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범 기자의 백패킹스쿨ㅣ 법적한계와 대안] 이 땅의 백패킹은 모두 불법인가?

  • 글 신준범 기자
  • 사진 C영상미디어, 셔터스톡, 민미정
    입력 2019.09.10 10:16

    취사 없는 야영 가능하지만 취사 행위 만연, 고급한 관리방법 필요해

    백패커는 죄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백패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산에 백패킹을 갈 때면 등산객의 눈치를 보고, 가급적 그들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한다. 한국에서 백패킹은 산림보호법, 자연환경공원법, 자연공원법, 하천법 등에 막혀 있어 백패킹 행위 자체가 불법의 틀에 갇혀 있다.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에서는 야영과 화기를 사용하는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즉 지리산·설악산부터 청계산·관악산 같은 도시자연공원에 이르기까지 공원 구역은 산에서 잠을 자거나 버너 같은 화기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국립공원 대피소 취사장이나 야영장처럼 지정된 곳에서만 화기를 사용한취사 가능하다. 덧붙여 하천법에 포함된 하천에서는 야영과 취사가 모두 금지되어 있다. 
    공원이 아닌 산에서는 산림보호법에 의해 취사만 금지되어 있다. 화기 사용은 금지되어 있으나 야영 자체는 불법이 아니므로 산림 소유주가 금지한 것이 아니라면, 도시락을 먹으며 텐트 치고 잠을 자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금단의 열매가 더 달콤한 법. 경치 좋은 공원구역의 산에서 몰래 텐트 치고 화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의외로 10년 넘게 산을 다닌 등산 베테랑 중에 이런 불법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몰려다니며 비법정 코스를 가거나 공원 내에서 취사·야영을 하는 것에 거리낌 없고, 심지어 당일 산행하며 법규를 준수하는 등산인들보다 기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우월하다고 자만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개척산행으로 없던 산길을 만들어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나트륨 가득한 국물을 함부로 버리거나 과일 껍질을 버리는 등, ‘휴지만 버리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1980년대에나 통용되던 뒤떨어진 자연의식을 가진 이들도 많다. 
    초보자 중에는 무엇을 잘 못하고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시끄럽고 너무 많은 장비에 질려 오토캠핑에서 백패킹에 입문했으나 자연을 존중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이들, SNS의 멋진 백패킹 사진이나 영상에 끌려 백패킹을 시작했으나 자연 환경에 관심 자체가 없는 이들도 많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자연을 존중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백패킹 방법, 자기 몸을 지키는 기초 등산법을 배운 적이 없다. 
    백패킹을 음지의 취미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자연 존중 의식을 갖도록 합법적이고 올바른 백패킹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한국적인 LNT, 즉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를 백패커들은 가슴에 담고 있어야 한다(LNT 내용은 2018년 9월호 백패킹스쿨 ‘백패킹 매너’ 편 참조).   
    <월든>의 저자이자 생태주의자들의 아버지로 꼽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2년 동안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고드의 월든호수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살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생태적 삶의 모범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국토의 상당수가 산지인 나라에서, 최대 다수의 여가 생활인 등산마저 갖가지 이유로 제약 당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관리방식이 너무 권위적이고 기계적이다. ‘김밥 챙겨서 당일 산행만 하라’는 식으로는 이 땅에서 소로가 나오기 힘들다. 
    당일 산행에서 볼 수 없는, 깊은 자연 속에서 원시적인 밤과 아침을 체험할 수 있는 고급한 관리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백패커들의 의식과 문화도 개선되어야 한다. 개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이 져야 한다. 우리는 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자연의 가치와 감동을 체험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법을 익혀야 한다.
    법적 문제는 결론 낼 수 없어, 스스로 자연 지켜야
    강사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지금까지 월간<산> 백패킹스쿨에 글을 기고하면서 가장 흥미롭지 않고, 하고 싶지 않은 주제가 바로 ‘백패킹의 법적 한계와 대안’이다. 백패킹을 취미로 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러 번 얘기 나누고 생각해 봤을 그런 문제다. 
    몇 해 전에도 EBS 방송을 통해 몇몇 지인들과 같은 주제로 토론을 나눈 적도 있었다. 내 생각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고 본다.
    규정 속도 100㎞의 고속도로에서 이를 정확하게 지키며 운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단속카메라가 있거나 앞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추는 경우는 있어도, 일관되게 규정 속도를 지키며 운전하지는 않는다. 
    사고를 내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당히 규정 속도를 오르내리며 탄력적으로 운전한다. 보통의 운전자들은 자신의 운전 습관대로 안전 운전을 하며, 법적인 규정 속도가 낮다고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규정 속도 이상 달리면서도 안전 운전하는 것처럼, 백패킹 하는 이들도 자연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백패커들 스스로 자연을 존중하고 등산객이나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국민청원 통해 지정 장소에서 야영 가능토록 해야

