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등반ㅣ네팔 팔도르 피크] 한국·네팔 합동팀 ‘팔도르 피크’ 올라 UAAA 창립 25주년 축하!

  • 글 서울시산악연맹 신영철 부회장 사진 원정대 제공
    입력 2019.06.03 18:01

    적설량 많아 힘들게 접근… NMA 배려로 순조로운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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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도르 동측 하이캠프로 오르고 있는 한국·네팔 합동등반대.
    금년은 1994년에 창립된 아시아산악연맹(이하 UAAA)이 창립 25주년을 맞는 해 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5개 회원국이 합동원정대를 구성해 네팔 정부에서 새로 개방하는 미답봉을 합동등반하고 UAAA 피크Peak로 명명하자는 초기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 15개국 18개 단체의 의견조율, 시기, 경비문제 등 각 회원단체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한국, 네팔, 몽골 3개국이 등반팀을 구성해 합동등반을 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히말라야 산군山群에는 5,000m 이상의 봉우리가 3,310개 있다고 한다. 이 중 6,000m 이상이 1,310개, 7,000m 이상이 122개, 8,000m 이상이 14개가 있는데, 네팔 정부는 이 중 414개 봉우리를 개방해 내외국인의 출입 및 등반을 허용하고 있다.  이 중 6,000m급의 27개의 봉우리를 네팔등산협회(이하 NMA)가 정부로부터 관리 및 운영권을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팔도르 피크Paldor Peak(5,896m)는 NMA가 관리하는 27개 봉우리 중 하나로 랑탕 히말Langtang Himal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 국경과는 불과 6.5km 거리이며 정상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마나슬루, 동쪽으로는 시샤팡마와 랑탕산군의 수많은 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는 비교적 난이도가 높지 않은 트레킹 피크다. 
    한국원정팀은 UAAA 이인정 회장을 단장으로 김미곤(서울시산악연맹 이사, 도로공사, 8,000m급 14좌 완등자) 신영철(서울시산악연맹 부회장), 유정식(서울시산악연맹 이사), 김영욱(산악구조협회 감사), 김진성(박영석탐험문화재단 상임이사), 진재창(산악구조협회 이사), 하상일, 선우국진, 신해균(중동동문산악회)이 등반대원으로 배경미 UAAA 사무총장, 김슬기(노스페이스) 대원이 지원팀으로 참가했다. 지난 4월 5일 한국원정팀은 가족, 친지들의 환송을 받으며 인천공항을 출발해 장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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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대원들이 비교적 완만한 사면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적설량 많아 고생스런 카라반 
    4월 11일, 우여곡절 끝에 정말 어렵게 베이스캠프에 올라 왔다. 예년 4월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눈과 빠듯한 일정 때문이다. 등반 시작 전에 이미 많이 지친 상태였다. 다음날은 팡탕 피크FangTang Peak(5,454m) 앞 팔도르 피크 동편 하이캠프(5,200m)까지 진행했다. 점차 고도를 높이면서 조금만 바삐 움직이면 호흡이 가빠지는 걸 느끼게 된다. 보행과 호흡에 더욱 신경 쓰면서 나름대로의 리듬을 유지했다. 
    3,000m부터 고산증세를 호소하던 유정식 대원은 전날 적당한 처방과 함께 푹 쉬어서인지 체력을 많이 회복한 것 같다. 하지만 신해균 대원이 아주 힘들어 하는 기색이다. 나와 고등학교, 등산학교 동기면서 자주 등반을 함께하는 처지라, 그의 평소 체력을 잘 아는데 뜻밖이었다. 그는 50대 후반에도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대에 주파하는 건각이다. 고소증세는 정말 예측 불허인 것 같다.
    고도가 높아지고 경사가 급해지며 대원들의 진행 속도가 더뎌지고 휴식의 빈도는  늘었다. 쉴 때마다 강한 햇볕과 눈에 반사된 반사광과 복사열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졸리기까지 했다. 보온병에 담아간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발아래 펼쳐진 눈 덮인 고봉들을 조망하면서 시 한 구절을 떠 올린다.
    아무 잡념 없이 한걸음 옮기면서 오늘의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것이 ‘산과 나, 하나 되는 길’이라 생각하고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하이캠프로 향한다. 마침내 팔도르 피크 동편 하이캠프에 도착했다. 하이캠프 주위는 팔도르 피크로 이어진 거대한 빙하지대다. 캠프 위치가 팡탕피크 바로 앞에 위치해 팔도르 피크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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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도르 피크 동측 하이캠프에 머무르며 등반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캠프에는 식당 텐트를 설치하지 않아 각자 텐트에서 일찌감치 저녁 식사를 했다. 솜씨 좋은 쿡이 맛깔스런 저녁식사에 숭늉까지 준비해 줬다. 일반적으로 하이캠프에는 쿡이 동행하지 않는데, NMA의 배려 덕분에 높은 산에서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내일 정상 등정을 위해 셰르파와 네팔 대원 싱기 라마SingGi Lama가 고정로프를 설치했다. 등반코스는 김미곤 대장의 의견에 따라 팔도르 피크 우측 사면을 돌아 정상에 올라가기로 했다. 지형상 크레바스가 의심되는 구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새벽 1시에 하이캠프를 출발해 정상 공격하기로 하고 장비 점검 후 각자 텐트에서 휴식을 취했다.
    원정기간 동안 계속 같은 방, 같은 텐트를 써왔던 신해균 대원이 고소증으로 무척 괴로워하면서 하산해야겠다고 한다. 그 시간에 혼자서 하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출발할 때까지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키친보이와 함께 하산하기로 하고 일찍 쉬라고 했다. 해가 지자 쾌청하던 하늘에서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일 정상 등정에 지장이 없기를 바라면서 나도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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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캠프 카라반 중에 본 네팔 국화 날리구라스와 히말라야 연봉.

