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트레킹ㅣ제26차 우이령길 걷기대회] 우이령길 걸으며 환경수호 의지 재다짐!

입력 2019.06.10 10:33

숲 해설과 함께한 우이령길 걷기대회…“산행 전 에어건 사용 적극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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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 사무차장(맨 오른쪽)이 숲 해설을 전하고 있다
“여전히 환경파괴와 개발이 거듭되는 현실에서 우이령길을 다시 한 번 찾았습니다. 우이령길은 우리나라 현대 환경운동의 첫 출발지입니다. 오늘 걷기대회를 통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에서 주관한 ‘26차 우이령길 걷기대회’가 지난 4월 20일 열렸다. 30여 명의 일반시민 및 회원이 참석해 숲 해설을 들으며 우이령길을 걸은 뒤, 고유제를 지내는 행사였다. 우이령길의 생태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우이령길 보전을 위한 ‘산행 전 에어건 사용 및 유해식물 퇴치운동’을 홍보하는 것이 취지였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산과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은 정부가 1994년 우이령길을 왕복 2차선 도로로 포장하는 공사를 발표하자 우이령길을 지키기 위해 발족된 ‘우이령보존협의회’의 후신이다. 당시 이 단체는 시민 7,000여 명과 함께 우이령길을 걸으며 자연 생태 보전을 주장했고, 국립공원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우이령길 포장 계획을 만장일치로 백지화시켰다. 이는 정부가 예산까지 책정한 국책사업을 환경 문제로 무산시킨 첫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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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를 먹어보고 있는 참가자들.

모든 외래식물이 나쁜 건 아니다

우이령길 진입로는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환경정비 공사가 한창이었다. 북한산우이역 2번 출구 앞 공터에서 참여 접수를 마친 후 802전투경찰대 공터로 이동했다. 이기호 운영위원장은 “우이령길은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 가장 생태보존이 잘된 지역”이라며 “오늘 숲 해설과 함께 우이령길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라고 개회사를 전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주변에 에어건 사용법을 정확히 알려 달라”고 역설했다.
“오늘 오신 분들은 돌아가셔서 ‘에어건은 산행 전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여러 국립공원 등산로 초입에 있는 에어건은 단순히 산행 후 흙먼지 털이기로 사용되고 있어요. 사실 이 에어건은 혹시 옷이나 배낭에 묻어 있을지도 모르는 외래식물의 홀씨를 털어내기 위해 설치된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1g에 불과한 흙 안에 무수한 바이러스와 곰팡이 포자, 식물 종자들이 담겨 있다”며 “신발과 스틱 등 흙에 직접 닿으며 매번 세척하지 않는 장비들에 우선적으로 에어건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걷기대회에는 외국인 유학생인 폰과 로즈원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각각 라오스와 필리핀에서 온 유학생으로, 우이령사람들 이사인 윤여창 서울대 교수의 제자들이었다. 윤 교수가 이들을 한 명씩 소개하며 말을 덧붙였다.
“우리가 유해식물 퇴치운동을 전개하면서 흔히 ‘외래식물은 나쁜 식물’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외래 지역에서 들어온 모든 식물이 유해한 것은 아닙니다. 기존 환경과 조화를 이뤄 정착되면 귀화식물이라 부릅니다. 귀화식물은 오히려 생태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외래종이라고 무작정 배척하면 안 되는 이유죠.”
윤 교수는 “최근 우리가 집중적으로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양금혼초 같은 경우, 노란색으로 핀 모양이 아름다워 사람들이 유해식물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며 “생태계교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회사를 마친 후 산행을 시작했다. 거의 끝물인 벚꽃 대신 샛노란 산개나리가 만발했다. 맑은 날씨에 연분홍빛 철쭉과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한 참가자가 “옛날엔 진달래를 자주 먹었는데 여기 진달래는 먹어도 되는 거냐?”고 묻자 숲 해설을 맡은 우이령사람들 오수경 사무차장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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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회장이 고유제를 올리고 있다.
“진달래는 먹어도 되지만 철쭉은 먹으면 안 됩니다. 잎이 없이 꽃만 핀 것은 진달래고, 꽃과 잎이 같이 핀 것이 철쭉이죠.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수정이 된 진달래를 먹어야 합니다. 꽃 이파리를 잡아당길 때 이파리만 쏙 빠지고 암술과 수술이 남는 것들이 이미 수정이 끝난 꽃들입니다. 꽃잎이 이미 제 역할을 다한 거니 괜찮은 거죠.”
씁쓸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도는 진달래를 씹으며 길을 잇는다. 울창한 리기다소나무와 토종 소나무가 길 양 옆으로 들어서 있다. 오 차장은 “재밌게도 소나무는 숲이 안정화될수록 사라지는 식물”이라고 설명했다. 
“천이과정이라고도 하는 숲의 역사에 따르면 소나무는 숲이 어릴 때 주를 이루는 나무입니다. 이번에 큰 산불이 났던 고성의 예를 들어볼게요. 그 지역을 그대로 놔두면 먼저 한해살이  풀들이 자라고, 이후 관목과 소나무가 자랍니다. 소나무는 피톤치드를 이용해서 다른 식물들을 견제하죠. 이를 뚫고 참나무가 어렵게 가지를 뻗어 올려 소나무를 덮는 순간, 소나무는 그늘이 든 가지를 버리기 시작하죠. 그렇게 참나무 시대가 오면 성숙된 숲이 되는 겁니다.”
숲의 가장자리에 주로 서식하는 국수나무가 길 주변에도 자라 있어 등산로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막고 있었다. 국수나무 아래에는 파헤쳐진 흔적이 선명하다. 멧돼지들이 굼벵이를 먹으려고 땅을 뒤집어엎은 것이다.
“멧돼지는 산의 농부예요. 땅을 갈아서 공기를 투입시키죠. 반면, 등산객들은 땅을 밟아 다져서 식물이 뿌리를 박지 못하게 하죠. 등산로를 최대한 줄이고 샛길 출입을 막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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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을 배경으로 찍은 참가자 단체 사진.

이 땅의 모든 생명 지킬 것

화장실이 위치한 소귀고개에 다다르자 길 오른쪽으로 당당히 올라선 오봉이 바라보였다. 다른 탐방객들은 모두 오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반면 걷기대회 참가자들은 반대편 산비탈에 무릎만큼 자란 식물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하얗게 꽃을 피워 올린 미선나무였다.
“꽃모양이 마치 선녀들 부채 같다고 해서 미선美扇나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나무입니다. 미선나무 자생지들은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요. 여기도 자라고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소귀고개에서 내려서면 유격장이다. 선발대가 이미 제단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이령사람들 김영호 회장이 제주를 맡아 고유제를 봉헌했다. 김 회장은 오봉을 바라보며 북한산신에게 잔을 바쳤다. 엄숙히 읽어 내리는 제문을 통해 우이령사람들이 환경운동에 임하는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북한산 명혈 우이령에서 봉안합니다. 가리왕산은 반대운동에도 스키장으로 깎여 버렸고, 설악산에는 케이블카 음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땅의 모든 생명이 깃든 대지를 굳건히 품고 하늘과 땅을 지키겠습니다. 하늘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땅과 자연의 덕스러움을 충만케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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