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 경상도의 산ㅣ여항산 770.5m] 일렁이는 낙남정맥을 발아래 두다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입력 2019.08.13 20:39

    기암괴석과 때 묻지 않은 산길 간직한 여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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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이 빼어난 수리바위에 서면 낙남정맥의 산봉우리와 그 언저리에 흩어진 산과 골짜기, 들판과 마을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지리산에서 달려온 낙남정맥이 함안으로 접어들며 여항산艅航山(770.5m)을 일으켜 세웠다. 
    여항산은 함안의 진산이요, 함안 사람들이 모산母山으로 떠받드는 주산이기도 하다. 여항산은 곽(갓)데미산, 갓뎀goddam산, 요강산 등 이름과 의미도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지명에 관한 한 ‘천지사방이 모두 물에 잠겼을 때 여항산의 꼭대기가 배만큼 남았다’는 천지개벽 설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옛 문헌에 ‘남을 여餘’, ‘배 항航’인 ‘餘航여항’으로 표기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인근에 배능재(배넘이재)가 있어 그 의미를 더해 주고 있다.
     여항산은 번잡함을 피하고 싶은 산꾼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다양한 등산로가 나있지만 산행 들·날머리가 모두 대중교통이 불편한 탓이다. 그나마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수월한 창원시 방면에서 수리바위 능선으로 올라 여항산을 정점으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이 가장 선호된다. 개척하다시피 걸어야 하는 날머리 능선을 제외하고는 별 어려움이 없는 코스다. 때 묻지 않은 산길에 기암괴석의 산세와 조망이 좋다.
     산행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 들담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한다. 옥방교~밀성 박씨 묘~421m봉~수리바위~남양 홍씨 묘~소무덤봉(667m)~여항산 정상~744m봉~미산령~미산봉(630m)~오곡재~낙남정맥 갈림길(독도주의)~511.7m봉~500.6m봉~연안 명씨 묘~들담마을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오는 약 10.5㎞ 원점회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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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은 버스 정류장 옆 옥방교를 건너 소나무 보호수 옆으로 잇는다.
    들담마을 버스정류장 옆 골옥방마을로 잇는 옥방교를 건너 곧바로 산자락을 오른다. 마침 산길 초입에 있는 ‘여양리 소나무 보호수’가 이정표 역할을 한다. 당당하게 가지를 펼친 소나무는 수령이 4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산길은 보호수 옆 능선을 따른다.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아 희미해진 능선 길은 밀성 박씨 묘역을 지나 전망 좋은 너럭바위를 만난다. 341.6m봉은 숲속에 파묻혔고, 421.1m봉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차지했다. 간혹 눈에 띄는 리본이 선답자가 있었음을 말해 준다. 차츰 경사는 가파르고 묵은 낙엽이 쌓인 능선 길은 거칠다. 숨차게 치오르던 비탈길이 완만하다 싶더니 불끈 솟은 바위를 만난다. 전망이 빼어난 수리바위다. 
     능선 정면에 수직 절벽을 이룬 바위 뒤로 667m봉에서 좌우로 뻗어가는 여항산과 서북산 능선이 T자를 그린다. 남쪽으로 인성산, 적석산, 깃대봉이 가깝고 뒤로는 고성의 거류산, 벽방산, 사천의 와룡산, 진주의 월아산 등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멀리 희뿌옇게 보이는 지리산부터 여항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의 산봉우리와 그 언저리에 흩어진 산과 골짜기, 들판과 마을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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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등고개를 지나면 로프가 걸린 암벽이다. 암벽을 올라서면 싱그러운 풍경들이 펼쳐지는 전망터다.
    암릉을 내려서서 구멍바위를 통과한다. 전망이 좋은 수직의 바위는 고도감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한동안 이어지는 바위지대를 벗어나 빗돌이 서있는 남양 홍씨 묘를 만나고, 곧 소무덤봉(667m)에 닿는다. 낙남정맥의 산봉우리지만 정맥 길은 살짝 내려서야 만난다. 정맥을 따라 여항산으로 향하는 산길은 뚜렷하고 싱그럽다. 짙푸른 잎을 펼친 나무는 그늘 막을 드리운 터널을 이룬다. 좌촌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칼등고개를 지나면 로프가 걸린 20~30m 높이의 암벽이다. 사고가 잦으니 우회하라는 경고판이 있다. 암벽을 올라서면 온통 싱그러운 풍경들이 펼쳐지는 전망터다. 
