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에코 트레일ㅣ39~40구간 태백산 르포] 군계일학의 자태 태백산과 함백산!

입력 2019.08.12 20:51

도래기재~태백산~함백산~두문동재 35.9km 백두대간 에코트레일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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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정상의 바위지대를 지나고 있는 클린마운틴 도전자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가. 도래기재에서 화방재와 두문동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 솟은 태백산(1,567m)과 함백산(1,573m) 이야기다. 이 달 백두대간 에코트레일 구간은 도래기재에서 두문동재까지로, 남한 땅에서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 나란히 서 있는 능선을 걷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숲이 짙은 편이지만 고봉에서 보는 장쾌한 전망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이 구간의 특징이라 하겠다. 
이 구간은 총 35.9km 거리로 보통 두세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문제는 도래기재에서 태백산을 거쳐 화방재까지 이어지는 24.2km 구간에 드나드는 진출입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 능선을 가로지르는 찻길 하나 없이 한줄기로 이어진다. 산길을 따라 가까운 마을로 하산하거나 중간에 야영을 하며 종주해야 한다. 하지만 공원 내 야영은 불법이고 하산 길의 거리도 만만치 않아 곱절로 힘이 든다. 그래서 대부분 종주팀들은 10시간이 넘는 긴 산행을 강행하며 이 구간을 통과한다. 여름에는 더워서 힘들고 겨울에는 해가 짧아 힘든 곳이다. 
도래기재에서 배낭을 정리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긴 계단을 밟으며 대간을 오른다. 잣나무 사이로 우람하게 솟은 금강소나무의 자태가 돋보인다. 시작부터 된비알이라 호흡이 거칠어진다. 하루 종일 산길을 걸어야 하는 날인데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온다. 무난하게 백두대간을 종주하려면 평소 체력훈련이 필수라는 고수들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시간이다. 산에서 믿을 거라곤 내 몸뚱이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시간쯤 지나니 임도 하나가 나타난다. 길가의 벤치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여유 부린다. 고개를 치켜드니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꿈틀거리는 용처럼 굵은 산줄기가 솟아 있다. 그 끝에 최고점을 찍은 곳이 바로 구룡산(1,345.7m)이다. 임도를 떠나 두 개의 헬기장을 지나면 다시 대간 마루를 가로지르는 임도가 나온다. 이곳에는 작은 정자까지 갖추어져 있다. 백두대간 종주객을 위한 지자체의 배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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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함백으로 가는 길목에서 거치게 되는 넓은 헬기장.
인적 드문 마루금에 쓰레기 많아
이번 산행은 블랙야크 클린도전단과 함께한다. 지난해 7월에 본지와 블랙야크,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가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한 클린마운틴365 캠페인 1주년 기념하기 위한 산행이다. 이번 백두대간 종주에는 클린도전단의 정의준, 이철우 도전자와 신치호 셰르파가 참여해 산길을 걸으며 정화활동을 펼친다. 
“같은 백두대간이지만 국립공원 구역은 비교적 깨끗한 편입니다. 하지만 관리가 안 되는 곳에는 쓰레기가 제법 많습니다. 낙엽 속에 묻혀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도 많아 치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열의 뒤편에서 꾸준히 쓰레기를 줍던 신치호 셰르파의 비닐봉지가 1시간 만에 커다랗게 부푼다. 술이 들어 있는 커다란 페트병부터 맥주병, 찢어진 현수막까지 쓰레기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상상 밖으로 많은 쓰레기가 산길 주변에 흩어져 있다. 놀라운 것은 숨겨진 것까지 찾아내는 클린도전단의 쓰레기 발굴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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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고지대의 주목. 고사목이 되기 직전의 위태로운 모습이다.
“잘 보이는 곳에 쓰레기가 있으면 수거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버려진 지 오래된 것들은 낙엽이나 흙에 묻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일일이 들춰내거나 파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길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인증지점이 있는 구룡산 정상이다. 지루한 숲을 빠져나와 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햇빛을 만난다. 제법 넓은 공터가 형성되어 있지만, 정상을 둘러싼 숲이 크게 자라 조망은 없다. 예전에 구룡산 정상은 깃대배기봉에서 부소봉(1,546.5m), 장군봉(1,566.7m)으로 이어진 태백산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 보이는 것은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뿐이다. 
사진기자 주민욱씨가 풍광을 담기 위해 드론을 띄워 주변을 촬영한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장비를 활용해 구룡산 주변 산세와 가야 할 백두대간 코스를 살펴본다. 바람 하나 없이 조용한 하늘 덕분에 한참 동안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어 마냥 이곳에 머물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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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태백산 천제단.
숲 짙은 구름과 바람의 능선
구룡산에서 곰너머재를 거쳐 신선봉까지 한달음에 오른다. 이후 전형적이 능선길이 천제단 직전까지 기복 없이 이어진다. 독립된 봉우리라기보다 거대한 산 덩어리가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구간이다. 특히 깃대배기봉에서 부소봉과 천제단을 거쳐 장군봉(1,566.7m)까지 약 4km의 대간 길은 산책로라 불러도 좋을 호젓한 분위기다. 부소봉 일대에 가득한 조릿대와 고산 특유의 아름다운 주목이 어우러진 모습도 인상적이다. 태백산의 전형적인 풍광을 경험할 수 있는 구간이다. 
