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ㅣ재난긴급대응단 훈련] 민·관, 한마음으로 산악구조훈련 구슬땀

입력 2019.06.10 10:33

백운슬랩 우벽서 암벽구조기술 숙달…조난자 수색 훈련에 ‘등산지도 앱’ 활용
강용수 단장, “민간산악구조대 지원 요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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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슬랩 우벽 암벽구조 훈련 중 한 대원이 사고자의 확보를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 소속 재난긴급대응단이 주관하는 2019년 민·관합동 재난긴급대응단 현장대응 역량강화 훈련이 지난 4월 27일 밀양 백운산 일원에서 전개됐다. 정부 측 기관으로는 국립공원공단과 경남소방서 구조대, 민간 자격으로는 대한산악구조협회 대원들이 훈련에 참석해 유사시 공조체제를 강화했다.
통계청의 ‘2011~2017 사고종별 구조건수’에 따르면 산악사고 구조건수는 2011년 2,101건에 불과했으나 2017년 9,682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구조인력 외에 민간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하다. 
강용수 재난긴급단대응단장은 개회사를 통해 “민간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결부되면 소중한 인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번 훈련을 통해 실제상황에서 요긴한 기술을 숙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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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한 들것에 환자를 태우고 있다. 사진 대한산악구조협회.

들것 말썽부린 암벽구조훈련

오전에는 구조협회의 주도 아래 암벽등반 중 의식을 잃은 환자를 들것을 이용해 이송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1차 훈련은 구조협회 대원들이 시범식으로 실시하고, 2차 훈련은 구조협회 강사들의 지도하에 공단 직원들이 수행했다. 
“구조 과정이 각종 장비들로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등반해서 환자에게 접근한 뒤, 환자를 들것에 태우고 로프를 같이 묶어 하강시키는 겁니다. 들것이랑 로프 두 줄, 슬링이랑 카라비너만 몇 개 더 필요한 거죠.”
장헌무 이사가 훈련 상황을 부여했다. 사고자는 벽 위에서 실신했고 확보자는 사고자의 확보를 보는 중이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 피치 위로 돌아서 접근할 수 없어 아래에서부터 구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조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고자의 의식과 상태를 확인한 뒤, 주변에 확보지점을 찾는 것입니다. 대개 암벽 상에서는 사고자 너머 피치가 끝나는 지점에 확보물이 있기 마련이라 보통 이를 이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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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 수색 훈련은 각자의 등산지도 앱을 활용해서 진행됐다.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됐다. 선등 대원이 사고자를 지나 상단 확보지점에 올라 로프를 확보물에 통과시킨 뒤 내려 보냈다. 이후 들것 후송 대원 두 명이 이 로프에 등강기를 연결해 사고자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막상 환자에게 다가선 뒤 문제가 발생했다. 상체와 하체로 나눠진 들것의 결합이 불량했다. 결국 훈련을 중지하고 한동안 애를 먹은 뒤에야 들것을 임시방편으로 고칠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연헌오 부회장은 “정부에서 이런 기본적인 장비조차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는다”며 “평소에는 아무리 지원 요청을 해도 들어주질 않다가 꼭 큰 사고가 난 뒤에야 예산이 떨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 단장은 “반드시 조치를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들것을 고친 뒤 재개된 2차 훈련은 공단 직원들이 구조자로 나섰다. 아직 산악구조를 숙달하지 못한 직원들이라 구조협회 강사들이 1:1로 붙어 훈련을 도와줬다. 이들은 사고자 상단에서 간접 확보를 통해 하강시켜 주는 방식을 연습했다. 이 방식은 자일을 일(1)자로 사용할 수 있어 긴 피치에서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장 이사는 확보자의 위치만 위로 올라간 것뿐 다른 절차는 앞선 구조와 동일하며, 사고자 상단으로 접근하기 편할 때 주로 이용되는 방식이라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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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구조자들이 들것을 나눠 지고 환자에게 접근 중이다.

