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킹ㅣ이탈리아 알타비아 1] 고독을 잊을 만큼 낯설고 감미로운 기암 천국!

  • 글 사진 민미정 백패킹 여행가
    입력 2019.09.16 21:46

    6일간의 솔로 트레킹…부득이 비박했으나 불안감 잊을 만큼 경치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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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이로운 기암이 끝없이 이어져, 긴 트레킹이 지루할 틈이 없다.
    ‘깎아지른’이란 표현보다는 ‘우뚝 솟은’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이탈리아 북부의 돌로미테산맥은 위협적이고 장엄한 기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돌로미테산군에는 난이도에 따라 10개의 트레킹 코스로 나뉘어 있다. 알타비아는 높은 길High Route을 뜻하며, 숫자가 높을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대표적인 루트가 ‘알타비아1Alta via1’이다.
    세체다와 트레치메 트레킹을 마치고 알타비아1 트레킹을 위해 도비아코Dobiaco로 돌아왔다. 들머리인 브라이에스호수Lago di Braies(1,494m)로 이동하기 전 캠핑가스를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으나, 시에스타Siesta(유럽인들의 낮잠 시간)라며 오후 3시까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첫째 날 목적지인 비엘라산장Rif. Biella(2,327m)까지 가려면 오후 1시 버스를 타야 했지만, 가스 없이 출발할 수는 없었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가스를 산 후, 오후 4시 버스를 타고 호수로 갔다. 
    알타비아1 이정표를 따라갔다. 잔잔한 호수 위로 파란 하늘과 웅장한 산이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져 있어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하는 듯했다. 길은 오르막으로 변했고,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관광객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몸은 지쳐갔다. 어느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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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에스호수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
    산장까지는 아직 1시간을 더 가야 했지만, 출발이 늦은 탓에 순식간에 안개와 함께 어둠이 찾아와 길을 막아섰다. 돌로미테에서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야영이 허용되고 있어, 레인저들에게 들킬까봐 불안했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 적당한 장소를 찾아 배낭을 내려놓았다. 대신 텐트 없이 비박을 하기로 하고, 누울 자리를 만들었다. 얇은 발포매트리스 위에 침낭 커버를 깔고 그 안에 침낭과 신발을 넣어놓고, 배낭을 베개 삼아 누웠다. 
    정적 속에서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주위를 빼꼼히 내다보았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구름 사이로 어슴푸레한 밤하늘의 달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여전히 운무에 둘러싸여 있었고, 누군가 나타날 새라 서둘러 출발했다. 산장으로 향하는 길은 바위산의 연속이었다. 강렬한 태양 아래 운무가 걷히자 산자락에 고즈넉이 자리한 비엘라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난감 모형처럼 단출하게 우뚝 솟아 있는 비엘라산장을 살짝 둘러보고, 물만 얻은 채 1시간 거리에 있는 세네스산장Rif. Sennes(2,126m)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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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미테의 여느 산장과 달리, 성냥갑처럼 단출하게 서있는 비엘라산장.
    길게 이어진 도로 한복판에 위치한 세네스산장은 흰색 건물에 붉은색 창문과 꽃이 어우러져 하이커들이 머물고 싶게 만들었다. 파란 하늘에 거칠게 나뒹구는 조각구름이 간간이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걷기 수월했다.  
    숲을 벗어나자 S자로 가파르게 이어진 하산길이 내려다보였다.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제법 유명한 관광지인 듯했다. 사방에 솟은 바위산들의 호위를 받으며 페데루산장은 그 한복판에 있었다. 넓은 주차장에 빼곡히 주차된 차들과 젖소들, 뛰어 노는 아이들까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 뒤돌아보니, 스위스나 프랑스 알프스와는 다른 돌로미테 특유의 바위산들이 마주 서있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풍경을 감상했다. 전날과 달리 아침 일찍 시작한 덕분에 길 위에는 함께 걷는 이들이 많았다. 딱히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존재 자체로 고독함은 반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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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기암 천국을 걷는 내내 즐길 수 있다.
