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ㅣ에베레스트 정체사고] 에베레스트 ‘교통체증’, 사망 직접 원인 아니다

  • 글 사진 오영훈 기획위원
    입력 2019.07.08 12:01

    등반허가 발부 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정상 등정 일정 분산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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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5월 에베레스트의 캠프3~캠프4 사이에 늘어선 행렬.
    이번 시즌 에베레스트에선 총 11명이 사망했다. 에베레스트 역사상 사망자가 네 번째로 많은 시즌이다. 그러자 에베레스트 정상부에 촘촘히 등반가들이 늘어선 행렬의 사진이 지난 5월 전 세계 주요 언론의 1면을 장악했다. 네팔인 니르말 푸르자가 찍은 사진이다. 언론들은 ‘세계 최고봉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린다’, ‘돈 많은 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에베레스트는 더는 어렵지 않다’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언론의 보도대로 이번 사고가 과연 유달리 에베레스트에 사람이 많이 몰렸기 때문일까? 단두 라지 기미레 네팔 관광국장은 “이번 시즌 381명에게 에베레스트 등반허가를 발부했으며 이는 2017년 366명, 2018년 346명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에베레스트에 갑자기 사람이 너무 많아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등반 인원이 아니라 정상 등정 일정의 분산이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시한 고산등반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날씨에 있다. 체력과 경험을 갖춘 등반대는 고작 몇 시간의 맑은 날씨만 찾아와도 정상을 무사히 등정하고 내려갈 수 있지만, 초보자가 포함된 대규모 원정대는 대체로 고요한 날씨가 적어도 3~4일은 이어져야 안전이 보장된다. 통계적으로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이런 날씨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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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2일 에베레스트 남동릉 정상부에 몰린 등반가들. 니르말 푸르자 페이스북.
    이렇게 좋은 날씨가 지속돼야 정상 등정이 분산된다. 2018년은 비정상적으로 11일 동안 연속으로 날씨가 좋아 네팔 방면으로 대원 266명, 가이드 296명 총 562명이 등정했고, 중국 쪽으로는 대원 130명, 가이드 110명 총 240명이 정상에 섰다. 사망자는 5명에 불과했다.
    네팔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봄 시즌 네팔 방면으로 대원 868명(셰르파 포함)이 등반을 시도해 그중 281명이 정상에 섰다고 한다. 인도와 미국에서 각각 75명, 중국 60명, 영국 44명이 등반 허가를 받았다. 정상부 교통체증만 보고 ‘에베레스트에 갑자기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른 것이다.
    올해 봄은 날씨가 좋지 않아 고작 며칠 사이에 대거 등반이 시작되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교통체증이 이번 11건의 사망사고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지만 직접 원인은 아니다. 셰르파 1명은 아이스폴 지대(5,600~6,000m)에서 추락했고, 영국인 시머스 로리스는 5월 16일 정상 등정 후 하산 중 실족했다. 나머지 9명 역시 마찬가지다. 기미레 국장은 “부검 결과 사인은 고산병, 체력 악화, 악천후 등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병목현상이 죽음을 유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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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4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열린 대장단 회의.
    병목현상 원인, 날씨 외에도 존재
    2012년 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에베레스트 7,000m 능선에 늘어선 행렬을 담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 한 장에 전 세계가 놀랐다. 나도 늘어선 줄 속에 있었다. 
    당시의 병목현상은 날씨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날씨가 꽤 많았다. 그러나 8,000m 상부까지 고정로프 작업을 자처했던 뉴질랜드 상업등반대 대원 두 명이 사고로 부상을 입고, 위험을 고려해 5월 초 등반 종료를 선언하고 떠나면서 일이 꼬였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원정대는 5월 중순에서야 베이스캠프 회의를 열었다. 이 와중에 화창한 날씨가 지속됐지만 결국 정상공격 일자가 분산되지 못하고 5월 말로 몰려 교통체증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5명이 사망했다. 셰르파들은 당연히 사망원인으로 뉴질랜드 상업등반대를 비판했다. 맡기로 한 작업을 이행하지 않았을뿐더러 제대로 상황설명도 않고 무책임하게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런 내막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찍은 사진을 받아간 국내 모 일간지 기자는 내가 구체적 사정을 얘기하니 얼른 대화를 끊었고, 그 다음날 ‘에베레스트 인산인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전후사정에 대한 설명은 전혀 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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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베레스트에서 한 외국인의 등반을 셰르파들이 앞뒤에서 도와주고 있다.
    한편,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네팔 당국이 등반허가를 남발했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여러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네팔 관광청 고위관료는 “큰 폭의 인원 제한, 등반허가 발급 심사제 등 전반적으로 등반허가에 관한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이러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네팔 언론인, 정부관료, 관광업계 종사자들 간에 이뤄진 것들이다. 이들은 등반허가제를 강화하면서도 오히려 관광산업을 확대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가령, 7,000m급 등정증이 있어야 8,000m급 등반허가를 내준다거나, 초오유(8,188m) 등 8,000m급 중 낮은 산을 오른 뒤에야 에베레스트 등반을 허가하자는 생각이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면 히말라야를 최소 두 번 이상 오게끔 만드는 것이다. 6,000~7,000m급 연속등반, 7,000~8,000m급 연속등반 따위 연계 관광 상품도 개발 중이다. 에베레스트의 병목현상은 보기보다 복잡한 속사정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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