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ㅣ숨은벽 클린하이킹] “산에서 버려도 되는 것은 없다!”

  • 글 김강은 벽화가
  • 사진 이현준
    입력 2019.08.09 11:20

    지인들과 함께 북한산 숨은벽 쓰레기 줍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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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러 버려놓은듯 쌓여있는 조개(꼬막) 껍질더미. 어마어마한 양에, 그리고 버린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에 한숨이 나왔다.
    이제껏 클린하이킹을 SNS로 참여자를 모집했다면, 이번엔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산 친구, 언젠가 함께 산을 타보고 싶었던 분, 참여했던 분 중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했던 클린하이커, 큰 관심을 보인 지인. 내 맘대로, 내 욕심대로 말이다. 쓰레기 줍기를 할 때 사실 바위산은 좋지 않지만, 좋은 풍경과 산 타는 재미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북한산 숨은벽으로 가요”라고 제안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설레지만 그것도 클린하이킹이라니! 은근한 떨림이 가슴을 울렸다.
    산 초입에 들어섰을 뿐인데 공기는 상쾌하고 흐드러진 연분홍 진달래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산의 초록은 이맘때만 보여 주는 연둣빛으로 중무장했다. 며칠 사이 햇빛이 강렬해지면 곧 사라져버릴 것이기에, 더 소중한 여린 연둣빛. 그 색감을 담는 내 눈마저 청초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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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회 클린하이커들. 마치 맞춰 입은 듯 옷의 컬러가 어린이 모험극 캐릭터인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킨다.
    바위에 올라서니 햇빛이 따사롭다. 문득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지만, 이제 곧 산에서 놀기 좋은 날이 올 것 같다.
    “조금 더 따스해지면 낮잠자기 딱이겠네요.”
    “맞아요. 벌써 피크닉 온 것 같아요!”
    캠페인을 진행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사람들이 모이면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 아무리 자유로운 모임이라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칙이 필요하다. 몇 차례의 캠페인을 거치며 만들어진 규칙은 ‘개인 수통이나 텀블러 사용하기’, ‘도시락 쌀 때 일회용품 자제하기’ 등 클린산행을 위한 규칙들이다.
    최근에 새롭게 추가된  조금 특별한 항목이 있는데 그것은 ’서로 나이 묻지 않기’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마치 통과의례처럼 나이와 직업을 묻는 관습. 나이로 정리되는 서열, 직업으로 생기는 편견들. 그런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산 속에서 우리는 그저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한 명의 사람일 뿐, 아무 것도 다르지 않다.
    등산 예절은 쓰레기 버리지 않는 데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산을 사랑하고 즐기고픈 마음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존중해 주는 것. 서로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한 배려가 성숙된 산행 문화로 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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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듯 보이는 유리병. 산에서 발견되는 쓰레기 중에는 유리병과 유리 조각이 많다.
    산을 이롭게 하는 가치 있는 욕심
    젊은 부부, 아버지와 아들, 커플 혹은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여덟 번째 클린하이커들은 조용히 쓰레기를 줍고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며 숨은벽 능선에 올랐다. 잠깐 머무르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웅장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숨은벽! 쾌청한 날씨 덕분에 산은 더 생생한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우리 얼굴에도 활짝 꽃이 폈다.
     
    즐거운 기분으로 하산하던 중 불편한 현장을 목격했다. 그것은 등산로를 벗어난 길 한켠에 쌓여 있는 조개껍질더미. 아마 단체 등산객이 와서 식사 후 남은 쓰레기를 고의로 묻었거나, 조개껍데기는 버려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과일 껍질, 나무젓가락, 음식물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같은 이유로 버려져 산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지만, 아주 오랜 시간 썩지 않거나 토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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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인1조가 되어 쓰레기를 수거하면 한결 수월하다.
    이런 인간의 흔적들이 산에 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이 결국 환경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우리 인간에게로 돌아온다. 기억하자. 산에서 버려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숨은벽능선 코스는 클린하이킹으로 가기에 생각보다 힘들었다. 게다가 인원이 11명이나 되다 보니 중간에 몇 번 길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거친 바위가 나타날 때마다 ‘어쩌면 이건 나의 지나친 욕심 때문인가’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하지만 산행을 마칠 때엔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가득 담고, 마음속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득 채울 수 있었다. 또한 클린하이커들의 표정은 한결 말랑말랑해졌다. 이따금씩 웃음소리가 가득 퍼졌다. 그 얼굴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욕심이라면, 꽤 가치 있는 욕심이 아닐까. 이런 가치 있는 욕심이라면, 언제든지 부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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