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등반ㅣ이탈리아 아르코] 스포츠클라이밍 성지 아르코 맛보기!

  • 글 사진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입력 2019.07.11 15:01

    국내 최초 공개! 아르코 나고암장! 악우회와 무브암벽산악회원들의 등반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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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코 나고암장의 6b 난이도 루트를 오르는 악우회 장덕균.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라고 디 가르다 호수에 있는 나고암장은 호수와 벽, 포도밭의 조화가 무척 아름답다.
    스포츠클라이밍 성지이자 탄생지인 이탈리아 아르코에서 2014년 김자인 선수가 한국 여성 최초로 5.14b/c급 자연암벽 루트를 완등했다. 당시 김자인은 아르코Arco의 마쏘네Massone 자연암장에 위치한 ‘비비타 비올로지카’와 ‘레이니스 바이브스’를 완등했다. 두 루트 모두 여성으로 세계 두 번째로 완등하는 기록이었다. 이를 통해 국내 클라이머들에게 아르코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김자인 선수가 완등한 ‘레이니스 바이브스’는 35m의 무척 긴 루트로, 경사가 심한 오버행 구간과 천장 구간, 마지막 직벽 구간으로 이어진다. 엄청난 근력을 요하는 동작이 있는데다 천장 구간에는 작은 홀드들이 넓은 간격으로 연결되어 있어 완등한 클라이머가 극히 드문 루트이다. 
    ‘비비타 비올로지카’는 15m 루트로, 초반 4m의 천장 구간과 100°가량의 오버행 구간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루트로 엄청난 손가락 힘과 더불어 유연성과 밸런스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큰 동작이 요구되는 구간이 있어 난코스로 손꼽힌다. 아르코 마쏘네 암장을 대표하는 두 루트는 지금도 전 세계 톱 클라이머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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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고암장의 제1섹터는 주로 초보자와 가족들이 등반을 즐기는 곳이다. 왼쪽은 악우회 정지희 회원, 오른쪽 헬멧 쓴 사람은 불가리아 여성.
    아르코는 북부 이탈리아 트렌토Trento주의 1만7,50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해발고도 91m이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수평선이 보이는 ‘라고 디 가르다Lago di Garda’에서 10㎞ 거리에 인접한 산골 마을이다. 샤모니가 알피니즘의 탄생지라면 스포츠클라이밍의 산지는 아르코다. 
    1980년대 초 세계 최초로 아르코에서 암벽등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는 생각보다 인기를 끌었고, 첫 경기가 열린 다음해에 당시 최고의 클라이머인 미국의 린힐, 독일의 스테판 글로와츠 등을 대거 초청했다. 국제 암벽등반 경기가 열려 ‘스포츠클라이밍’이란 말이 탄생하게 된 작은 산골 마을이 바로 아르코다.
    매년 8월 말과 9월 초에 ‘록 마스터Rock Master’ 대회가 열리고 있다. 30살이 되는 세계 최고의 클라이밍 축제다. 초청된 선수에게는 항공료는 물론 대회 기간 숙식을 제공하며, 우승 상금도 상당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클라이밍 선수인 김자인도 매년 초청 받고 있으며, 몇 년 전부터는 천종원 선수도 초청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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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코 나고 2섹터 암장 6a 난이도의 벽을 날개 춤추듯 오르는 무브암벽산악회 김향옥 대원.
    ‘황금피켈상’에 견줄 만한 스포츠클라이밍 부문 상으로, 12년 전 아르코에서 제정한 ‘아르코 록 레젠드스Arco Rock Legends’가 있다. 필자는 10년 이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수 천 개의 하드프리 등반 루트와 300가 넘는 멀티피치 루트가 있는 아르코는 전 세계 클라이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아르코를 찾게 된 것은 한국에서 온 클라이머들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악우회와 무브암벽산악회원 7명이 합동으로 15일간 이탈리아로 등반 원정을 왔다. 첫 1주일은 아르코의 암장에서 등반을 즐겼다. 첫날은 마쏘네암장과 멀티 클라이밍팀으로 나눠서 가볍게 몸을 푸는 등반을 했다. 이후 마쏘네암장을 두 번 오르고, 호수암장을 올랐으며, 비가 내린 날에는 볼자노 살레와 인공암장에서 등반한 뒤 아르코온천에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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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쏘네암장 오버행 루트(6c)를 오르는 악우회 장덕균 회원.
    입이 쩍 벌어지는 오버행 루트 많아
    마쏘네는 3개의 암장이 있다. 올리브 농장 부근의 제1암장은 차량 6~8대를 세울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있다. 약 80개의 루트가 있고 초·중·상급 루트를 모두 갖추고 있다. 2암장은 1암장에서 걸어서 위로 3~4분 거리에 있다. 중·상급 루트는 60여 개 있다. 다시 걸어서 위로 2~3분 올라가면 3암장이 나타나는데, 가장 고난이도 루트가 있다. 김자인 선수 같은 최고의 클라이머들이 자신을 시험하는 벽을 보는 순간 입이 절로 벌어지는 천장 오버행 루트들이다.
    아르코 나고Nago에는 한국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선수들이 라벤스타인Rabenstein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기 전, 나고 입구의 드라이툴링 전용암장에서 훈련한 적은 있지만 국내 클라이머들이 찾아와 등반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 언론에 나온 적 없으며, 월간<山>을 통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다.  
    나고암장은 아르코에서 7~8km 떨어져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 ‘라고 디 가르다’ 입구에 있다. 숲 속에 암장이 있어 매우 시원하며 한여름에는 마쏘네암장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암장은 1~4로 나뉘어 있다. 특히 1암장은 가족이 등반하거나 클라이밍에 처음 입문한 초보자들이 많이 찾는 암장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높은 루트들이 있고 멀티피치 등반을 할 수 있는 루트도 많아 인기가 높다.
    아르코 일대의 암장 특성은 시의 주도하에 암벽 등반이 공원화되어 있다. 각 암벽 루트들이 위치한 곳에는 피크닉을 할 수 있는 나무 탁자와 의자, 벤치 등이 있으며 각각의 등반지에는 루트 개념도와 난이도가 게시판에 잘 표시되어 있다. 별도의 가이드북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또 식수를 마실 수 있는 시설, 화장실, 등반 전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 시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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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우회 정지희 회원이 나고암장 2섹터 6b+ 난이도 루트의 크럭스 구간을 오르고 있다.
    악우회와 무브암벽산악회원들은 최고 난이도 등반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한계에 맞는 등반으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암질을 만끽하며 후회 없는 등반을 했다. 더욱 감회가 남달랐던 것은 스포츠클라이밍의 성지인 아르코에서 등반 순례의 첫 발자국을 뗐기 때문이었다. 무브암벽산악회 김유선씨의 글이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아르코 성, 절벽에 가로 막혀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없네요. 그대의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얼굴을 부비고 눈을 맞추고 싶어요. 사랑은 주는 것이라 하던데 이기적인 나는 지금 무척이나 그대의 따뜻한 숨결이 그립습니다. 
    성까지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타고 그대에게 가 안기는 상상을 합니다. 그대여! 나의 사랑하는 님이여! 내 소리가 들린다면 나에게로 와 주세요. 나에게 당신의 벽을 내려주세요. 아르코의 높은 성과 성벽, 기암절벽을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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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쏘네 1암장에서 등반을 즐기는 이탈리아와 독일 여성 클라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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