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웅의 고지도이야기 84] 중세 초기의 세계지도 ‘알비의 마파문디’

  • 글 최선웅 한국지도학회 부회장
    입력 2019.07.11 14:59

    이미지 크게보기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된 알비의 마파 문디
    유네스코는 1992년부터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 가운데 훼손되거나 영원히 사라질 위험에 있는 기록유산의 보존과 이용을 위해, 기록유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보존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11월 현재 세계기록 유산은 전 세계적으로 427건에 달하고, 이 가운데 지도는 15건이다.
    2015년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된 ‘알비의 마파문디Mappa Mundi of Albi’는 프랑스 남서부 미디피레네Midi-Pyrénées 지역의 도시 알비Albi의 피에르 아말릭도서관Pierre-Amalric library에 소장되어 있는 세계지도이다. 이 지도는 1849년에 발간된 산타렝의 지도첩Atlas do Visconde de Santarém에 처음 소개되었고, 폴란드 역사학자 요하임 렐레벨J. Lelewel이 1852년에 작성한 중세시대 지리학의 세계지도 목록에서도 확인되었다.
    이 지도의 명칭은 알비 또는 메로빙Merovingian(프랑크 왕조)의 지도로 알려져 있으며, 알비성당 참사회의 양피지 필사본 29(115)에 수록되어 있다. 수도회의 교육용인 이 필사본은 77장(156쪽)의 양피지로 구성되었고, 내용은 인류의 역사ㆍ지도제작ㆍ공간적 재현에 대한 귀중한 증언과 지리ㆍ역사ㆍ문법 등 22개의 서로 다른 문헌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필사본 57장 뒤쪽이 지도이고, 58장 앞쪽은 12개의 풍신風神명과 35개의 바다 명칭이 수록되어 서로 짝을 이룬다. 
    알비 지도는 그리스도교 세계관을 반영하는 종교적 특징을 지닌 마파 문디 가운데 가장 빠른 시기인 8세기경 프랑스 남부 또는 스페인 북부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도제작자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역사가이자 신학자인 파울루스 오로시우스Paulus Orosius가 416년경 저술한 7권의 <이교도를 반대하여 쓴 역사Historia Adversus paganos>에 수록된 개략적인 세계지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지도의 크기는 가로 22.5cm, 세로 27cm로 A4용지만 하고, 전체적인 형태는 말굽형으로 지도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고 소략해 자칫 추상적일 수 있다. 지도상에 표기된 지명은 50개에 지나지 않으나, 당시 인식했던 세계인 유럽과 아프리카ㆍ아시아의 3개 대륙과 총 25개의 나라가 표시되어 있다. 지도 상태가 선명하지 않지만 하천과 지역의 경계, 해안선을 따라서는 도로로 보이는 선이 그려져 있고, 해안과 육지 내에 규칙적으로 그려진 작은 원은 바위나 절벽을 나타낸 듯하다. 
    지도에 표기된 지명과 주기의 내용은 1세기 고전 라틴어의 틀을 세운 고대 로마의 철학자인 키케로M. T. Cicero로부터 7세기 〈우주지Cosmographia>를 편찬한 아에티우스 이스테르Aethicus Ister(본명 성 바르질리오)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기의 것이 혼재되어 있고, 필사본의 글자체와 다양한 요소들은 8세기에 수집되고 묘사되었음을 나타낸다.   
    방위는 지도의 위가 동쪽이고, 말굽 형태의 대륙 외곽은 외해Oceanum에 둘러싸여 있으며, 바다는 불규칙하게 청록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북쪽(왼쪽)의 바다는 ‘키미리쿰해Cymiricum Mare’라고 표기되어 있고, 서쪽(아래쪽) 바다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양의 신인 오케아노스Oceanum가 표기되어 있다. 정남쪽 바다에 표기된 ‘제피루스Zephirus’는 서풍신西風神을 가리키는 것으로 위치가 잘못 표기되었다. 대륙의 외곽에는 3개의 만입灣入이 있는데, 북쪽(좌측)의 만입이 카스피해Caspian Sea이고, 남쪽(오른쪽) 위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이고, 그 아래는 홍해Rubrum이다.
    세 대륙은 카스피해와 홍해를 경계로 나뉘는데, 카스피해 서쪽(아래쪽)이 유럽이고, 홍해와 나일강 서쪽은 아프리카, 카스피해와 홍해 동쪽(위쪽)이 아시아대륙이다. 이 지도는 전형적인 마파 문디이지만 그리스도교적 특징은 지도 남쪽(오른쪽)의 삼각형 기호인 시나이Sina산과 그 북쪽(왼쪽) 하천에 둘러싸인 유대Iudea와 예루살렘Iherusalem뿐이다. 지형을 나타내는 주기는 시나이산 위에 표기된 ‘사막Deserto’이 유일하다. 
    지도 동쪽(상단)에 위치한 아시아 대륙에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에서 흘러나오는 4개 지류 가운데 티그리스Tigris강과 비손Fison강이 표기되어 있고, 인도의 갠지스강Ganges Fluvius은 엉뚱하게도 아프리카 대륙에 표시되어 있다. 국가는 인도, 아르메니아, 고대 유라시아 지역에 있었던 스키티아Scitia, 이란 북서부에 있었던 고대국가인 메디아Mediaㆍ바빌로니아ㆍ페르시아Persidaㆍ안티오키아Antiociaㆍ유대ㆍ아라비아 총 9개국이다. 
    말굽의 안쪽 바다는 지중해이고, 지중해 북쪽 바다는 이오니아해Ionum Mare이다. 지중해 북쪽(왼쪽) 해안에는 3개의 만입이 있는데 맨 위가 흑해Pontum이고, 그 다음이 아드리아해Adrias, 맨 밑의 작은 만입이 리구리아해Ligurian Sea이다. 또 지중해 내에는 5개의 섬이 있는데 위의 왼쪽은 크레타Creta섬, 오른쪽은 키프로스Cypra섬, 그 밑의 마름모꼴 섬은 시칠리아Sicilia섬, 그 밑은 사르디니아Sardinia섬, 그 오른쪽 섬은 코르시카Corsica섬이다. 
    유럽 대륙에는 라인Renus강과 론Rodanum강이 표시되어 있고 로마ㆍ아테네ㆍ라벤나Ravenna 등 도시가 표시되어 있다. 국가는 이스파니아Ispania, 브리타니아Britania, 현재의 프랑스ㆍ벨기에 등 지역에 있었던 제국인 갈리아Gallia, 이탈리아, 현재의 스웨덴 지역의 고대왕국 고티아Gotia, 현재의 그리스 지역에 있었던 트라시아Tracia와 마케도니아Macedoniaㆍ아가이아Agaia 총 8개국이다. 
    아프리카에는 유일하게 대륙명 ‘아프리가Afriga’가 표기되고, 지중해로 유입되는 나일강Nilum이 표시되어 있다. 도시는 알렉산드리아가 유일하다. 국가는 모리타니아Mauritania, 아프리카 북서부에 존재하던 고대국가인 누미디아Nomedia, 기원전 5세기 현재의 모로코에서 이집트의 해안지대에 이르는 영토를 확장했던 카르타고Cartago, 에티오피아, 리비아, 이집트 총 6개국이다.
    알비의 마파 문디는 고대와 중세가 교차하는 시점에 제작된 세계지도로서 당시 사람이 살았던 세상을 표현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지도 중 하나이다. 지도의 내용이 소략하고 오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도가 지니는 의미는 지도의 역사나 그리스도교 역사에서도 그 고유성과 중요성은 대체할 수 없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