지금까지의 조용했던 백두대간 분위기와 달리 천제단 일대는 부산스럽다. 어떤 때는 등산객보다 많은 기도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신라 때부터 태백산(북악)은 토암산(동악)·계룡산(서악)·지리산(남악)·부악(중악, 팔공산)과 함께 오악의 하나로 꼽히던 영산이다. 고래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신성스런 곳이다. 
등산인들에게 태백산 정상석은 최고의 기념촬영 장소다. 현재 블랙야크의 백두대간 에코트레일 인증지점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인증사진을 남기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커다란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흔적을 남기고 있다. 모두들 자신의 스마트폰에 태백산의 추억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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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숲길이 계속되는 백두대간 태백산 구간.
구름이 흩날리며 백두대간 줄기를 넘어간다. 높은 산과 구름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천제단 주변의 신비로운 풍광을 뒤로하고 태백산 최고봉 장군봉에 오른다. 사람의 출입을 막은 작은 제단이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눈을 들어보니 건너편 함백산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차가 다니는 화방재가 코앞이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을 오르는 길은 태백산과는 또 다른 느낌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화방재에서 시작해 수리봉(1,214m)까지는 급경사 지대다. 하지만 창옥봉(1,238m)을 지나 만항재까지는 비교적 무난하다. 만항재(1,341m)는 포장도로가 지나는 고갯마루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을 잇는 고개로 414번 지방도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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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으로 오르는 길목의 숲속 분위기.
야생화 가득한 함백산 오름길
만항재에서 대한체육회 선수촌으로 가는 도로를 만나기까지의 대간길은 편안하다. 도로를 건너 산으로 오르는 길 역시 잘 정비되어 있다. 산길 입구의 야생화 단지를 지나 고도를 높이면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세워져 있는 함백산 정상에 닿는다. 야생화로 유명한 산답게 형형색색의 꽃이 지천에 깔려 있다. 특히 곳곳에 무리 지은 초롱꽃이 아름답다. 
산꼭대기에서 보는 조망이 환상적이다. 남으로 태백산, 북으로 두타·청옥산으로 뻗은 백두대간이 한눈에 든다. 산 위에 만들어진 태백선수촌의 커다란 운동장의 모습도 이색적이다. 서쪽 능선 위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제는 바람이 많은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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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에서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BAC 클린마운틴 도전단 참가자들.
방송 중계시설을 뒤로하고 주목 군락과 함께 평탄한 길이 계속되다가 불쑥 솟구치면 중함백이다. 인증지점인 이 봉우리에서 사진을 찍고 큰 기복 없는 능선을 오르내리면서 전체적으로 200m 정도 고도가 내려간다. 그러다가 은대봉(1,442.3m)에서 잠시 고도를 높인 뒤 다시 허리를 낮춘다. 
백두대간이 금대봉으로 솟구쳐 오르기 전 잠시 쉬어가려는 듯 길을 열어둔 곳이 두문동재(1,268m)다. 지금은 아래로 터널이 뚫려 지나고 있어 주축 도로의 기능은 미미하다. 하지만 대간 종주객이나 금대봉 탐방객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높은 산과 마루금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 고마운 고갯마루에서 이번 종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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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길령 표지석은 백두대간 에코트레일 인증장소다.
태백산 구간 종주 가이드
오르내림이 계속되는 전형적인 능선길 종주 구간이다. 산행기점의 교통이 불편하고 이동 거리가 길어 쉽지 않다. 특히 도래기재에서 화방재 사이의 거리가 24.2km에 달해 끊어 타기가 애매하다. 구룡산과 신선봉 사이 곰넘어재에서 춘양 방면으로 내려설 수 있으나, 고갯마루까지 오르내리는 거리가 만만치 않다. 보통 대간 종주꾼들은 새벽에 시작해 저녁 늦게까지 한 번에 이 구간을 종주한다. 순수하게 산행만 최소 10시간은 잡아야 하는 장거리 코스다. 함백산 구간의 시작지점인 화방재는 차량의 통행이 많아 비교적 접근이 쉽다. 하지만 만항재와 두문동재를 기점으로 이동하려면 고한이나 태백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교통 편의를 생각하면 백두대간 전문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구간이라 하겠다. 
교통
도래기재는 봉화가 가깝다. 봉화버스터미널에서 춘양으로 와서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문의 춘양택시 054-672-3277. 요금 3만 원 이상. 
태백에서 화방재까지 농어촌버스가 운행한다. 하지만 두문동재나 만항재는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문의 고한택시 033-592-0000, 033-592-4422. 태백택시 033-592-4422,  033-552-7971. 
맛집
태백 물닭갈비 태백산 산행기점인 화방재에서 가까운 태백 시내에 물닭갈비 전문점들이 여럿 있다. 국물이 흥건한 닭갈비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로 이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조각 낸 닭을 매콤한 국물에 푸짐한 야채와 함께 푹 끓여 낸다.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닭갈비 맛이 일품이다. 고기를 건져먹고 밥을 볶아 먹으면 더욱 맛있다. 방송을 타서 유명해진 황지동의 태백닭갈비 033-553-8119 외에도 엄마손태백물닭갈비 033-554-3344, 태백흥부네닭갈비 033-553-3350 등 여러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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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정상석 앞에 선 클린마운틴 도전자들. 이곳은 명산 100 인증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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