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ㅣ<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 탐험가와 셰르파의 ‘진지한 게임’ 연구

입력 2019.07.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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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 셰리 B. 오트너 지음. 노상미 옮김. 클 출판사. 468쪽. 2만 2,000원.
다른 두 집단, 하나의 과업. 이 책의 주제다. 하나의 과업은 세계 최정상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일이다. 해발 8,848m를 오르기 위해선 혼자 오를 수 없다. 많은 등반장비와 며칠 소요될지 모르는 기간의 식량을 필수적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 여기서 다른 두 집단의 만남이 이뤄진다. 탐험자들과 토착민, 등반가와 가이드의 만남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를 초기 자본주의 팽창과정에서 탐험자들과 토착민의 만남에 대한 연구, 식민지와 탈식민지의 권력과 지식체계에 대한 연구, 근대 후기 사람들의 세계적인 이동에 대한 연구가 포함된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서구 등반의 역사는 사실 그리 길지가 않다. 제국주의적 영역 확장시기와 맞물려 있다. 20세기 초부터 시작된다. 알프스부터 시작된 등반은 1900년대 중반 들어 히말라야 지역으로 확대된다. 자연 탐험대와 토착민의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저자 오트너는 탐험가와 토착민, 즉 원정대와 셰르파의 만남을 ‘진지한 게임serious games’으로 표현한다. 셰르파들은 국제산악인들을 힌두어로 보스나 주인을 뜻하는 ‘사히브sahib’(통상 삽sahb이라 1음절로 발음)라 한다. 가이드 대가로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본주의적 주종관계가 형성된다. 
자본주의적 주종관계로 인해 진지한 게임이 파생되는 것이다. 진지한 게임은 말 그대로 한편으로는 매우 진지하면서도 동시에 재미있는 게임처럼 참여자들에게 창조성, 진취성, 행위자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게임은 시대적 상황을 포함한 사회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권력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등반에 참여한 사히브와 셰르파들은 상호 얽힘과 상호 생산의 관계였지만 이 둘 사이에는 엄연한 권력관계가 존재했다. 이 둘의 조우는 권력의 비대칭성이 수반되는 문화 간 만남이었다. 
고산 등반은 늘 죽음이 따르는 가장 위험한 스포츠다. 사히브와 셰르파들의 등반동기나 의미부여는 서로 달랐다. 사히브, 즉 돈을 제공하는 서구 원정대에게 등반은 자아 내면의 도덕성, 유대감, 우정의 가치를 담은 자기 투쟁의 영역이지만, 셰르파들에게는 불경스러움, 두려움, 공포, 경제적 보상의 의미였다. 저자 오트너는 등반이라는 게임에 이들의 동기와 의미부여를 분석함으로써, 서구와 비서구문화의 의미와 복잡한 실천들을 동시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산등반의 위험성은 ‘히말라야의 기록자’ 엘리자베스 홀리Elizabeth Hawley가 1996년 밝힌 바에 따르면 “그동안 4,000여 명이 에베레스트에 오르려고 했는데, 그 중 660명이 성공하고 14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5번의 성공마다 약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 셈이다. 셰르파만 보면 1950년부터 1989년 중반까지 등반 원정대에서 84명의 셰르파가 사망했다. 에베레스트와 관련해서는 사망한 115명의 등반가 중 43명이 셰르파였다. 일반인 사망률의 수백 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야말로 목숨 걸고 하는 행위인 것이다. 저자는 인생이라는 게임에 진지한 형용사를 붙임으로써 목숨과 권력의 다층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목숨 걸고 하는 진지한 게임의 대상인 에베레스트는 이제는 단순히 동서양 문화의 조우의 장이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 등반대와 여행자가 참여하는 거대한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 원정대가 동원한 기술 장비, 산소, 자본, 광고마케팅 등이 첨단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이지 않는 노동을 수행하는 셰르파와 포터들이 있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책은 셰르파들이 등반을 자신들의 문화로 받아들이려 애쓰는 점을 밝히고 있다. 등반 중에 신들의 보호를 받기 위해 수도원 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수행과 연민의 감정을 수련하고 때로는 등반가에게 산에서 살생을 하지 못하게 권유함으로써 산을 정화시키는 노력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셰르파는 단순히 권력에 순응하거나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권력을 조정하고 조건을 개선하는 존재임을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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