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Special] 9월에 갈만한 산

  • 글 박정원 편집장
  • 사진 C영상미디어
    입력 2019.09.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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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산 만물상.
    두 개의 계절을 겪는 시기다. 밤에는 제법 싸늘하지만, 낮에는 맹렬했던 더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말복도 지나고, 처서도 지나고, 이제 곧 찬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와 추석이 턱밑까지 다가왔다. 
    9월은 시기적으로 조금 애매하다. 억새가 우거져 바람에 흩날리는 장관을 보기엔 이르고, 계곡을 찾아 폭포가 쏟아지는 모습을 보기엔 늦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가을하늘, 즉 천고마비의 계절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조망 좋고 싱싱한 억새를 볼 수 있는 그런 산을 꼽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산들은 언제 찾아도 좋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찾아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월간<山>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준으로 9월에 갈 만한 산으로 화악산(앞부분 9월의 명산에 소개), 가야산, 속리산, 명성산, 천황산을 선정했다. 생태경관이 좋을 뿐 아니라 조망도 확 트여 드높은 가을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산들이다. 억새경관은 덤으로 주어진다. 이 산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월간<山> 홈페이지san.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가야산
    가야 건국설화 간직선비들 9월에 찾은 기록 많아
    가야산伽耶山(1,430m)은 한국 최고의 홍류동계곡과 무릉동으로 유명하다. 단풍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뿐만 아니라 만물상 풍경은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린다. 천지가 창조한 기기묘묘한 암벽들은 모두 다 하나의 형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1,000여 년 전 신라가 낳은 최고의 천재 최치원이 신선이 되기 위해 입산했을 정도의 심산유곡을 자랑했다. 가야산 학소대는 최치원이 남긴 마지막 자취로 전한다. 최치원뿐 아니라 율곡 이이, 김종직, 한강 정구, 성해응 등 내로라는 선비들이 가야산을 유람했고, 그 기록을 남겼다. 
    정구는 1579년 9월 11일부터 24일까지 14일 동안 가야산을 누비며 <유가야산록>을 남겼다. 율곡도 <유가야산부>에서 홍류동 경관을 극찬했다. ‘기이한 바위가 주위에 벌려 있고, 푸른 절벽이 사면으로 둘러싸여, 돌에는 붉은 전자篆字가 새겨 있고 물결에는 은은히 천둥소리가 일어나는데, 이곳이 이른바 홍류동紅流洞이다.’ 
    <여지승람> 권30에 ‘가야산의 모양새는 천하에 으뜸이요, 지덕이 또한 비길 데 없다古記云伽倻山形絶於天下之德雙於海東’고 전한다. 이러한 유적과 발자취로 인해 가야산은 예부터 한반도 12대 명산 또는 조선 8경에 속했다. 이 가을에 꼭 가볼 만한 산이다. 
    2. 속리산
    아홉 봉우리 있어 구봉산이라고도삼파수 발원지 
    속리산俗離山(1,058.4m)은 신라의 중사 기타의 산이다. 
    <정감록> 감결편에 ‘보은 속리산 증항 근처는 난리를 만나 몸을 숨기면 하나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기록이 전한다. 그런데 속리산은 이름 그대로 조용히 세속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찾는 곳인 듯하다. 최치원은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세상을 멀리하지 않는데 세상이 산을 멀리하는구나道不遠人 人遠道 山非離俗 俗離山’라 읊었다고 전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권16 보은현 산천조에 나오는 기록이다. 
    ‘속리산은 봉우리 아홉이 뾰족하게 일어섰기 때문에 구봉산이라고도 한다. 신라 때는 속리악이라고 일컫고 중사에 올렸다. 산마루에 문장대가 있는데, 그 넓이는 사람 3,000명이 앉을 만하고, 대臺 위에 구덩이가 가마솥만 한 것이 있어, 그 속에서 물이 흘러나와 가물어도 줄지 않고 비가 와도 더 불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세 줄기로 나눠서 반공半空으로 쏟아져 내리는데, 한 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이 되고, 한 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금강이 되고, 또 한 줄기는 서쪽으로 흐르다가 북으로 가서 달천(남한강 지류)이 되어 금천으로 들어간다. (후략)’ 
    3. 명성산
    궁예 관련 전설 많고 가을 억새로 유명
    포천 명성산鳴聲山(921.98m)은 가을 정취가 뛰어난 곳이다. 매년 10월이면 ‘산정호수 억새꽃 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억새밭은 주능선 동쪽 완만한 사면에 형성돼 있다.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로 나무들이 모두 불타 억새밭으로 변했다. 
    명성산이란 지명은 왕건과 궁예와 관련 있다. 왕건에 쫓겨 피신한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고 해서 ‘울음산’이라고 전한다. 또 주인을 잃은 신하와 말이 산이 울릴 정도였다고 해서 명명됐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궁예와 관련된 전설이 전한다. 
    명성산은 풍수적으로는 소가 누워 있는 형태인 와우형으로 산세가 후덕하고 유순하다. 두 개의 쇠뿔처럼 솟은 뾰족한 암봉을 이룬 정상부는 소의 머리로, 정수리에서 남쪽으로 길게 늘어진 주능선은 소의 등허리로 본다. 남북으로 뻗은 주능선을 기점으로 동쪽 사면의 산세는 부드러운 반면, 서쪽은 가파르고 험한 편이다. 
    4. 천황산
    가을 억새 대표 산행지사자평 습지는 국내 최대 규모
    천황산天皇山(1.189m)은 가을 억새풍광으로 유명한 영남알프스의 대표 명산이다. 천황산 주봉 사자봉과 재약산 주봉 수미봉 사이의 너른 안부와 재약산 남쪽 사자평 일원은 여름이면 생동감 넘치는 초원에서 가을이면 화려한 억새로 탈바꿈한다. 
    억새 못지않게 사자평 습지도 유명하다. 사자평습지는 면적 58만㎡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산지습지로 2018년 1월 환경부로부터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다. 밀양시는 이 일대와 천연기념물 얼음골 지역을 연계해 사업비 190억 원을 들여 지역관광허브기능을 맡을 영남알프스 생태관광센터를 2021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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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황산 사자평.
    천황산은 산 안으로 목장이 들어설 만큼 부드러운 지형을 이루면서도 바깥쪽은 범접하기 어려운 깎아지른 형세를 보여 준다. 신라 고찰 표충사 일원은 재약 8봉이라 일컫는 기암괴봉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그 주변도 험준한 산세를 이룬다. 
    표충사 기점으로 억새가 하늘거리는 사자평을 지나 등산하면 지그재그로 완만한 길의 연속이라 체력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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