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역사 ‘청소년오지탐사대’ 올해 중단됐다

입력 2019.08.08 11:34 | 수정 2019.08.08 16:39

세계 30여국 80여 곳에 1,000여명 청소년 다녀와… 오지탐사‧문화교류‧봉사 선봉대 역할
아웃도어 ‘콜핑’ 지난 3월 후원 중단 통보… 콜핑, “대산련 정상화가 후원 재개 전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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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키르기스스탄 알라아르차 탐사대가 우치텔(4,540m) 정상에 올라 대원들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펼쳐보였다. 사진 2017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제공.
한국청소년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회를 통해서 도전의식과 호연지기를 키워 온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이하 오지탐사대)’가 20년 가까운 역사의 맥이 올해 사실상 끊어졌다. 지난 2017년부터 공식 후원을 맡아온 콜핑이 지난 3월 후원을 중지한다고 통보한 후 대한산악연맹(이하 대산련)은 아직까지 대체 후원사를 찾지 못해 오지탐사대 발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산련은 몇몇 후원업체를 물색했으나 “아웃도어경기침체와 경기부진으로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콜핑 관계자도 “대산련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산련이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되기 전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후원 중단을 통보했으면 후속 업체 물색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텐데 이제 와서 후원을 중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호연지기와 도전의식을 키워주는 오지탐사대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고, 다른 속셈이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지탐사대는 지난 2001년 대산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면서 처음 시행된 청소년 탐사 프로그램이다. 첫 시행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탐사대를 결성해 2018년까지 총 18회 동안 전 세계 30여 개국 80여 곳의 산악오지에 1,000여명의 청소년들을 파견해 왔다. 탐사대는 단순 지형 탐사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문화교류, 봉사활동 등도 진행해 국제우호협력 증진 및 청소년들의 글로벌 리더십 함양에도 일조했다. 탐사 후에는 해당지역에 대한 인문, 지리, 문화 등을 망라한 종합 보고서를 발간했다. 
2004년부터는 코오롱스포츠가 오지탐사대의 공식 후원을 맡으면서 매년 안정적으로 행사가 개최됐다. 100만 원이던 참가비도 30~50만원으로 줄어들어 더욱 많은 청소년들이 기회를 얻어 참가했다. 2016년 코오롱스포츠가 경영 악화로 인해 더 이상 후원이 어려워지자 2017년부터 콜핑이 공식 후원을 맡아 작년까지 오지탐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콜핑도 올해 3월 돌연 후원 중단을 통보해 오지탐사대가 사상 첫 중단될 상황이다. 
오지탐사대는 대개 연초 탐사 대상지를 확정하고 4월에 대원 모집을 시작, 5~6월 동안 훈련 및 선별을 마친 뒤 대학생들의 방학기간인 7~8월에 탐사를 진행한다. 결국 지금 대산련이 후원사를 섭외한다고 해도 연내 오지탐사대가 진행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학생들이 주축이라 방학 때 탐사를 떠나는 관계로 시간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콜핑의 이번 후원 중지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후원 중단을 선언한 시기가 애초 오지탐사대를 진행할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한 오지탐사대 OB는 “당장 4월에 모집을 시작해야 하는데 3월에 갑자기 후원을 중단한 배경이 이를 설명하고도 남는다”며 “취업한 OB들이 본인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후원이 가능한지 알아봤지만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단 시간에 선뜻 후원할 기업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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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한산악연맹 창립 50주년 행사 때 가운데 이인정 회장 양 옆으로 박만영 회장(왼쪽)과 김종길 회장(오른쪽)이 서서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 대한산악연맹.
콜핑측 고위 관계자는 후원 중단 결정에 대해 “일단 돈 문제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예산을 잡아놓고 장비부터 탐사대가 사용할 드론까지 신규로 구매한 상황이었으나 대산련 상황이 좋지 않아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 김종길 전 회장이 불신임된 이후 대산련이 장기간 본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오지탐사대를 담당할 청소년분과위원장도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대산련이 어수선하다보니 예전 같으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격려차 참석했던 발대식도 점차 한산해졌다. 회사 내부에서 이런 상황에 오지탐사대를 계속 후원할 이유가 있냐는 의견이 제기돼 결국 중단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최근 오지탐사대 발대식 참가 면면을 보면 2016년에는 이인정 대한산악협회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해 축사했으며, 2017년에는 원로산악인과 산악단체 임원을 아울러 200여명이 참석했다. 콜핑 관계자는 “대산련이 한창 내홍에 휩싸여있던 2018년에는 김종길 회장만 참석하고 그 외 산악단체 임원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며 “아웃도어업계가 불황인 상황에서도 대승적으로 후원을 맡은 업체 입장에서는 산악계조차 관심을 주지 않으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후원 중단 시기의 졸속성에 대해 “최종 결정만 3월에 했지 후원 중단에 대한 논의는 (대산련과) 계속해 왔다”며 “대산련이 정상화되면 바로 내년에라도 다시 오지탐사대 후원을 재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콜핑으로 인해 20년 가까이 연례행사로 산악계와 한국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에게 도전과 호연지기를 키워주며 진행해온 오지탐사대가 중단됐기 때문에 콜핑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한편 산악계 일부 인사들은 콜핑의 이번 후원 중단 조치를 두고 김종길 전 회장과 콜핑 박만영 회장의 유착 관계에서 비롯된 다분히 정치적인 몽니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대산련의 행정 마비가 콜핑 후원 중단의 이유라면 2018년 8월 29일 김종길 전 회장의 불신임이 가결된 이후 즉각 후원을 중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랬다면 대산련이 다른 후원 업체를 찾을 충분한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반면 지금에서야 콜핑이 후원을 중단한 건 김 전 회장을 불신임시킨 대산련 대의원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대산련의 주요 큰 행사를 의도적으로 취소시키면서 표출시킨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정황증거로 김 전 회장과 박 회장이 각각 대구산악연맹과 울산산악연맹 회장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는 경상도 출신 산악인이란 공통점을 제시했다. 또 김 전 회장이 2016년 7월 대산련 회장직에 당선된 직후인 2017년부터 콜핑이 오지탐사대 후원을 시작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당시 콜핑 박만영 회장은 오지탐사대 후원을 시작한 해에 훌륭한 등반 업적을 이룬 산악인들에게 수여하던 대한민국 산악대상을 수상해, 주변 산악인들로부터 대가성이 농후한 수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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