등산지도 앱활용한 수색훈련

오후에는 조난자 합동 수색 훈련을 실시했다. 백운산 임의지점에 조난자를 놔두고 ‘실제로’ 찾을 때까지 훈련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번 수색 훈련의 독특한 점은 ‘등산지도 앱’을 활용한다는 점이었다. 강성규 이사는 “실제상황에서 민관이 신속하게 공조체제를 갖추고 수색을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를 설명했다.
“산악인이면 보통 등산지도 앱 하나쯤은 다운 받아두셨을 겁니다. ‘산으로 가는 길’이나 ‘산길샘’처럼 GPS 데이터를 읽을 수 있으면 어떤 앱이든 다 사용할 수 있어요. 이 앱을 활용하면 본부가 실시간으로 수색조들이 보내 주는 GPS 경로를 취합할 수 있죠. 취합한 정보를 토대로 각 조별 수색구역을 재할당해서 전송해 주면 중복된 지역을 수색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향후 누적 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죠. 앞으로 조난자가 발생할 경우 이 앱들을 활용해서 수색작전을 폈으면 합니다.”
이 제안은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근무하는 한 공단직원은 자신의 2016년 조난 수색 경험을 들려줬다.
“처음 조난 신고가 들어오면 다들 의욕적으로 수색에 임합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조난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대부분 이미 수색한 구역을 맴돌면서 형식적으로 수색하고 말더라고요. 결국, 그 조난자는 못 찾았습니다. 이 방법을 도입하면 훨씬 경제적으로 민·관이 함께 수색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GPS 데이터를 한데 모아두는 플랫폼은 네이버 밴드로 정했다. 수색조는 총 4개조로 편성. 장 이사가 훈련 상황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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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구조 후 차도까지 환자를 이송했다. 험난한 바위지대라 여럿이 달라붙어야 했다.

조난자 수색 훈련서 빛난 토박이

“용식골 방면에서 등산을 시작한 50대 남녀 2명 조난. 여자는 실신. 남자는 실족.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조난됐으며, 주위에는 1~2m 크기의 바위가 많다고 한다.”
각 조별로 수색 구간을 정한 뒤 수색을 시작했다. 2조와 동행해서 수색 훈련을 취재할 계획이었는데 1조의 대화가 얼핏 들렸다.
“용식골 위쪽에 바위지대는 거기밖에 없어요.”
마침 1조에 밀양 토박이 구조대원이 소속돼 있어 상황이 부여되자마자 조난자 위치를 특정한 것이었다. 할당된 수색구역도 마침 근방이었다. 1조 대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색을 시작하더니 30분 만에 조난자를 찾아냈다. 당초 배정된 훈련시간은 2시간. 민·관 공조체제의 필요성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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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직원들이 구조협회 구은수 이사의 지시 하에 구조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대한산악구조협회.
나머지 3개조는 환자 이송을 도맡았다. 들것에 환자를 싣고 거친 바위지대를 통과하다 보니 들것이 요동치기 일쑤였다. 들것 중간에 카라비너와 슬링을 걸어서 수평을 유지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대원들 사이에서 “들것 후송도 훈련할 필요가 있겠다”는 말이 돌았다.
등산로까지 환자를 내린 이후에는 티롤리안 브리지를 활용한 수평 후송 훈련을 실시했다. 고정 로프와 도르래를 설치해서 환자를 계곡의 반대편으로 옮기는 훈련이었다. 구조협회 권아섬 이사는 “티롤리안 브리지로 환자를 후송할 경우 환자의 확보줄에 프루지크 매듭을 매어줘야 한다”며 “옮기는 도중 확보줄에 충격이 가해질 때 프루지크 매듭이 이를 잡아줘 환자에게 더 안전하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했다. 
티롤리안 브리지 훈련을 끝으로 모든 일정이 종료됐다. 훈련에 참여한 모든 대원들이 사후강평을 통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 단장도 “지금껏 민·관이 함께 훈련한다고 하면 높으신 분이 와서 요식적으로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훈련은 실전처럼 훈련하면서 진보적인 구조방법을 많이 시험해 본 것 같아 매우 뜻깊었다. 향후 기획재정부에 민간산악구조대의 지원을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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