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9월의 명산ㅣ화악산] 김수증이 은둔한 '곡운구곡'

월간산
  • 입력 2019.09.02 10: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시습도 머물러… 암벽과 계곡이 절경

화악산華嶽山(1,468.3m)은 경기 오악 중 으뜸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높고, 남한에서는 12번째로 높다. 경기오악은 화악산을 필두로 운악산·송악산·관악산·감악산을 말한다. 전부 ‘악嶽’자가 붙은 암벽산이다. 언제부터 경기오악으로 불리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조선시대 문헌까지 경기오악은 나오지 않는다. 근대 들어 누군가 명명했을 듯하다.  

화악산은 김시습과 김수증의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악산은 곡운구곡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구곡 중 유이하게 괴산 화양구곡과 함께 ‘실경實景’이 남아 있다. 곡운谷雲이 바로 조선 노론의 핵심세력이자 최고 명문가인 김수증의 호. 영의정을 지낸 그의 형 김수항, 동생 김수흥과는 달리 화악산에 은거하며 곡운을 명명하고 유유자적하게 살았다. 정승을 지낸 그의 조카 김창협이 쓴 <농암집>에 ‘화악산 북쪽 깊숙한 곳이 있으니 바로 곡운으로 옛날 청한자 김시습이 살던 곳이다. (후략)’라고 나온다. 와룡담·명옥뢰·백운담·벽의만·신녀협·청옥담·망단기·설벽와(영귀연)·방화계가 구곡을 이루는 절경이다. 한반도 어느 산 못지않은 경승을 자랑한다.  

험준하고 우뚝 솟은 산세와 더불어 사방으로 뻗은 능선과 골짜기는 웅장하기까지 하다. 정상인 신선봉과 서쪽의 중봉(1,450m), 동쪽의 응봉(1,436m)을 합쳐 삼형제봉이라 부른다. 그 삼형제봉의 중심이 또한 한반도 정중앙에 해당된다. 경남 울산에서 북한 삭주, 전남 여수에서 북한 중강진을 잇는 국토자오선(동경 127도 30분)과, 제주도 한라산에서 백두산으로 선을 그은 다음, 위도 38도선을 교차시키면 4개 선이 만나는 교차지점이 바로 화악산이다. 그래서 옛 풍수 전문가들은 화악산을 태극의 가운데로 해석하기도 했다. 

옛 문헌에는 백운산, 백작산 등으로도 소개한다. 추측컨대, 높은 암벽이 하늘을 찌를 듯 흰 구름과 어울린 모습을 가리켜 백운산 내지는 백작산이라 부른 듯하고, 화악산은 우뚝 솟은 바위가 마치 꽃과 같이 화려한 형세를 띠어 부른 것으로 보인다. 늦여름 계곡 깊고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화악산을 찾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산의 역사나 유래, 옛 문헌에 나오는 화악산에 대한 내용은 바로 뒤에 나오는 ‘옛 문헌 속의 화악산’에 자세히 소개한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