    강사 홍희동
    코오롱등산학교 졸업, 응급처치 전문과정 이수, 2009년 아일랜드피크(6,189m) 등정, 2012년 대통령기 등산대회 2위, 2018년 인도 스톡캉그리(6,153m) 등정.
    우리나라는 자연공원법(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산림보호법, 소방법, 자연환경 보전법 등 여러 법규에서 취사와 야영을 금지하고 있다. 
    예전의 나는 보통의 백패커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산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야영이 허락된 곳에서 하고, 다음날 당일 산행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최대한 법을 지키는 산행을 하고 있다. 
    백패킹 패턴이 바뀐 계기는 오랜만에 찾은 야영 터가 변한 것을 보고 충격 받았기 때문이다. 각종 쓰레기와 넘쳐나는 백패커들로 망가져 있었다. 나부터 지키자는 생각에 변하게 되었다. 가급적 백패킹은 야영과 취사가 자유로운 외국에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야영과 관련된 여러 법이 있지만 자연공원법 정도만 적용을 받고, 대부분의 법은 실효성이 없는 듯하다. 그래도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 최대한 지켜야 한다. 다만 민원이나 국민청원을 통해 외국처럼 야영이 지정된 장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지금보다는 자유롭게 백패킹을 할 수 있게 우리 스스로 변화시켜야 한다. 
    백패커들은 해가 지고 등산객이 없을 때 텐트를 치고, 아침에 등산객이 오기 전 주변을 정리해 야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가져 온 것은 그대로 가져가고 음식물도 땅에 묻지 말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발전하는 백패킹 문화에 맞춰 규제 위주 정책 바뀌어야
    강사 민미정
    네팔 EBC 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백패킹 종주.
    백패킹은 캠핑과 다르다.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니라 자연을 느끼고 즐기는 것에 중점을 둔다. 우리나라의 자연공원에서는 지정된 캠핑장 이외에 산 위에서의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그외의 사유지에서도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법으로 금지한 이유는 야영지를 구축하면서 자연을 훼손하고, 취사로 인해 화재 위험이 있고, 쓰레기나 오물, 배변 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백패킹을 시작한 10년 전만 해도 백패킹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을 종주하다가 해가 저물면 김장비닐 안에 들어가 잠을 자거나, 귀한 텐트가 있는 사람은 텐트를 치고 럭셔리(?)하게 야영하는 것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3~4년 사이 백패킹 인구가 급증하면서 인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백패킹 문화나 시스템은 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립공원에 산장이 있지만, 주말과 성수기는 예약하기가 무척 어렵다. 산이 가장 아름다울 때 자연을 만끽하며 산 위에서 낭만적인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대피소 예약을 위해 초시계를 준비해 놓고 광속으로 클릭을 해야만 한다.
    그외의 장소에서는 백패킹을 하더라도 등산객들의 눈총을 받아야 한다. 산불이나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면 1순위로 지목되는 것이 백패커이기 때문이다. 예전엔 산에서 야영하는 이들이 모닥불도 피우고, 남은 음식물을 땅에 묻기도 하며, 배변을 그대로 방치하고 휴지마저도 그냥 버린 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분별한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백패커들이 자발적으로 LNT( 흔적 남기지 않기) 운동을 지침으로 삼아 올바른 백패킹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의식 변화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공단(이하 공단)에서는 백패커들의 입지를 옥죄고, 백패킹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공단에서는 자연보호에 대한 시민의식이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결여되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에 규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통제와 규제가 언제까지 가능할 수 있을까. 백패커들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늘어날 것이고, 결국엔 통제불능 상태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 
    시대는 변했다. 국내에서 조금씩 백패킹의 묘미를 맛본 이들은 해외 유명 산들을 직접 배낭을 메고 걸으면서 경험을 쌓았다. 우리나라 등산 문화보다 앞선 유럽이나 북미 등에 백패킹을 다녀오고 나서 경험을 주위에 혹은 SNS에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산에 대한 의식과 수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얼마 전 이슈가 됐던 것처럼 무분별한 백패킹 영상을 개인 SNS에 올려 부정적인 백패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다. 한편 공단에서는 무조건 통제할 것이 아니라, 산 위 공간이 허락한다면 외국처럼 야영장을 만들어 직접 관리하며 친환경 교육과 캠페인을 하여 백패킹 문화를 긍정적으로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2년간 백패킹으로 세계여행을 하면서 많은 나라의 국립공원을 경험했다. 방법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산에서 개개인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 산의 난이도, 위험성을 공지하되 금지시키는 곳은 없다. 
    다만 사고가 난다면 개인 책임인 것이다. 트레일 위에서의 야영장도 마찬가지다. 지정된 야영장에서 허가 받고 야영이 가능하지만, 쓰레기는 되가져가야 한다. 혹은 쓰레기 처리 및 관리비를 야영장 이용료에서 충당해야 한다. 
    베네수엘라 카나이마국립공원의 로라이마산을 트레킹할 때, 국립공원 입구에서 용변통을 구비하지 않은 관광객은 입장을 불허했다. 반대로 3박4일 또는 5박6일 일정으로 트레킹을 마친 관광객의 용변통을 검사해서 비어 있다면 공원 내에서 불법 처리한 것으로 간주해 관광객과 가이드에게 페널티를 준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일본의 북알프스나 남알프스는 산 위 야영장 옆에 산장이 있어, 기부금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한다. 홋카이도 대설산국립공원의 경우 대부분 대피소 개념의 무인산장만 있어 산장 내에 비피백Biffy Bag(휴대용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서 산을 즐기는 백패커들은 쓰레기를 되가져오거나 지정된 장소에 처리하고, 무분별한 생리현상 해소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산불은 백패커만 내는 게 아니며, 쓰레기는 백패커만 버리는 게 아니며, 자연 훼손은 백패커만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 논리로 백패커의 잘못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일반 등산객도 문제가 많다고 물고 늘어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백패커의 입장에서 건의하고 싶은 것은, 자연보호라는 미명하에 백패킹을 무조건 규제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계속 늘어날 백패커 인구와 더욱 높아질 그들의 백패킹 문화와 의식에 발맞춰 그에 부합하는 허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