    파네스산장Rif. Fanes(2,060m)은 정연하게 쌓아 올린 하얀 돌로 비탈에 수평을 맞추었다. 갈색 통나무로 2층 벽을 멋스럽게 완성해 야외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오후 2시도 안 되었지만,  트레킹을 마치고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파른 오르막과 평지가 이어졌고, 길을 호위하는 암봉 곳곳에 눈이 쌓여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의 불특정 동행은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고, 나의 그림자도 길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이정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가던 독일인 부부에게 라가주오이산장Rif. Lagazuoi(2,752m)은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묻자, 해지기 전에 도착하기는 힘들 거라고 했다. 부부는 마침 라가주오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팔자레고 패스Passo Falzarego(2,104m) 근처로 차를 타고 이동하니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들의 호의로 단숨에 이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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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속에 나오는 마법의 성을 닮은 기암과 그 앞에 자리한 지아우산장. 트레커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산장이다.
    1차 세계대전의 참상 담긴 터널
    일몰까지 2시간 정도 남아 있어 케이블카 대신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가파른 자갈길이 미끄러워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지그재그 길 끝에 다다르자 절벽과 함께 아슬아슬한 곡예길이 나타났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군에 대항하기 위해 이탈리아 군이 만든 터널이었다.  
    이 구간을 갤러리아Gelleria라고 부를 정도로 제1차 세계대전의 현장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었다. 산장에 도착하자 강렬한 석양이 지면서 기암들이 붉게 치장했다. 빛 알갱이를 머금은 구름은 액세서리처럼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더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사람으로 가득했던 침상의 절반 정도가 비어 있었다. 샤워장을 느긋하게 사용하고 식당으로 갔다. 빵과 샐러드로 배를 채우고, 산책 겸 산장 뒤로 난 길을 따라 올랐다. 운해 위로 승천하려는 듯 뾰족하게 모습을 드러낸 기암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낯설음이 주는 설렘은 감동으로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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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미테를 상징하는 명봉 중 하나인 친퀘토리. 가운데 작은 암봉이다. 친퀘토리 뒤로 거대한 바위산이 호위를 하듯 솟았다.
    두 달째 매일 꾸리는 배낭은 무의식 속에서 어느새 내 등에 얹혀 있었다. 배낭은 몸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제1차 세계대전의 흔적이 담긴 터널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전날 올라온 미끄럽고 가파른 길을 따라 하산하기 시작했다. 
    터널을 가리키는 이정표 아래에 몇 개의 배낭이 놓여 있었다. 그 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곡예길을 따라 올라갔다. 절벽 곳곳에 뚫린 터널로 가는 길은 아슬아슬했다. 고정 로프에 의지하기도 하고, 무너져 내릴 듯한 바윗덩이 아래를 지나기도 하며, 긴 터널의 어둠 속을 지났다. 밝은 곳에 다다르자 갑작스레 나타나는 아찔한 절벽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위험한 절벽을 오가며 싸웠을 군인들의 절박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팔자레고 패스에서 내려와 아베라우산장Rif. Aberau (2,413m)으로 향했다. 워낙 인기 있는 산장이고 예약도 하지 않은 탓에 앞선 이들을 제치며 나갔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에 배낭은 점점 무거워졌고, 강렬한 태양열에 지쳐가고 있었다. 산장에 도착했을 때, 내가 누울 침대는 남아 있지 않았다. 
    거대한 바위산을 사선으로 잘라낸 듯한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하고 있는 누볼라우산장Rif. Nuvolau(2,575m)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벼운 차림의 관광객들이 오르내리고 있었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꼈다. 누볼라우산장도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빈 침대는 많았다. 조용히 쉬길 바라는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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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2,752m에 위치한 라가주오이 산장은 돌로미테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장이다.
    맥주 한 병을 주문해 누볼라우산장의 최고 장소에 자리 잡았다. 석양에 물들어가는 황홀한 산군을 바라보며 매분 매초마다 갱신되는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파란 하늘도 붉은 바위산들도 빛을 잃었지만, 돌로미테는 고요한 웅장함으로 또 다른 멋을 발산했다.
