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산행기] 산에서 욕심과 고집은 금물입니다

  • 글 사진 조용원 서울시 강북구 한천로
    입력 2019.08.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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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함께 오른 관악산 중턱 전망바위.
    4년 전부터 아내와 함께 주말마다 산에 다니고 있는 나의 목표는 원대하게도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산의 정상에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통 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도 아니면서 해만 떨어지면 술통에 빠져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내가 하루라도 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시작한 등산이 어느새 4년째 접어들었다.
    지난 주말에는 30년 지기 친구 부부와 함께 관악산에 가게 되었다. 친구는 예전에 관악산을 날아다녔다며 자칭 ‘관악산 날다람쥐’라 했지만 썩 믿음이 가진 않았다. 친구 부부는 결혼하고 부부가 함께 산에 가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들떠 있었고, 하산 후 막걸리에 파전을 먹을 생각으로 기분 좋게 산행을 시작했다. 
    우리 부부의 평소 산행 스타일은 자잘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직관을 믿는 편이라 그날도 서울대 정문 옆으로 해서 표지판을 보며 여유 있게 걷기 시작했다. 친구와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이야기 나누며 걷는 재미에 빠져 정신없이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오르는 도중 자꾸만 정상인 연주대가 아니라 삼성산 방향이라는 안내판이 나왔다. 아내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자고 했지만 나는 “이쪽이 연주대야”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는 짐짓 아내에게 ‘인간 네비게이션’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그동안 등산하면서 길을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내가 다른 등산객에게 길을 물은 뒤에야 비로소 되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황한 나는 지쳐 보이는 친구 부부의 표정을 보니 이 상황이 어이없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119까지 출동하게 만든 친구의
    관악산은 역시 ‘악’ 소리 나는 산이었다. 울퉁불퉁한 바위에 쇠줄, 너덜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꼭 극기훈련을 하는 것 같았다. 산 중턱쯤에서 싸갖고 간 주먹밥과 과일을 나눠 먹고 다시 산에 올랐다. 약간 우여곡절은 있었어도 여기까지는 아주 이상적인, 완벽한 등산이었다.
    그런데 친구 부부가 자꾸 뒤처지기 시작했다. 8부 능선쯤에서 친구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알고 보니 친구는 종아리에 쥐가 났는데 우리에게 말하면 신경 쓸까봐 그냥 참으면서 올라온 상태였다.
    능선에 도착해서 쥐가 허벅지까지 올라와 고통에 일그러진 친구 얼굴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마사지를 해서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걸으려고 하면 쥐가 오기를 여러 번. 친구는 자기 다리를 붙잡고 “주님, 다리에 쥐를 잡아 주시고 오늘 산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작은 소리로 기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대원을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구급대원을 보는 순간 그분들이 진짜 슈퍼맨처럼 보였다. 반가움도 잠깐, 다리나 팔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쥐가 난 건데 구급대원이 여섯 분이나 오셔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제일 덩치가 큰 구조대원이 친구를 업고 케이블카까지 가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가 있던 곳에서 케이블카까지 멀지 않았지만, 친구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렇게 친구 부부를 태운 케이블카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나와 아내는 하산을 시작했다. 
    한참 내려가고 있을 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는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며 산행을 망쳐 미안하다고 했다. 산행 초반에 길을 잘 못 들어 헤맨 탓에 쥐가 난 것 같은데, 친구는 오히려 자기 때문에 막걸리에 파전도 못 먹고 즐거운 산행을 망쳤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응급실에서 근육이완제로 쥐를 잡은 친구가 집에 가서 보니 하도 마사지를 해서 다리에 멍이 들었다고 했다. 나와 친구의 욕심과 고집이 만든 참사로 우리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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