    정상 등정, 궂은 날씨로 조망은 아쉬워

    4월 13일, 출발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텐트 밖은 출발 준비에 어수선했다. 계속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많은 적설량은 아니지만 바람과 함께 뺨을 때린다. 신해균 대원은 컨디션을 좀 회복했는지 함께 올라가겠다고 한다. 본인의 의사가 확고하니 동행하기로 하고 새벽 1시 캠프를 출발했다. 
    야간인데다 기상도 좋지 않지만, 위험구간을 피해 등반루트를 택한 덕분에 정상 직전까지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몇 군데 경사가 가파른 구간은 미리 설치한 고정로프와 선두로 나선 셰르파와 김미곤 대장이 설치한 로프를 이용해 안전하게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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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서 만난 아낙네들의 환한 미소.
    마침내 전 대원은 새벽 5시 30분경 팔도르 피크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올라 준비해간 깃발을 들고 인증사진을 촬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궂은 날씨 때문에 가슴 벅찬 감동과 멋진 정상 조망을 즐길 수 없었다. 마나슬루, 시샤팡마, 랑탕히말 지역의 수많은 봉우리들을 한눈에 담을 수 없었던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 기상여건도 좋지 않고 10명이 넘은 인원이 오래 머물기는 장소가 좁고 위험해 정상에서 10분도 채 머물지 못하고 하산했다.
    나는 대원들에게 양해를 얻어 준비해 간 깃발을 들고 인증사진을 몇 장 찍었다. 유학 중인 아들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준비한 깃발이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애비가 적지 않은 나이에 최선을 다해 팔도르 피크 정상에 올라 보내는 메시지라면 녀석들 머릿속에 좀더 강하게 각인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등정에 성공한 대원들은 베이스캠프에서 미리 하산해 있던 쿡, 키친보이, 포터들과 합류해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솜당Somdang까지 하산했다. 새벽 1시에 산행을 시작해 정상을 찍고 3,270m에 위치한 로지까지 17시간에 걸친 강행군이었다. 눈이 녹아 무릎까지 빠지는 4,000m 구간까지는 쉽지 않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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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을 지날 때면 경전을 적은 천을 매달아 둔 타르초가 눈에 들어온다.

    산은 나의 종교

    산을 오를 때는 숨 쉬기도 버거워 주변 경관을 감상할 겨를이 없었지만, 하산 길에는 여전히 몸은 힘들지만 그 정도의 여유는 즐길 수 있었다. 눈 덮인 설산을 맘껏 조망하면서 또 다시 ‘산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하는 화두에 몰입하게 되었다.
    며칠 전 앞서 올라가는 동료의 뒷모습을 보고 가쁜 숨을 고르면서 나에게 했던 그 질문이다. 여기에 나름대로 답을 할 수 있어야 나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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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도르 피크 정상에서 개인적인 소망을 적은 깃발을 펼쳐 든 필자.
    여러 말들이 머릿속을 맴 돌았지만 논리 정연하게 정리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문득 ‘종교’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마를 땅 바닥에 찍으며 온몸을 내던지는 오체투지를 하면서 성지순례를 하는 티베트 불교의 순례자들에게, “이런 성지순례가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뭐라고 답할까? 800km가량의 길을 한 달 넘게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순례자들에게 똑 같은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도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그리 감동적이거나 교훈적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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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반을 시작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대원들.
    그들이 순례길 내내 느꼈을 감동과 각자의 영혼에 미친 커다란 영향에 대해 표현할 적당한 단어와 문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고안한 단어나 문장으로 그것을 표현하라는 건 지나친 요구이다. 종교행위가 그런 것이다. 인간의 영역 그 이상의 무엇이기 때문이다.
    산을 찾아 자연과 하나 되는 등반 행위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는 이번 팔도르 피크 등반을 통해 그 답을 어렴풋이 찾은 것 같다.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에서 그 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노 시인 역시 같은 화두에 몰입해 계속 고민하다가 나름대로 그 답을 제시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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