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ㅣ에티오피아] 직립보행 유인원의 조상 만나다

입력 2019.07.12 14:32

이슬람 피해 해발 3,000m 암굴교회군도 이색적…커피 본고장 등 다양한 문화도 접해

이미지 크게보기
‘제2의 예루살렘’ 랄리벨라 암굴 교회군 중 마지막에 완성된 성 기오르기스 교회. 성지순례의 필수 코스로 하늘을 향한 십자가가 압권이다.
도쿄에서 라멘을, 인도에서 커리를, 이제 에티오피아에서 풍미 가득한 커피를 한잔 하고 와도 되겠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인천 출발-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하는 직항 노선을 7월부터 매주 4회에서 5회로 증편 운항한다.
12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쾌적하고 편안한 좌석에 앉아 에티오피아 와인을 홀짝 거리며 좌석에 마련된 모니터로 영화도 보고, 게임도 즐긴 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에티오피아 상공을 날고 있었다. 새벽 1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오전 7시(현지시각),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Bole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했다. 6시간의 시차, 분주한 아침을 준비하는 공항 풍경은 우리나라 지방 공항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고, 공항 로비에서부터 풍기는 향긋한 커피 향이 드디어 ‘커피의 나라’ 에티오피아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곤다르로 향하는 길에 우뚝 솟은 협곡의 모습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떠올리게 한다.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에티오피아’는 그리스 고전과 구약성경에 등장하며, 그리스어로 ‘혼혈인’, 또는 ‘태양에 그을린 얼굴’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3,000년의 긴 역사를 지닌 문명국으로, 드넓은 초원과 사파리 야생동물의 아프리카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8개의 문화유산과 1개의 자연유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에 등재하고 있고, 한국전쟁 때 6,000여 명의 군인을 파병한 혈맹의 나라다. 아직도 참전용사를 기리는 기념관에는 현지인과 한국인만이 출입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한국인임을 밝히는 순간 구릿빛 미소로 외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방탄소년단BTS의 인기는 이미 오래됐다.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는 ‘새로운 꽃’이라는 뜻이다. 해발 2,000m에 위치한 이 도시는 연평균 기온 15~20℃로 비교적 선선한 날씨를 유지하며, 우리나라 5월의 날씨와 비슷하다. 짐을 풀기 위해 호텔로 향하는 미니밴에서 본 익숙한 영어 간판과 정비가 한창인 도시의 모습이 흡사 197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최신 휴대전화를 들고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미지 크게보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바위산의 모습이 거대한 손가락을 닮아 ‘신의 손가락’ 이라고 부른다.
이미지 크게보기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에는 역대 황제의 유물과 루시유골 화석등 다양한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318만년 전 인류 최초로 ‘두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여성’의 유골 화석, 이름은 루시다.
이미지 크게보기
아라비카의 진한 향이 날아가지 않게 입구가 좁은 제바나로 커피를 끓인다.
마음으로 권하는 아라비카의 향내 커피 세리모니 
커피를 좀 안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에티오피아를 다녀오지 않고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이다. 이곳 사람들에게 커피는 생활의 한 부분이며 의식행사다. 하루 세 잔을 마셔야 하루를 보낼 수 있고, 손님에게 권하는 커피 한 잔에는 안녕과 축복을 가득 담는다. 에티오피아 공항부터 보이는 모습도 커피를 대접하는 공간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어디서나 손님을 맞이하는 곳엔 ‘커피 세리모니Coffee ceremony’를 볼 수 있다. 
생두를 볶아, 그 향을 손님에게 맡게 하고 작은 절구에 빻아, 흙으로 만든 주전자에 물을 붓고 화로에 끓이면 커피가 완성된다. 간단한 공정이지만 보통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장소에는 신성한 풀을 깔아두고, 커피의 아로마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작은 향로에 특별한 향을 피워 둔다. 이것이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 세리모니’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커피 로스팅의 향은 피로를 풀어주는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다.
커피 세리모니는 에티오피아 말로 ‘분나 마프라트’라고 하는데 ‘분나’는 커피, ‘마프라트’는 요리하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커피를 끓인다는 말이다. 정성을 깃들여 커피를 끓이고 대접하는 것으로 손님에게 환영과 축복을 바라는 일종의 의식 행위이다. 아디스아바바 최초의 근대호텔 ‘타이투 호텔Taitu Hotel’은 관광객에게 커피 세리모니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옹기약탕기 같은 제바나Jebena를 화로에 올려 끓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성스레 귀한 보약을 달여 내는 것 같다. 손잡이가 없는 작은 잔에 넘치도록 가득 따라낸 커피는 아주 진한 갈색을 띤다. 커피잔을 들어 조심스레 향을 맡아보고 입으로 가져가 깊은 아라비카 커피의 맛을 느꼈다.
“우왁, 너무 쓰잖아.”,  “오, 산미가 강하게 느껴지네.”
처음 맛 본 커피의 평가는 호불호가 강하다. 갓 구운 커피콩의 향은 아로마 테라피 효과를 느끼게 해주며, 숯이 담긴 화로에 뭉근하게 끓여낸 커피의 맛은 산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커피 가루를 걸러내는 필터는 사용하지 않아 고운 가루가 입 속으로 들어오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식감마저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예루살렘을 본따 ‘요르다노스강(요단강)’으로 이름을 지은 시내. 상류는 천국을, 하류는 지옥을 상징한다고 한다.
