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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신준범 기자의 백패킹스쿨 |텐트 잘 치는 법] “ 텐트! 어떻게 치면 잘 쳤다 소리 들을까?”

월간산
  • 입력 2019.08.0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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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귀퉁이 펙으로 고정한 후 폴대 연결하는 것이 안정적인 설치 방법

백패킹도 제철에 맞는 장소가 있다. 한여름에는 계곡 부근이나 숲 그늘처럼 시원한 곳이 좋다. 능선으로 간다면,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능선으로 가야 모기도 없고 기온이 낮아 쾌적하다. 시간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목적지가 능선이라면 해질 무렵에 맞춰 야영 터에 도착하도록 계획을 짜야 한다. 너무 일찍 도착하면 뙤약볕에 고생하는 건 물론이고 오고가는 등산객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협곡처럼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고 탈출로가 없는 곳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협곡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면 한밤중이라도 무조건 철수해야 한다. 절개지나 급경사 아래쪽은 폭우 시 산사태나 낙석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겨울에는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미리 확인해야 하며, 눈이 깊어 접근이 어렵다면 정해 둔 야영 터를 포기하고 되돌아 나와 더 안전한 곳을 택해야 한다. 국내 산을 쉽다고만 여기는 이들이 많은데, 악천후에는 낮은 산에서도 언제든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SNS에 멋진 사진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벼랑 끝에 텐트를 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노출된 벼랑은 변덕스런 악천후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다. 저녁에는 바람이 없었다 해도 밤 사이 강풍이 몰아쳐 사람 한 명 무게는 거뜬히 절벽 아래로 밀어낼 수 있다. 가급적 벼랑에서 거리를 두고 안전한 장소에 텐트를 쳐야 한다. 또 능선에서 빈 텐트는 연이나 마찬가지다. 언제든 바람에 날려갈 수 있다. 무거운 짐을 넣거나 펙Peg으로 고정해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자유로워 보이는 백패킹도 텐트 칠 자리는 정해져 있다. 텐트의 무게에 눌려 초본류가 죽고, 땅 속에 있는 무수한 예비생명인 씨앗과 나무뿌리들이 압사한다. 땅도 숨을 쉬어야 나무뿌리가 살고, 무수한 흙 속의 씨앗들도 싹을 틔운다. 백패커들이 많이 이용한 자리에 텐트를 쳐야 한다. 그런 곳은 땅이 다져져 있다. 일부러 수풀이 우거진 곳을 다져 텐트를 치는 것은 자연에 피해를 주는 행위이므로 삼가야 한다. 기왕이면 풀이 없는 지면, 암반, 자갈 위에 치는 것이 친환경적인 야영법이다. 

장소를 정했다면 크고 작은 돌멩이를 거둬 내면서 바닥을 잘 골라야 한다. 작은 돌멩이라도 등에 닿으면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된다. 케이스에서 텐트를 꺼내어 땅에 펼친다. 

출입구를 감안해서 방향을 잡아 텐트를 펼친다. 텐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4각 귀퉁이를 펙으로 박아 고정한다. 순간적으로 바람에 텐트가 날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안정적으로 폴을 설치할 수 있다. 

그 다음에 폴을 연결한다. 기둥이 되는 큰 폴부터 설치한다. 폴을 다 연결해 끼운 후 몸체의 고리를 폴에 차례로 걸어 준다. 더블월 구조라면 바깥쪽 플라이를 덧씌워 설치한다. 비 소식이 없다고 해도 플라이를 쳐야 새벽이슬을 막을 수 있다.  

이너와 플라이 일체형인 더블월 텐트는 처음 펼칠 때가 중요하다. 뒤집히거나 엉키지 않게 제대로 펼쳐서 귀퉁이에 펙을 잘 박은 다음, 폴을 연결해야 한다. 백패킹에 적합한 알파인 텐트의 폴은 대부분 알루미늄이나 듀랄루민 같은 탄성 있는 소재를 쓴다. 그러나 무리하게 휘면 부러지고 만다. 텐트 폴을 다룰 땐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 특히 텐트의 특성을 잘 모르는 일행이 도와주는 와중에 폴이 부러지거나, 벽면이 찢어지는 사례가 잦다. 

1~2인용 텐트는 혼자 설치하더라도 불편이 없도록 나온 제품들이므로 혼자 힘으로 치는 것이 내 텐트를 아끼는 비결이다. 다만 텐트 해체 후 본체를 말아 넣을 땐 두 사람이 접으면 훨씬 빠르다.    

야영 시 숙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람이다. 바람에 텐트가 펄럭이는 소리는 여간한 사람은 잠에서 깨지 않고 못 배길 정도로 크다. 강풍이 부는 능선에 자리 잡았다면, 플라이가 땅에 밀착되도록 펙을 박고, 스트링을 최대한 팽팽하게 당겨서 설치해야 한다. 

