 가볍고 저렴하다. 
    ·경질 코펠 고급 알루미늄에 경질 피막 코팅해 가벼우면서도 연질 코펠에 비해 내식성과 내마모성이 뛰어나다. 
    ·티타늄 코펠 초경량 백패킹을 추구하는 백패커들이 늘면서 고가의 코펠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벼운 금속인 티타늄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