인류의 기원 루시랄리벨라 암굴교회군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름에 걸맞지 않은 작은 규모의 건물이다. 층마다 한 개씩 총 4개의 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대 에티오피아 황제의 관 등 다수의 주요 유물을 소장하고 있고, 최초의 직립 2족보행 유골 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1974년 발견 당시 흘러나온 유행곡 제목을 따서 ‘루시Lucy’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골 분석에 따르면, 루시는 318만 년 전 에티오피아 하다드사막 지역에 살았던 여성이다. 신장 1.1m 정도의 작은 침팬지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최초의 직립보행 유인원이라는 점에 최초의 인류 화석이자 인간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발 3,000m에 위치한 고원 도시 ‘랄리벨라Lalibela’는 에티오피아인들이 가장 신성시 여기는 장소이다. 12세기 이슬람 세력의 핍박으로 인해 예루살렘으로의 성지순례가 어려워지자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제2의 예루살렘’을 건설하게 된다. 이 도시의 원래 이름은 ‘로하’이다. 
하나님의 계시로 에티오피아 7대 국왕 랄리벨라(1181-1221)가 직접 건설 감독해 120년에 걸쳐 11개의 거대 암굴교회를 건설했다. 암굴교회는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거대 암반을 수직으로 깎아내려 만들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황제들의 목욕탕으로 사용된 ‘수영장궁전’은 매년 1월 대중에게 개방하고 다같이 물놀이를 즐긴다.
암굴교회는 남쪽과 북쪽 각각 5개, 남서쪽에 1개의 교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교회들은 모두 미로 같은 지하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메드하네 알렘 교회’는 가로 22m, 세로 33m, 높이 11m로 반듯하게 깎아진 모습이 마치 그리스신전을 연상케 한다.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진 ‘성 기오르기스St. George교회’는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2m의 정십자가 모양으로 응회암 성분의 암반을 깎아 내려 만든 건축물이다. 197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아름다운 건축미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하늘을 향해 반듯한 정십자 모양이 단연 압권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온종일 어두운 암굴 속에서 신을 섬기며 성전을 지키고 있는 수도사.
이미지 크게보기
랄리벨라 암굴교회군 중 가장 규모가 큰 ‘메드하네 알렘교회’ 모습.
문명의 시작 타나호수청나일폭포
에티오피아의 옛 수도이자 세 번째로 큰 도시 ‘바하르 다르Bahar Dar’에 위치한 ‘타나호수Lake Tana’는 서울 면적의 약 6배 크기(폭 70km, 길이 60km )로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이집트 문명을 낳은 나일강의 2대 발원지이며, 바다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청나일강의 유수지로 수단에서 백나일강과 만나 나일강을 이루고, 이집트를 지나 지중해까지 흐른다. 수심은 10m 안팎으로 낮으며, 호수 안에는 37개의 크고 작은 섬들과 20여 개의 수도원이 있다. 그중 14세기 성 베트레 마리암에 의해 설립된 ‘미레트 수도원Ura Kidane Mehret’은 타나호수 지역에서 가장 매력적인 교회로 여겨진다. 100~250년 전 사이에 그려진 수많은 벽화들로 장식되어 있는데 천연염료로 그려진 벽화들은 오랜 시간 동안 잘 보존되어 있고, 기독교의 기적과 사건들을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했다. 
‘청나일폭포Blue Nile Falls’는 높이 45m,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폭포로 에티오피아 최고 관광명소이다. 스코틀랜드의 한 탐험가가 나일강의 발원을 추적하던 중 발견한 이 폭포는 우기에는 너비 400m 넘는 거대한 물줄기가 뿜어져 내린다. 낙차로 발생하는 물보라를 보고 현지인들은 ‘연기가 나는 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기에는 우기에 비해 수량이 적지만 폭포 가까이는 분무기로 뿌린 듯 시원함이 가득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연기가 나는 물’이라고 불리는 청나일폭포는 우기에 폭 400m가 넘는 물줄기를 쏟아낸다.
이미지 크게보기
타나호수 지역에서 가장 매력적인 교회로 불리는 미레트 수도원. 5 달걀처럼 둥근 모양의 지붕이 특징인 ‘파실리다스 황제의 궁’은 파실게비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달걀처럼 둥근 모양의 지붕이 특징인 ‘파실리다스 황제의 궁’은 파실게비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황제들의 궁전 곤다르 파실 게비
바하르 다르에서 차로 두 시간, 곤다르Gondar까지 가는 길은 흥미로운 것들의 연속이다. 지반 융기로 우뚝 솟아난 바위산들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신의 손가락으로 불리는 거대한 바위산은 여행자들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하다.
에티오피아 중북부에 위치한 곤다르는 17~19세기 중반까지 에티오피아의 수도였으며, 황제들의 요새이자 궁전이 있는 역사가 살아 있는 도시이다. 파실리다스Fasilides 황제의 이름을 딴 파실 게비Fasil Ghebbi는 궁전, 도서관, 연회장 등의 건축물로 힌두와 아랍, 그리고 유럽의 다양한 건축 양식이 한데 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역대 황제들의 거처로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파실 게비 건축물 중 가장 오래 된 파실리다스 황제의 궁은 모서리 네 개의 탑이 마치 달걀을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달걀 성Egg Castle’이라고도 불린다. 파실 게비 곤다르 왕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황제의 목욕탕으로 사용했던 ‘수영장 궁전Fasilides’bath’이 있다. 
이곳은 매년 ‘팀켓 페스티벌Timket Festival’이 열려 거대 수조에 물을 채우고 대중들에게 개방한다. 이 축제기간에는 어린아이들에게 세례를 하고, 다같이 물놀이를 하며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문서와 서적을 관리하던 파실게비 도서관 건물이다. 무너진 천장을 통해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