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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한국의 캠핑명당을 찾아서 <8>ㅣ방태산자연휴양림 캠핑장] 여름이 잘 익어 9월에 더 빛나는 캠핑장

월간산
  • 입력 2019.09.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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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동약수에서 가을 맛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출발~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방태산자연휴양림 캠핑장의 평화로운 모습.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방태산자연휴양림 캠핑장의 평화로운 모습.

입추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아직 덥다. 좀 덜 습할 뿐. 폭염 경보 문자 메시지는 올해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방동약수에 도착해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니 파란 하늘과 더 짙어진 푸름이 그냥 덥고 습했던 지난주와 확연히 다르다. 여름이 익어 가을이 되었다. 

“벌컥 벌컥 벌컥. 하아~” 

방동약수의 맛은 변함이 없지만 그 느낌이 다르다. 뭔가 청량함보다는 오히려 따뜻함이 느껴진다. 편의점에서 파는 탄산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 그리고 그 맛에 가을의 느낌이 담겨 있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계절이 다가왔다. 하늘도 한치의 흐릿함 없이 눈부시게 파랗다. 달밤을 즐길 수 있는 계절. 9월의 밤은 그래서 캠핑하기 좋다. 

책을 읽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호젓한
캠핑장이다.
책을 읽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호젓한 캠핑장이다.

낮에는 숲이, 밤에는 달이 멋진 곳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우리 곁에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얼마 전 개통한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 덕분이다.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단축되니 그만큼 오기 수월해졌다. 방태산자연휴양림 캠핑장은 휴양림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한낮에도 해를 구경하기 힘든 곳에 있다. 깊은 숲속 아름드리나무 아래 27개의 데크 자리가 있고, 그 바로 옆에 눈부시고 차가운 계곡물이 흐른다. 

데크와 데크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보이지만, 절대 옆 자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계곡물 소리 때문이다. ‘시원한 산바람과 청량한 계곡물’ 이 이곳을 대표하는 표현이다. 어느 나무에나 헤먹을 걸어도 될 만큼 나무들도 완벽하다. 이런 이유로 낮에는 해가 따가운 도시와 기온이 10℃ 이상 차이가 날 것 같다. 101번 데크부터 118번 데크까지는 계곡 바로 옆에 있어서 그 온도 차는 더 클 것이다. 

계곡 물소리가 시끄러워 대화가 안 된다면 119번부터 127번 데크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잔잔한 산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자리다. 아늑하고 포근함 그 차체. 낮에는 가만히 있어도 잠이 솔솔 오는 자리다. 화장실과 개수대가 좀 먼 게 흠이라지만, 오히려 냄새도 안 나고 북적이지 않아 좋다. 화장실과 샤워장도 완벽하다. 정말 하루 저녁만 머물기 아까운 캠핑장이 방태산자연휴양림 캠핑장이다. 낮에도 해를 보기 힘들지만, 밤에는 휘영청 밝은 달이 나뭇잎 사이로 멋지게 드러난다. 

이제 밤에 가스등을 밝혀도 나방이 몰려들지 않는다. 반바지를 입었다면 달이 멋진 밤에는 무릎 담요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여름이 익어 가을이 되었다는 말처럼 밤하늘의 달도 익어 그 모습이 너무 멋지다. 한 편의 영화 속 주인공같이 빛난다. 여름에 인기 많은 곳이지만, 여름보다 더 숙성된 지금 찾아가는 방태산자연휴양림은 9월의 캠핑명당이 확실하다.  

캠핑장 바로 옆에 차가운 계곡물이 흐른다.
캠핑장 바로 옆에 차가운 계곡물이 흐른다.

휴양림 안에서 놀기 

낮에는 따가운 햇살 피해 계곡물 옆으로 

한자로 휴식을 뜻하는 ‘휴休’ 라는 글자는 나무 옆에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은 그 옆에 물 수水를 하나 더 붙여야 할 것 같다. 휴양림 어디를 가도 그늘과 계곡이 있다. 아니, 그늘이 가득한 계곡가에 캠핑장을 만들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바지를 걷어붙이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따가운 햇빛도 한낮의 더위도 잊게 한다. 1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덥고 짜증나는 여름에 이곳이 인기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만, 9월 한낮에도 이곳은 인기다. 계곡 옆 데크에 있는 것만으로도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까지 온 보람은 아마도 피부가 먼저 느낄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데크 위에서 편하게 독서하기를 권한다. 책장 넘기는 소리가 여름과 달리 더 운치를 줄 것이라 생각된다.