      북쪽으로 함안군 전체가 손바닥처럼 환하고, 몸을 돌리면 지리산 천왕봉부터 방어산, 오봉산, 의령의 자굴산, 국사봉이 물결을 이룬다. 눈길을 뒤로 돌리면 무릉산, 천주산, 무학산, 광려산, 대부산, 봉화산이 겹겹으로 출렁인다. 여항산은 낙남정맥뿐 아니라 창원·고성·진주·사천·의령의 산은 물론 진동 앞바다도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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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항산으로 향하는 정맥 길은 짙푸른 잎을 펼친 나무가 그늘막을 드리운 터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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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하산은 미산령 방향이다. 북쪽으로 함안군 전체가 손바닥처럼 훤하다.
    정상에서 미산령 방향의 낙남정맥 길을 따른다. 헬기장을 지나 여항산 고성古城의 잔해를 밟으며 한 굽이 내려서면 미산 갈림길인 배능재다. 744m봉에 오르면 미산령까지는 줄곧 내리막이다. 앞으로 가야 할 산릉이 눈앞에 드러난다. 내려선 미산령은 함안 파수리 미산마을과 창원 진전면 둔덕마을을 잇는 임도가 지난다. 쉼터인 정자와 ‘6.25전사자 유해 발굴 장소’라는 입간판도 보인다. 여항산은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진 곳이다. 이때 많은 피해를 입은 미군들이 여항산을 ‘갓뎀(제기랄)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미산봉을 향해 비탈길로 치오른다. 뒤돌아보니 여항산의 산마루가 깨끗하게 다가온다. 미산봉(630m)을 넘으면 곧 오곡재다. 지방도 제1029호선이지만 고갯마루 양쪽 300m정도는 비포장도로다. 도로를 건너 오봉산 방면으로 25분정도, 524.4m봉 직전 완만한 산길로 바뀌는 지점에 하산할 갈림길이 있다. 독도주의 지점으로 뚜렷한 정맥 길에 비해 하산 길은 흐릿해 잘 살피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낙남정맥에서 이탈해 왼쪽 능선으로 꺾어들면 희미한 산길이 이어지는데, 511.7m봉을 지나 500.6m봉에 닿으면 또 길이 헷갈린다. 둘로 갈리는 능선 중 오른쪽이다. 울창한 숲속의 산비탈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길이 희미하다. 인적이 드문 산길은 거칠고 묵었지만 때 묻지 않은 신선함에 정감이 간다. 간혹 선답자의 리본이 있지만 길을 개척하다시피 내려가면 묘 2기를 지나 곧 연안 명씨 묘를 만난다. 산소 진입로를 따라 도로에 다다르면 버스 정류장까지는 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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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항산 정상은 낙남정맥뿐 아니라 창원·고성·진주·사천·의령의 산은 물론 진동 앞바다도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산행길잡이   
    들담마을 버스정류장~옥방교(보호수)~ 밀성 박씨 묘~421m봉~수리바위~남양 홍씨 묘~소무덤봉(667m)~여항산 정상~744m봉~미산령~ 미산봉(630m)~ 오곡재~낙남정맥 갈림길(독도주의)~511.7m봉~ 500.6m봉~연안 명씨 묘~들담 마을 버스정류장<5시간 30분소요>
    교통(지역번호 055)
    산행 시작점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 들담마을까지는 마산역이 종점인 마창여객(246-8900) 76번 시내버스 둔덕행을 타면 된다. 오전 8시 첫차를 꼭 타야 한다. 운행 간격이 3시간 안팎이므로 첫차를 놓치면 산행시간이 빠듯하다. 또 다른 방법은 마산에서 진동으로 가서 진동 환승센터에서 출발하는 둔덕행 75-1번 버스(06:35, 11:00)를 타고 들담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숙식(지역번호 055)
    마산 시내 어디든 숙박에 어려움은 없다. 마산역은 마산회원구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까워 인근에 대형 모텔들이 많다. 해안가 도시답게 해산물 위주의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부하다. 특히 마산회원구는 기차역과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어 인근에 맛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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