    새가 지저귀며 잠을 깨웠다. 한적한 산장에 어울리는 낭만적인 소리였다. 배낭을 메고 산장을 나섰다. 멀리 보이던 지아우산장Rif. Giau(2,236m)은 의외로 빨리 도착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일대를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지아우산장을 지나자 인적이 끊겼다. 또다시 길 위에 홀로 남겨졌지만 밀려오는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사방으로 이어지는 너덜 바위길 위에서 방향을 잡느라 한참을 헤매야 했다. 갈림길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한 무리의 학생들과 선생님을 만났다. 그들도 스타울란자산장Rif. Staulanza(1,783m)으로 간다고 했다.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헷갈리는 길을 찾아가며 동행했다. 적당한 시간에 산장에 도착해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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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커들의 신발을 쾌적하게 말릴 수 있는 스타울란자산장의 신발장.
    그들은 파네스산장에서 트레킹을 시작했으며, 스타울란자산장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내가 파소 듀란까지 간다고 하자 그들은 이후로는 산장이 모두 문을 닫았다며 걱정했다. 텐트와 음식을 갖고 있기에 문제없다고 했다. 2개월 동안 여행하며 다져온 트레이닝 덕분에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넘쳐났던 자신감은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 텅 비어 있었다. 산장이 닫힌 이상 오가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길은 더 험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느새 배낭은 떠날 준비를 마쳤다. 지도 어플을 들여다보며 루트를 머릿속에 새겨 넣고 있었다. 우려와는 달리 마을 주민들이 길을 안내해 주며 안심시켜 주었다. 
    학생들의 말대로 콜다이산장Rif. Coldai(2,132m)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콜다이패스를 넘어가는 길, 마실 물을 뜨는 사이 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울산바위의 10배는 됨직한 거대한 병풍바윗덩어리인 치베타산Monte Civetta은 티시산장Rif. Tissi(2,260m)으로 향하는 나의 든든한 동행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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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첫날 시간이 늦어 불가피하게 비박했다. 돌로미테는 지정된 곳에만 1 텐트를 설치할 수 있어, 텐트 없이 비박했다.
    혼자만의 야영과 스위트룸급 풍경
    티시산장은 누볼라우산장처럼 하늘을 향해 있는 언덕 끝에 자리하고 있었다. 산장은 비어 있었지만, 그저 절벽으로만 보였던 치베타 병풍 산이 한눈에 들었다.
    이제 더 이상 마을은 없고, 산장도 모두 잠겨 있었다. 트레킹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해가 넘어갈 때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치베타산 측면을 끼고 돌아 한참을 내려오자 해는 이미 넘어가고, 구름이 모여들었다. 길 위에 재빨리 텐트를 쳤다. 완벽한 공간은 아니지만, 멋진 풍경을 앞에 둔 스위트룸 못지않은 장소였다. 어두워지기 전 텐트 문을 닫고, 잠을 청했다.
    알타비아1 트레킹 마지막 날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5박6일간의 산 생활을 마치고 알타비아1의 종착지인 벨루노에 도착했지만 숙소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우연히 발견한 홈스테이 사이트에서 화목한 가족사진을 올린 호스트에게 연락을 했다. 호스트인 알레시아 잘롬바르도Alessia Giallombardo 가족과 함께 장을 보고, 요리하고 식사를 했다. 나의 여행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알타비아1 트레킹도, 이탈리아도, 세계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꼽힌다. 
    알타비아1 트레킹 정보
    산장은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운영한다. 7~8월이 트레킹 적기다. 도비아코에서 벨루나까지 총 거리는 약 150㎞이며 9~10일 정도 소요되지만, 보통 파소 듀란까지 약 90㎞ 6~7일 정도로 끝낸다. 
    교통편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도비아코까지 기차로 이동 후, 출발지 브라이에스호수까지 442번 버스로 40분 정도 이동(요금 편도 5유로). 종착지 파소 듀란에서 아고르도Agordo까지 버스로 30분 정도 이동(편도 3.5유로) 후, 벨루노Belluno까지 기차로 이동.
    산장 돌로미테 지역은 야영이 금지되어 있다. 필자가 트레킹한 9월 하순에는 산장이 문을 닫아 부득이하게 야영했지만, 낭만을 위해 일부러 야영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산장 요금은 하프보더(1박 조석식 포함) 6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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