비자립형 텐트는 스트링과 펙 고정 강도에 따라 텐트의 안정성이 결정된다. 펙을 박을 수 없는 바위 같은 곳에서 펙 역할을 할 돌이나 나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야영지를 선택할 때 비자립형을 칠 수 있는 곳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여름에는 벌레와 모기를 막을 수 있도록 텐트는 설치한 순간부터 문을 닫아 놓아야 한다. 더워도 통풍은 메시 처리된 창과 문에 맡겨야 한다. 

텐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너텐트와 플라이가 있는 더블월 구조의 텐트라면 스트링을 팽팽히 당겨서 설치할수록 공기층이 생겨 따뜻하며 결로가 적다. 결로란 텐트 안과 밖의 온도 차이에 따라 텐트 안쪽 표면에 이슬이 맺히는 현상이며, 쾌적함과 수면의 질을 좌우한다. 텐트를 정확하게 설치하고, 통풍구를 제대로 확보할수록 결로는 줄어든다. 

겨울이라도 통풍은 중요하다. 매년 텐트 안에서 자다가 가스중독이나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간간이 접한다. 텐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천장 부위에 통풍구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텐트 안에서 화기를 쓸 때는 통풍에 극도로 신경 써야 한다. 

여름엔 국지성 호우를 대비해 물 빠짐에 주의해야 한다. 백패킹용 텐트는 크기가 작아 배수로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지면의 기울기에 따라 아래쪽으로 흘러가도록 텐트 테두리를 따라 배수로를 만드는 것이 좋다. 

사실 백패킹용 텐트는 설치가 쉽고 간단한 것이 대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비싼 텐트로 폼 나게 설치하느냐가 아니라, 자연에 피해를 덜 주고, 주변 백패커도 배려하면서, 안전한 장소에 설치하느냐다.

홍희동 강사의 스노우라인 알파인2 텐트. 전실이 넓어
텐트 안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짐을 두기에 편리하다.
바닥에 풋프린트(그라운드시트)를 깔아 습기와 냉기를 한
번 더 차단했다.
홍희동 강사의 스노우라인 알파인2 텐트. 전실이 넓어 텐트 안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짐을 두기에 편리하다. 바닥에 풋프린트(그라운드시트)를 깔아 습기와 냉기를 한 번 더 차단했다.

바람 반대 방향으로 출구 잡아야


강사 홍희동

코오롱등산학교 졸업, 응급처치 전문과정 이수, 2009년 아일랜드피크(6,189m) 등정, 2012년 대통령기 등산대회 2위, 2018년 인도 스톡캉그리(6,153m) 등정.

좋은 야영지는 텐트를 설치하고 취사하기에 알맞게 땅바닥이 고르고, 전망이 멋지고, 근처에 식수원이 있으면 이상적이다. 야영지 선택의 첫 번째 원칙은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 낙석이나 산사태, 눈사태의 위험이 없고 바람과 낙뢰로부터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계곡 근처에서 야영할 경우 주변 흔적을 살펴 최대 범람 수위를 파악해 야영지를 택해야 한다. 또한 바닥이 잘 말라 있고 통풍이 잘되는 곳을 택해야 좋다.

처음 가는 곳이라면 이런 내용을 지켜야겠지만, 대부분 야영지 정보를 얻어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야영을 위해 몇 가지 지켜야 할 것을 전하고자 한다. 가능한 사용한 흔적이 있는  기존의 야영지를 이용한다. 계곡, 산길, 야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설하고 제로그램에서 나오는 에코삽을 이용해 대변을 땅에 묻고, 사용한 휴지나 물티슈는 가지고 내려가서 버려야 한다. 모닥불은 피우지 않고 자기 팀의 쓰레기는 물론 다른 사람이 남긴 것까지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텐트를 잘 치는 요령은 우선 바닥을 잘 고른다. 겨울에는 텐트의 온기로 바닥이 꺼지지 않도록 눈을 단단히 밟는다. 바닥의 습기를 막을 수 있도록 그라운드시트나 비닐 등을 깐다. 출입구는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잡는다. 보통 낮에는 산 아래에서 위로, 밤에는 반대로 바람이 부니 입구를 산 아래쪽으로 하는 게 좋다. 

텐트는 본체와 플라이를 팽팽하게 잘 당겨서 펙을 박는다. 펙을 박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변의 도구를 이용해 고정시킨다. 스틱을 활용하거나 잡주머니에 흙을 담거나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한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의 날씨와 상황을 미리 파악해 산 아래인지, 아니면 능선이나 정상에서 야영할지 정해야 한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텐트를 가져가야 한다. 자립식, 비자립식, 플라이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고려해서 준비해야 한다. 