휴양림에서 가까운 방동약수는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다.
휴양림에서 가까운 방동약수는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다.

휴양림 밖에서 놀기 

방동약수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캠핑하면서 방동약수를 가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큰 물통이 있다면 방동약수를 길어 밥을 지어 먹어 보자. 밥맛이 일품이다. 물맛도 좋지만 약수터를 찾아 가는 길도 낭만이 넘쳐흐른다. 약수 맛을 보기엔 이른 아침이 좋다. 하루가 훨씬 상쾌해질 것 같다. 휴양림에서 차로 가면 10분도 안 걸리지만, 걸어서 찾아가길 권한다. 가는 길이 시골길인데 너무 정겹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걷다가 탄산약수 한 바가지 마시는 일. 세상 이런 즐거움이 또 없을 것 같다. 

해먹을 걸기 좋은 나무들이 캠프사이트 주변에 많다.
해먹을 걸기 좋은 나무들이 캠프사이트 주변에 많다.

아침가리계곡길 걷기 

휴양림 안에서 걷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아침가리계곡길이 바로 옆에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 아침가리계곡을 본격적으로 맛보려면 홈페이지(www.komount.kr)에서 예약해야 한다. 하지만 맛보기로 가려면 그냥 가도 된다. 이렇게 깊은 숲길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길을 걸을 때마다 다른 새 소리도 들리고 나무를 스치는 바람의 소리도 예사롭지 않다. 전 코스 예약 탐방 운영기간은 매년 5월 16일~10월 31일이다. 봄가을 산불조심 기간에는 탐방이 중단된다. 탐방일로부터 3일 전까지 예약 가능하며, 1일 100명에 한해 가능하다. 출발시간은 오전 9~10시다. 

문의 백두대간트레일 안내센터 033-461-4453.

Etiquette

1 휴양림 가는 길에 마을이 있다. 서행하며 주의 깊게 운전해야 한다. 

2 휴양림 앞마을에 마트나 슈퍼가 없다. 차로 10분 거리인 기린면 소재지에 있다. 

3 휴양림 입구에서 캠핑장까지 가는 길이 좁다. 커브길이니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4 숲속 캠핑장이고 바람이 불면 불씨가 날릴 수 있으니 숯불이나 장작은 금물.
5 데크와 데크 사이가 좁아 아이들이 걸려 넘어 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LA 갈비찜
LA 갈비찜

LA갈비찜

LA갈비는 누구나 좋아하는 소고기 요리다. 여러 가지 양념을 해서 먹기도 하지만 인제 한우라면 별다른 양념이 필요 없다. 그 육향과 육즙의 풍미를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얇게 썰어 요리를 하지만,  식감을 즐기기 위해서는 도톰하게 자른 LA갈비가 제격이다. 먹기도 편하고 요리하기도 편한 LA갈비를 숲속 밥상 위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들 것이다. 인제시장에 지천으로 쌓여 있는 제철 채소를 곁들여 영양의 균형을 맞추면 금상첨화다. 

호박양념구이.
호박양념구이.

초가을 조선호박 양념구이  

인제 마트에는 여름을 작별하는 채소들이 가득하다. 가지도 엄청 크고 호박도 엄청 저렴하다. 봄이라면 애호박이겠지만, 늦여름엔 ‘조선호박’ 이 제철이란다. 한 개에 1,000원도 안 한다. 캠핑장에 사가지고 와서 얇게 썰어 돼지기름에 확~ 볶아 보았다. 양념장으로 간장 한 술에 마늘과 고추 약간 그리고 얇게 저민 파를 넣었다. 이 호박도 여름이 푹 익어 맛을 더 내는지 달큰짭짤한 초가을 호박 맛이 일품이다. 

tip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꼭 지켜야 할 친환경캠핑 방법

방태산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정말 깊은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있지만, 소금기 있는 음식물 쓰레기는 숲을 죽이고, 단맛이 강한 과일 껍질이나 마시다 남은 음료수는 개미 같은 벌레를 부른다. 남은 음식재료는 반드시 차 트렁크 안에 보관하고, 모든 쓰레기는 밀봉해 집으로 가져가서 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뼈나 건더기가 없는 음식물은 화장실 변기에 버리는 게 좋다. 절대 어떤 것도 이곳에 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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