나는 정상이나 능선에서 야영할 땐 자립식에 플라이가 없는 인테그랄디자인의 MK1텐트를 쓰고, 산 중턱에서는 자립식에 플라이가 있는 힐레베르그 우나텐트를 쓴다. 산 아래에서는 비자립식에 플라이가 있는 스노우라인의 알파인라이트를 이용하고, 미니멀캠핑 시에는 타프와 플라이가 없는 비자립식 베른 피타44텐트를 주로 쓴다.  

우리나라는 자연공원법, 산림보호법, 소방법, 자연환경 보전법 등 여러 법규에서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이런 규정과 법규를 풀고, 계속 자연 속으로 가기 위해서는 처음 왔을 때보다 더 깨끗하게 정리하고 떠나야 한다.

민미정 강사의 힐레베르그 니악 텐트.
페루 피스코(5,675m) 등반 중
만년설에서의 야영. 길이가 짧은
펙으로는 고정이 어려워 스틱을
펙 대용으로 활용했다.
민미정 강사의 힐레베르그 니악 텐트. 페루 피스코(5,675m) 등반 중 만년설에서의 야영. 길이가 짧은 펙으로는 고정이 어려워 스틱을 펙 대용으로 활용했다.

날씨 감안해 안전한 장소 선택해야

강사 민미정

네팔 EBC 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백패킹 종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안전한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안전한 장소란 붕괴나 홍수의 우려가 없는 곳이다. 절벽 아래나 계곡의 저지대는 위험할 수 있다. 산 정상은 전망이 트여 모두가 선호하는 장소이지만 번개나 강풍의 우려가 있으므로,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 적설기라면 눈사태 위험이 있는 곳은 피해야 한다. 계곡도 바람이 지나는 통로인 경우가 많아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이 들어가 있더라도 갑작스런 강풍에 통째로 날아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배수가 좋은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비가 올 염려가 없다면 평평한 마른 토사 위에 텐트를 쳐도 되지만, 우천 시에는 자갈이나 돌멩이가 많은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 울퉁불퉁한 돌밭이 불편하다고 평평한 자리를 고르면 다음날 물웅덩이에서 아침을 맞아야 한다. 장거리 트레킹이라면 물을 짊어지는 수고를 덜어 줄 수 있는 식수가 가까운 곳이 좋다.

야영지를 정했다면 텐트를 잘 쳐야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다. 일반적인 땅이라면 문제없지만, 바위나 눈 위처럼 펙을 박기 어려운 곳 혹은 강풍이 부는 곳이라면 어떻게 텐트를 고정할지 고민해야 한다. 바위 위라면 주위에 있는 작은 바위를 옮겨 스트링으로 고정한다. 설산에서 스노 펙이 없다면, 눈을 깊게 판 후 일반 펙 가운데에 스트링을 묶어 가로로 놓고 묻어 준 후 단단하게 밟거나 물을 뿌려 주면 눈이 얼면서 단단히 고정된다. 고산 강풍에도 빠질 염려가 없다.

바람이 심할 때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의 바닥을 펙으로 고정한 후, 폴을 설치해야 텐트와 씨름하거나 바람에 날려버리는 일 없이 수월하게 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텐트를 철수할 때도 바람 부는 쪽의 펙은 마지막에 수거한다.

고인 물 근처는 모기와 벌레 많아

강사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초보자는 경험자와 함께 백패킹 하기를 권한다. 산이나 오지로 백패킹을 갈 경우 혹시 모를 실수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일행과 함께하는 것이 안전하다. 요즘의 백패킹 형태는 산행이나 트레킹 중심의 야영이 아니다.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해서 야영 터의 정보를 미리 파악한 후 찾아가는 형태다. 출발할 때부터 야영 터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텐트를 설치할 때는 사진이 잘 나오도록 하는 것도 좋겠지만, 여름철에는 고인 물 근처는 피한다. 고인 물속에 각종 해충의 유충이 있어 모기를 비롯한 벌레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정상에서의 숙영 시 바람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바람골을 피하고 주변의 바위나 나무 뒤에 텐트를 친다. 대부분의 바람은 낮에는 산 아래에서 위로, 밤에는 산 위에서 아래로 이동한다.

사방이 뻥 뚫린 헬기장에서는 텐트의 가장 좁은 면을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향하게 해 바람에 맞서지 않게 하고 펙을 박고 스트링을 고정한다. 여름철 계곡의 숙영지를 택할 경우 일기예보를 꼭 확인하고, 만약 비가 오고 계곡의 범람이 우려된다면 꼭 탈출로를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할 것은 자신의 숙영 장소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려 안전한 취미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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